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나고, 잃어버리기 위해 소유하며, 떠나보내기 위해 만난다." (110)

나는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여태까지 쓴 글들을 바탕으로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보고는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행 중에 쓴 글들을 여러 번 읽는다. 감상과 반성이 글로 남았기 때문에 그때의 다짐과 생각을 쉽사리 잊거나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 혹은 해 보고 싶은 일들을 구상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194)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여행하는 자세에 따라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그중 최상급 여행자를 세상을 직접 관찰하고, 자신이 체험한 것을 집에 돌아와 생활에 반영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최상급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의식화하고 그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며 현실에서 반복 실천함으로써 경험을 체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는 여행으로 습득한 모든 지혜를 살아가는 동안 남김없이 발휘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상급 여행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간: 2017. 1월말 우리설 연휴기간
장소: 앙코르왓 in 씨엠립 

  • 오늘 새벽에 인천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사라진 듯 하여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돌아 다녔더니 이제 졸음이 폭포수처럼 쏟아짐. 잠들기 전에 방금 끝낸 앙코르왓 여행에 대한 간단한 인상비평 남겨 인생의 이 작은 페이지를 덮고 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 

 

  • 한밤중에 비행기 타는 거 안 좋아하는데, 씨엠립 직항은 모두 시간대가 좋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음. 캄보디아 스튜어디스님들은 갈 때 올 때 모두 뚱하셨음. 일하기 지겨워하는 표정을 얼굴에 걸고서 비행기 복도를 오가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음. 기장님은 운전 잘하심. 갈 때 올 때 모두 완전 연착륙. 귀도 거의 안 아파서 고마웠음. 한-캄 왕복인데 한국어 방송은 전혀 없고 비행정보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없어서 부모님이 답답해 하셨음. 기내식도 볼품 없음. 긴 말 생략하지만, 캄보디아 앙코르 항공사의 일처리는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음. 동남아 내의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해서도 그러함.  

 

  • 공항 도착해서 도착비자 만들면서 그 아수라스러움에 놀란 정도가 아니라 거의 화가 났음. 동남아 여러 국가 다녀봤지만 공무원이 이렇게 소리 쩌렁쩌렁 지르며 웃돈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 봤음. 단돈 천원이라도 강제로 내게 하면 삥 뜯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비자 신청서도 없어서 어쩌다 누군가가 가져다 주면 구호식량 앞에 둔 난민들처럼 각국 여행자들이 달려들어 신청서를 겨우 낚아채 감. 사진을 붙이라는데 풀도 없음. 내 가방 속에 늘 들어 있는 스카치 테이프를 꺼내서 양면테이프 식으로 사용하고 다른 여행자들도 사용하게 하였음. 드디어 비자가 붙여진 여권이 나오면 한 공무원님이 말 없이 그 여권을 손에 잡고 높이 드심. 그럼 또 텐트촌 난민처럼 옹기종기 서서 기다리던 여행자들이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 자기 사진인가 확인하고 겸손한 자세로 받아 감. 다들 '학대'를 당하다 보니 여권을 받아가면서 모두 땡큐--또는 그에 해당하는 모국어--를 남기고 떠나심. 학대 받는 자의 전형적인 특징--어쩌다 합당한 대우를 받으면 황송해하는. 다음으로 입국 수속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디파처 카드는 가지고 있다가 디파처 할 때 쓰면 되는 것을, 한 공무원님이 그걸 또 무조건 다 써오라고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러서 그 근처에 서 있던 우리 엄마 놀랬음. 괘씸한! 수속 끝내고 나오니 거의 한 시간 반이 지나고. 나올 때 돌아보니 같은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 아직도 수속 줄에 서 있는 것이 보였음.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인데, 에휴~.  
    결론은 씨엠립 공항은 영어 모르고 해외 경험 없으신 老부모님 단 둘이는 절대 보낼 수 없는 사자소굴이라는 것. 반드시 젊고 경험 있는 자식 또는 유급 가이드가 수속을 처리해 드려야 함. 

 

