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세번째 만남은 조현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7497











Q. 상상으로만 가능할 듯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려서 장마가 한창이면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변이나 다리 위에서 넘칠 듯이 흘러가는 물을 정신 없이 바라보곤 했습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비일상적인 사건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장르소설에서나 찾아볼 법한 코로나19 사태가 인류사에 큰 획을 긋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시기일수록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지나간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는데, 정말로 좋았다고 독자님들께 고백하고 싶은 작품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드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와 미드 <11/22/63>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 내 눈을 사로잡았던 황토빛 탁류처럼 여러분의 눈을 쏙 붙잡을 좋은 작품이지요.




Q. 장르소설을, 특히 SF를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슐라 르 귄은 그의 대표작 『어둠의 왼손』 서문에서 SF란 ‘사고 실험’이라는 통찰을 보여준 적이 있지요. ‘오늘 저녁으로 탕수욕을 시킨다면 부먹으로 먹을까 찍먹으로 먹을까’라는 소소한 고민부터 ‘지구상의 인류가 모종의 사건으로 한순간에 모두 불임이 된다면 인류 문명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라는 공상 역시 사고 실험의 일종이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사고 실험을 통해 삶을 보다 넓고 정교하게 구성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SF의 테마를 보면 지금은 상식적인 개념들, 이를테면 가족 제도나 모성애가 사라진 사회를 기술하고 있는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거나 모성애를 윤리적으로 죄악시하는 미래를 다룬 작품들이죠. 물론 이런 문제 의식 역시 사고 실험의 일종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가치관에 도전하고 우리의 상식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보게 됩니다. 심지어 SF는 그 자신의 논리적 기반이 되는 현대 물리학의 법칙마저도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모든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는 점, 이게 SF가 가진 많은 매력 중의 하나이기에 저는 SF를 사랑합니다.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장르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장르문학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진 M. 아우얼 작가의 『대지의 아이들』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3만년 전 선사시대를 살아간 크로마뇽인 소녀 에일라가 주인공이지요. 이 더운 여름, 에일라와 함께 선사시대를 체험하고 나면 코로나19와 같이 현대사의 대단한 사건 역시 인류의 역사에 있어 인간이 극복해 왔던 무수한 격변 중의 하나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즉, 에일라의 모험과 용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 행성의 연대기에 있어 인류세(人類世)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지요. 


더불어 필립 K.딕의 광기어린 세계에도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현대문학에서 발간된 필립 K.딕 전집은 그 번역의 질에 있어서나 장정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출판계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F계의 이단아와도 같은 필립 K.딕을 통해 선사시대에서의 크로마뇽인 소녀의 모험은 순식간에 수만년을 건너 뛰어 먼 미래의 인류사로 점프할 수 있지요.




















Q. 조현 작가의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현재 품절 상태인데요, 재출간 계획이 있을지요? 이 작품 외에도 핀 시리즈 이후 조현의 세계를 새롭게 여행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첫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의 재출간에 대한 질문은 처음 받았습니다. 앞으로 같은 문의를 아홉 분께 더 받는다면, 출판사에 재출간 가능성을 문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재출간을 원하신다면 forlux21@kookmin.ac.kr로 요청해 주세요. 출판사에 여러분들의 마음을 꼭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주 : eBook 으로는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706334  )


더불어 등단 이후 여러 매체에 띄엄띄엄 발표했던 ‘클라투 행성 통신’ 시리즈 단편들을 묶어 조만간  장편소설 내지 연작소설집으로 선보일 계획이니 독자님들의 응원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Q. 조현 작가와 장르의 세계를 함께 걷고 있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아까 첫번째 질문에서 고백했던 미드는 원작소설이 있답니다. 스티븐 킹의 『11/22/63』이 그것이에요. 그런데 이 황홀한 소설의 맨 마지막 대목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대사가 나옵니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조지?”“다른 생에서 당신과 알고 지냈던 사람이에요.” 잠시 후 우리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세월을 잊고 춤을 춘다. (2권, 735쪽)


