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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인간의 특권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뭔가 상상하는 일.
그것이 학문을 만들고 과학과 기술을 만들기도 했지만,
또한 그 상상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른다.
상상력이 없다면,
그저 힘만으로 먹고 먹히는 원칙만이 있을 터인데,
이넘의 상상력 탓에 하루하루 피곤하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상력과 그것을 이렇게 글로 쓰는 힘은 대단한데,
별것 아닌 것이지만, 그 명성에 힘입어, 상상력을 길어올리는 자신만의 우물을 이렇게 공개하는 일도 의미있다.
여성은 화내고 싶은 건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화낸다.
여자는 평소에는 특별히 눈초리를 추켜올리지 않고 온화하게 넘기던 일도
하필 화나는 시기에 걸려버리면 화를 낸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화를 낸다. 말하자면 '지뢰를 밟은 것'이다.(18)
이런 일반론을 들으면 여성들은 발끈할는지도 모른다.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을 관찰하는 것이 하루키의 힘이다.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촉'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우리학교에서 영어말하기 대회가 있었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10명의 학생이 각자 6분 이내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하는 것이었는데,
프레젠테이션을 겸한 것이서 내용 및 주제가 아주 흥미진진했다.(다만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들이 가득했던 걸 제외하면...)
그런데 외국에서 살다온 듯한 유창함을 자랑하는 아이도 있었고,
동화구연하듯 실감나게 들려준 아이도 있었다.
의사처럼 전문 지식을 설명한 아이도 있고, 자기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 아이도 있다.
유창성을 우선할 것인가, 전달력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결과는 영어과 선생님들은 유창성보다는 진실성을 우위에 둔 것이었다.
다만, 원어민 교사들은 유창한 아이들을 앞에 두었단 것.
요컨대 아무리 유창해도 의미가 불명확하거다 무미건조하면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내 영어는 유창하지 않지만,
의견만은 팔아도 될 정도로 많이 갖고 있다보니 상대는 나름 귀를 기울여 주는 것.(55)
언어는 필요에 의해 나누는 것이다.
그 유창함을 우위에 두는 것은 학문적 태도가 아니라 편리함의 소산으로 보인다.
상담에 대한 그의 이야기도 재밌다.
세상 사람 대부분은 실용적인 조언이나 충고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맞장구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126)
많은 대화에서 상담에 대한 정답을 원하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들 역시 그렇다.
자기의 견해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거기 대고 배놔라 감놔라 하는 일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만다.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
앞으로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138)
요즘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글귀란다.
멋있어서 다시 한번 적어 본다.
인생은 끔찍하거나 비참하거나 둘 중 하나다.
영화 '애니 홀'에서 우디 앨런은 그렇게 정의했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뭔가 끔찍한 경우를 당했다면 오히려 안도해야 한다고 그는 진지하게 주장한다.
"아아, 끔찍한 일 정도여서 다행이야. 비참한 일은 아니어서 살았네."하고(208)
그래.
이렇게 이런 말로도,
삶에선 위안을 받아야 할 만큼
삶은 끔찍한 일과 비침한 일투성이다.
호러블과 미저러블... 사이...
얼마 전 유행했던 '레미제라불'을 모방한 공군의 영화 '레밀리터러블'의 '삽질' 영상이 재밌었다.
활주로는 얼어붙으면 안 되기때문에,
눈이 내릴 때 계속 삽질을 해야하는 '제설'의 고난을 영화화한 것이다.
눈이 내릴 때 그 눈은 정말 호러블~일 것이고,
제설의 현장에서 인간은 정말 미저러블~ 일 터.
호러블과 미저러블을
늘 두 통에 넣어 놓고,
뭔가 호러블~~~ 하면, 어휴 미저러블 아니어서 다행~ 그러고,
미저러블~~~ 할 때면, 어휴~ 호러블 아니어서 다행~~ 이렇게 위안을 받을 수 있음 좋겠다.
다만, 호러블 앤 미저러블 한 상황에 빠지지는 말기를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