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10월 다음으로 좋아하는 6월. (10월은 제일 좋아하는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달이고, 또오.. 내 생일이 있어서 좋다. 아싸~ 단순한지고~ ^^;)
6월은 그 이름부터가 싱그럽고 초록냄새가 나는 듯해서 좋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초록빛이 반짝거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6월은 다른 무엇보다도 확실한 여름의 시작!이었다. 바로 지난번 페이퍼에서 여름이 좋고 어쩌고 떠들었는데, 그 시작인 오늘부터 확실히 온몸으로 느껴버렸다.
간만에 오후에 오랫동안 차를 탈 일이 있었는데, 지하주차장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열기!!! 오존경보가 내려질 정도여서 그런지 공기도 왠지 모르게 텁텁한데다가 살갗에 닿는 햇빛의 열기가 정말 7월 중순 정도는 되는 듯. 요새 기름값도 눈물 나게 비싸고 해서 웬만하면 에어컨 안 틀고 버티려 노력했는데, 결국 30분만에 두손 들어버렸다. 흐미.. 역시 에어컨은 좋은 거시여.. 에어컨 알러지 있는 사람들 너무 불쌍해. 그런데 청소를 안 해줘서 그런지 냄새가 쪼까 났다. 쩝.

어쨌든 낮에도 그렇게 여름이 왔음을 확실히 실감했는데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중이다.
저녁이 되면서 선선한 바람도 불고 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방에 틀어박혀 방문 창문 꼬옥 닫고 노트북을 쓰는 지금, 노트북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ㅠ__ㅠ 손바닥이 화끈거려 자판을 칠 때 손목 올리고 어정쩡한 포즈로 쳐야 할 정도.
창문이라도 열면 좋으련만 바람 불어서 옆에 쌓아둔 서류들 날아갈까봐 못 열고 무식하게 참고 있다.
이놈의 노트북은 왜 이렇게 열이 많이 나는 거야! 벌써부터 이러면 한여름에 노트북 어떻게 쓰나.. 쿨러를 달아도 별 차이 없다던데.. 끙. 노트북 바꿀 때는 아직 안 됐는데 큰일이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솜이불 덮고 잤는데 하루만에 딴 나라에 온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불부터 바꿔야겠다. 에고, 귀차나라. ㅠ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aika 2004-06-0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같이 더운날 걸어서 집에 갔다는거 아닙니까?
저는 한 여름 될때까지는 따뜻한 이불 덥고 잔답니다. 왜 저녁엔 아직 춥잖아요..그리고 이불의 폭신한 느낌이 좋아서...(그렇다고 잠이 많은건 아닙니다.^^ )

마태우스 2004-06-0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은 너무 더워요. 7월부터 여름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님은 전에 더위 안타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차 타심 에어콘 트시는군요. 흐음...

starrysky 2004-06-0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왜 그러셨어요. 힘들게 일하고 집까지 걸어가시다니.. 그러다가 쓰러지시기라고 하면 어케요. ㅠㅠ
그리고 저도 어제 솜이불 안 치우고 그대로 덮고 잤어요. 자려고 하니까 또 좀 으슬으슬하더라구요. 아, 폭신한 솜이불. ^^
근데 라이카님은 잠이 없으시구나아. 좋겠다~ 저는 잠도 디게디게 많아서 맨날 구박당하는데.. ^^

starrysky 2004-06-0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아니예요. 6월부터 여름이라니까요.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
그리고 저는 더위도 즐기지만 한참 더위에 시달리고 난 후에 쐬는 짜릿한 에어컨 바람도 무지하게 좋아해요. 아, 짜릿해라~~ ^o^ 건 그렇고 어제오늘 날씨 무지 더워서 여름 초반부부터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그래도 담주 되면 기온이 조금 떨어진다니까 쬐매만 참아보시어요.. ^^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가 좋다. 이 뚱뚱하고 유쾌하게 생긴 백인 아저씨가 정말 좋다. (그렇다고 그를 '갖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니고..;;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야그)
처음 그를 알게 된 건 2~3년 전쯤 <멍청한 백인들>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백인이 스스로 자신의 종족 전체를 일컬어 '멍청한 놈들'이라고 욕하다니, 다나카 요시키의 신랄한 일본 정계 비판을 접했을 때와 같은 즐거움이 밀려왔다. 고어가 부시의 농간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때 먼 남의 나라 일이지만 참으로 안타까웠던 나는 마이클 무어의 부시 비판에 열렬히 동조했다.

얼마 후 <볼링 포 콜럼바인> 얘기를 들었고 그 과감한 기획에 혀를 내둘렀었다. 그 다큐멘터리에 상을 준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의 그의 수상소감도 그야말로 속이 시원했었고.. (부시, 정신 차리래잖아!)
그리고 이번에 칸 영화제에서 <화씨 911>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는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미국에서는 제대로 배급도 못했던 영화가 유럽땅에 가서 최고의 인정을 받았으니 마이클 무어의 팬이 아니더라도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수상 후 배급 계약이 다시 이뤄졌다고 하니 부디 멍청한 미국 정치인들이 그 영화를 보고서 느끼는 바가 좀 있어줬으면 한다.