그렇습니다. 그리고 독자님과 저는 다른 생에서 알고 지냈을지도 모르지요. 이 짧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독자님과 아주 작은 인연을 맺은 저는 독자님이 다른 생에서 알고 지냈던 비밀 친구이거나 서로 상처주지 않고 헤어졌기에 가끔 생각나는 연인이었거나, 혹은 당신이 몹시도 힘들어 하던 어떤 사건을 겪은 후에 조용히 당신을 위로하던 작고 다사로운 검정 고양이였을지도 모르지요. 이게 바로 장르의 힘입니다. 세상의 모든 장르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소환해 내어 그것을 접하는 잠시 그 비밀스러운 다른 생을 당신께 보여주지요. 어떻게 더 욕심을 낼 수 있을까요? 장르는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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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출간을 앞둔 김연수 작가의 작가의 말 전문을 먼저 소개합니다. | 제공 : 문학동네 출판사












작가의 말


1962년 5월, 삼수군의 협동조합에서 일하던 백석은 『아동문학』에 「나루터」라는 동시를 발표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압록강 변에서 나무를 심고 길을 닦는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사십 여 년 전 그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에 그 강을 건너가던 ‘나이 어리신 원수님’을 떠올린다. 

‘이 때 원수님은 원쑤들에 대한 증오로/그 작으나 센 주먹 굳게 쥐여지시고/그 온 핏대 높게, 뜨겁게 뛰놀며/그 가슴 속에 터지듯 불끈/맹세 하나 솟아 올랐단다—/<<빼앗긴 내 나라 다시 찾기 전에는/내 이 강을 다시 건너지 않으리라.>>

당시 북한의 문학잡지에 실린 다른 시에 비하자면 이 정도는 노골적인 찬양시가 아니”다. 하지만 1956년부터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백석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실의 수령을 호명한 시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또한 이것은 마지막 찬양시, 아니, 살아생전 그가 발표한 마지막 시가 되고 말았다. 그토록 강요받던 찬양시를 마침내 쓰는 마음과, 그뒤 삼십여 년에 걸친 기나긴 침묵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옛말과 흑백사진과 이적표현의 미로를 헤매고 다녔다.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음악을 많이 들었다. 기행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을 때마다 들은 건 연변 출신의 연주자인 김계옥이 옥류금으로 연주한 <눈이 내린다>다. 이 곡은 원래 가곡이었는데, 문경옥이 옥류금 변주곡으로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녀는 평양음악학교의 피아노 선생이었다가 해방 뒤 레닌그라드음악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작곡가로 명예로운 일생을 마쳤다. 소설 속 피아니스트 경의 모델인 이분은 1979년에 죽었다. 

또 자주 들은 노래는 일본 가수 아와야 노리코(淡谷のり子)의 <남의 마음도 몰라주고(人の気も知らないで)>다. 구혼에 실패하고 함흥에서 영어 선생으로 지내던 시절, 학생들은 종종 백석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고 했다. ‘남의 마음도 몰라주고/눈물도 감추고 웃으면서 이별할 수 있는/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눈물 마르고 몸부림치는/이 괴로운 짝사랑/남의 마음도 몰라주고/야속한 그 사람.’ 유행가 가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고, 청춘의 고뇌도 마찬가지다. 백석보다 다섯 살 많았던 아와야 노리코는 말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99년에 죽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은 저먼 브라스가 관악기로 연주한 바하의 칸타타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Jesus Bleibet Meine Freude)>이었다. 자료를 찾다가 두 장의 사진을 본 뒤로 그 선율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나는 1957년 재건 지원을 위해 함흥에 체류한 동독인 레셀이 촬영한, 폭격으로 파괴된 서호의 수도원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1932년 함경도 덕원 신학교 축제 때 관악기를 든 학생 악단을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앞의 두 곡은 백석이 들은 것이 확실하지만, 덕원의 신학교 악단이 연주하는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을 그가 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행은 1937년의 어느 여름날, 해변에 누워 이 곡을 듣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이오덕이 엮은 아름다운 시집 『일하는 아이들』은 경상북도 상주군 공검국민학교 2학년 박춘임이 쓴 「햇빛」으로 시작한다. 책에는 이 시가 1958년 12월 21일에 쓰였다고 인쇄돼 있다. 이즈음 북한의 백석은 삼수의 협동조합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의 내 나이와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기행에게는 덕원신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삼수로 쫓겨간 늙은 기행에게는 상주의 초등학생이 쓴 동시를 읽게 했을 뿐. 그러므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은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나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된 그를 본다.

