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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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미움받을 용기라니? 미움 받는데도 용기가 필요한가?

눈이 번쩍 뜨였다.

책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싶었다.

노란색의 표지 또한 뭔가 희망을 말해주는 듯해 보였다.

심리학이라 어려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술술 잘 읽혔다.

본문 내용이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으로 되어 있어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해 생생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 불린다고 한다.

2명의 명성과 달리 아들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개인심리학>을 만들었고, 프로이트와 함께 활동했으나

아들러를 아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아들러를 일약 스타(?)로 만든 사람은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일본 철학자 " 기시미 이치로" 이다.

일본 철학자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에 대해 정통하다고 하니

둘의 인연이 궁금하였다.

이 책은 기시미처럼 아들러의 "용기"에 반한 또 한 명의 저자가 합심하여 만든 책이다.

아들러에 정통한 철학자와 작가가 만나서인지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도 잘 짚어내고,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책의 전개 방식은

어떤 철학자와 그 철학자의 논리에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 찾아온 젊은이의 대화이다.

둘의 대화를 잘 따라가다보면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을 알 수 있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은 프로이트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프로이트가 트라우마를 내세워 모든 인간 행동을 원인론 내지 결정론적 입장에서 본다면

아들러는 트라우마를 부정하며 모든 인간 행동을 목적론에서 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철학자를 찾아온 젊은이는

자신이 지금과 같은 행동방식을 갖게 된 것은 여러 가지 가정환경적 요인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재다능한 형과 달리 자신은 둘째로서 특별히 재능도 없고 그냥저냥....

그래서 어릴 때 자꾸 형과 비교 당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비사회적인 행동양식을 갖게 되었다며

철저하게 원인론적 입장에서 말한다.

이말인즉 현재 자기 모습은 " 나 " 가 아닌 외부적 요건 때문이란 말이 되겠다. 

 

젊은이의 말을 들은 철학자는 이를 부정한다.

과거의 경험이 젊은이를 이렇게 만든 게 아니라 젊은이 자신이 그 행동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젊은이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며

은둔형 외톨이인 자신의 친구를 다시 예로 든다.

이에 철학자는 또 한 번 더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것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과거에 무슨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신만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은둔을 하고 있다고 힘 주어 말한다.

그리고

젊은이도, 은둔형 외톨이 친구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고,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다면

" 용기 "를 내면 된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 중에 이 무슨 궤변이냐고 화를 낼 수도 있겠다.

내가 아들러의 논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을 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 남편, 딸과 많은 논쟁을 했다.

내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아들러의 논리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엄격히 말해 기시미 이치로가 본 아들러의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기에

아들러가 쓴 책을 더 꼼꼼하게 정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들러 심리학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전면 부정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나서 내린 현재의 결론은

프로이트의 이론 또한 완벽하지 않고

아들러 또한 너무 개인적이 용기만 강조하여 무리수가 있다는 점이다.

하기사 완벽한 이론이 어디 있을까!

프로이트는 너무 과거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금이 간과되고 그럼으로써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된다.

과거에만 갇혀 산다면 우린 결코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젊은이처럼 과거에 형과 비교당한 아픈 기억이 지금도 젊은이를 괴롭히고 있다면

계속 부모 탓, 형 탓, 환경 탓만 하는 게 옳은 것인가?

모든 것을 결정론적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인간이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없는 게 아닐까?

용기를 낼 필요도, 달라질 필요성도 못 느끼지 않을까?

아들러는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의 나쁜 기억이 발목을 잡는 사람도 있지만

그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여 더 높이 나는 사람도 있다.

아들러는 많은 사람이 후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 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들러의 이론에도 무리수가 보인다.

용기를 내야 한다까지 수긍을 하더라도

누구나 용기를 낼 수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요즘 드라마 <송곳>을 보고 있어 매치를 해봤다.

누구나 이수인이 될 순 없다.