그런 그가 6월쯤에 한국에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수상 후 몇 배 더 바빠졌으니 정말 올지는 미지수지만).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서 만나보고 싶다.

아래는 작년과 올해 필름2.0에 실린 그의 소식.


칸을 열광시킨 마이클 무어
마이클 무어 <화씨 9/11>
2004.05.28 / 주성철 기자 

마이클 무어는 부시 대통령이라는 접근할 수 없는 대상을 만나면서, 자신의 방법론을 여전히 유지하는 가운데 오히려 더욱 담백하고 성숙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작가 영화의 산실이자 당대 영화 미학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는 칸영화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부시 행정부를 공격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 Farenheit 9/11>은 올해 다른 어떤 극영화 경쟁작들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할리우드 리포터’지는 “지금껏 공개된 경쟁작들 중 15~20분에 이르는 가장 오랜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화가 끝난 뒤 마이클 무어가 레드 카펫을 밟으며 퇴장할 때는 존 레넌의 ‘이매진’이 흘러나와 영화제 기간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보통 해당 영화의 주제곡이 흘러나오는 관례와 비교해보면 사뭇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전작 <볼링 포 콜럼바인>을 통해 2002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된 적이 있는데, 당시 경쟁 부문에 다큐멘터리가 포함된 것은 자크 쿠스토와 루이 말의 <침묵의 세계> 이후 무려 45년 만의 '사건'이었다. 그런데 같은 감독의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유례없이 칸에 초청된 것이다.

<화씨 9/11>은 암전된 상태에서 9.11 테러 당시의 폭발음과 거리의 소음들,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테러가 남긴 황폐한 사회의 풍경, 늘어가는 미국의 실업률, 팔다리를 잃고 피투성이가 된 이라크인들의 모습, 테러로 부상당한 미군들의 모습, 계속 늘어만 가는 민간인 피해자들, 전쟁을 조장하는 듯한 매스미디어, 그리고 그 꼭지점에는 늘 멍청한 부시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장기는 여전해서 9.11 테러가 일어난 바로 그때, 한 유치원을 방문 중이었던 부시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동화책을 들여다보는 장면 등 시종일관 조롱과 야유를 서슴지 않고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또한 짧고 멍청하게 등장해 실소를 안겨준다. 의사당에 들어가는 의원들을 일일이 붙잡으며 "당신 아들도 이라크에 파병하도록 서명해 주시죠"라고 묻는 마이클 무어의 공격적인 모습 또한 그의 이전 다큐멘터리들과 맥락을 함께하는 부분이다.

마이클 무어 다큐의 재미는 권력자에 대한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공격에서 유래한다. <로저와 나>(1989)에서 제너럴 모터스사의 회장 로저 스미스, <빅 원>(1997)에서 나이키 회장 필 나이츠, <볼링 포 콜럼바인>(2002)에서 총기협회 회장 찰턴 헤스턴 등 마이클 무어는 쫓아다니고 거절당하고 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싸워왔다. 주류 시스템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를 받아들였고 성공만큼 비판도 많았다. '좌파 출세주의자'라는 비판에다 저명한 영화평론가 폴린 카엘도 그를 '정신 나간 선동가'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모든 영화는 선동 영화'라는 에이젠슈테인의 명제에 충실할 때 그의 다큐는 공적 매체들의 객관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쾌감을 선사한다. 더구나 9.11 사태를 암전으로 처리한 것은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 라덴이 CIA로부터 배운 전문 기술로 3천 명을 살해했다'라는 자막과 함께 9.11 사태를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로 도배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라고 하는 접근할 수 없는 대상을 만나면서, 자신의 방법론을 여전히 유지하는 가운데 오히려 더욱 담백하고 성숙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


 
들어라, 멍청한 백인들아!
양심 폭탄을 든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2003.04.05 / 김영진 편집위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발칙한 말썽꾼 이름의 기록을 남겼다. <로저와 나> <보울링 포 컬럼바인>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미합중국 대통령 부시에게 수치스럽다고 일갈하고 야유와 박수를 동시에 받았다. 그는 어디에 가나 야유와 박수를 동시에 받는다. 평생 일관해서 대기업과 정치가들을 공격하고 다니는 이 게릴라 영화감독의 삶은 행동하는 양심의 살아 있는 표본이다.

마이클 무어의 이력서. <로저와 나> <보울링 포 컬럼바인> 등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타고난 반골로서 보수적 사람들에겐 다소 ‘돌아이’로 대접받는다. 부시 집권 이후 부시의 대통령 당선이 막무가내식 개표 조작에 따른 일종의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반 부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위험 인물이다. 유엔의 코파 아난 사무총장에게 부시를 하야시키기 위한 유엔군 파병을 요청하는 공개 편지를 보낼 만큼 비상식적이고 엉뚱한 언행을 일삼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반 대기업, 친노조 성향 때문에 온전히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고 근근이 프리랜서로 먹고 살았던 전력이 있다. 생전 처음 잡은 영화 카메라로 제너럴모터스 기업의 전횡을 고발한 <로저와 나>로 삽시간에 유명 인사가 됐다. 활발한 문필 활동을 병행하며 ‘멍청한 백인들’이란 제목의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그는 멍청한 백인들로 가득 찬 미국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멍청한 백인들 위에 군림하며 대기업과 교묘하게 결탁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권력 엘리트 때문에 미국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과격한 주장을 조금이라도 더 전파하지 못해 안달하는 중년 남자다.

