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아/어린이 책들이네요. ㅎ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출판사 추천


섭섭한 젓가락
/ 강정연 동시집 / 김선배 그림 / 사계절출판사

《건방진 도도군》 《바빠 가족》 등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를 절묘하게 담아내어 크게 주목받았던 동화 작가 강정연이 첫 동시집을 냈다. 한두 쪽밖에 안 되는 짧은 시 속에 이야기들이 모여 와글와글 수다를 떠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동시집이다. 동시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특히, ‘아하!' 하고 감탄사가 비어져 나오는 마지막 연의 반전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만든다. 정말로 유쾌한 동시집이다.


-추천인:
푸른숲주니어 편집부장, 박창희








MD추천

쨍아
/ 천정철 시 / 이광익 그림 / 창비

잠자리 한 마리가 죽어 떨어졌다. 곧 개미들이 와서 죽은 잠자리를 자잘이 나누었다. 요즘 같으면 세밀화 생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쨍아>는 더없이 아름다운 그림 동시다. 1920년대에 쓰여진 이 오래된 동시(원래는 동요)에서, 개미들은 죽은 잠자리를 곱게 나누어 짊어지고 장사 지내러 떠난다. 개미의 행렬이 길어지면서 어디선가 딸랑 딸랑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 지나갔는지 이내 잦아든다. 짧은 시가 끝난 것이다. 종이 다른 생물을 고이 저승 보내는 심사는 얼마나 고운지. 또 기쁨도 슬픔도 쉽게 말하지 않는 저승길은 얼마나 속이 깊은지.

그리고 그 고운 깊이는 함께 실린 그림을 통해 더 큰 울림이 된다. 찍기 방식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어느 순간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점점이 나뉘어진 잠자리의 몸들이 무지개 색의 동그라미가 되어 온누리에 날아 퍼지는 장면에서는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차분한 색감은 시의 무게와 잘 어울리다가도 어느새 온통 흐드러져 있다.

상상력 창의력 말들이야 많지만, 글밥과 그림이 함께 이렇게 고운 상상력 보여주는 책 한 권 읽는 것만한 게 있을까. 청소년은 물론, 책과 이야기와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청소년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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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툼한 분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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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추천


나의 서양미술 순례
/ 서경식 지음 / 창비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로 시작되는 이 책에는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만한 명화들이 담겨 있거나 전문적인 미술 작품 해설이 들어 있지는 않다. 미술 감상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해왔던 저자가 처음으로 간 유럽 여행에서 미술관 등을 다니며 만난 그림들과 그 그림들을 보며 연상했던 자신의 아픈 가족사와 역사에 대한 생각, 나름의 자유로운 감상과 그림과의 대화들이 열한 편의 짧은 글들로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그 열한 편의 짧은 글들은 눈에 띌 만큼 격조 높고 아름답다. 그러므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그가 만난 그림들 때문이 아니라 그가 쓴 글들 때문이라고 말해둔다. 열한 편 모두 인상적인 글들이지만, 특히 ‘스트라스부르의 달걀’(죽은 연인들)은 꽤나 멋진 글이다.

추천의 글을 쓰면서 나의 회화 체험을 떠올려보려고 하니 중학교 때 가본 윌리엄 터너 전시회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저자 역시 첫 회화 체험은 중학교 때 가본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였다고 한다. 때는 바야흐로 전시회들이 많이 열리는 여름방학.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어느 전시회를 찾아가서 저자처럼 그림을 만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당신의 발을 붙잡는 어떤 그림을 만나 당신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든, 인간의 모습과 역사를 읽든, 삶과 죽음을 이해하든, 당신이 찾고 있던 것을 찾든,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든, 그런 뜻깊은 만남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곳에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회를 찾은 수많은 인파와 그곳의 무수한 소음 속에서도 오로지 당신에게만 말을 거는 또렷한 목소리가 들릴지도... 부디 이 책이든 전시회 그림이든 ‘뜻밖의 만남’이 당신에게 ‘뜻깊은 만남’으로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2010년 여름 무더위 한복판에서.

