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과학이 합체했는데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뭐 그런 게 다 있냐구요? 네 있습니다.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MD추천


 
감염지도
/ 스티븐 존슨 지음 / 김명남 옮김 / 김영사


  19세기말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인구밀도가 중세 시절보다 더욱 조밀해진 대도시에서 전염병은 훨씬 치명적이었다. 사람들은 속절없이 쪼그라진 시체로 변했다. 런던을 벗어날 수 없는 자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어디로 가야 안전한가? 콜레라의 감염 경로는 무엇인가?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속수무책인 가운데 전염병은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소호 인근까지 번지고, 런던은 도시 성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여지껏 알려지지 않았던 콜레라의 특성을 알아내야만 비극을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곧 누군가가 지옥 한가운데를 헤치며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세계 최초의 감염 지도를 작성한 두 사람, 존 스노 박사와 헨리 화이트헤드 목사가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전염 속도가 너무 빨랐다...

  <감염지도>는 논픽션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뽐낸다. 이 책을 역사물로 보자면 세기말 런던의 음습한 풍경과 생활상, 사회 구조의 부조리함, 시시각각 사람들을 조여드는 콜레라의 공포, 절망 속에서 콜레라에 맞서는 민중들의 어두운 표정, 온갖 루머와 미신들, 그리고 자신들의 용기와 지혜를 최대로 끌어올린 작은 영웅들이 있다.

  이 책을 과학물로 보자면, 콜레라가 나쁜 공기로 인해 전염된다는 이론을 뒤엎기 위한 격렬한 논쟁(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도 나온다), 감염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제작된 세계 최초의 '감염 지도', 미신과 우연 속에서 찾아낸 과학적 발견, 그리고 질병이 진출하는 방식과 대도시 생성 과정간의 연결점을 파악함으로써 사회학-과학간의 통섭이 일어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사회학과 생물학, 환경학, 도시공학, 행정학까지 총동원된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그렇다면 <감염지도>는 어려운 책 아닐까. 그렇지 않다. 마치 스릴러처럼 진행되는 급박한 줄거리는 왠만한 팩션들보다 흡입력 있으며, 과학적 현상에 대한 저자의 해설도 친절하다. 청소년들은 즐겁게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지식들과 그 지식들이 엮여 만들어내는 지혜, 그리고 그 모두를 포함한 용기까지.

  아무래도 이 책은 그냥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해야겠다.



-청소년MD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da 2010-07-2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흥미 돋아요.
그나저나 일단 보관함에 들어가는 책이 올 때마다 늘어나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7-29 20:07   좋아요 0 | URL
보관함에만 넣어주셔도 보람이 삼백 퍼센트입니다. 감사합니다 T_T

카방글 2010-07-3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흥미로운 주제군요. 좀비물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저도 모 님의 보관함에 저장해둬야겠어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8-02 16:05   좋아요 0 | URL
언데드 크리쳐들 중에는 유럽의 대재앙들에서 빌어온 이미지들이 많죠. 전염병도 당연 포함되구요. 좀비에 대한 문화사도 흥미롭게 첨부할 수 있을 겁니다. ㅎ
 

쉽고 슬프고 따뜻하고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적합한' SF 한 권.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MD추천