재미있는 영화감독, 동시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회 운동가인 무어가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탔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됐으며 미국 내 흥행에서도 좋은 반응을 일으킨 <보울링 포 컬럼바인>으로 이 괴짜 반골이 화려한 아카데미 시상식 쇼 무대에 올랐을 때 누가 다음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수상자로 마이클 무어를 호명했던 다이안 레인은 기뻐 활짝 뛰었고, 무어가 무대로 걸어나가는 동안 객석에는 기립 박수의 분위기가 일었는데 이 괴짜 인간 무어는 그 존엄한 시상식장에 화끈하게 찬물을 끼얹었다. 애초에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그는 얼떨결에 무대에 올라가 자신에게 주어진 45초의 연설 시간 동안 침묵으로 반전 메시지를 전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속사포처럼 전쟁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놓았다. “우리는 허구의 선거 결과로 가짜 대통령을 뽑았고, 그 결과 지금 허구적인 원인으로 전쟁을 벌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전쟁이 수치스럽다. 부시가 수치스럽다.” 객석에서 야유가 나왔고 무어는 연설을 계속했으며 이윽고 종결을 알리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울리자 무어는 웃으며 연설을 마쳤다. 객석의 할리우드 스타들은 당황하거나 웃거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 희대의 반골 감독을 바라보고 있었다. 멋지다. 무어!

영화감독, 사회 운동가, 싸움꾼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 'L.A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무어는 “그날의 실수는 일종의 성당 미사 참회 고백 같은 것이었다”고 시치미를 뗐다. “그날 아침 아버지와 누이와 함께 참석한 성당 아침 미사에서 들은 사제의 강론 일부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성당을 나와 푼돈을 청하는 홈리스들을 지나칠 때, 코닥 극장 주변에서 반전 시위자들이 연행되고 있는 모습을 지나칠 때도 내 머릿속은 정당방위가 아닌 한 인간을 죽이거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얼떨결에 무대에 올라 나는 결국 내 양심에 따라 말하고 말았다. 그날의 실수를 하게 해준 교황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오스카상을 받을 이들에게 충고 한마디 하겠다. 나처럼 실수하지 않으려면 교회 가는 것으로 그날 일과를 시작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이클 무어는 눙치는 데 명수다. 눙치면서 그는 사안에 단도직입 돌진해간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객관성을 신경 쓰는 신중한 접근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미국 내의 총기 사고 건수와 총기 산업 이해 관계자들간의 상관 관계를 파헤친 <보울링 포 컬럼바인>의 후반부에서 무어는 <벤허>로 유명한 전설적인 배우이자 전미라이플협회의 회장인 찰턴 헤스턴을 인터뷰하러 집요하게 시도한다. 드디어 헤스턴의 허락을 받은 무어는 예의 바르게 자신을 대하는 헤스톤과 마주 앉자마자 속사포처럼 빠른 공세적 질문을 퍼붓는다. ‘미국은 정의로운 폭력 위에 세워진 국가’라고 강변하는 헤스톤은 무어의 막무가내식 공격을 당해내지 못하고 퇴각하는 노병처럼 자기 저택으로 쫓기듯이 들어간다. 악착같이 그를 쫓아간 무어는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내민다. 엉겹결에 그 사진을 받아든 헤스톤은 총에 맞아 죽은 6살짜리 소녀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흑빛으로 바뀐다.

지난해 칸에서 <보울링 포 컬럼바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무어가 너무 한다고 생각했다. 헤스톤은 같은 영화인의 입장에서 무어의 인터뷰를 배려해준다. 무어는 그 고집불통인 노인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잽을 날리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고 바로 훅을 날려버린다. 무어의 기관총 같은 말 공세에 비틀거리며 등을 보인 노인 헤스톤에게 무어는 쫓아가 다시 한번 말의 어퍼컷 결정타를 먹인다.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미국의 총기 사고의 책임이 헤스톤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미국 사회의 엄청난 총기 폭력 사건이 시스템의 문제라고, 영화 내내 화끈하게 파헤쳤던 그 합리적인 논증의 진실을 감정적인 해소 차원에서 묻어버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칸에서도 마이클 무어는 방약무인했다. 공식 기자 회견에서 부시를 끊임없이 욕했으며 깡패처럼 칸 해변을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반바지 차림으로 어슬렁거렸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예술가라기보다는 세상의 부조리와 언제든 한 판 뜰 자세가 돼 있는 싸움꾼처럼 보였다.