마지막으로, 나의 어머니와, 그분이 살아오신 한 시대에 이 소설을 드리고 싶다.




2020년 여름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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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열 명의 작가를 모셨습니다. 날카롭고 새로운 소설 <음복>으로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한 이후 작품집 <화이트 호스>를 발표하는 강화길 작가의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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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 이후 첫 작품집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음복」 공개 이후 독자의 반응, 주변의 반응을 많이 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나온 이후, 행사를 하면서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뵈었을 거예요.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아쉽게도 행사는 잠정적으로 미뤄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을 받는 일은 없었어요. 하지만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충분히 후기를 접하고 있고, 제 인스타에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음복」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저 역시 많이 ‘읽고’ 있습니다. 모두들 감사드려요. :) 


 

Q. 「음복」의 공간은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지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부 인물만 각자 자기 배역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네. 사실 말씀해주신 그 부분이 소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누군가는 알고, 누군가는 모르는 어떤 상황. 그 풍경들.


 

Q. 전작 『다른 사람』의 '가스라이팅'을 하는 목소리라든지, 『화이트 호스』의 혼란스러움을 묘사하는 순간들,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는 순간 강화길 작가의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리듬감을 좋아합니다. 이 순간들을 쓰는 입장에서도 몰입해서 쓰시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요.

 

몰입하지 않으면 소설을 진행하지 못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래서 화자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하지만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쓰는 내내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가원」의 “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밥값 못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가혹함을 보며 자연스럽지 않게, 연극을 하며, 안간힘을 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가 서로에게 가혹해지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연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어요.


「가원」은 제가 쓴 소설 중에 가장 사랑이 넘치는 소설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비정한 소설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족의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우애가 깊은 순간도 있고, 가장 미운 순간도 있고, 그래서 더 요구하고 실망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사랑하지만 같이 있을 수 없는. 그러나 최후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그런 관계.  

 


Q. 강화길 작가의 『화이트 호스』를 읽은 후 독자가 함께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함께 오래오래’ 읽고 싶은 작품을 혹시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를 좋아합니다. 이 역시 가족 이야기입니다. 역사의 흐름에 휩쓸린 자매가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러나 이해하고 아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책을 덮은 순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에요.  

















Q. 악스트에서 최은미 작가와 나누신 말씀 중 ‘작가가 되고 어딘가에 갇히는 기분을 더 자주 느끼는 것 같다’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화이트 호스」 속 “문학은 삶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문장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작가가 되어 기쁘다고 생각하시는 순간을 혹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소설을 쓰면서 제가 이전보다 좀 나아졌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전의 저는 매우 미숙한 사람이었고,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쓰다보면 어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이야기로 정돈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을 계속 겪으면서 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소설을 쓰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더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하고, 그 마음이 좋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진다는 것, 저는 그것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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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in2402 2020-06-18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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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두번째 만남은 듀나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러 가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6296






Q. 상상으로만 가능할 듯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는 게 제 일 중 하나인데, 개봉 영화들이 갑자기 줄어서 리듬이 바뀌었습니다. 요새는 옛날 영화들, 주로 20년대 무성영화와 50년대 저예산 SF 영화들을 보고 있어요. 포켓몬고 산책도 짧아졌는데, 다행히도 요샌 설정이 바뀌어서 짧은 외출로도 이전에 했던 일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선물 20개 한도는 다시 10개로 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장르 소설을, 특히 SF를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답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관심 분야라도 할 수 없다면 못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전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리뷰도 많이 하지만 절대로 만들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SF 소설은 쓸 수 있지요. 


왜 장르소설을 읽느냐. 음, 어느 정도는 일 때문에 읽지요. 장르 흐름을 따라야 하고 같은 언어권의 동료들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좋아해서, 경험이 쌓였고 관습을 알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아서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답은 장르소설만 읽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르소설을 쓴다고 장르소설만 읽으면 좀 위험하기도 해요. 장르의 사고방식에 갇히게 되니까요.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장르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장르문학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너무 많은데요. 지금은 N. 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3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Q. 듀나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작가의 소설 중 특히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말씀 듣고 싶습니다. 


