금일 5, 6교시 도서실 행사를 하였다. 행사제목은 <도서실에서 놀아요>이다.

예전에 독서교육연수를 받을 때 

한 강사님이 고등학교에서 이런 비스무레한 행사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고딩들도 엄청 좋아한다며 꼭 해보라고 하셨더랬다. 

그 후,  이 행사를 언젠가 진행해 보고 싶었다.

도서관 하면 엄숙, 정숙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

이를 깨보고자 행사 이름도 <도서실에서 놀아요>라고 정해봤다.

아마 꾸러기들은 진짜 노는 줄 알고 신청했는지도 모를 일....


친구나 선후배, 아무튼  네 명을 모아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하였다.

이제 나 혼자 잘 나서 잘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미래는 타인과 더불어 공감하고 협력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산출해 낼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도서실 행사를 기획하였다. 


개인 활동도 있지만 모둠이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는 활동도 함께 넣었다. 

1-4학년까지 6모둠

5-6학년까지 5모둠이 신청하였다.

원래 저학년은 22모둠이 신청하였으나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안타깝지만 선착순으로 잘랐다.


5교시에는 1-4학년 대상으로 진행하였고,

6교시에는 5-6학년 대상으로 하였다. 마침 6교시에 5-6학년 육상대회가 겹쳐 아쉽게도 못 온 아이들도 있었다.

2시간 수업을 더한 셈이다. 


미션은 모두 10가지로 구성하였다.

4명이 한 모둠이라서 한 명씩 차례대로 미션을 수행하고, 한 바퀴 돌아간 후,  다시 한 번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마지막 9번과 10번 미션은 모둠 전체가 해결해야 되는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미션 10가지를 소개해 본다. 한 미션당 수행 시간은 2분을 주었다. (좀 어려운 것은 5분을 주기도 하였다.)


1. 제목이 한 글자인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2학년 아이가  why  시리즈에서 한 글자 제목을 찾아와서 대박이었다. (새, 물, 똥 등등) 영특한지고...


2. 제목이 가장 긴 책을 한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은 13글자가 최고였고, 고학년은 19글자 책을 찾아왔다.

  우리 도서실에서 가장 긴 제목을 갖고 있는 책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사서 선생님도 모르신다고...


3. 책 제목에 특정 낱말이 들어 있는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은 " 학교"   고학년은 " 가을" 이란 제시어를 주었다.


4. 책 제목에 특정 낱말이 들어 있는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은 " 친구"  고학년은 "책" 이란 제시어를 주었다.


5-6번. 청구번호를 보고 해당책을 찾아오시오. 

  

  이 미션을 가장 어려워하였다. 

  너무 어려워하여 두 명이서 해결하라고 했더니 훨씬 나아졌다.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저학년팀에서는 한 모둠만 성공하였고, 고학년은 고학년 답게 모두 성공하였다.  


7. 해당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 권정생 작가

  고학년 - 황선미 작가


8. 해당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 토미 웅거러

  고학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여기까지 개인전이었고, 그 다음 단체전을 진행하였다.


9. 저축한 책을 가지고 모둠끼리 협력하여 책탑을 높게 쌓아 보시오.


 책을 많이 저축한 모둠이 훨씬 유리해 보였으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아이들이 의외로 책 탑 쌓는 법을 몰라 헤매더니 옆 모둠이 하는 걸 흘끗 보고 힌트를 얻었다.

책이 많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공든 탑이 무너진 경우도 있어 도서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아이들도, 나도, 사서 선생님도 푸하하 웃었다.

평소에는 책 갖고 이런 놀이를 감히 못 하는데 오늘은 마음껏 할 수 있어 신나 하였다.


10. 모둠에 있는 책을 청구번호대로 순서대로 정리해 보시오.

 

  2학년으로 이뤄진 모둠이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청구번호 순서대로 정리를 잘했다.

 고학년은 이 미션 대신 보너스로 준비한 초성퀴즈 놀이를 하였다. 