<보울링 포 컬럼바인>은 마이클 무어의 공세적인 지성으로 구축된 영화다. 화면 곳곳에 깔리는 마이클 무어의 내레이션은 걸쭉한 입담으로 관객을 낄낄거리게 만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입을 다물어버리게 만드는 압도적인 박력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마이클 무어의 지성이다. 그는 게으른 저널리스트들을 비난하면서 어떤 신문 기사보다 꼼꼼하게 분석적으로 미국 총기 폭력 문화에 관한 리포트를 제출한다. 한때 전미총기협회의 평생 회원이었던 무어는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에 충격을 받고 왜 미국인들은 총에 열광하며 총기 폭력 문화를 방기하게 됐는지를 자문한다. 그가 이 영화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미국의 폭력 문화는 거대한 비즈니스의 유착 관계의 산물은 아닐까? 총기 사업자들은 대중에게 총을 팔아 돈을 벌고, 정치인들은 총기 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총기 소유 권한을 보장해주는 검은 커넥션이 미국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라고 묻는 것이다.

누구나 슈퍼마켓에서 총알을 살 수 있는 미국에선 한 해에 총기 사고로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는다. 마이클 무어는 거리에 나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권세 높고 교양 있는 사람들은 미국의 폭력 문화가 할리우드, 록 음악, 결손 가정, 경제난, 흑인 인종 문제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클 무어는 단순하게 되묻는다. 일본과 캐나다에선 할리우드영화와 록 음악을 즐기지 않는가? 그런데 왜 캐나다와 일본에선 미국만큼 총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가. 컬럼바인 사건의 배후 책임자로 비난받았던 록 가수 마릴린 맨슨은 마이클 무어에게 말한다. “나는 록 가수일 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수백 개의 폭탄을 떨어뜨리며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방송은 그런 현장을 뉴스로 보여준다. 폭력성을 부추기는 데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겠는가, 록 가수인 내가 더 크겠는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보울링 포 컬럼바인>에서 마이클 무어가 담는 것은 미국 지배층이 대중에게 부추기는 공포의 문화다. KKK단이 그랬던 것처럼 권력층은 멍청한 백인들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부추기고 대동단결해서 누군가를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선동한다. 그리고 여기에 돈의 이해 관계가 끼어든다. K마트에서 총기 사업자들이 대중에게 총을 팔아 돈을 챙길 때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가들은 총을 지닐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주며 사업가들의 돈을 챙긴다. 정치가들은 총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외치며 유권자의 표도 동시에 챙긴다. 가끔씩 웅변조의 내레이션으로 미국 사회 내의 폭력, 미국이 다른 나라에 가한 폭력의 역사를 추적해가던 무어는 자유 국가라는 명분을 걸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자본과 권력의 공통된 이해 관계의 그물을 파헤친다. 그 결과는? 해마다 영국에서 68명, 캐나다에서는 165명, 프랑스에서 255명의 총기 사상자가 나는데, 미국에서는 1,100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12명의 학생과 한 명의 선생이 동료와 제자에게 총에 맞아 한꺼번에 사살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찰톤 헤스턴 선생은 “미국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라이플을 드는 용기로 건설된 나라”라고 웅변한다. <보울링 포 컬럼바인>의 중반 장면에서 마이클 무어는 전미총기협회의 행사장에서 열변을 토하는 찰톤 헤스톤과 총기 사고 유가족들의 시위 장면을 교차해 화면에 담는다. 두 쪽의 주장은 만날 수 없다. 마이클 무어는 분개한다.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비즈니스의 검은 이해 관계를 명분으로 포장하는 엘리트를 용서할 수 없다. 해결책은 그들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찾아가는 것이다. <보울링 포 컬럼바인>의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이어진다. 찰톤 헤스톤의 대저택의 문이 열릴 때 무어는 <십계>에서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에서처럼 환희를 느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무어에게 홍해가 갈라지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어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같은 존재다. 그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짓을 끈질기게 되풀이하며 물고 늘어진다. 그런 무어를 골치 아프게 여기는 미국의 일부 계층에선 ‘무어 워치’란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이 작자를 감시하고 고발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클 무어는 지금도 활동중이다. 그는 한참 탄력이 붙은 반전 운동 대열에 동참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걸 다큐멘터리 영화로 찍고 있다. 무어는 수치심을 느낀 세상에 대해 응대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바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지식인 예술가의 사명을 그처럼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대담하게, 부지런히 해내는 영화감독도 드물다. 그의 눈에는 미국 사회에 고쳐야할 게 너무 많다. 그는 멍청한 대다수 백인들을 대신해 부지런히 미국 사회의 구멍난 곳에 회개와 공격의 못질을 해대고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 잘해 보시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4-05-3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멍청한 백인들>만 읽었구, 영화는 하나도 못봤어요. 전에 볼링 포 콜롬바인 했을 때, 술먹느라고 못본 게 안타까워요. 요즘은 비디오 빌리는 것도 왜 그렇게 귀찮은지... 그래도 그 영화는 꼭 빌려보려구 합니다. 비판도 저렇게 즐겁게 할 수 있구나, 싶어요.

Laika 2004-05-3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링 포 콜럼바인> -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공포"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답니다. <화씨 911> 빨리 보고 싶네요...

starrysky 2004-05-3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마이클 무어는 정말 유쾌한 쌈꾼이지요. ^^ 제게 저런 비판정신이 부족하기에 그 사람이 더욱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던 책이랑 영화랑 다다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라이카님. <화씨 911>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것인지가 너무 궁금해요. 화제성으로 봐서는 꼬옥 개봉할 것 같지만, 요새같이 미국 눈치 보며 설설 기는 마당에 과연.. 어떻게 뒷구멍으로라도 꼬옥 볼 거예요!!!