내가 이수인의 처지라면

미움받을 각오를 하고 지점장과 전면전을 하는 게 옳다는 것은 알지만

현실에서 그 길을 선택하기는 정말 어렵다.

용기를 내어라 내어라 해도 그게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기질을 무시할 순 없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고, 자신의 단점을 고치길 바라고, 더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개인적인 용기 물론 좋다. 

하지만 그걸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별로 없다.

모든 걸 개인의 용기만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이수인처럼 못하는 사람을 향해

' 넌 용기가 없어서야. 넌 결국 이렇게 살아가도록 스스로 선택한 거야. 넌 지금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라고

정죄하는 듯해 보인다.

개인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상황, 환경,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

자칫하면 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개개인의 상황이 결국 개인의 용기 부족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송곳>의 이수인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그런 분위기, 사회구조 또한 개인의 용기가 분출될 때 가능한 거라고 책 속의 철학자가 반박할 지 모르겠다.

아~~ 머리 복잡하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라 분류하고 싶다.

왜냐하면 기존의 것을 흔들고, 거기서 새롭게 출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과제를 분리하라 " 였다.

미움받을 용기 또한 나와 타인의 과제가 분리되지 못해

하지 않아도 될 걱정, 근심,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한다.

이건 완전 공감한다.

타인의 인정를 받으려 하기보다

지금 내 삶에 충실하는 것 그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럴려면 나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되다보면 자식의 과제 또한 내 과제로 자꾸 끌어들이는 경향이 짙다.

자녀의 과제까지 계획하고 참견하고,  속상해 하고, 화를 내고...

급기야 실망하고 그러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무너지곤 하는데

아들러의 말대로 과제분리를 잘하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질 듯하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영화 <사도>를 봤는데

영조와 사도 사이도 이 과제 분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해 파탄이 났구나 싶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고민이 시작된다는 아들러의 말처럼

이 과제분리만 잘하면 어느 정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은 해결될 수 있을 듯하다.

 

나도 일할 때는 완벽주의가 좀 있어서

내가 한 일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면 굉장히 속상해하고, 속 끓는 성격인데

이제 그 부분은 타인의 과제라 여길려고 한다.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내가 한 일, 나에 대해서 칭찬을 해 줄 수는 없다.

이걸 인정욕구라고 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건 타인의 과제일 따름이다.

미움 받을 용기, 이것만 명심해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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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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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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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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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째 번 리뷰 대상 작품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다.

알라딘 서재를 운영한 지 6년 째니 1년에  117개 정도를 쓴 셈이다.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여러 개를 썼었다.

근래 들어 리뷰 보다 페이퍼를 많이 써서 늦게 시작한 페이퍼 개수가 더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리뷰보다 페이퍼 쓰기다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리뷰를 쓰려면 적어도 책을 3번 이상 살펴봐야 한다. 

7000개가 될 때까지 꾸준히, 열심히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 

읽은 책은 가능한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안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더 노력해야지. 


<호밀밭의 파수꾼>명성은 책에 관심이 생기고 얼마되지 않아 자연히 알게 되었다.

집에도 이 책이 꽂혀 있었지만 책과의 인연은 다른 책에 밀려 쉽게 다가오지 못 했다.

그러다 얼마 전 헤르만 헤세의 서평집을 읽고나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책장에 꽂아둔 책은 때가 되면 언제가는 읽게 되는 듯하다. 

언젠가는 <모비딕>도 읽게 되겠지? ㅎㅎㅎ

존 레넌의 암살범이 이 책을 갖고 있어 더 유명해졌다는(?)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책 하나로 위대한 작가의 위치에 오른 샐린저가 그 후 스스로 은둔생활을 선택했다는 것도 참 신기했다.

작가의 그런 기이한 행동을을 모티브로 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도 한 번 보고 싶다. 

작가만큼이나 이 책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범상치 않다. 콜필드는 바로  작가의 어릴 적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발간된지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한동안 미국 학교의 금서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리 겁먹었던 것보다 책은 가독성이 있었다.

