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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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이란 말은 독특한 울림이 있다. 수업과는 다른... 피아노를 배울 때, 레슨을 받는다고 하고, 성악 공부하는 애들이 레슨 받는다고 한다. 중학교 영어 시간에 듣던 레슨 원과는 다른 울림이 그럴 때 있다.

인생 레슨. 인간은 자기 의지에 의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생부터가 의문 덩어리다.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길이고,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연구한 것이 <철학>이고 <종교>이며 <심리학, 사회학, 인생학>이다. 명상이고 요가이고 선이다.

어떤 이름을 붙인 마음 공부든 간에 인생에 대한 레슨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뇌졸중으로 마비를 겪으면서 죽음을 앞두게 된다. 안 그래도 호스피스 생활로 죽음의 의사란 별명을 가졌던 그미는 이제 죽음을 통해 인생을 가르치는 전도사가 된 것이다.

이 책 안에는 숱한 이름의 질병과 상황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진정으로 삶을 즐기고, 죽을 때에는 흔쾌히 죽어라.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

<화>를 내며 사는 것이 인생이기 쉽다. 그러나 화를 내는 대상의 본질을 알고 나면 화내는 자신이 우습게 된다. 화를 내는 이유는 우리가 이런 교훈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삶은 만만치 않아. 그 미소를 얼굴에서 없애. 무언가를 해. 무언가가 되란 말이야."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다. 아이는 결국 나를 보면 즐거움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참을성 patient이 곧 환자 patient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일은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며 하나의 큰 계획 속에 움직인다.

우리가 할 일은 <휴식하고 삶이 펼쳐지게> 하는 것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란 연사가 <살며, 사랑하며, 배우라>고 했는데, 배우는 것도 좀 짜증나는 일이다. 아니, 엄청 짜증나는 스트레스다. <살며, 사랑하며, 즐기는 또는 웃는 것> 그것이 내 인생에서 내가 할 몫이다.

이 책은 그래서 행복하게 사는 법인 <행복론>이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인생론>이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논한 <사자의 서>의 역할을 한다.

많은 이들에게 젊은 시절은 꿈은 늙은 시절의 후회가 된다고 한다. 삶이 끝나가기 때문이 아니라, 그 꿈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늙기 전에 살아볼 일이다.

광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시간에 대한 개념이 막막하게 사라진다. '한 시간 뒤에 만나.'자는 시간은 이해가 쉽게 가지만, 2천 년 전에 저 별에서 출발한 이 빛은 과거인가, 현재인가...를 생각한다면 시간에 대해 얽매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쉽게 깨칠 수 있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의존하는 어리석은 삶을 버릴 일이다. 로또만 걸리면 행복한 것이 아니고, 승진할 수만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가 시험을 잘 치면 행복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광년을 떠올리면 산자와 죽은자의 시간도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20년 더 사는 것이 죽은 자는 1초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란 생각의 연장은 이 책의 가치를 엿보게 한다.

인생에서 버려야할 두려움<fear>의 본질은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라고 한다. 가짜, 그림자, 허상에 가려 본질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가짜 증거는 얼마나 우리를 두렵게 하는지... 죽음도 그 가짜 증거에 불과한 것.

장맛비가 세상 곳곳에 안성 맞춤으로 이슬 방울을 드리운다. 그 구슬 방울 하나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웃고, 내 마음의 그릇을 넓히려고 맘먹는다. 웃음이 난다. 빙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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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6-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읽으셨군요.
저도 담주에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리뷰를 참고로 잘 읽겠습니다.

글샘 2006-06-2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참고하실 거야 없고요. 잘 읽으세요. ㅎㅎㅎ
이 책엔 별 내용 없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원래 좋은 수업은 별 얘기 없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라고 하던데...

비로그인 2006-07-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고 싶은 책이 넘 많아요.
읽어야 할 것 같은 책도 넘 많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