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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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내 기억속에는 강아지가 아닌 커다란 개가 집 마당에서 함께 살았다.  아버지가 동물을 좋아해서 큰 진돗개가 분명 있었다.  좀 더 자라 태어난 곳을 떠나오면서, 다세대주택을 거쳐 아파트에 살면서는 동물과 멀어졌다. 그래서 지금도 동물이 가까이 오면 몸이 빳빳하게 경직된다.  동물을 가까이 할 기회가 없어서인지 눈으로 감상하는 것 말고는 거부감이 있다. 물릴 것 같고 내가 다칠 것 같은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작용하나보다.

 

그런 내가 요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고양이, 강아지 사진을 자꾸 보게 되면서 '아~ 귀엽다!' '넘 예쁘다!'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고 있다.  지나다가 예쁜 강아지를 보면 한번쯤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물론 실현된 적은 없다. 주인이 근처에 있어야 하고 목에 줄이 매어져 있어야 그제서야 용기가 나기 때문이다. ㅡ.ㅡ

 

여기 이 책에 사랑스런 고양이 한마리가 등장한다.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아주 특별하고 영리한 고양이다.

사람을 잘 따르고 인간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행복해지는지를 잘 알고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고양이다.

 

어느 추운 겨울, 공공 도서관 반납함에서 밤새 추위에 떨며 생사를 오가는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아침에 도서관 사서가 반납함을 확인했을때 다행히도 고양이는 살아 있었다. 그때부터 이 도서관이 고양이의 집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 고양이에게 '듀이' 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듀이는 도서관에서 '왕'처럼 살았다. 때때로 도도하게 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친절한 왕이었다. 

 

듀이는 아이들에게서 인기를 얻었고, 그 아이들의 부모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다. 외로운 노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의 입소문이 나면서 마을은 물론이고 먼 곳에서도 듀이를 보기위해 일부러 찾아왔다. 서로 듀이를 안아보고 싶어했고, 누구나가 '내 무릎에 올랐으면...' 소망했다. 이런 유명세 덕에 도서관을 찾는 이는 점점 많아졌다.  듀이의 소문은 잡지와 라디오에도 소개되고,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는 등 여러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매스컴의 위력은 대단해서 듀이는 국제적으로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듀이는 외로운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외롭거나 우울한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찾아가 무릎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은 위로해주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어도 충분히 위로를 받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듀이를 쓰다듬으며 품에 꼭 안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그런 감동은 이제부터 나와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는 의미였다. 이런 경험과 감동을 받은 이들은 '듀이'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듀이는 도서관의 명물이었고, 마을사람들의 자랑거리 였다. 

 

고양이의 습성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듀이와 같은지 어쩐지 잘 모르지만, 듀이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소원한 관계였던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사람을 위로 하고, 웃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듀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고양이였다.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골고루 웃게 해주었다.

 

이 책에는 고양이 '듀이' 말고도 작은 시골마을 '스펜서' 에 대한 얘기와 '듀이엄마'인 저자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처음엔 듀이가 안나오는 내용은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험난하고 힘든 인생을 사는 저자가 친근한 이웃처럼 느껴졌다. 저자에게 듀이가 없었다면 그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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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전문의 김병후의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
김병후 지음 / 나무생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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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나' 그리고 '너'.

세상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모두 '너'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다.

부모, 배우자, 자식, 친구들도, 실수로 발을 밟은 처음 보는 '너'까지도 나와 잠깐이라도 관계를 맺게 되면 모두 포함 된다.

 

'나'가 아닌 '너'가 중요한 이유는 이 세상을 나 혼자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너'와의 관계가 '나'의 행복과도 밀접하게 연결 되어 있기 때문에 '너'라는 존재가 중요하다.

내가 소중하고 가치있는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너'의 말 한마디나 나를 대하는 무수히 많은 '너'의 생각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너'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는 대화나 너의 행동을 통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인가보다!' 하고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를 생각할 여유조차 벅찬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너'를 아는 것을 미룰 수는 없다. '나'는 살기 위해 '너'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지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인 너만 소중한 것은 아니다. 현대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는 관계로 묶여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를 '나'만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말 중에서-

 

1. '나'의 탄생

2. '너'의 탄생

3. 사랑

4. 분노

 

크게 위 4개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나와 너와의 관계에 대해서 조곤조곤 풀어 놓은 책이다.  저자는 정신과전문의 이기도 해서 풀어내는 과정이 조금 쉽지 않을 수 도 있다.  '편도체'니 '변연계' 공명이니 하는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용어도 심심찮게 나온다. 짤막 짤막하게 예문을 들어 놓은 곳이 참 반가웠다. ^^

 

최근에 읽은 '프레임'이라는 책이 자주 떠올랐다.  역시 "자신이 보고 있는 프레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는 '너'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너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너'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나'를 대입하고 유추해서 최대한 의도를 파악한다. 그 결론이 '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전부다. 