플레져 2004-05-3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뒷구멍 가실 때 연락 좀 주세요... ^^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마이클 무어가 숀 펜 보다도 더 멋있었죠...
암튼 추카!!

starrysky 2004-05-3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 칙칙한 시상식장에서 저 아저씨 덕분에 화사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드라니까요. 하하.
플레져님, 제가 뒷구멍 첩보를 입수하면 연락드릴 테니, 꼬옥 저랑 손잡고 구경가요~ ^^

starrysky 2004-06-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女宇님 안녕하세요. ^^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화씨 911> 뒷구멍으로 구경가기 멤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기쁩니다. 하지만 당당하게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기쁠까요.. 부디 그런 날이 오기 바랍니다. ^^

DJ뽀스 2006-06-0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의 명화로 볼링포콜롬바인을 보고 TV앞에서 기립박수를 쳤답니다. 극장에서 못 본 게 한입니다.
 

내일모레면 6월이다. 뜨아~~ (한 일도 없이 또 1년의 거진 반이 지나간 데 대한 비명성)
단순무식한 나는 몸으로 직접 느껴지는 온도보다도 달력이 한 장 넘어가며 달이 바뀔 때 더 진한 계절감을 느낀다. 3,4,5월은 봄이고 6,7,8월은 여름이고.. 하는 식으로. 그래서 내일모레부터는 바야흐로 여름인 것이다. 사실 이런 분류는 나만 하는 게 아니고 언론에서도 곧잘 한다. 오늘까지만 해도 뉴스 앵커는 "시민들은 공원에서 늦봄을 즐겼습니다" 어쩌고 했지만 당장 내일모레가 되어봐라. 금세 "초여름의 날씨가 참 따갑기도 합니다" 할 게 뻔하다.

난 추위를 무지무지 타기 때문에 겨울보다 여름이 훨씬 좋다. 겨울에는 가급적 바깥 출입도 삼간다. 겨울엔 학교도 가능하면 안 갔고, 회사도 최대한 놀 수 있는 만큼 논다. 여름휴가를 아꼈다가 겨울에 모아서 한꺼번에 겨울잠을 자는 식으로.. ^^ (난 곰이다~)

여름의 좋은 점으로는 우선 옷을 얇고 가볍게 입을 수 있다. 얇고 가벼운 옷이 어울려주는 몸매는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옷 여러 개 겹쳐 입는 걸 질색하는 나는 가벼운 티셔츠와 팔랑한 치마 하나면 오케이인 여름이 너무 좋다. 특히 여름엔 치마를 입어줘야 한다. 바지는 아무리 짧은 걸 입어도 걸리적거리는 느낌인데 반해, 바람이 잘 통하는 옷감으로 만든 시원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으면 몸에 닿는 감촉도 좋고 기분도 날아갈 듯하다. 그래서 여름 옷장에는 온통 원피스만 주루루룩. 백화점에서 올 여름에 새로 살 원피스도 몇 개 찜해뒀다. (그러나 그 전에 다이어트부터!!!)

또 하나 좋은 점은 미친 듯이 내리쬐는 태양! 이렇게 말하면 다들 '저 미친 것'이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_- 그러나 뜨거운 태양에 공기중의 수증기마저 다 날라간 듯 습도가 낮은 날(반드시 습도가 낮아야 한다. 찐득찐득한 날씨는 금물), 열기에 녹아서 약간 말캉해진 듯한 아스팔트를 밟으면서 끝없이 계속 걷는 걸 좋아한다. 선크림을 발랐어도 팔다리는 까아맣게 타들어가고 온몸의 수분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바싹 말라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까지 계속 걷는다. 그러다가 지쳐 주저앉고 싶어질 때쯤 마음에 드는 까페에 들어가서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나 아이스티 한 잔! ^^
이러고 노는 게 난 즐겁지만 다들 맛이 간 애 취급을 해서 탈이다. 그래서 은밀히 혼자 즐겨야 한다. 부디 따라하지도 마시길. 그러다 일사병 걸려도 책임 못 지니까. 이런 건 나처럼 땀도 별로 안 흘리고 여름과 친한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좋아하는 여름에도 딱 하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 그건 계절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거다. 바로 여름=공포물의 계절이라는 것. 왜 이런 바보같은 스테레오타입이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6월로 다가서면서 사방에서 또 징후가 보이고 있다. 서점에도 스티븐 킹류의 소설들이 스멀스멀 매장으로 잠입하고 있고, 초봄부터 만들기 시작한 '여름용' 공포영화들도 개봉을 기다리며 각 사이트 광고배너를 물들이고 있으며, 각 방송사들에서는 여름 특집 어쩌구 하며 작년에도 봤고 10년 전에도 봤던 몰개성 공포물 제작에 여념이 없다.