 알라디너 희망찬 샘이 예전에 서재에 올려주신 자료를 잘 활용하였다. (미리 양해 구하지 못해 죄송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 

 고학년은 책제목 초성게임을 아주 좋아했다. 

 수업 종료종이 울렸는데도 "하나 더 해요 더 해요" 해서 5문제를 내주고 풀었다.


모둠별로 점수를 합산하고 순위를 정하긴 하였지만 승패와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초반에 말했다.

이겼다고 잘 난 척하지 않고, 졌다고 슬퍼하지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학년팀은 예상을 뒤엎고 2학년 모둠이 3-4학년 선배를 제치고 1등을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1등 모둠부터  막대 사탕을 먼저 골라 먹는 영광을 누렸다. 막대 사탕은 역시 콜라맛이 인기 짱!!!

고학년팀도 6학년 선배를 제치고 5학년 모둠이 1등을 차지하였다.


시간이 부족해 소감문을 쓰지 못해 간단히 문답으로  활동을 정리했다.

"재미있었어요? 내년에 이런 행사를 한다면 또 올 거예요?" 물어보자

"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중학교에 오셔서 해 주세요" 답하며 또 하고 싶다고 손을 들어준다. 

아이들의 반응 덕분에  2시간 동안 수고한 나와 사서 선생님은 뿌듯했다.

행사 후, 정리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이 정도는 금방 끝난다"고 말씀해 주시는 천사표 사서 선생님 덕분에 이런 행사도 할 수 있었다.

다음에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한 번 해봐도 엄청 좋아할 듯하다.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도서실 탐험 놀이라는 독서 교육 강사님 말씀이 맞았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니 나도 기쁘다. 

만약 내년에 또 도서실 담당이 된다면 올해보다 더 업그레이드 시켜서 해 봐야지.

도서실이 좁아 많은 아이가 참여하지 못 한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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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5-10-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너무 좋습니다. ^^ 현학교 도서관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학기초에 상상만 하는 책놀이활동입니다. 학년말쯤 교실에서의 보물찾기 활동으로 구상중인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수퍼남매맘 2015-10-15 21:55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저와 같은 일에 종사하시는 듯해서 더 반갑습니다.
교실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듯해요.

순오기 2015-10-15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책과 친해지도록 애쓰신 선생님이 아름다워요!!♥^^
저는 푸른책들 카페에서 3~4권의 책 제목을 이어 붙여 말이 되게 하는 놀이가 기억이 나네요.ㅋㅋ

수퍼남매맘 2015-10-15 21:56   좋아요 0 | URL
3~4권의 책 제목을 이어 붙여 말이 되게 하는 놀이라고요?
눈이 번쩍 뜨입니다. 다음에는 그 놀이도 도전해 보면 좋겠네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5-10-15 0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5-10-15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겨울 독서 교실 안 하려 했는데 또 맘이 흔들리네요. 초성퀴즈-써 주셔서 감사^^ 그리고 뿌듯 하네요. 님의 학교에 제가 한 땀방울 기여 한 느낌이네요. ㅎㅎ

수퍼남매맘 2015-10-15 21:58   좋아요 0 | URL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초성 퀴즈 문제가 정말 좋아 교실 아이들 데리고 한 번 해 볼까 해요.

2015-10-15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 하루 전에 독서모임을 가졌다.

원래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러 분이 바쁘다 하셔 금요일로 옮겼다.

나 포함 다섯 명이 모여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왔다.

잘 버틴 보람이 있었다. 흐하하!


조퇴하고 가야하는데 선배님 생각나서 못 갔다는 후배도 있고,

예전부터 오고 싶었는에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제서야 합류한 선배도 계셨다.

한가위 만큼 풍성한 모임이었다.


먼저 요즘 보험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며 경제 관련 책도 읽어보자는 후배의 말에

이쪽에 조금 해박한 지식을 가진 선배님의 노하우를 잠깐 들었다.

