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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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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상큼,

은희경이란 작가도 눈길을 끈다.

이렇게 인연이 닿았던 책을 만나면 폭 빠져들고 마는데...

이 책을 읽고난 소감은...

맛있는 케익인 줄 알고 베어문 것이,

톱밥이라도 된 양, 낯선 이물감으로 가득한 재료였을 때...

그렇다고 뱉을 순 없는...

간간이 건포도나 파인애플같은 상큼한 식재료만 입맛다시게 할 뿐...

그런 아쉬움...

이 책을 위해 쓰러진 나무에 대한 미안감...

 

열 명의 예술가를 열 개의 도시로 파견하기로 한 기획은 깔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정식 작가가 아닐 때,

글의 품질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고,

여행의 방향자체가 지나치게 갈라져버릴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을 것이나,

우려대로 책이 엇나갔을 것이다.

아쉽다. 글을 좀더 정제하도록 대담 형식으로 적었어도 괜찮았을 듯 싶고,

이야기 나눈 것을 바탕으로 두어 사람이 가필했어도 멋있었을 듯 싶은데...

작가 열 명의 프로필을 봐도... 너무 따로 논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 이런 게 이 책과 어울리지 않으면 빼도 좋지 않을까?

그것도 두 명이나...

 

이 책을 넘기면서 참 부러웠던 것...

 

 

 

 

 

 

 

 

 

이런 모래밭에 엎드려,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는 이 사람들...

그들에게 뭔가를 읽는 일은 일상이었을 텐데... 반갑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나라고 알고 있는 사람과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도 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 안에서, 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뜻밖의 나와 맞닥뜨리는 것이다.(42)

 

은희경의 이런 여행담은 익숙하지만 새롭다.

 

퍼즐이란 무엇인가?

다 제자리에 들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장면,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59)

롱샷으로 보는 세상은 희극이고, 클로즈업으로 보는 세상은 비극.(66)

 

역시 영화감독답게 이명세 감독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91)

 

여행을 업으로 삼듯 떠돌아다니는 이병률의 이야기답다.

바람, 은 금세 스쳐지나가는 것이다. 가볍다.

여행은, 지나간다. 가볍게...

그래서 다들... 여행하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많은 생각을 하지만,

가볍게 찍고 가볍게 들었던 생각들을 책으로 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이었던 셈.

 

뉴칼레도니아에 간 박칼린.

 

나중에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203)

그리고 돌아왔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그 아름다운 곳으로부터 멀리 있다는 게.(222)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누추한 여기서 구질구질하게 살지만,

꿈처럼 환상적인 곳을 구경하고 와서, 그 먼 곳을 상상하며, 반추하며 살게 되는 힘을 얻는 일,

그게 여행이니 말이다.

 

 

거의 매일밤 어딘가에 가서 공연을 봤다.(265)

 

런던으로 튄 장기하,

날마다 '에일'이라고 하는 외계인 비슷한 이름의 맥주를 마시러,

혼자 낮술 5차도 자행하며 다니지만, 밤이면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으러 갔단다.

내가 정말 좋은 기회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는데,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이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지 못하고 온 것이다.

물론, 뮤지컬을 보고 올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함께 간 이들이 노땅들이어서 의기투합 할 수 없었던 아쉬움도 남지만...

이왕 튄 김에 더 튀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책에 대한 평점이 낮은 것은,

이 책을 서평단 도서로 받아 읽었기 때문에 별 하나는 더 깎았다.

나는 어쩌면 별을 잘 주는 사기꾼 비슷한 서평꾼이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한테 속아서 책 한 권 더 사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래서, 서평단 도서는 별 하나는 깎아야 공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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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1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무언가 깔끔하지 않은 글이 보이는군요.
이병률이 손을 봤더라도 좋았을텐데요.
그럼에도 이 책이 마구마구 땡겨요. ㅋ
맞다. 신간평가단 신청해야지^^

글샘 2013-01-16 10:35   좋아요 0 | URL
이제 시간 좀 나시겠네요. ^^
이 책은 도서관에 신청해 보시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