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현암사 동양고전
오강남 옮기고 해설 / 현암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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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라 독자들은 가장 빠른 직선코스로 장자라는 정상에 이를 수 있는 능선으로 올라설 것이다. 여타의 다른 봉우리들에 한눈을 팔 틈이 별로 없다. 아주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비록 힘들더라도 한발 한발 능선을 향해 집요하게 오르면, 능선에 올라 땀을 닦는 독자들은 이미 능선이 끝나는 저 먼 지점에서 구름에 덮인 정상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강신주

요건 최근에 나온 리라이팅 클래식 - 장자의 저자가 감히 한 말이다.
좀 우습다. 장자를 '가장 빠른 코스'로 그것도 '직선'으로, '정상'에 오르다니... 어불성설아닐까?
장자를 '빠르게, 경쾌하게' 움직여야 읽는 거?

장자는 속도의 개념이나 정도의 개념을 잊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빠른 코스로 정상을 오르려는 빨리 움직이는 경박한 자에게도 만병통치약이었던 모양. 저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심히 우려되는 바 크다.

다른 장자들이 지나친 설명으로 장황한 감이 넘치는 데 비해, 오강남 장자의 장점은 이야기를 듣는 듯, 그러나 그 풀이가 적절하게 궤를 지키고 있는 데 있어 보인다.

소요유를 '자유롭게 노닐다', 제물론을 '사물을 고르게 하다', 양생주를 '생명을 북돋우는 데 중요한 일들', 인간세를 '사람사는 세상', 덕충부를 '덕이 가득함의 표시', 대종사는 '큰 스승', 응제왕은 '황제와 임금의 자격'으로 풀면서, 전체적인 흐름들을 잘 설명해 준다. 설명이 역시 간명하면서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고린도후서의 말씀을 인용하여, "문자적인 것은 죽이는 것이고, 영은 살리는 것"이어서, 장자는 자구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응제왕에서 <메아리처럼 민첩하고, 기둥처럼 튼튼하고, 사물을 뚫어보고, 머리가 명석한> 사람을 <고된 종>이요, 일에 얽매인 <재주꾼>에 불과하다고 일갈!

저 강신주란 사람은 이런 말 읽고도 저런 서문을 썼나 싶다. 안쓰러움. 기회가 되면 함 읽어보고 까든지 감싸든지 해야겠다.

우물안 개구리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것만을 유일한 무엇이라 믿는 것까지는 자유이지만, 그런 잘못된 확신때문에 드넓은 바다처럼 훌륭하고 신나는 세계에 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슬픈 일... 자기의 것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딴 사람들을 보고 자꾸 들어와 보라고 강요하는 열성은 딴 사람들을 더없이 성가시게 한다."고 하는 대목을 읽으면서, 한국 교회가 과연 '선교'의 사명을 질 정도로 큰 덕을 지녔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름에 매이지 말고,
꾀의 창고 되지 말고,
쓸데없는 일 떠맡지 말고,
앎의 주인 되지 마십시오.

아, 쓸데없는 일 떠맡지 말고... 에서 나는 내 가슴을 여러 번 두드린다.
그리고, 다시 소크라테스를 떠올린다. 앎의 주인 되지 말라... 모르는 주제에...
오직 그분의 종으로 살 일이다. 그게 양생이고, 웰빙 아니냐?
내가 이런 말 하면, 믿는 사람들은 같이 교회가자고 하더라! 젬병이다.
하긴, 그분이 그분이지만... 그 사람들은 그분이 그분임을 모르고, 자꾸 가자고 한다.

장자를 읽는 일은, 소나기 소리를 듣는 일이다.
내가 사는 일은 소나기를 맞는 일이다.
소나기를 맞아보지 않고서는 소나기를 경험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소나기 소리를 듣는 맛도 깊지 않은가? 소나기를 맞는 일이 시원할 적도 있지만, 고달플 적도 많으니...

이제 누가 장자를 묻는다면, '오강남의 장자'를 읽어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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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장자>는 오강남씨 걸 먼저 읽고 다른걸 건드리는게 좋은 듯 합니다. :) 이게 가장 기본이죠. 고등학교 수학으로 치면 <수학의 정석>

글샘 2007-08-16 13:49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군요. 근데도 저는 엉뚱한 다른 장자들을 읽다 보니...
영 가늠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요즘엔 정석보다 개념원리를 더 치는 사람들도 있던걸요. ^^

바람돌이 2007-08-1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리뷰네요.
보충수업 끝나셨나요? 방학 얼마 남지 않았는데 푹 쉬시면서 체력보강 하셔야죠. ^^

글샘 2007-08-16 13:50   좋아요 0 | URL
일본은 잘 다녀오셨나요?
보충은 잘 끝났습니다. 보충 마치니, 곧 개학이네요. =3
체력 보강이 아니라 단식해야지...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