선배님이 요근래 단독주택을 구입하셨다는 말에 우리 모두

" 우아~ 좋겠다" 부러워하였다.

즉 재테크하려면 아파트보다 주택을 구입하여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단독주택은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아무튼 이쪽 관련은 거의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경제 관련 책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지난 달부터 나오기 시작한 5학년 후배가 이번 동료장학 때

<사라, 버스를 타다>로 수업을 하였다는 말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한두 명이 책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다른 선생님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반응도 아주 좋았다고 한다.

그림책은 어느 학년을 막론하고 수업하기가 좋다.

나도 고학년 맡으면 이 책으로 꼭 인권 관련 수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번에 새로 오신 선배님도 작년 동료장학 때 이 책 가지고 이미 수업을 하셨다고 했다.

이 그림책 관련 시대 상황을 담은 여러 가지 자료를 아이들에게 쭈욱 보여주시고

그림책 수업을 하셨다고 한다.

두 수업 모두 같은 학년이 아니라서 못 봐서 참 아쉽다.




4학년 후배는 반 아이들에게 <트리갭의 샘물>줄거리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담임이 줄거리를 잠깐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굉장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들려주고 나서

아이들과

" 영원히 사는 것이 행복할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줄거리 듣기 전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줄거리 듣기 전에는 대부분이 영원히 사는 게 좋다고 했다가

이야기 듣고나서는 영생이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후배의 줄거리 들려주기가 끊나자  대여섯 명이 스스로 그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였단다.

아까도 말했듯이 4학년이다.

매일 조금씩 어른이 읽어주는 것이 더 좋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잠깐이라도 책 소개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

후배는 줄거리 전체를 들려줬다고 하는데

그것보단 내 생각으로 클라이막스에서 끊어 아이들의 궁금증을 극대화시켜 스스로 찾아 읽게 만드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른이 책 소개를 잠깐 하는 것만 해도

아이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나도 아직 이 책을 못 읽었다.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인연이 닿지 않았다.

후배 말 듣고나서, 이 책을 당장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가 참 마음에 든다.


원래 9월 모임은 반아이들에게 동시를 읽어주고 그 이야기를 하기로 하였는데

실천을 한 분은 없었다.

아직 동시를 읽어주는 것은 낯선가 보다.

이렇게 서서히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발전해나가면 좋을 듯하다.


10월은 아무래도 한글날이 들어 있으니

한글 관련 책을 읽어주자고 제안하였다.

요즘 우리 반은  <초정리 편지> 한 꼭지씩 읽어주고 있다고 소개를 하였다.

읽어본 분도 계셨는데 읽을 때마다 감동 받는 나와는 달리 별 감동이 없었다고 하셨다.

책에 대한 감상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읽어줄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읽어주는 사람이 감동 받은 책을 골라야 한다고 독서 교육 연수에서 들었다.

본인이 감동 받지 못한 책을 읽어주면 상대방도 별 감흥이 없다고 한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생각나는 대로 몇 권 소개해 드렸다.

이 중에서 한 권이라도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한 달 후에 만나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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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생님이 아이스크림 쏜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지.

약속은 가능한 꼭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니까.

울 반 아이 중에 가장 참하고 짝을 잘 도와주는 아이한테 

무슨 아이스크림 먹고 싶냐고 살짝 물어보니

"설레임"이라고 수줍게 말하였다.

어제 퇴근하면서 미리 수퍼에서 사서 앞교실 돌봄교실 냉장고에 넣어뒀다.


오늘 아침부터 아이들은 언제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궁금해서 술렁였다.

" 음~ 나중에 5교시 더울 때쯤" 이라고 말해줬다.

요즘 우리 교실은 찜통이다.

인조 잔디에서 열기가 그대로 올라와 얼마나 더운 지 모른다.

우리 반 꾸러기 한 명한테는 조금 치사하지만 미션을 줬다.

오늘 하루종일 친구한테 나쁜 말을 안 써야 설레임을 줄 것이라고 협박(?)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설레임 때문에 하루종일 나쁜 말을 안 썼다. 