확신할 수 없는 '너'를 나는 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에서부터 관계는 삐걱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삐걱거림이 크고 요란할 때 '화'가 되어 나타나고 너를 향해 '분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인간관계에서의 복잡함과 난해함이 고민이어서 제목만 보고 얼른 빌려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도움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뭐 나쁘진 않았다.  이 책은 실용서 라기보다는 이론서에 가깝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을 케이스별로 Q&A 처럼 해놓을 순 없을거다.  사람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케이스가 있을테니까. 

 

오늘도 다양한 '너'와의 부대낌 속에서 살아 간다. 그 부대낌이 긍정적인 관계였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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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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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인 '노리코'는 전 남편 '고'와의 결혼생활을 '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시절이라고 표현한다. 이혼하던 순간을 정해진 형을 다 살고 출소하는 자유의 날로 표현한다.  남편과는 처음만나 연애하고 사랑해서 결혼 했지만, 결혼하고서의 생활은 사랑하나로 버티기엔 좀 힘겨운 일이었다. 

 

재벌가로 시집가서 풍족한 생활을 누렸지만, 질투심 많고 독재스러운 남편의 품에서 노리코는 행복하지 않았다.  노리코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보다는 남편에게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처음엔 결혼이 그런 건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지냈지만, 조금씩 그녀의 결혼생활을 돌아보자니 이건 '행복의 문을 연 것' 이 아니라 죗값을 치루기 위해 '형무소에서 복역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형무소가 누군가에게 죄를 지어 벌을 받는 곳이라면, 노리코가 지은 죄는 '고'를 사랑했고, 결혼전에 사람이 그립고 사는게 외로웠다는 게 죄라고 하겠다.

 

이혼하고 자유를 찾은 그녀의 행복한 외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  실컷 자고,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고, 술 마시고 싶을 때 술 마시고,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수다도 가능해지고,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쇼핑하고... 자유와 해방감을 온 몸으로 느낀다. '저 세상에 가도 이렇게 좋을 순 없을 것' 같은 행복한 생활을 한다.

 

전 남편은 '낙서'라고 폄하하며 인정해 주지 않던 그림그리는 일이 이혼한 후엔 당당하게 직업이 되어 밥벌이도 걱정없게 되었다. 직업 정도가 아니라 그녀는 꽤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 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몸과 마음에서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 홀로서기에 성공한다.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남자 친구도 몇 명 생기고, 여자친구들도 여럿 있다. 일도 자신감이 붙고 꾸준히 그녀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독신생활이 노리코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러던 어느날 이혼후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전 남편. 전 남편은 아직 노리코를 그리워하는 듯 보이고, 그녀는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또, 같은 싱글이었던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혼자사는 여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간접 경험하게 되는데...

 

 

이혼 하고난 후 자유와 해방감의 측면에서는 노리코와 같은 행복한 케이스가 있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거다. 경제적인 면도 감정적인 면에서도 후유증이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노리코의 경우 꽉 조이는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숨막히는 결혼생활이었기 때문에, 이혼후의 달콤함이 더 컸을 것이다. 또 그녀는 홀로설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결 더 해피엔딩이지 않았을까.

 

이 책을 보며 좋았던 점은 노리코가 누리던 자유스러움이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해서 노리코에 나를 대입시키며 후련하고 속 시원함을 간접경험 할 수 있었다는 측면이다.

 

결혼이 가져다주는 장.단점은 구체적으로, 또 케이스별로 더하고 빼고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장점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간접체험에 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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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ing0404 2012-06-0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나니 딸기를 으깨며란 책 한권을 후딱 읽은듯.....

내사랑주연 2012-06-20 18:2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책을 읽으며 얻는 즐거움은 저마다 다를테니 직접 읽어 보기를 권함... ㅎㅎㅎ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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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첫 머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나이 마흔이 되면 고상해지고, 마음이 넓어져 다른이들에게도 관대해지고, 무엇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될거라고 기대했단다. 그러나 정작 마흔이 되고 보니 꼭 그렇지도 않더란다. 여전히 싱거운 농담을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며, 쉽게 발끈하는 성격까지 예전모습에서 달라진게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는데 요즘 내가 하는 고민과 맞닥뜨려져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었다.  "맞아. 맞아" 나 역시 그렇다. 나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초라하고 작은 모습에서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 마음이 큰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나이들면 지혜로운 여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전히 실수 하고, 모르는거 투성이고, 갈수록 쪼잔해지는 마음까지 마음에 안 드는거 투성이다. 어쩔땐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선배, 기성세대의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서의 그릇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나이들어 지혜롭지 못하다는 저자 자신을 위로하기 위함인지, 지혜에 대한 정의를 내려 놓았다.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정의라면 나도 조금은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내 자신의 한계를 자주 깨닫고 있어서다. 예전의 총명함(!)도 없어지고 스피드도 사라졌다.  뭐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곤 했는데, 천천히 조곤조곤 설명해줘야 알아듣는다. 나이듦을 몸 뿐 아니라 머리로도 체감한다.  지혜에 대한 저자의 정의가 적잖이 위로가 된다.