-추천인:
낭기열라, 강연숙








MD추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 C.S.루이스 지음 / 홍성사

고참 악마가 조카 악마에게 쓴 신랄한 편지 모음집. C.S.루이스의 냉소적인 유머가 최고로 빛나는 이 우화집에서 악마들은 인간을 어떻게 타락시킬지 늘 골몰중이다. 고참 악마가 보기에는 풋내기 악마들이 한심하다. 도박이니 탐욕 같은 단순한 방식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을 진짜로 타락시키는 방법은 '마음놓고 아무 생각 없이 교회 다니게 하기', '숭고함 자체를 숭배하게 해서 다른 것을 무시하게 만들기' 등이다. 교묘한, 얼핏 좋아보이는 것들 안에 베테랑 악마의 계략이 숨어있다. 그 함정은 실로 교묘해서 도덕과 신앙과 신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좋아 보이는 것들'이 사용된다. 오직 끝없는 자기부정과 허심탄회한 믿음만이 악마의 유혹을 피하는 좁은 길이라는 루이스의 주장은 이 책에서 웃음과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종교와는 관계없다. 끝없이 모든 사물과 그 의미를 탐색할 것. 대신에 사랑할 것이 생기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 아무것도 두려워말고 신뢰(신앙, 사랑)할 것. 그 종착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느님이나 다른 이름의 신일 수도 있고, 과학적 엄밀함일 수도 있으며, 가족의 소중함이나 강아지의 눈빛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끝없이 의심하고 관찰하는 동시에 다른 한켠에서는 사랑하는 것이다. 이 외의 모든 길에서 악마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부작용이 하나 있다. 악마는 피해야 하는데, 스크루테이프는 정말 유쾌해 보여서 한 번 만나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청소년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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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개월, 휴일을 제외하고, 청소년을 위해 나온 책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에게 권하고픈 책을 골라서 매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벤트냐구요? 네, 물론 이벤트와 연결돼 있습니다. 증정품도 괜찮습니다.;

청소년 여름방학 이벤트 가기

추천도서 리스트는 계속 추가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이벤트 페이지 한 번 오셨더라도 나중에도 또 들러 구경하시라는 의미에서요. 욕심같아서야 서재에 기다랗게 한 방에 쓰는 게 폼 나겠지만, 천천히 가도록 하겠습니다.

종종 구경오세요.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고르고 있습니다. ㅎ




출판사 추천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 로렌스 앤서니 / 뜨인돌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는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리 목숨으로도 여기지 않던 바그다드 동물원의 살아남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걸었던 한 남자의 진정한 용기와 휴머니즘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가 구한 것은 죽어가는 동물 몇 마리, 혹은 동물원 하나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The Earth)’였습니다!

-추천인:
뜨인돌 청소년 담당 이준희 팀장










MD추천

니콜라 테슬라
/ 마거릿 체니 / 양문

가장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천재 과학자. 이런 꿈을 가졌던 어린이들은 점점 현실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청소년이 된다. 심지어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조차 기발한 상상력보다는 성실한 연구자로 방향을 바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근성과 창의력이다. 실제로 온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천재 과학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 '니콜라 테슬라'라고 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려 했던 탓에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대신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업적을 이루었던 천재 과학자. 거의 환상적이기까지 한 그의 발명품들과 함께 드라마틱한 20세기 과학사를 만날 수 있다.

-청소년MD








내일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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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7-2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호! 저에게 꼭 필요한 리스트입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7-20 16:19   좋아요 0 | URL
진짜 열심히 고르겠습니다. 충성.;

한국소설MD김효선 2010-07-20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례지만 실례가 안 된다면 근성돋는다는 한 말씀 올리고 싶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7-20 16:20   좋아요 0 | URL
무쓸모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근성은 제게는 은총입니다.

그레이트데인 2010-07-21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슬라 책에 에디슨 얘기도 있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7-21 09:52   좋아요 0 | URL
큰 비중으로 다뤄져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었으니까요.
결코 과학자는 사업가를 이길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달라요 달라!



<클래식 시대를 듣다>는 기존의 클래식 교양서들과 좀 다릅니다.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 보죠. 보통 클래식 음악 입문서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열 살도 되기 전에 작곡도 하고 연주회도 했다. 대신에 죽을 때까지 철없이 살았음. 불가피했던 사치와 가난. 방탕한 천재. 저 유명한 영화 '아마데우스'. 살리에리와의 라이벌전(사실이 아님). 소크라테스만큼 유명한 악처(논란이 있음). 온갖 억측을 남긴 '레퀴엠' 작곡에 얽힌 미스테리와 진실.