  • 현관문에서 바닥을 친 덕분인지 그 뒤로는 일이 수월하게 풀림. 씨엡림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엄청 가까움. 호텔도 괜찮음. 사람들은, 동남아 특유의 그 속도와 문화를 이해한다면, 이해할 수 있고 다가가기도 어렵지 않음. 쫌립쑤어, 쫌립리어, 어꾼, 부온. 이 네 단어를 나흘동안 계속 반복하며 돌아 다녔음. 사람들이 간단한 한국어는 다들 하시더라만 그래도 크메르어로 말 걸거나 대답하면 얼굴이 밝아지셨음. 호텔 직원들은 물론 영어 잘 하심.    
    둘째날부터 앙코르와트로 들어감. 초기 유적과 앙코르 톰, 앙코르 와트를 이틀에 걸쳐 보았음. 오기 전에 책도 읽고 블로그도 찾아 보면서 당연히 앙코르 와트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고 왔지만서도, 막상 보니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음. 정말 혼자 산길 걷다가 이런 건축물 만났으면 무엇에 홀린 줄 알았겠음. 더구나 그 시대를 생각하면 기적이라고 생각됨.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 '문화적 국수주의자'인 아빠도 무조건 인정하심. 석굴암(과 앙코르와트는 대충 같은 시기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찬탄을 금치 못하셨음.
    예전에 라마나야 몇 장 읽다가 재미 없어서 때리쳤는데, 의외로 동생이 그걸 읽고 대충 다 기억하고 있었음. 덕분에 공짜 가이드도 받고.
    걷다 보니 어느 사이 카메라를 든 캄보디아분이 우리를 따라 다니며 포토존에 서라고 강요 또는 애원하고 있었음. 원래 그런 거 전혀 안 하는데, 사진 찍느라 감상에 집중 못하는 것 보다 낫겠다 싶어 사진을 맡겼음. 과연 사진은 잊고 감상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지만 때로는 카메라맨과 좀 맞지 않기도. 예를 들어, 천상계에서 벌벌 떨면서 내려오는데(고소공포증 유발하기 충분한 구조로 되어 있음) 저 밑에서 사진사분이 자기를 보라고 소리 지르며 사진을 찍었음. 마지막 날에 총 11장의 사진을 받았음. 한장에 1달러.  
    날씨가 정말 아름다왔음. 햇살 따끈하고, 바람 포근하고, 적당히 건조해서 불쾌지수 전혀 없었음. 아무리 21세기라지만 야외 활동에서 날씨가 안 받쳐주면 망하는 것인데, 고마울 만큼 찬란하고 상쾌한 날씨였음. 부모님은 겨울엔 이곳에 와서 살고 싶다고 하시기도. 그런데 앙코르와트는 날 궂은 날 와도 좋을 것임. 앙코르와트가 맑은 날 숨기고 있었던 자신의 악마적인 얼굴을 드러내면 그 또한 엄청나게 매력적일 것이므로. 

 

  • 마지막 날 아침에는 국립앙코르 박물관에 갔음. 생각 외로 잘 되어 있음. 그 정도의 경제력에 그 정도의 박물관 지었다면 아주 선전한 것임(예전 라오스국립박물관에서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음)! 홈페이지 관리도 괜찮음. 인터넷 예약 시스템 잘 작동함. 가기 대여섯 시간 전에 인터넷 예약해서 1-2달러 디스카운트 받았음. 제일 고마운 건 한국어 오디오 서비스가 아주 잘 되어 있다는 사실! 박물관 내 전시관 내에도 시청각 자료가 잘 되어 있고 한국어 더빙도 쓸만함. 아침이라 전시관이 조용했는데 동생이 가는 데 마다 한국어 더빙 버튼을 눌러 시청각 자료를 보자 주변의 외국인들도 모여들어 같이 보고, 곧 각국 여행객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다른 곳의 시청각 자료를 선점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되었음.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이 서비스 됨.  
    연중무휴이고 아침 8시반에 문을 염. 성질 급한 가족을 둔 덕분에 호텔 조식도 6시 오픈 하기 전에 가서 기다렸다 먹고, 박물관도 문 열자마자 들어어가야 했음. 덕분에 단체관광객들을 피할 수 있어 좋긴 하였음. 박물관 관람의 맨 끝인 기념품샵엔 쓸만한 기념품들 여럿 있음. 그걸 생각 못하고 가방을 통째로 보관함에 맡겨서 아쉽게도 아무 것도 살 수 없었지만. 
    오후에 아티산 기념품샵에 가서 이번 여행을 기념하는 화병을 하나 샀음. 흑단나무로 된 불상이나 코끼리상(가네샤)--너무 이쁘고 고급스러움. 그런 목각상 좋아하는데 국내에선 잘 안 보임--을 살까 무척 고민하였는데 돈은 없고 무게도 있어(흑단목, 엄청 무겁소) 결국 사지 않기로 하였음. 살 걸 그랬나?