아이스크림은 꾸러기도 착하게 변신시키는 힘이 있나 보다.


점심 시간 끝날 때쯤 돌봄교실에서 "설레임"을 찾아오니

교실에 남아있던 아이들이

" 와! 설레임이다" 하며 들썩였다.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놀다온 아이들은 엄청 더웠는데 시원해졌을 테다.


5교시는 창체 시간이라서 설레임 먹으면서

아침독서시간에 잠깐 소개해줬던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1화를  보여줬다.

너무 자기 수준에 안 맞은 어려운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

" 삐삐" 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서 잠깐 줄거리를 들려줬었다.

그 책을 읽어본 아이도 서넛 있었다.

약속한 대로 설레임도 먹고, 삐삐도 봤다.

아이들은 삐삐를 보면서 정말 행복해했다.

삐삐가 하는 행동마다 까르르 웃었다.

어른인 내가 봐도 웃음이 나왔다.

종을 쳐서 화면을 끄자

" 선생님~쉬는 시간까지 더 보면 안 돼요?" 애원을 한다.

" 안 돼. 즐거운 음악 해야쥐~~ 얘들아, 책은 더 재미있으니까 꼭 읽어보세요" 라고 강조했다.


명작은 그렇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삐삐가 그렇다.

내가 어릴 때 삐삐를 좋아했듯이

수 십 년이 흐른 지금,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삐삐를 좋아하였다.

욕심 없고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삐삐는 금화로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도 사 주고, 장난감도 사 준다.

" 얘들아, 너희도 삐삐 같은 친구가 우리 반에 있음 좋겠지?"

"네~~" 한다.

힘도 세고 돈도 많고 정도 많은 삐삐 같은 아이가 너희들 친구라면 얼마나 좋겠니? 


교도소에서 탈출한 도둑 2명이 삐삐가 금화를 많이 가지고 있단 걸 알고 삐삐 집에 침입하는 장면까지 봤다.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해서

내일 나머지를 보여준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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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4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3학년 2학기 현장체험학습 장소가 다산 정약용 생가로 정해졌다.

지난 주 현장 답사를 다녀왔는데

완전 달라졌다.

정약용 생가는 대학 때 MT 갔던 곳인데

지금 가보니 생태 공원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시설이 생겨났다.

슬로우 시티 분위기가 나서 참 좋았다.

현장 학습 가서 생가도 돌아보고, 두부도 만들고, 고구마도 캘 예정이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다산을 알 리가 없고.

배경 지식이 없으면 다산의 생가를 가더라도 얻고 오는 게 하나도 없을 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책을 통해 다산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도서실에 가 보니 3학년 아이가 읽을 만한 책으로 두 권이 보였다.

비룡소 새싹 인물전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교원" 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알라딘에서 검색이 안 된다.

후자를 들춰 보니 아이한테 어려울 듯하다.

현장학습 가기 전까지 정약용 관련 책을 읽고 가자는 미션을 주었는데

책이 이리 부족하니 큰 일이다 싶었다.

궁여지책으로

그날 발표를 제일 많이 한 두 명의 아이한테 각각의 책을 빌려주기로 했다.

며칠이 지났다.

 

어제 오후,

정약용은 현장학습 가기 전에 독서퀴즈를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퀴즈 문제를 내려고 새싹 인물전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웬걸!

제본이 잘못 되어 쪽수가 엉망이었다.

이 책을 빌려간 아이는 눈치 채지 못 했나 보다.

쪽수가 엉켜 있으니 더 이상 빌려줄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한테 빌려주는 걸 멈추고 사서 선생님께 이마저마한 사정을 알려드리고 새 책을 구매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파본은 페기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경과하여 출판사에 연락해 바꿀 수도 없을 테고 말이다. 한 번 연락해 볼까?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읽어주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 방법을 쓰지 않은 건

이 기회에 아이들이 직접 인물전을 읽을 기회를 주려고 했던 건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되려고 파본이 내 눈에 보였나 보다.

