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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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언제적 존 그리샴이야? 존 그리샴 작가의 신작 광고를 보고 든 생각이다. 2000년대 초반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영화는 정말 스릴 넘치는 법정 드라마였고 바로 존 그리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몇 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그 이후에 신작이 뜸해서 책을 안 쓰는가 했다. 워낙 읽을 꺼리가 많은 세상이니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신작이라니. 알고 봤더니 작가는 꾸준히 새 책을 내고 있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내에 번역이 잘 안 되었던 것이다. 아마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수입이 안 되어서 그런가.


존 그리샴의 작품은 많은 작품이 영화화될 정도로 재미있다. 현실적인 법의 모습과 교묘히 숨겨진 불법,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스릴감 등은 그를 최고의 법정 스릴러 작가로 부르게 했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작품, 그 명성이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성공회 목사이자 변호사인 컬런 포스트. 그는 '수호자 재단' 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는데 이 단체는 무고한 장기수들의 무죄를 밝히고 그들을 석방시키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이다. 평범한 변호사로 살아갔었을 수도 있는 포스트는 여러 일들을 겪고 목사가 된 이후 삶을 뜻있게 보내기로 했고 이 일은 그에게 딱 맞는 것 같다. 단체를 세운 대표도 있고 다른 직원도 있지만 수호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은 포스트다.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의뢰인의 무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


책은 그런 의뢰인의 한 명이 사형 당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죽기 전 마지막 음식을 먹고 있었고 교도소나 검사는 그대로 집행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포스트의 노력 덕택에 집행은 연기되고 시간을 벌게 된다. 그는 여성을 강간 살인한 죄로 사형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결백을 믿은 재단에 의해서 의뢰인이 된 것이다. 


재단이 주목하는 또 한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다. 그는 변호사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었는데 여러 가지 정황상 그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 재단에 의해 또 다른 의뢰인이 되었다.


두 사건 모두 쉽지 않다. 사건이 일어난 지 수 년에서 수 십년이 흘렀고 증거나 증인을 다시 조합하는게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포스트를 중심으로 한 수호자 재단이 하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아무나 결백을 주장한다고 해서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서 결백하다는 느낌이 올 때 사건에 뛰어든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당시 수사가 부실을 넘어서 조작을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수호자들은 단단한 판결을 넘어서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책은 정말 재미있다. 법정물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재심이 받아들여지고 재수사가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그 오류를 검찰과 법원이 인정하기도 어려운데 포스트는 시간과 공을 들여 하나씩 하나씩 다시 추적에 들어간다. 수 많은 증인을 한 명씩 한 명씩 만나서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그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의미에서 미국은 참 대단하다 싶다. 선진적인 수사를 하는 미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대충 대충 수사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엉뚱한 사람이 수 십년 옥살이를 해도 양심도 없다. 그에 반면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헌신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역시 미국답다란 생각이 든다.


존 그리샴 작가는 단순하게 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의 문제점과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에 잘 녹여내어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은 인간적인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와 다른 사법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 법정물도 흡입력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억울하게 감옥에 간 사람의 죄를 밝혀 석방시킨다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빌드업' 하는 과정이 정말 세련되게 전개되고 있어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은 그 자리에서 다 읽어야 내용 정리가 되지 띄엄띄엄 읽으면 사람 이름부터 헷갈릴 수가 있다. 아무튼 존 그리샴은 역시 존 그리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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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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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름만으로도 책을 읽게 만드는 작가다. 기본적으로 대단한 이야기꾼이라서 여러 방면에서 여러 가지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어떨때는 어떻게 저렇게 쓰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이다. 게다가 여러 편의 책을 많이 내는 편이라서 작업량도 대단하다. 물론 책을 많이 펴내는 만큼 별로인 작품도 여럿 있다. 주로 단편이나 중편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 몇몇 장편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 외사랑을 읽고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술술 넘어가는 전개력도 그렇지만 어떻게 이런 소재를 가지고 이런 장편을 쓰는가 하는 감탄을 하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이 나온 것은 2001년이라니까 20년 전인 것이다. 이런 책이 왜 이제 나오지 했는데 글의 소재를 보니 그럴만도 했다. 20년전이라면 아무리 히가시노라고 해도 우리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소재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나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20년전의 일본보다 더 보수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야기는 요즘에도 쉽게 하기 힘든 소재다. 성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몸은 여자의 것을 갖고 있지만 마음은 남자인 그런 경우다. 어쩌면 동성애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적은 사람들일 것이다. 책은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그것의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데쓰로는 어느날 과거 대학 시절 미식 축구를 했던 동료들과 동창회를 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팀의 여성 매니저였던 미쓰키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미쓰키는 분명 여자였는데 다시 만나서 보니 남자가 되어 있다! 이윽고 미쓰키의 고백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그녀가 어렸을때부터 몸은 여자였지만 마음은 남자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순응하며 살다가 결국 남자가 되기로 했다면서 외관도 남자처럼 하고 목소리도 남자 목소리로 변했다. 그러나 그 정도 소식은 약과였다. 더 큰 고백, 아니 놀라운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가 살인을 했다는 것이었다. 자수하기 전에 옛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고 한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인데 살인을 했다니! 자초지경을 들은 데쓰로는 역시 과거 같은 팀의 여성 매니저이자 지금의 아내인 리사코와 미쓰키를 집에서 보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바로 자수를 하지 못하게 한다. 일단 그녀를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데쓰로와 리사코의 보호아래 있기로 했던 미쓰키는 어느 날 아무말 없이 사라진다.