네, 물론 작곡가의 삶을 알게 되면 그들이 작곡한 음악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하죠. 그런데 그 정보들의 대부분은 '사건과 실화' 류의 가십 정도에서 그칩니다. "아니 그래서 피아노 치면서 방구를 낀 거랑 그냥반 음악이 무슨 관계냐?" 인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레퀴엠 같은 경우는 모차르트의 삶을 쥐어짜낸 곡이다보니 그의 인생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정작 모차르트의 전체적인 음악관에 대해서는 '순진무구한 아름다움' 혹은 '역시 천재니까' 같은 추상적인 공감 밖에 끌어낼 수가 없어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바야흐로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지고, 귀족 계급의 시대는 저물어 시민 사회가 도래! 이때 음악가들 역시 비로소 왕족/귀족들의 예속에서 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모차르트의 바로 윗 세대인 하이든만 해도 음악 '시종'으로서 작곡의 자유는 물론이요, 대부분의 시민적 권리를 누리지 못했거든요. 모차르트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작곡자는 '윗사람'이 요구하는 음악 대신에 자신만의 음악으로 대중들을 매혹시킬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 자신의 예술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예술가이자 사업가이자 흥행사가 되어야 했으니까요.

이에 사람들(대중)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 풍부한 다성 화음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발전했습니다. 마침 그건 모차르트의 주특기였죠. 모차르트는 변화한 시대의 대중들이 요구하는 '천재 예술가' 역할을 수행했고, 그에 합당한 창작의 자유와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변화한 시대가 모차르트라는 천재와 만남으로써 비로소 고전주의 음악은 활짝 피었던 거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된, 시대와 천재의 조합에 대한 좋은 예.




결과적으로 모차르트의 정치적 아군이 된 풍운아,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이렇듯 어떤 작곡자가 뽑아낸 선율들 속에는 그 시대의 기운이 분명히 숨쉬고 있습니다. <클래식 시대를 듣다>는 명곡 속에 숨어있는 역사적이고 시대적인 배경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에피소드 위주로 접근한 기존 클래식 저작들의 틈에서 단연 군계일학인데요, 시대와 작곡가를 연결시키는 작업이 정말 중요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갑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왜 이제서야 이런 책이 나왔느냐. 음악에 시대상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어려운 책'이 되기 쉬워서 그렇습니다. 대중 교양서를 목표로 만들 때 가장 힘든 문제죠. 시대의식을 담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클래식 교양서 만들기. <클래식 시대를 듣다>는 이 어려운 과제를 잘 헤쳐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핀란드 민족 작곡가 시벨리우스 편의 시작은 짧은 발췌로 시작합니다.


가야 헐 디가 보통 먼 질이 아닌디 여그서 이러고 충그리고만 있어서야 되겄능가. 자꼬 이러면은 못쓰네, 못써. 자네 심정은 내 짐작을 허겄네만 집안 식구덜 생각도 혀야지. 자네 노친 양반께서 자네가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면 얼매나 가슴이 미어지겄능가.


읽어보신 분도 계시죠? 바로 윤흥길의 <장마>입니다. 할머니가 집에 들어온 구렁이 곁에 가서 구렁이를 타이르는(!) 장면이죠. 억울하게 죽은 젊은이가 구렁이가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안쓰러움에 구렁이에게 자꾸 말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토속적 샤머니즘을 아무렇지 않은 듯 풀어낸 명장면이에요. 시벨리우스를 <장마>로 시작하다니 괜찮지 않나요? 민족의 내면적 특성을 예술 속에 담는 이야기니까요. 이렇게 소개된 민족성-예술은 이어서 빌라 로보스, 메르세데스 소사 같은 음악가들을 통해 음악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 이후에 드디어, 시벨리우스가 등장하는 것이죠. 친절한 단계별 학습.

다른 작곡가들도 이런 친절한(?) 접근으로 이루어져요.

*차이코프스키는 허구헌날 말하는 동성애 얘기 대신에 도스토예프스키를 호출, 슬라브적인 특징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논의.
*근대 시민혁명, 프로이센, 바이마르 공화국, 제3제국으로 이어지는 독일 역사와 베토벤 음악의 궤적. 혹은 권력과 음악.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특이한 세계에 맞딱드린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 등의 서로 다른 대응과 그 음악.
*비를 맞으며 우연히 엿들은 굿거리 한 판에서 시작하는 현대 음악 이야기. 황병기, 존 케이지, 필립 글래스, 리게티..





지휘자는 권력인가? 그렇다면 그 책무는 무엇인가?
한국에 많은 팬을 거느린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지휘 포즈를 본딴 기념 구조물




<클래식 시대를 듣다>가 완벽한 책이냐 하면 물론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주 적지만, 사실관계에서도 굳이 따지자면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창작 동기가 '수면용 음악 제작'이었다는 이야기는 루머일 확률이 높습니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바흐에 올인하지 않았습니다. 힌데미트나 쇤베르크 같은 근현대 음악에 대한 고민이 (어쩌면 더) 많았죠.