하지만 리뷰 쓰기는 만만치 않다. 

읽은 지는 좀 됐는데 생각을 정리하느라 며칠을 묵혔다. 


이야기는 홀든의 독백형식으로 진행된다.

홀든은 학교에서 여러 번 퇴학을 당한다.

이유는 낙제 때문이다.

이번에도 명문 펜시라를 학교에서 한 과목 빼고 전부 낙제를 받아 퇴학을 통보 받아야 하는 찰나 

콜필드는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온다.

학교를 떠나 집으로 오기까지 2일간의 여정이 책의 내용이다. 

낙제 때문에 여러 학교를 전전하다니....

인생이 참 고달프다 싶다. 

홀든의 아버지는 변호사고 엄마는 우아하지만 아주 예민한 성격으로 이들은 중산층이다.

그런 탓에 사립학교를 다니는데 번번히 낙제를 받아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된다.

홀든의 형은 잘 나가는 작가이다. 홀든이 가장 사랑하던 동생은 어릴 때 죽었다. 여동생 피비는 애어른 같지만 정말 귀엽다.

홀든은 집에서도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이다. 

왜 홀든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되었을까!


홀든은 자유를 갈망하고,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다.

홀든이 가졌던 꿈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위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같겠지만 말이야."

이런 꿈을 가지고 있었던 홀든에게 학교는 그런 꿈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일을 한다.

부모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바보 같다고 되뇌이는 홀든의 독백이 너무 슬프다.


이런 꿈을 가진 홀든이었기에  부조리와 폭력이 가득한 학교라는 곳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니 공부도 안중에 없고 당연히 낙제할 수밖에.

다른 각도로 보자면 홀든의 꿈은 부와 성공이 아니라

스스로 루저가 되겠다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홀든이 아버지처럼 변호사가 되겠다던지 

형처럼 작가가 되겠다던지 하는 꿈이었다면

학교라는 사회에 적응해서 그냥저냥 살아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홀든은 

기숙사에서 아이가 떨어졌는데도 거들떠보지 않는 

학교라는 곳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었을 테다. 


어쩌면 지금도 수많은 홀든이 있을 지 모를 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홀든들 말이다.

그런 홀든에게 부와 성공만을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홀든의 독백을 끝까지 들어보니 왜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알만하다.

기성 세대는 홀든처럼 생각하고 고민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호밑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하는 모든 홀든을 마음 속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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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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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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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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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흠집이 난 과실" 이렇게 사전에 나와 있다.

다른 뜻이 있는데 여자 나이 16세를 의미한다고 한다.

"과" 라는 한자가 각각 다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겉표지에 한자를 적어주지 않았다.

판단의 몫을 오롯이 독자에게 맡긴 것처럼 보인다. 

끝까지 다 읽은 후에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둘 다 평소에 잘 안 쓰는 말이라서 생경했다.

파과라는 책 제목이 눈에 띈 것은 2년 전이었던 듯하다.

알라딘 서재에 자주 노출되던 책이라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오고가는 기차 안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책과 조우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긴 문장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떤 문장은 무려 13줄이나 되어서 중간에 주어와 서술어를 놓쳐 다시 읽은 적도 있다.

요즘 내가 읽었던 책들 대부분은 문장이 간결하였는데

구병모 작가는 정말 문장이 길~~었다.

그것도 능력인 듯하지만 말이다.

혼자 속으로

' 이 작가  왜 이렇게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야? 숨 넘어가겠네' 하며

약간 오기가 생겨 끝까지 읽어보고 비판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런데 첫 꼭지를 읽고나서 이야기가 재밌어지자 좀 화난 마음이 수그러졌다.

' 음 그래도 이야기는 좀 재밌네. 뒷이야기가 궁금하군'

그런 마음으로 오며가며 읽다보니 다 읽었다.

기차는 책 읽기 정말 좋은 공간이다.

 

들어보니 나름 구 작가의 이 만연체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고 한다.