플랫랜드 / 에드윈 애벗 지음 / 윤태일 옮김 / 늘봄


세상 어딘가에는 2차원 나라가 있다고 한다. 거기서는 평평한 물체들과 평평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책의 전반부는 입체라는 개념이 없는 '평평한 세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각형의 형태와 그 넓이로 사람들의 계급이 드러나는 작은 왕국. 우스꽝스러운 2차원 세계 전용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제외하면 그곳은 지구 같다. 페미니즘 문제와 실패한 노동자 혁명, 그리고 제정일치 사회의 음모까지. 책이 쓰여진 1800년대의 영국,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계급주의와 허례허식이 신랄하게 파헤쳐진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2부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학자 '정사각형'씨는 어느날 초현실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떤 도형이 이해할 수 없는 모양으로 순식간에 변신을 계속하는 장면이었다. 충격에 빠진 그에게 그 초현실 존재는 3차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체 물체가 평평한 세계를 통과하면서, 2차원에서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 변화처럼 보였던 것이다. 정사각형 씨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3차원이라니 지나치게 황당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1999년의 마지막 날, 결국 그는 차원간 여행에 뛰어들고 말았다. 0차원부터 3차원까지의 여행, 그리고 4, 5, 6차원에 대한 예감까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플랫랜드>는 이미 영미권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책이다. 세계 최초의 수학적 SF이면서 흥미로운 풍자 우화이기도 하다.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해설을 통해 다차원(특히 4차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인간 사회에 대한 고발, 그리고 그런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는 인간 양심에 대한 긍정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어른들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다.

-청소년MD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10-07-2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이거 이거!

외국소설/예술MD 2010-07-28 17:35   좋아요 0 | URL
괜찮은 책이죠? ㅎ.. 판본이 두 가지인데, 번역이 더 친절한 쪽으로 골랐습니다. 이 버전이 존대를 하고 있어서 비장한 맛이 덜하지만, 그거 빼고는 읽기에 더 수월한 것 같아요. 하이드님은 아시겠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다른 번역본의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입니다.

카방글 2010-07-3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학은 수능 때 찍을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수학 몰라도 상관없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8-02 16:06   좋아요 0 | URL
외국에 보면 초등학생들도 읽는다고 합니다. 아, 이거 더 두려운 얘기인가;
걱정말고 읽으셔도 될 수준이에요.
 

무겁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역사책 두 권입니다.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출판사 추천


그들의 새마을 운동 / 김영미 지음 / 푸른역사


역사학자 김영미씨가 10년에 걸쳐 새마을운동의 과거를 캤다. 제목만으로도 골치 아플 것 같은 이 책은 놀랍게도 옆집 할아버지께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재밌다는 데 큰 반전이 있다. 새마을운동을 민중들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한 역사서로, 당시 사람들을 만나 육성을 녹음하고 꼼꼼히 정리한 노력이 돋보인다. 입말을 그대로 살린 책 부분 부분을 읽다보면 우리 근대화의 한 토막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장들 움직임이 있어왔다”는 주장은 교과서 밖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추천인:
한국일보 편집부 기자, 정지연








MD추천


팔레스타인 / 조 사코 글, 그림 /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개인적으로 역사의 교훈을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는 사회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된다.'

이번 책은 만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두 만화 부류, 즉 학습 만화 혹은 코믹스 계열의 엔터테인먼트 만화와는 아예 다른 세계다. 이 책이 만화책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문장으로 표현하기보다 '표정과 몸짓'으로 단번에 충격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재미와 즐거움 같은 것들은 이 책에 없다. 더 정밀한 고통과 격렬한 슬픔이 있을 뿐이다. 감동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답이 없는' 슬픔들만이 가득하다.

그럼 왜 이런 책을 읽을까? 그 고통이 지구 어딘가에서 실제로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단지 인종과 사는 지역 때문에 죽임당하는 일들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사람 대접은 커녕 부당한 이유로 사람을 쉽게 죽여버리는 사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부당한 것들에 항의하고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애쓰기.

그렇게 애쓰지 않으면 지금의 저 슬픔이 또다른 누군가의 미래가,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나치의 폭압에 수없이 눈물 흘렸던 유대인들이 이제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머리 위로 뜨거운 화염탄을 쏟아붓는 것처럼. 그러니 미래를 희망하기 위해서는 슬픔을 기억해야만 하고, 슬픔을 기억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읽을 필요가 있다. 머리보다 마음에 남는 뜨거움을.

청소년 여러분들은 이 책을 읽을 때 정신 똑바로 차려주기 바란다. <팔레스타인>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여러분은 역사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어쩌면 유일한 주제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M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물 하나와 SF/판타지 하나. 공통점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출판사 추천


100℃
/ 최규석 글, 그림 / 창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만화가 최규석이 1987년 6월민주항쟁을 생생하게 극화한 만화. 지금의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는 것을 잊지 말 것을 주문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뜨겁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특유의 촌철살인 유머로 풀어낸 부록도 놓칠 수 없다.