미쓰키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데쓰로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사건속에 미쓰키가 있으니 미쓰키를 찾기 위해서는 탐정 아닌 탐정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사건의 진실을 찾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데쓰로가 생각치도 않았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미쓰키를 찾기 위한 것. 이야기는 미쓰키가 하나씩 하나씩 사건의 단서를 찾고 모아가면서 점점 사건의 실체에 접근 하는 것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 여러 가까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들 또한 미쓰키와 이리 저리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사건을 쫓던 중에 같은 미식 축구 부원이었으면서 기자가 된 하야타를 만나게 된다. 그는 이미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터. 기자의 양심으로써 이 사건을 추적해서 신문에 실을 수 밖에 없음을 말한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 이제는 단순히 데쓰로만의 사건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연루된 큰 사건이 되어 버렸다. 경찰도 추적하고 있는데 그들을 아는 기자의 등장이라니. 데쓰로는 누구보다 먼저 미쓰키를 찾고 사건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만일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는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마음을 갖는 것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살인  사건의 이면을 찾아서 그 진실을 찾아가는 추리 소설의 형식이다. 과연 살인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는지 미쓰키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피해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등을 다각도에서 다가가고 있는데 아주 복잡한 구조는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잘 짜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작은 것들을 하나씩 짜가면서 큰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잘 연결되고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히가시노 작가 특유의 쉽게 휘몰아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색다른 소재지만 어렵지는 않고 추리해가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기에 책이 휙휙 넘어갔다. 그래도 단계 단계마다 세밀하게 이어지기에 책 분량이 적지 않은데 단순한 살인 사건에 젠더 문제와 결부 시켜서 이렇게 긴 장편으로 전개시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일본 사회가 배경이지만 소재를 본다면 우리 나라에도 분명 있을법한 일이다. 내 주위 가까운 사람이 이렇다면 어떻게 대해야 했을까 또 내가 데쓰로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당사자는 참 괴로웠겠다 힘들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책은 이들도 어쨌든 보통의 한 인간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보통 사람들과 똑 같이 사랑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소수의 성적인 다름을 별 것으로 여기지 말고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봐주기를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추리라는 형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의 사랑과 포용에 대한 이야기나 다름 없다. 평소 '다름'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책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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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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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 작가는 참 상상력이 풍부한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별 것인 이야기를 참 잘도 만들어낸다. SF 같이 없는 것을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특이하게 만들어서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처음에 책을 읽으면 대체 어디에서 무엇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킬까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데 읽다 보면 아! 그런 생각에 이르고 책을 덮으면 참! 이런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하게 보이는 일들을 이리저리 잘 꿰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다른 작가와 차별되는 '끌림' 이 있는 내용이 많다. 