함부로 비판했다간  몰매를 맞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하여튼 내가 좋아하는 문체는 아니지만 이야기는 재밌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독특했다.

우리나라 여성 소설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못 했지만

내가 아는 소설가 중에서는 단연 독특하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이다.

다음이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또 하나 이 책의 주인공 조각에 대한 연민이다.

파과 같은 그 가여운 여인에 대한 애처로움이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조각은 65세, 여자 킬러다.

이 설정부터가 심상치 않다.

여자 킬러까지는 그닥 독특하지 않은데 나이에서 깜짝 놀랐다.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초반 방역을 한다고 해서 액면 그대로 방역업자인 줄 알았다.

몇 장 넘기고 첫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방역 대상이 쥐나 바퀴벌레가 아니라 인간이란 걸 알게 되었다.

 

65세의 여자 킬러가 살아가는 이야기는

영화 " 레옹"을 보는 것처럼 흥민진진했다.

레옹에 마틸다가 있는 것처럼

이 책에도 조각이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메마른 겨울 나무처럼 살아가는 조각에게 두 번의 사랑이 찾아오는데

두 번 째 찾아온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전투를 치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많이 잔인하지만서도.

영화 " 암살 "에서 배우 전지현이 웨딩 드레스를 입고 총격전을 하는 것만큼 긴장감과 비장미가 넘친다.

 

킬러에게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머어마한 약점이다.

자칫하면 그걸 빌미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찾아온 사랑을 거부하지 못한 조각.

그녀가 가엽기도 하지만 멋지기도 하다.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깐 말이다.

 

책을 보는 내내

'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듯한데'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한데 말하니

" 누가 할머니가 킬러로 나오는 영화를 보겠냐?" 고 시큰둥 대답한다.

정말 그런가!

파과처럼 된 할머니가 킬러로 등장하는 영화는 대중한테 외면당할까?

 

그렇담 구 작가는 대단한 이야기꾼인 듯하다.

할머니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펼치다니  말이다.

구 작가의 다른 책도 구미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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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0-03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과... 에 그런 뜻이 있군요. 종교어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수퍼남매맘 2015-10-05 16:21   좋아요 0 | URL
이중적인 의미가 있더라고요.
그쵸? 저도 첨엔 불교옹어인가 싶었어요.
 
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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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조금이라도 써 본 사람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을 테다.
나도 요즘 들어 글을 잘 써보고 싶어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작가가 될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과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알라딘에는 글쓰기 고수가 참 많다고 생각한다.
책을 낸 저자도 여러분 계신 걸로 알고 있다.
그 분들 모두 글을 잘 쓰지만 유독 눈길이 가는 분이 바로 마태우스 님이었다.
그 이유는 마태우스 님 글은 쉽고, 유머가 있고, 사회비판적이었다.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서재에 방문하니 대문에 커다란 백마가 있는데 멋져 보였다.
어쩐지 역동성이 느껴졌다.
게다가 기생충을 연구하는 현직 교수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쓰는 걸 보고 놀랐다.
리뷰 쓰는 기생충 박사라!
참 특이한 이력이다 싶어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그러다
마태우스 님이 올린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죄송하지만-
정말 깜짝 놀랐다.
(마태우스 님이 책에서 솔직하게 쓰라고 해서 솔직하게 쓴다)
' 와! 못 생겼다. 어쩜 눈이 저렇게 작을 수가 있지? 에궁 크면서 많이 속상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놀람은 잠시였고, 
글을 보고 점점 그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역시 얼굴에 대한 평가는 잠깐이고 글발이 마음에 오래 가는 듯하다.
그런 마태우스 님 즉 서민 교수가 글쓰기 책을 냈단다.
궁금했다.
 