내가 그런 것들을 그냥 가벼이 웃어넘겨줄 만한 간뗑이의 소유자만 됐어도 이렇게 치를 떨지는 않을 텐데, 불행히도 그런 애들은 머리카락 끄트머리만 봐도 기절할 것 같다. 추리소설도 약간만 무서워도 못 보고 공포영화는 그 제목 보는 것마저 꺼려하며 어떤 책 안에 섬찟한 삽화라도 한 장 들어 있을라치면 그 책 자체를 내 방 근처에도 안 두는 내게, 이 여름은 참으로 헤쳐나가기 힘든 계절이다.

요즘 늘 가는 사이트 배너에 수시로 공포영화 광고가 떠서 사람을 기겁하게 만든다. 일 때문에라도 자주 가야 되는데 눈을 감고 인터넷을 할 수도 없고 너무 괴롭다. 새로고침을 누르면 다른 광고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눈을 감고서는 새로고침 버튼의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_- 그리고 잠깐 방심하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그 나쁜! 영화 광고가 번뜩이고 있고.. 아, 돌겠다아아!!! ㅠ---ㅠ (사실 지금도 그 사이트에서 도망와서 알라딘에 숨어 있는 중)

공포에서 오는 오싹함으로 더위를 이기자는 안이하고 무식한(내가 보기엔) 발상을 부디부디 집어치우고 좀더 획기적이고 신선한 더위 탈출법을 개발해주기를.. 그래서 나같은 사람들도 여름을 즐겁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 지금 떠오른 생각인데 스팸메일 퇴치 프로그램처럼 공포물 광고배너 퇴치 프로그램도 있었음 좋겠다. 누가 개발 좀 해주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4-05-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랑 반대시군요. 전 더위를 너무 타서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인데... 한국의 여름은 점점 길어지니, 전 이제 한국의 날씨에 맞지 않는 사람이 되버린 거죠. 에이, 공포물이나 잔뜩 봐야겠다^^

starrysky 2004-05-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점점 길어지나요? 전 겨울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은데.. 겨울 너무 싫어!! 전 언젠가 반드시 저어 멀리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서 살 테여요.
그리고 더위 많이 타시는 분들께는 물론 여름 그 자체가 공포이겠지요. ^^ 근데 공포물 보시는 건 좋지만 부디 그 제목이나 내용을 페이퍼에 올리지는 말아주시어요. 네? 플리이이이즈~~~!!

明卵 2004-05-3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여름을 특별히 좋아한다는 건 전혀 같지 않지만요. (습도만 낮으면 좋아해줄텐데, 하고 생각하는 사람) 그, 무시무시한 공포영화들의 무지막지한 습격!! 정말 싫습니다ㅜㅜ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가 늘면서 여름은 문자그대로 공포의 계절이 되어가고 있어요.. 한밤중에 인터넷이라도 할라치면 시퍼런 처자나 벌건 눈의 아이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니.... 느들은 예의도 모르냐!! 그런 광고는 정해진 곳에서만 했으면 좋겠어요.

starrysky 2004-05-3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명란님! 시퍼런.. ㅠㅠ 벌건.. ㅠㅠ
명란님 말씀대로 예의도 없는 것들! 아무 데서나 벌컥벌컥 등장해서 밤잠도 못 이루게 만들다닛..!
우리 같이 영화홍보사 앞에 가서 시위라도 할까요?

밀키웨이 2004-05-3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정말. 어렸을 땐 여름만 되면 해주던 납량특집 때문에 화장실 가기가 무서벘는데
이제는 여름만 되면 여기저기서 황당하게 뜨는 기괴한 사진들과 음향효과로 정말 지칩니다요!

그리고 또 하나....아줌마가 되면서 여름이 싫어졌습니다.
아니, 아줌마가 되면서부터가 아니라 살찌면서부터 여름이 싫어졌습니다...ㅠㅠ
오리털 파카로 모든 걸 커버할 수 있는 겨울이 좋다요...-_-

starrysky 2004-05-31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감하게 드러내세요 밀키님. 당당한 여자가 아름답잖아요~ ^^
저도 절대 드러낼 만한 몸매가 아니지만, 날도 덥고 불쾌지수는 치솟는데 남의 눈치 볼 것 뭐 있습니까. 훌떡훌떡 최대한 벗어던지고 뜨거운 태양을 즐겨야지요. 호호. (사실 저도 치렁한 코트 하나로 몸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겨울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소곤.)

진/우맘 2004-05-3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젼에서도 무지 무서운 공포 영화 광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 대니....
어제도 즐겁고 평안한 저녁시간에 갑자기 예진이가 기겁을 하고 내 품으로 파고들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페이스>였나? 무지 무서운 공포영화 광고를 하고 있더라구요. 에잇!!!!! 진짜 화났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 텔레비젼이라는 것을 조금만 배려해주지.

물만두 2004-05-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룸 주지 싫어하는데 그건 태양이 싫어섭니다. 무지 타거든요. 하지만 공포는 안 보면 그만 아닌가요???