이번의 작품도 처음에는 평범하게 보인다. 주인공인 소아과 의사 벡은 8년전 아내가 눈 앞에서 살해당한 것을 본 이후로 죽지 못해 사는 듯이 생기를 잃고 기계적으로 살아 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메일이 한 통 온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에 하나이려니 삭제할려는 순간 제목에서 의미심장한 기호를 보게 된다. 그것은 그의 아내와 자신만이 아는 암호 같은 것이었다. 누가 장난 친 것일까. 하지만 그 기호는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인데 누가 왜. 메일은 자신의 아내 엘리자베스에게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죽었는데. 죽은 사람이 메일을 보내다니.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벡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이상한 메일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벡이 살인자로 몰린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메일을 받은 시점에 엘리자베스가 살해당했던 외딴 호숫가에서 백골 사체 두 구가 발견이 되고 그들을 살인한 것으로 보이는 둔기에 벡의 지문이 검출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사건으로 발전하고 지역 경찰에 이어서 FBI까지 개입하면서 벡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메일이 다시 오면서 벡에게 어떤 것을 하게 한다. 벡과 엘리자베스만 아는 문구가 계속 있었기에 처음에 의심을 했던 벡도 결국 믿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살아 있어! 

그러나 메일은 아주 교묘하고 세밀하게 설정이 되어 있었고 메일의 지시대로 무언가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범인이라고 확신했고 벡은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아내의 죽음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일들이 엮여 있었고 여러 인물들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은폐된 사실들...그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죽었어야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건은 더 확대되고 그 살인조차 벡에게 혐의가 씌어진다. 절친인 쇼나와 능력있는 변호사 헤스터 크림스타인의 도움으로 시간을 번 벡은 진실에 한 발자국씩 내딛게 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라는 내용의 메일이 오는데 보낸 사람이 죽은 아내라는 설정은 호기심을 끌어내는데 충분하다. 할렌 코벤 작가는 이렇듯 특정의 장면을 통해서 전체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책 읽기 30분 내에 책 속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을 흥미롭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면 진짜 이야기꾼 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이 책은 2001년에 출간되었는데 20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세련되면서 속도감 있는 내용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 중에 에릭 우나 헤스터 크림스타인은 후속작들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잘 기억해 놓으면 좋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전작들을 출간 순으로 찬찬히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동시 출연한 인물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보는 것이 흥미로울 듯 싶다.

작가의 어떤 책을 읽던 아침에 읽어야 한다. 밤에 읽으면 날 밤 샐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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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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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추리 장르는 영어권과 일본쪽 책들이 많이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북유럽 스릴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영어권이긴 한데 좀 다른 영어권이 있다. 바로 영국속의 다른 나라같은 지역인 스코틀랜드다. 여기도 물론 영어를 쓰긴 하지만 따로 게일어도 쓴다고 한다. 게일어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일부에서 쓰이는 말인데 영어와 비슷하기 하지만 발음이 조금씩 다르고 어법도 조금 다르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이 다르듯이 런던 위주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쓰여졌는데 퍽 이채롭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외딴 섬 '루이스 섬'이다. 섬의 한 창고에서 시체가 발견되는데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 방법은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다. 경찰은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 모방 살인인지 다각도로 조사하기 위해서 '핀 매클라우드' 형사를 루이스 섬으로 파견한다. 핀이 그 섬 출신이었기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핀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켜하지 않는 핀.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고향을 등지고 살았기 때문에 비록 일이라고는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떄문이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래도 핀이 고향 마을에 가서 살인 사건을 어떡하든 해결한다 이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물론 핀이 조사를 하고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조금씩 나아가긴 하지만 책은 핀이 주인공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루이스를 떠날 때까지 조금씩 성장해가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현대로 오면서 관련된 인물들과 엮이는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된다. 


사실 살인 사건은 아주 복잡하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서 수사를 진행하면 잡게 되어 있다. 어차피 범인은 섬 안에 있으니까 급할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보다 인상적인 것은 '루이스 섬' 이었다. 지도를 보면 스코틀랜드 북쪽의 섬인데 본토와는 거리가 좀 있다. 이런 고립된 곳일 수록 어떤 절대자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는 오랫동안 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은 그전보다는 못해도 그래도 그 영향은 남아 있다. 외부와 고립되고 답답한 곳일 수록 비밀도 생기는 법. 핀은 과거 비밀에서 현재의 사건과 연관이 됨을 알게 된다. 


루이스 섬이 주는 어두우면서 무거운 분위기는 책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했다. 비바람이 몰아 치고 척박한 날씨와 억센 섬 사람들...그리고 종교적인 경직성과 함께 남성 우월의 분위기 등이 이야기를 더 으스스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목적은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스릴러에 속할지 몰라도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여러 인물들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것을 보면 일종의 성장 소설 같기도 하다.