 

  • 톤레삽 호수를 돌아보면서 특별히 감상적이 되진 않았음. 내가 뭐라고 그들을 동정할까. 어떤 조건에서도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는 거고, 숨이 붙어 있는 한 살 수 밖에 없고. 살아야 하면 어떻게든 머리 쓰고 몸을 움직어야 하고. 몇년 전부터 호수 주민들이 (국내 정치적 이유이긴 하나) 캄보디아 시민권을 받게 되셨다고 하니 그건 참 잘 되었음. 선상 사원과 호수 주위 무덤을 보며 문화라는 것이 정말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인간을 숙주로 살아가는 육식자로서의 문화. 흙탕물 속에서 리엘은 볼 수 없었음. 호수 위라는 것이 다를 뿐 땅 위와 정말 유사함. 닭도 기르고 돼지도 기르고 새우 양식도 하고. 인도네시아 망그로브 숲에서는 모기에게 수백방 뜯겼는데, 여기는 모기가 한 마리도 없었음. 모기의 천적이 여기에 사는가?   

 

  • 나이트 마켓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 레드 피아노의 대각선 위치에 있는 펍에 들어가 앙코르 맥주와 피자를 먹으며 사람들 구경만 하였음. 앙코르 맥주 한입 얻어 마셨는데 순한 느낌 들었음. 들려오는 생음악은 너무 거칠었음. 수준 높은 공연은 아니었다고 봄. 맥주 안 마시는 나는 망고주스를 사서 들어갔으나 외부 음식이라고 웨이터에게 뺐겼음. 쳇! 

 

  • 밤 11시 넘어 비행기 탔고 새벽 6시에 인천 도착. 허리와 엉치뼈가 아팠음. 부모님은 더 힘드셨겠지만 잘 버텨주셨음. 이로써 앙코르 와트 여행은 성공적으로(?) 완료. 

    내일 출근하기 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 소박한 미식가들의 나라, 베트남 낭만 여행
진유정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토바이 엔진과 경적 소리가 울려대는 길가에서도
몇십 년쯤 도를 닦은 사람처럼
시끄러운 세상을 평화로이 바라보는 여유로운 눈빛과
절대 서두르지 않는 손길.
국수 앞에 앉은 시간을 즐기는 그들에게서
쫓기며 끼니를 때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50)

음식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버리는
마법의 라임처럼, 엄지 손톱만 한 금귤처럼
나도 어떤 자리에서 어떤 관계에서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
그저 사람들 속에 동글동글 섞여 있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있다가
분위기가 시들해질 때 살짝 나타나
아주 작은 생기라도 더해줄 수 있다면. (128)

나는 뜨거운 국수를 좋아하지만 까오러우를 보면 미지근한 국수도 훌륭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뜨겁지도 않고 자극적이도 않은,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 다른 어떤 양념도 더하지 않고 면의 감촉 그 자체로 먹는 까오러우. 대부분 음식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더 달아지고 짜지고 자극적인 뭔가를 첨가해 조금은 맛이 변질되지만 까오러우는 맨 처음 만들어 먹은 그때와 달라진 게 없을 것 같다. 호이안이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시기에 살았던 누군가가 환생해 지금의 까오러우를 먹는다면, 자신의 전생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투본... 강이 내려다보이는 2층 어느 식당에서 까오러우를 먹던 그 시절을. (177)

이렇게 사랑스러운 국수들이 온 도시에 가득한 베트남.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에서는 정작 ‘국수‘라는 단어가 없다.
가늘고 긴 면발로 마든 음식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따로 없다.
국수가 베트남어로 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당황한다.
‘퍼‘라고 부른다더니 ‘분‘이라고도 했다가 ‘바인까인‘이라 말하고
스스로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는 데 놀란다.
혼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본다.
퍼는 퍼고, 분은 분이고, 바인까인은 또 바인까인이기에
‘국수‘라고 얼버무릴 수 없는 거라고.
각각의 존재와 특별함을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는 거라고. (208)

꿔이Quay
국수나 죽에 적셔 먹는 튀긴 빵 (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 소박한 미식가들의 나라, 베트남 낭만 여행
진유정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만에 다녀온 베트남. 난 이 나라엔 영 정이 가지 않더라만, 그 음식만은 늘 외면할 수가 없다! 음식들이 신선하고 역동적이고 소박해! 쌀도 식감이 너무 좋고. 음식 따로 그 사회 따로인 나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는 베트남 음식을 통해 그 나라를 거의 통째로 무지 사랑하시는 듯하여 신선-신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노이 스트리트 푸드 - 눈.코.입이 즐거운 베트남의 맛과 멋 스트리트 푸드 시리즈
톰 반덴베르게, 루크 시스 지음, 허수빈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기대 없이 펼쳤다가 깜짝 놀랐음: 1) 단순한 음식 소개가 아니라 문화에 대한 풍부한 설명과 함께 요리법을 알려주는 요리책이었음. 느억 짬을 포함하여 베트남서 하루만 묵어도 접하게 되는 대표 음식의 레시피는 모두 있다고 보면 됨. 2) 사진이 참 좋다. 애정과 기술이 모두 담긴 소박한 사진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