 

도서실에서 구입하려면 시일이 오래 걸리니

그냥 개인적으로 구매했다.

두고두고 교실에 놔두면  좋을 듯해서이다.

추석 연휴 지나고 오면 읽어주려고 한다.

미리 읽어주면 다 까먹으니깐.

 

그리고 지금 <초정리 편지>를 매일 한 꼭지씩 읽어주고 있어서

그거 다 읽고나서 읽어줘야 한다.

아이들이 귀 쫑긋 세우고 잘 듣고, 재미있다고 해서

목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읽어주고 있다.

(집에 가서 자랑해 엄마가 사 준다고 약속했다는 아이도 있고

도서실에서 빌려서 읽는 아이도 생겨났다. 이런 걸 볼 때

책 읽어주는 보람을 느낀다. )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으면 부모가 읽어주면 된다.

그게 비법이다.

한글날까지 완독할 수 있을까 싶은데...

열심히 달려 봐야지.

 

이왕 인물전 사는 김에 한글날도 다가오고 해서

<세종대왕>도 구매했다.

마음 같아선  전 시리즈를 다 질러 버리고 싶지만

이렇게 한두 개씩 사는 것도 나름 괜찮다 싶다.

 

5교시 미술 시간에 택배 아저씨가 알라딘 상자를 주고 가니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 선생님, 정약용 ~선생님 거예요?  선생님,  알라딘에서 책 사세요?" 물어보는 아이도 있고....

예전 같으면 30% 이상 할인받았을 텐데 도서정가제라서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교실에 놔두면 많은 아이가 보고, 꿈을 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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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4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4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책을 소개해 본다.

요즘 국어 시간에 일의 순서와 흐름에 따라 내용 간추리기 공부를 하고 있다.

거기에 알맞은 책이 실려 있는데 둘 다 참 좋은 책이라 꼭 원작을 보길 권하며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본 사람? 하고 물어보니 2/3가 손을 든다.

이만큼 아주 유명한 책이다.

아직 안 읽어본 초3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가슴 떨림을 기억한다.

아이들 책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던 때니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다.

와! 이런 위풍당당한 공주도 있구나 싶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왕자와 헤어지는 장면은 엄청 통쾌했다.

기존의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와는 완전 달라서 더 좋다.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공주가 잡혀간 왕자를 구하러 가는 설정이라든지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온 엘리자베스 공주를 향해

더러운 매무새를 탓하며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말하는 로널드 왕자를 보며

"겉만 번지르한 빈 껍데기"라고 통쾌하게 한 방 날리는 엘리자베스 공주를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

여자의 외모만 밝히는 남자는 당해도 싸다 싶어 감정이입이 저절로 된다.

 

이 그림책 가지고 1학년 아이들과 학부모 참관 수업을 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아이가 들어갈 만큼 커다란 종이 봉지를 직접 제작하여 역할극을 했더랬는데 

한 여자 아이가 얼마나 실감 나게 잘했던지....

엘리자베스 공주를 빼닮은 아주 용감한 아이였다. 

 

엘리자베스의 용기와 지혜, 게다가 탁월한 분별력까지 엿볼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나와있던 공주 왕자 시리즈와는 달리

수동적인 여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

"왕자와 공주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지 않는 동화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귀한 책이기도 하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용이 자신을 찾아온 공주를 향해

자신은 공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은 배가 불러서 먹고 싶지 않다며 내일 다시 오라는 장면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은 자신의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걸 여기서도 각인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다음에는 이 그림책이 나온다.

예전에 1학년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는데...

이 그림책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해치와 괴물 사 형제가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경복궁 앞을 지키고 있는 해치의 유래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상식도 쌓이게 된다.

괴물이라고 하지만 어딘지 익살스러운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두 작품 모두 원문이 교과서에 그대로 실려 있어 다행이다 싶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정말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책과 더불어 여물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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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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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1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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