Laika 2004-05-3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정말 넋놓고 있다보니 여름이군요.. 회사..집만 왔다갔다할땐 모르겠더니, 토요일 명동을 나가보니 정말 여름이더군요..^^ 전 공포물 너무 좋아한답니다. starry sky 컴퓨터에 뜰거 다 제게 forwarding 하세요...

starrysky 2004-05-3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맞아요, 애기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에 공중파에서 그런 광고를 한다는 건 애들의 인격과 정서를 무시하는 처사지요. 엄마님들도 나서서 항의해주셔야 할 듯..
물만두님. 공포물을 안 보고자 노력해도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서 팝업으로 파바바박 뜨는 애들까지 다 피하는 건 한여름날 태양빛을 피하려는 노력만큼이나 어렵다니다. 흐흑.. ㅠㅠ
라이카님. 말씀 너무너무 감사해요!! ㅠㅠ 근데 forwarding을 하려면 걔네들을 쳐다봐야 할 텐데 그러기 전에 아마 기절해서 뻗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안 보려고 애쓰면서 라이카님 컴으로 날려보낼 테니 다아 받아주셔야 해요오~~!!

mira95 2004-05-3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름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겨울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여름은 진짜루 싫어해요. 다이어트에 매일 실패중이라서 여름이면 뭘 입어야 하나 정말 매일 걱정이랍니다. 그래도 starry님은 원피스 입을 정도의 몸매는 되시나봐요... 부럽당~~ 전 치마 꿈도 안꿉니다. 여름 정말 싫어요. 하지만 공포영화랑 추리 소설은 모두모두 좋아하는데... starry님 몫까지 제가 열심히 보겠습니다. 하하~~~~

starrysky 2004-05-3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피스 입을 정도의 몸매는 되는' <- 이런 말씀 하시면 양심에 찔리다 못해 알라딘에서 탈퇴해야 하는 스타리... 크흐흑. 절대 그런 게 아니라, 한마디로 뻔뻔!하게 사는 인생이라 이거죠. ^o^
공포물을 즐기는 경지에 오르신 mira95님, 부디 제 몫까지 많이많이 보셔서 제 차례가 안 돌아오도록 해주셔요. ㅠㅠ
 

위가 아푸다.. ㅠㅠ
1년 365일 한결같은 철통 위장을 자랑하는 내가 이렇게 위가 아플 리가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남들 다 식중독 걸려도 나는 멀쩡해야 정상인데 말이다.
물론 내게도 위염이라든가 위경련 등을 앓던 야리야리 신경성 시절이 있긴 했었지만 그런 날들은 어느덧 머나먼 과거지사로 흘러가 버리고, 다시금 돌이라도 씹어 소화시킬 수 있을 듯한 청소년기 밥통이 되었었는데..

음, 돌이켜 생각해보니(바로 몇 시간 전인데 돌이켜 생각씩이나.. -_-) 엄마아빠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집안 분위기 한번 싸아~하시고... 요리조리 눈치를 살펴보니 또 두 분이 한 판 뜨신 듯. 으윽, 이럴 수가.. 미적미적 놀다가 늦게 들어올 걸. 괜히 착한 척하느라 일찍 왔네. -_-

엄마 : "저녁 먹어야지."
나 : "엄.. 배 안 고픈데.. 안 먹어도..;;"
엄마 : "뭐샤? 니가 시방 저녁을 안 먹겠단 말씀? -_-+++"
나 : "아니, 안 먹어도 되긴 하지만, 왠지 오늘 저녁만은 꼬옥 먹고 싶다구..;;;;"

그러고는 둘러앉은 저녁 식탁. 오늘따라 동생 지지배도 늦는다. 하긴 걘 저녁 식탁에 나타나는 일이 1년에 두어 번 있을까 말까지만. 엄마의 다이어트 발작이 다행히 한 풀 꺾인 뒤라 식탁에는 제법 단백질들이 즐비하다. 버뜨, 오후에 맛난 핫도그와 피자를 먹어준 관계로 전혀 배는 고프지 않고, 엄마랑 아빠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내 앞으로 반찬들 밀어주기에 바쁘시고. 아따, 분위기 끝내주네. 내가 배만 좀 고팠더라면 얼매나 좋았을까아.

엄마 : "이것도 좀 먹어. 옆동 아줌마한테 배운 대로 해본 거야. 저건 할머니가 주시더라. 이 생선도 오늘 산 건데 맛 괜찮지?"
나 : "우걱우걱. 네. 쩝쩝. 응, 그렇네. 맛있어. -_ㅜ 허억, 더 먹어야 돼? ㅠㅠ"
아빠 : "........"

결국 엄마와 아빠 둘만 저녁 식탁에 앉게 했다가는 보나마나 2차전, 3차전이 벌어질 게 뻔하므로, 착한 딸이 한 몸 희생하야 식탁머리에서 온갖 오버액션을 다 해가며 엄마 눈치 보면서 밥 한 숟가락 더 먹고, 아빠 안색 살펴가며 과일 한 조각 더 먹고 하느라 지금 이 모냥 이 꼴이 되어 헉헉거리고 있는 거다. 불쌍한 것.. 쯔쯔.