-추천인:
창비 청소년 편집자, 이하나








MD추천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지음 /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엄마들의 염원인 창의력 대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방법 중 하나는 '이야기'를 통한 것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힌 채 있을법한 내용이 탄생하려면, 심지어 그게 재밌으려면 풍부한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에게도 강한 자극을 준다. 창의력 대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다. 생각할 꺼리까지 준다면 금상첨화다.

기발하고, 재미있고, 마음에 남는 것도 있는 이야기.

<나는 전설이다>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그러나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백 배쯤 낫다) 리처드 매드슨의 또다른 대표작인 <줄어드는 남자>를 추천한다. 그야말로 몸이 매일 조금씩 줄어드는 남자가 계속 줄어들면서 겪는 일들이다. 설정은 그것 뿐이다. 황당할 정도로 간단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이 중편소설은, 그러나 엄청 재미있고 슬프다. 점점 작아지면서 세상의 수많은 작은 생물들과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게 되는 남자의 서바이벌 이야기이며, 작아진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세계로부터 자연스럽게 버려지는 자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부터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까? 교과서는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왜 고독해지는 것일까. 왜 아무도 작아진 그를 존중해주지 않을까. 주인공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매우 위험한 거미도 바퀴벌레도 아닌, 홀로 잠드는 날들의 고독이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안에는 다른 유명 단편들도 수록되어 있다. 특히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이나 '결투'는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TV 외화 시리즈인 <환상특급>을 기억하는 아빠 엄마라면 자녀 핑계 대면서 한번 읽어 보심이 좋겠다. 참 재미있다.


-청소년M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출판사 추천


기후변화, 지구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 / 디냐르 고드레지 지음 / 황성원 옮김 / 이후

2010년 대한민국에서 ‘녹색’은 뜨거운 감자다. 녹색 성장, 녹색 사업, 녹색 에너지라 홍보되는 원자력발전까지… ‘녹색’의 옷만 입은 채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녹색기업가주의’는 이미 신흥 종교에 가까워져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빚어지는 일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야생동물에게, 그리고 지구 자체에 기후변화가 끼치는 영향을 밝히고 기업과 정치권의 이해타산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이 책만큼 명확한 답을 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아주 특별한 상식 NN> 시리즈 열 권 가운데 네 번째 책이다.


-추천인:
도서출판 이후 편집장, 김은주








MD추천

어머니
/ 윤주영 사진집 / 눈빛

이 책은 무척 단순하다. 간결한 구도에 적절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좋은 타이밍에 다걸기하는 언론사 출신 사진가의 손버릇이 느껴진다. 좀 더 미묘한 메시지가 있는 작업이었다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이 책에는 오로지 수많은 어머니들 뿐이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노동. 그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

이 책 속의 어머니들은 거의 웃지 않는다. 일이 고되니 웃음이 나오기 쉽지 않다. 아마 이 중에 많은 분들은 말재간 역시 별로 없었을 것이다. 살가운 소리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란다. 그러나 웃음이 쏙 들어가게 만드는 노동과 그 댓가가 없이는 아이들은 자라지 못한다. 이 책의 많은 어머니들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가난은 사투다. 사투란 목숨을 거는 싸움이다. 그러니 비록 상처입더라도,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부모자식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과 함께 보는 게 좋겠다. '응, 아빠의 엄마는, 그러니까 할머니는' 이라고 운을 떼 보는 게 어떨까. 단지 힘들어보이는 아줌마들을 찍어놓은 사진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노동하는 아빠 엄마의 침묵이란, 비록 미안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없이) 사랑한다고... 이 책은 정말 아무 말이 없다. 보여줄 뿐이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노동에 대해 말할 때가 온다면 나는 그 어떤 청소년용 사회과학 입문서보다도 이 책을 먼저 보여주고 싶다.


-청소년M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