책제목도 "서민적 글쓰기" 란다.
이 책은 저자만의 글쓰기 지옥훈련 비법과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글을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솔직함이다. 간결함이다. 꾸준함이다. 비유하기다. 돌려까기다. 웃기기다. 정확함이다. 삐딱함이다." 
그 특징이 바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었고
그 비법을 알고 싶어 저자의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저자도 처음부터 글을 잘 썼던 것은 아니란다.
유머도 수없이 연습해서 얻어진 결과라고 하니
유머도 연습하면 나아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머가 많이 약한데...
결국 지금의 서민적 글쓰기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지옥훈련을 통해 이뤄진 거란다.
 
저자의 이력은 아까도 말했지만 평범하지 않다.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죽어라 공부해서 의대에 들어갔고
기생충 박사가 되었고
글을 잘 쓰고 싶어 블로그 운영을 하다
출판사 제의를 받아 책을 내게 되고, 신문사 칼럼도 쓰고, 급기야 TV 프로그램 고정 출연도 하게 된다.
공중파에 나왔을 땐 우리 가족 모두 가족이 나온 것처럼 환호했었다.
외모 때문에 땅만 보고 걷던 아이가
완전 180도 탈바꿈 하여
세상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게 된 것은 다 글쓰기 덕분이라고 한다.
저자는 글쓰기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하였다. 자신의 경우처럼 말이다.
게다가 어여쁜 아내도 맞이하게 된 것도 모두 글발 때문이란다.
나도 울 반 아이들한테 세 가지 발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 얘들아, 사람은 말이야~ 미소발, 말발, 글발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글발이야" 라고 말이다.
 
 "마태우스" 라는 닉네임의 기원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궁금하긴 한데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혼자 물어보는 것은 너무 쌩뚱 맞아 그냥 묻어둔 질문이었다. 
마태우스는 독일 축구 선수 이름인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마침내 태어난 우리 스타" 라는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알라딘의 스타이시니 이름값대로 되신 듯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자주 웃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자학적 개그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못 생겼다고 여러 번 밝히시는 바람에 안 웃을 수가 없다.
얼굴 때문에 생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슬픈데 웃긴다는 게 이런 것일 듯하다.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땅만 보고 걸었다거나
뭐하나 잘하는 게 없고 게다가 못생겨서 초등학교 때 외롭게 지냈다거나
선 본 여자가 얼굴 보고 경악하여 빨리 자리를 떠났다는 이야기  등
모두 슬픈데 웃겼다. 
그때는 너무 속 상했을 것 같다. 
저자는 이제 당당히 자신을 못 생겼다고 말한다.
책도 여러 번 말아먹었고, 그 당시 스스로 글을 너무 못 썼다고 말한다. 
그걸 가지고 유머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당당히 남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그게 컴플렉스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컴플렉스가 있었기에 저자는 겸손하고
그걸 극복했기에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솔직한 이야기와 자기 비하로 시종일관 웃게 되고,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저자가 컴플렉스를 극복한 이야기와 10년 동안 글을 잘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위로와 희망을 준다.
역시 노력 없이 저절로 되는 일은 없는가 보다.
나도 알라딘에 둥지를 튼 지 6년이 되어간다.
10년이 되면 나도 저자처럼 쓸 수 있겠지 하는 소망을 가져 보게 된다.
소망만 가져서는 안 되겠지.
저자가 알려준 노하우를 하나라도 꾸준히 실천해야겠다 결심해 본다. 
다른 건 몰라도 솔직함과 꾸준함은 자신있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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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9-2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마태우스님 많이 잘생겨 지셨어요~~~ 눈은 어찌할 수없지만^^
이제 동안으로 우뚝 서실듯요.
내년엔 책을 세권 낸다고 하시니^~~~

수퍼남매맘 2015-09-29 19:52   좋아요 0 | URL
지금은 그 얼굴이 아주 친근하게 생각됩니다.
외모는 진짜 잠깐인 듯합니다.
오래 남는 것은 바로 인성이지요.
와우! 3권이나 집필하시려면 정말 힘드시겠네요. 기대가 됩니다.