아, 근데 심각하게 아프다. 약 먹어야 되나? 활명수는 맛없는데.. ㅠ_ㅠ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aika 2004-05-2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저런저런, 두분 사이 좋아지셔서 억지로 밥 먹는 일이 없어야할텐데...소화제 없나요?

starrysky 2004-05-2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라이카님. ^^ 뛰어가서 훼스탈 2알 먹고 왔어요. 이제 괜찮아지겠죠. 글구 저희 엄마아빠는 하도 자주 투닥거리셔서 뭐 그러려니.. 저희가 알아서 기면 되요. 흐흐.

starrysky 2004-05-2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새벽별을 보며님? ^^ 이렇게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걱정해주신 것도 눈물 나게 감사하고요. ㅠㅠ 약 먹고 조금씩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새벽 두어 시까지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금식할라구..하는데 지금 배고파 죽겠어요. -o-
앞으로 자주 뵈어요~ ^^

밀키웨이 2004-05-29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까지 끼면 완전 별판이로군요 ^^
스타리님 지금도 아프시면 안되는디...

starrysky 2004-05-2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완전 별들의 고향이어요. ^-^
저 이제 하나두 안 아파요. 점심 저녁 씩씩하게 다 먹고 맥주까지 한 캔 마셨는 걸요. 크하하~ (술취한 웃음;;)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새 책이 꽤 자주, 실하게 들어오는 편이다. 이용자들이 신청하는 책들도 잘 구매해주고,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들여오는 책들도 있고..
그래서 심심할 때마다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 들어온 책'을 훑어보면서 빌려볼 책 리스트를 정리하는 게 내 취미 중 하나다. 현재 리스트에는 약 930권 정도가 올라 있는데 개중 실제 읽은 건 150권이나 될까. 읽는 속도가 새 책 들어오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리스트에 없는 책들을 많이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을 거의 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사실 이 마지막 이유가 제일 크다).
내 리스트에 올라가는 기준은 신간 안내를 보고 맘에 들었던 것들,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 제목이 왠지 맘에 들고 그럴 듯한 것(이런 경우에는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해서 내용과 서평을 확인한 후 리스트에 올릴지를 결정한다) 등이다.
오늘도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500여 권의 새 책이 들어왔고 그 중 한 30권을 리스트업했다. 그래놓고는 마치 다 읽은 것 마냥 뿌듯하다. 흐흐. 원형세포.
근데, 며칠 전에 도서관 운영방침에 대해 쓴소리를 좀 했더니 이번에는 내가 신청한 책이 하나도 안 들어왔다. 난 드디어 동네 도서관에서도 찍혔나 보다. ㅠㅠ

아래는 이번에 들어온 책들 중 내가 고른 몇 권.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의 <내가 읽은 책과 그림>
신문 서평을 읽고 꼬옥 봐야겠다고 맘 먹었던 책이다.
저자는 독일의 문학평론가로 내가 좋아하는  '독서에세이'에 분류되어 있다.

 

 




상뻬의 그림이 들어간 책을 오랜만에 본다.
한동안 열린책들에서 미친 듯이 상뻬의 책들을 쏟아냈었는데 이제 계약이 만료됐나? 이 책은 이레출판에서 나왔고, 저자는 배우이고 상뻬는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에이미 탄의 신작 <접골사의 딸>이다.
이제 에이미 탄도 인기나 지명도가 예전 같지 않은가 보다. 책이 나왔는지 어쨌는지 소리소문도 없었고 출판사도 로맨스소설 전문 출판사인 신영미디어다(물론 난 할리퀸 팬이었지만 에이미 탄과 신영미디어는 왠지 안 어울린다는 선입견이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한번 읽어나 봐야지.

 





<뷰티플 라이프> 일본에서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로 대히트를 친 내용이란다. 음, 이런 걸 읽어야 하나..싶긴 한데 서평들이 상당히 호의적이다. 기무라 타쿠야 팬들이신가?
어쨌든 호기심에 읽어보기로 했다. 번역이 김난주고 출판사가 해냄이고 표지디자인이 내 맘에 든 것도 한몫 했다.

 




세상에, <30분에 읽는 톨킨>이라니.. 아무리 요즘 세상이 '3분만에' 완성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30분에 읽는 사상가 시리즈까지 나오다니 멍~하다.
그래도 내 '무식 찰찰~'이 30분만에 '정도껏 아는 척' 수준으로까지 올라설 수 있다면 대단하지 않겠는가. 해서 얍삽한 나, 400페이지짜리 <톨킨>을 팽개치고 얼릉 이걸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와, 내가 좋아하는 역사책이다.
미시사는 아니고 인물사 쪽이지만 그래도 읽어볼 만할 듯. 게다가 마냐님의 멋진 서평도 있었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코코죠 2004-05-27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와, 그 도서관 어디에욧!

starrysky 2004-05-27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 근처 마포도서관이여요. 놀러오세요. ^^ 전 찍혀서 당분간 도서관에 변장하고 가야 하지만 오즈마님 사진을 익히 봤으니 오즈마님이 오신다면 몰래 숨어서 스토킹이라도.. 호호.

Laika 2004-05-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포도서관...거기 시설 좋던데...예전에 그동네 살았었답니다. ^^

starrysky 2004-05-2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라이카님도 이 동네 주민이셨군요. 너무 반갑네요. ^^ 저도 근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너무 번화하지도 않고 너무 한적하지도 않고 적당적당해서 좋아요. 도서관도 물론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