그러나 이런 문제(라고 하기에도 뭣한)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합니다.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고, 거기에 답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클래식 교양서이기 때문이에요. 질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수많은 명곡을 모차르트가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모차르트는 누가 만들었는가?

모차르트 부모님(..). 부인과 가족. 신(god). 뮤즈. 이런 것들은 이제 좀 지양할 때가 되었습니다.

모차르트는 그를 품고 있던 시대가 만들었다.



이상, 이 책에 편집자 추천 마크를 단 이유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권해 드립니다.



부록.
책이 취향에 맞으실지 ox 테스트 첨부합니다.
o가 많을수록 이 책을 더 좋아하실 겁니다.

1. 저자가 활동한 오마이뉴스는 (좋은, 혹은 그래도 괜찮은 매체다/싫어한다)
2. 서문에서 저자는 후미진 지방 국도변 주유소에서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을 아름답다고 찬미한다. 이해할 수 (있다/없다)
3. 음악은 그 작곡과 연주에 있어 동시대와 역사에 대한 책무를 갖고 (있다/없다)
4. 우연히 시골 마을 한켠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굿판 소리에 한 시간이나 서서 반쯤 스러진 그 소리를 들었다. 이 오프닝은 현대음악을 설명하기 위한 시작으로 (적당하다/사족이다)


부록 2.
최근 접해본 것들 중 강추 음반들 (책과 함께 구입하시면 추가 할인혜택이 없습니다. 품절돼도 재고는 언젠가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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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6-1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과 완전 상관없는 듯한 댓글 - 아까 트위터 하는데 알라딘 트윗에서 인문MD 트윗 소개해주길래 저는 예술MD님의 트윗은 없는 거냐고 멘션 달았어요. 헤.

외국소설/예술MD 2010-06-11 17:0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아직 그게 없어서요.. 할까요? ㅎ

웽스북스 2010-06-1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예술엠디님께 이 말 하고싶어서 없는 거 알면서도 괜히 물어본거다, 에 한표. ㅋㅋㅋㅋㅋㅋㅋ

외국소설/예술MD 2010-06-12 01:38   좋아요 0 | URL
어머 부끄러워라..

치니 2010-06-13 13:23   좋아요 0 | URL
빙고! 웬디양님. ㅋㅋㅋ
만들면 일빠로 팔로잉할테야욧.
 



말없는 詩




  사진집은 왜 잘 팔리지 않을까. 직접 읽어보면 알게 된다. 브레송의 인물 사진집 <내면의 침묵>을 간단히 훑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글이 거의 없으니, 한 페이지에 한 컷 들어간 사진만 보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다. 그런데 가격은 3만 원이 넘는다. 3만 원이면 왠만한 책은 뭐든간에 살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십수 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에 그 돈을 쓸까.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옛 거장들>에 나오는 주인공은 늘 미술관의 특정 그림 앞에 앉아 있다. 그는 그 그림과 자신이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때 그림은 '멋진 물감칠' 이상의 내면적인 힘을, 하나의 음악을 드러낸다. 그 음악은 누구에게나 들리지는 않아서, 특정한 감상자와 특정한 그림 사이에만 있다. 그렇다면 특정한 그림과 수많은 감상자 사이에는 수많은 음악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그림은 작품의 종결이 아니라 2라운드의 서곡일 뿐인 것은 아닐까. 칸딘스키의 그림은 누군가에게는 바흐, 다른 누군가에게는 베베른, 베르크, 모짜르트, 아니면 르네상스 이전의 찬송가가 될 것이다. 물론 트로트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림의 노래를 들어본 적 있는 감상자는 이후로 순례자가 된다. 세상의 수많은 그림들 중 하나는 어쩌면 그/그녀에게 생의 비밀을 귀띔해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나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그 때문이다. 뭔가 느낌이 오는 그림 앞에서, 순례자는 노래를 기다려야 한다. 겉핥기 식의 전시회 감상이 부질없는 이유다. 그리고 또한 사진집을 십 분 안에 훌렁훌렁 읽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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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 음악이라면 사진은 산문시다. 사진의 이야기는 소리나지 않고 서술된다(혹은 중얼거림이다). 사진은 묘사하는 대신에 '현실을 옮겨박았'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일들은 (심지어 그게 연출일지라도) 모두 실제로 있었던 것들이어서, 감상자는 자신도 모르게 사진의 이미지 속으로 뛰어들어 피사체의 정체와 사진 속 사건의 앞뒤를 상상한다. 이때 감상자의 빛바랜 기억과 몇 개의 추억들이 사진의 이미지에 겹치면서, 사진의 이야기는 곧 감상자의 과거에 덧대어진다. 이 과정은 사적이고 내밀한 작업이다. 음악 혹은 공연이 아니라 기록이며 시 쓰기이다. 사진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는 침묵 속에서 생겨나고 계속된다.