이야기 처음은 빨리 읽히지 않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범인이 누구이냐도 궁금하지만 핀의 과거가 어떠했느냐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거가 현재와 만나는 그 시점이 사건 해결의 정점이다. 전체적으로 빠른 스릴러는 아니고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배경과 함께 각 인물들의 상황이 잘 짜여져서 한 편의 매력적인 책이 탄생한 것 같다. 괜히 여러 관련된 상을 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루이스 섬 3부작의 첫번째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2부와 3부를 얼른 볼 수 있게 되었음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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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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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본 컬렉터' 때문이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읽었더니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푹 빠지게 된 것은 '코핀 댄서' 때문이었다. 반전의 반전이 아주 세밀하게 이루어지는 그 이야기에 그야말로 이 작가의 왕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반전의 기법을 쓰는 작가도 많이 나오고 처음 느꼈던 그 강렬한 인상이 희미해져가면서 솔직히 팬심도 약해졌다.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은 일부 후속작들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에 한몫 했다.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전과 같이 1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반성을 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제프리 디버 작가는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었는데 내가 의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 '고독한 강'은 정말 이 작가의 진가를 그대로 발휘한 내용이었다. 반전은 내용에 잘 들어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독자가 반전 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써야 효과가 큰 만큼 상당히 세밀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리 디버 작가는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참 오랜만에 나왔는데 '캐트린 댄스' 시리즈다. 지은이의 이름을 떨치게 한 '링컨 라임 시리즈'에 버금가는 범죄 스릴러물인데 처음에 링컨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출였했다가 단독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었다. 작가의 세계관에서 유일한 여성 형사인데 주특기가 사람 보고 추리하기다. 이른바 '동작학' 전문가로서 인간 거짓말 탐지기다. 사람의 행동에서 어떤 의미인지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일을 한다. 아직 경찰에서 대중화된 기법은 아니고 아주 과학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관찰은 사건 수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정식 소속은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요원이다. 이제 그녀는 여러 관련 기관의 요원들을 모아서 조직 범죄 소탕을 위한 대책 본부를 구성하고 그 팀을 이끌고 있다.


이 조직은 마약과 불법 총기 거래와 관련된 대규모 갱단인데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맥시코와도 연결된 수사를 하는 중이다. 수사 중에 중요 용의자를 놓치게 되고 그를 심문했던 캐트린이 민사부로 좌천 된다. 이제 총을 가질 수 없는 경찰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가 사건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녀의 능력이 필요한 팀원들에 의해서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조직 범죄팀에서 공식적으로 나와서 민사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할당 받은 사건도 수사하게 된 캐트린. 사실 민사부라는게 형사 사건이 아닌 일반적인 사건 사고의 조사를 하는 것이기에 처음 맞이하게 된 사건도 단순 사고였다. 클럽에서 작은 불이 났고 관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난 사건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유사한 사건도 있었고 또 다시 비슷한 사건도 일어나면서 이것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의도를 가진 형사 사건임이 밝혀진다.


사건은 사람의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람 밀집 지역에서 갑자기 위급 상황이 발생하고 공포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대피 과정 중에 죽고 다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가 없다. 일반적인 테러에 비해서는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캐트린은 더 애가 탄다. 게다가 경찰 수뇌부의 오판으로 용의자의 정보가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수사는 더 꼬이기만 한다.


이야기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진행이 된다. 원래 캐트린이 맡고 있던 조직 범죄 소탕 작전과 민사부에서 맡게 된 클럽 사건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인 캐트린 댄스는 전작보다는 더 몸으로 뛰는 장면이 많다. 사건도 더 심각한 사건이고 그녀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게다가 개인적인 일들도 겹쳐서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재미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책이다. 이야기의 전개도 참 탄탄하고 사건들도 세밀하게 잘 그리고 있어서 주인공이 얼마나 고생하는가를 잘 느끼게 해 준다. 주인공 주위 인물들도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살아 있다. 전작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등장 하는 것도 반갑다. 이들이 모여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다.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캐트린 댄스라는 정도만 알고 그냥 책을 읽어 나가면 된다. 책을 덮을 때 와 진짜 재미있다는 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 반전이 있다 없다 그걸 생각할 시간도 안 준다. 정말 정교하면서 세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인데 이 책에서 그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스릴러의 제왕 제프리 디버, 역시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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