2015-10-01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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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무새 죽이기.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이 책은 불편하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에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편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인간적이라고 욕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런 적이  없을까? 한번쯤 있을 거다. 별로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누군가가 그 문제에 대해 마음을 후벼파고 진실을 고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책은 어린아이인 스카웃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스카웃이 바라본 세상은 별로 자비롭거나 평화롭지 못하다. 책 내용 중에 톰 로빈슨이란 흑인이 재판을 받는 내용이 나온다. 로빈슨이 항상 다니던 길 주변에 있는 유얼 가의 집 딸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유얼 가는 메이콤 동네에서 잘 알려진  파탄난 가문이었지만 그들은 백인이었기에 법정은 유얼 가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명백한 증거도 없고 증언과 증언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로빈슨은 유죄 판결을 받는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심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모두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스카웃의 오빠 젬은 판결 결과를 듣고 크게 실망한다. 아무 증거도 없는데 왜 로빈슨이 감옥에 가야하냐고, 사람들은 정말 진실을 못보는 거냐고, 너무너무 슬프다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그들이 오래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한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정말 그가 잘못한 것인지 단지 흑인라는 것으로 유죄판결을 받아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생각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고작 그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애티커스 핀치 라는 한사람으로 인해 그 재판에 대해 골똘히 고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나같은 사람 말이다.


그 당시엔 흑인들은 진정 자유롭지 못했다. 자유를 가지고 있으나 차별 받았고 무시당했고 굽히고 들어가야 했다.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재판만 받으면 순식간에 유죄 판결이 나곤 했다. 왜냐고? 그들은 흑인이니까. 그 이유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일상속에서 차별을 하며 살고있다. 나는 차별이 영원히 사라질수는 없다고 본다. 인간사회 속에는 언제나 무시 당하는 약자가 존재했었고 그들을 보살펴주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런 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사람이 애티커스 핀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행동으로 우리는 평등에 한발짝 다가설수 있다. 누구든 할수 있지만  감히 못하는 일. 그 일을 애티커스 핀치가 해냈다. 차별과 무시, 무관심이 판치는 세상속에서 난 차별받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깜둥이 연인이라고 놀림 받고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는가?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러나 한번 첫 발을 내딛고 나면 그다음 부터는 느리지만 천천히 변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일이 그렇다. 글을 쓰기 전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이렇게 해야 문장이 잘나올까 어떻게 하면 내 글의 주제가 잘보일까 고민한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우선 연필을 잡아보자. 그리고 써내려 가며 생각하는 거다. 써내려 가면서 글의 흐름이 정해지고 여러 생각도 풍부해 진다.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시작한 것은 쉽다.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변호사가 평등과 정의의 첫발을 띤 것 같다.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심각성을 깨닫게 하며 반성시키는 것부터 말이다. 이일은 정말 힘들다. 그 당시 사회로 봐서 흑인에 대한 반발이 심했는데, 흑인 편을 들고 세상을 등지고 서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자신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짓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꿔보고자 그것을 시도했다. 나는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백번 옳다고 믿는다. 지금 하는 날갯짓이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저 쪽 어딘가에서 큰 태풍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애티커스 핀치가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심각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메이콤의 인종차별은 좀 사그라들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우리도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 보겠지. 대부분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나처럼 불편할 것이다.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시고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 아직 우리의 양심이 잘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 느낌을 잊어서는 안된다. 애티커스 핀치처럼 정의로운 세상으로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각자 우리의 자리에서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 할수 있는 것들이 있다. 유창한 것이 아니라도 말이다. 예를 들면 나처럼 이런 좋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쓰고 친구에게 알려준다던지, 학교에서 차별이 일어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차별 받는 아이 편에 서주는 행동 말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앞장서서 피해 입은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 세상을 지금 당장 뒤집는 게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사람, 그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소망하는 사람, 거창한 말뿐이 아니라 소소한 것에도 실천하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중2 딸이 쓴 리뷰를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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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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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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