아, 전 캐릭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작업을 합니다. 이야기와 세계가 먼저이고, 캐릭터는 그 둘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예요. 캐릭터에게 어떤 매력을 의도적으로 주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그런 게 있다면 제 의도는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보니 생긴 것이겠지요. 제가 해준 게 없어요. 




Q. 듀나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고 함께 걷고 있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책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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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열 명의 작가를 모셨습니다. 아름다운 소설집 <시절과 기분>을 출간하며 봄의 독자를 찾은 김봉곤 작가의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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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설 제목이 감각적이고 정말 좋았습니다. 김봉곤 작가의 소설이 묘사하는 감정들이 주로 '시절'과 '기분'에 관련되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후반의 종로를 기억하고 있어서, 아이팟을 사용하던 그 시절의 '기분'이 많이 생각났어요.


이번 소설집에서 두 편의 오토픽션(「엔드 게임」, 「그런 생활」)을 제외하고는 10년 이상이 지난 일들을 지금의 시점에서 회상하는 이야기들이에요. 그래서인지 ‘시절’이란 말을 붙여주는 동시에 이제는 희미해진 감정을 ‘기분’이라는 단어로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감정은 좀더 강렬하고 진한 것, 기분은 조금 옅고 희미한 것들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2008년에 상경을 해서인지 그때의 종로 일대가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어쩌면 저희도 단성사, 중앙시네마, 카페 뎀셀, 장교빌딩 앞에서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네요!




Q. <시절과 기분>의 '내가 선명해지는 동시에 내가 사라지는 기분은 아주 근사했다'라는 문장은 오래 이야기하게 될 '기분'일 듯합니다. 이번 소설집에서 특히 독자가 눈여겨 봐주셨으면 하는 문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런 생활」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있고, 말해도 좋을 공간으로 소설 외의 것을 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는 부분이에요. 덧붙여 ‘소설은 언제나 산문보다 크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위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차원에서요. 그런 의미에서 소설과 소설 아닌 것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 제겐 자유와 평등으로 향하는 작업과 동일합니다.




Q. 김봉곤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가장 깊게 생각하게 되는 감정은 '사랑'인데요, <그런 생활>의 문장 '엄마도, 나도, 서로에 대해 정말로 모르는 채 사랑을 하는구나'를 보며 사람을 잘 모르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원리,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모르는 채로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여태까지의 저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난 후(혹은 파악했다고 착각한 후),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세계를 살아왔어요. 일방적으로 많은 정보의 우위를 가졌을 뿐 아니라 상대의 결점마저 감내하고 시작한다는 오만한 자세를 갖고 있었달까요. 하지만 「그런 생활」을 쓰면서 혹은 쓰려고 마음먹었을 무렵부터 ‘난 정말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계속하는 일은 멈출 수 없었고요(이 부분에서 어머니 역시 나와 같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 문장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 모르는 채로 사랑을 하는구나. 서로에 대해 다는 알지 못한 채로 그럼에도 사랑을 하는구나. 그래서-그래도 사랑을 할 수 있구나,라고요.




Q. 책을 만들며 글을 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편집자로서 작업하신 책 중 특히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작업한 책인 김금희 작가님의 『사랑 밖의 모든 말들』입니다. 이 책은 2016년 겨울, 『너무 한낮의 연애』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제가 사회를 보면서 시작되었어요. “봉곤의 첫 책임편집이 내 첫 에세이면 좋겠다!” 그후 작가님께서 슈퍼스타가 되면서…… 이제야 선을 보이게 됐지만 말이에요.(웃음) 그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전 인턴사원이었는데, 이 책이 입고되던 날 첫 승진을 해서 아주 길고 긴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은 기분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도 한 시절의 끝과 시작을 함께할 책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Q. 앞으로 김봉곤 작가를 즐겨 읽는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가 궁금합니다.


역시 제일 어려운 질문이 마지막에 숨어 있었네요! 매번 쫓기듯 마감에 맞추어 글을 써왔기에 그런 생각을 해볼 경험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오로지 저를 위해서 글을 쓰기에 독자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딱 한 번만 염치없이 말해보자면, 바로 이것입니다. ‘내 삶과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도와준 작가.’ 욕심인 동시에 나침반으로, 앞으로는 이 문장을 꼭 쥐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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