 

프레임이란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누구나 프레임이란 창을 통해 세상의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창' 이라는 필터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해롭거나 나쁜 것들을 거르는 거름망 역할하기도 하지만, 특별하게 제작된 나 만의 창은 한 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어떤 안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프레임을 갖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 색이 있는 안경을 쓰고 보는 세상과 무색의 투명한 창을 통해 보는 세상은 분명 차이가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결하는 방식, 타인에 대한 고정관념 이나 편견 등도 모두 내가 사용하는 프레임과 관련이 있다.

 

세상을 향한 '소통의 창구'가 되는 프레임도 닦고 조이고 고장난 곳은 고쳐가며 써야 한다. 그래야 뿌옇게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삐뚤어지지 않은 올바로 된 창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시력검사를 받고 안경을 교체하는 것처럼, 색깔이 입혀진 선글라스를 통해 세상을 보고있다면 '자기 중심적인 사고' 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는 창을 바꾸어 리프레임의 기회를 가져야 하겠다. 자신의 창을 리프레임 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도 있겠고, 책을 통해서도 잘못된 프레임을 교정할 수 있을거다.

 

나는 어떤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지, 삐뚤어지거나 수리가 필요하진 않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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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ing0404 2012-06-2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면 내시력은 어떠하며 내 프레임은 어떤건지 알수 있는건가?? 내 프레임이 궁금해지네...

내사랑주연 2012-06-20 18:27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그런내용은 없어.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프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견차이도 있고, 오해도 생기고 한다는거지. 그런 프레임이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세상을 사는데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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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먼저 얘기하자면,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아픈 역사를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충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이 갈지도 모르겠다.

 

글을 이끌어 가는 화자인 '나'는 1990년대를 사는 대학생이다. 여자친구인 '정민'과 만나 친하게 된 계기가 서로간의 많은 대화였다. 밤샘 작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대화에 중독이 되었다. 철학, 문학, 정치 등의 이슈는 진작에 바닥을 드러냈고, 대화는 이어져야 하고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경험담이나 어렷을때 인상깊었던 얘기, 가족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그런 스타일 이어서였을까. 이 소설엔 우연한 폭력으로 자신의 삶이 망가져 끝내는 자살에 이르는 정민의 삼촌부터, 유대인 가스실에서 극적으로 살아나 온 '헬무트 베르크' 이야기, 자신은 두 번 새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이길용' 이자 안기부의 프락치이기도 했던 '강시우' 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그들은 서로 연결된 듯 보이기도 하고, 전혀 별개의 사람이기도 하다. 동시대를 혹은 그 전 시대를 살아오면서 겪은 일을 누군가를 통해 듣거나 또는 직접 전해 들으며 그들의 일생을 유추해 보는 그런 내용이다.

 

혁명적이고 역동적인 한 복판에 주인공은 서 있지만, 직접 그 안에서 무슨 일인가를 경험하기 보다는 주변인 들과의 대화를 통해 간접적인 시선으로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책에서 사람은 두 번의 생을 산다고 한다. 처음 한 번은 어설프게 사는 삶. 그 다음엔 기억 하며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정리를 해서 설명해 주며 사는 삶. 이렇게 해서 두 번의 생을 산다고 한다.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 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보면 '왕년 레퍼토리~' 와 지나간 과거 이야기를 즐겨 하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분들은 두 번째의 생을 열심히 살고 있으신 거다.

 

얼마 전 리뷰에서도 언급한 것 같은 데, 소설이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전제로 작품을 평가한다고 하면 이 책은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겠다. 재미있다! 라는 표현 보다는 혼란스러운 고민과 정답이 공개되지 않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해야 될까?  달달한 연애얘기 같기도 하면서 우울한 시대를 엿보게 되는... 딱히 결론 내리기는 좀 애매한 부류였다.  책을 덮고 제목을 곰곰히 곱씹어 본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 책을 읽게 되면 지금하던 고민이 '사치'라는 점을 깨닫거나 '작고 사소한 고민' 으로 보일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소설 제목으로 그래서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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