  때문에 사진은 그림에 비해 책이라는 형식에 더 어울린다. 아니, 책이야말로 그 내밀함과 조용함을 통해 진정한 사진 전시회가 된다. 사진의 순례자는 그리하여 '이상하게 비싼 책'을 산다. 사진집들 사이를 순례한다. 순례자들은 매 페이지의 사진 하나하나가 어떤 시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본전이 아까울 리 없다. 순례는 본전 뽑자는 투자가 아니라 '마땅한 것'이다. 순례는 명상이며, 불교 말씀처럼 '모든 이미지를 거울삼아 나와 만나는 것'이다. 좋은 사진집은 도저히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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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 피아프, p.129


  에디트 피아프.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낭랑한 목소리 때문에 참새라고도 불리웠던 여자. 위대한 샹송 가수. 그녀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있다. 좁은 어깨는 마치 들려진 것 같다. 두 개의 그림자, 좌우에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가 그녀를 안에 가두고 있다. 체크무늬가 강박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또한 옳겠다. 마지막으로, 맨살을 드러낸 벽이 온 배경을 채운 채 구도상의 탈출로를 다 막아놓았다. 강박에 대해 말해야 할 때다. 그러나 에디트 피아프가 강박증에 빠진 사람이었는가? 아니다. 피아프는 평생을 걸고 사랑을 원했을 뿐이다. 그녀의 삶을 실패라고 말해야 한다면, 그녀가 사랑을 원했기 때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강박일까? 사랑이?

  강박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운명이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결과 뿐이다. 왜 운명이 강박적으로 그녀의 삶을 훼방놓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압박이 사진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그녀는 무표정하다. 그녀는 행복은커녕 불행에조차 관심이 없다. 운명을 이겨내느냐 하는 고민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볼 때가 아니면 사람들과 눈 마주치기조차 어려워하던 작은 새에게, 그런 거대한 고민은 허풍이거나 사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는 사랑을 구했고 구하지 못했다. 그것으로 그녀의 삶은 완결되었다. 계속되는 불행은 그저 끝없이 스쳐가는 바람일 뿐이었다. 사진속의 그녀는 빛이 불어오는 방향을 따라 살짝 시선을 돌렸다. 카메라 렌즈와 채 눈맞추지 못한 그 시선은, 옆에서 불어오는 빛-바람을 흘려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사진 아래에다 연필로 '그녀는 카메라 오른쪽을 바라본다.' 라고 썼다.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이 사진집의 제목은 <내면의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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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 2010-06-0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찬히 읽어보다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더니,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결국 지름신의 외침이 들리고 말았어요.ㅎ

외국소설/예술MD 2010-05-27 01:54   좋아요 0 | URL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브레송도 브레송이지만, 피아프를 좋아하시는 거군요. 그렇죠?

aida 2010-05-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프의 노래보다 브레송의 사진이 더 좋아요.ㅎ
사실 까치에서 나온 사진집이 제 수중에 있다가(그것도 따끈따끈할 때;) 사라진 아픈 기억이 있어서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거예요.ㅠ

외국소설/예술MD 2010-05-27 10:24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라진 사진집은 성불했을 겁니다. 대신 내면의 침묵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반야바라밀..

aida 2010-05-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받았는데 아직 훑어보기만 했지만 이미 완소예요.
카슨 매컬러스도 있다니.(물론 그래서 완소인 건 아니지만)
게다가 엽서도 기대이상이었어요. 실물 받아본 게 훨 좋은데요! :)

외국소설/예술MD 2010-05-31 09:25   좋아요 0 | URL
엽서를 칭찬해주시니 저는 그저 눈물 좀 닦고.. 감사합니다 T_T

곰이살고있어요 2010-06-1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크크

아 뭔가 MD님 블로그를 정기구독이라도 해야할듯해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6-16 10:20   좋아요 0 | URL
친추..아 아니고 즐겨찾는서재 등록하심 돼요.
매그넘도 그렇고, 사진 좋아하시나봐요. 사진은 정말 좋은 것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