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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ㅣ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제프리 디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본 컬렉터' 때문이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읽었더니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푹 빠지게 된 것은 '코핀 댄서' 때문이었다. 반전의 반전이 아주 세밀하게 이루어지는 그 이야기에 그야말로 이 작가의 왕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반전의 기법을 쓰는 작가도 많이 나오고 처음 느꼈던 그 강렬한 인상이 희미해져가면서 솔직히 팬심도 약해졌다.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은 일부 후속작들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에 한몫 했다.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전과 같이 1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반성을 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제프리 디버 작가는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었는데 내가 의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 '고독한 강'은 정말 이 작가의 진가를 그대로 발휘한 내용이었다. 반전은 내용에 잘 들어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독자가 반전 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써야 효과가 큰 만큼 상당히 세밀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리 디버 작가는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참 오랜만에 나왔는데 '캐트린 댄스' 시리즈다. 지은이의 이름을 떨치게 한 '링컨 라임 시리즈'에 버금가는 범죄 스릴러물인데 처음에 링컨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출였했다가 단독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었다. 작가의 세계관에서 유일한 여성 형사인데 주특기가 사람 보고 추리하기다. 이른바 '동작학' 전문가로서 인간 거짓말 탐지기다. 사람의 행동에서 어떤 의미인지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일을 한다. 아직 경찰에서 대중화된 기법은 아니고 아주 과학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관찰은 사건 수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정식 소속은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요원이다. 이제 그녀는 여러 관련 기관의 요원들을 모아서 조직 범죄 소탕을 위한 대책 본부를 구성하고 그 팀을 이끌고 있다.
이 조직은 마약과 불법 총기 거래와 관련된 대규모 갱단인데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맥시코와도 연결된 수사를 하는 중이다. 수사 중에 중요 용의자를 놓치게 되고 그를 심문했던 캐트린이 민사부로 좌천 된다. 이제 총을 가질 수 없는 경찰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가 사건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녀의 능력이 필요한 팀원들에 의해서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조직 범죄팀에서 공식적으로 나와서 민사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할당 받은 사건도 수사하게 된 캐트린. 사실 민사부라는게 형사 사건이 아닌 일반적인 사건 사고의 조사를 하는 것이기에 처음 맞이하게 된 사건도 단순 사고였다. 클럽에서 작은 불이 났고 관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난 사건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유사한 사건도 있었고 또 다시 비슷한 사건도 일어나면서 이것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의도를 가진 형사 사건임이 밝혀진다.
사건은 사람의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람 밀집 지역에서 갑자기 위급 상황이 발생하고 공포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대피 과정 중에 죽고 다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가 없다. 일반적인 테러에 비해서는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캐트린은 더 애가 탄다. 게다가 경찰 수뇌부의 오판으로 용의자의 정보가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수사는 더 꼬이기만 한다.
이야기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진행이 된다. 원래 캐트린이 맡고 있던 조직 범죄 소탕 작전과 민사부에서 맡게 된 클럽 사건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인 캐트린 댄스는 전작보다는 더 몸으로 뛰는 장면이 많다. 사건도 더 심각한 사건이고 그녀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게다가 개인적인 일들도 겹쳐서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재미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책이다. 이야기의 전개도 참 탄탄하고 사건들도 세밀하게 잘 그리고 있어서 주인공이 얼마나 고생하는가를 잘 느끼게 해 준다. 주인공 주위 인물들도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살아 있다. 전작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등장 하는 것도 반갑다. 이들이 모여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다.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캐트린 댄스라는 정도만 알고 그냥 책을 읽어 나가면 된다. 책을 덮을 때 와 진짜 재미있다는 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 반전이 있다 없다 그걸 생각할 시간도 안 준다. 정말 정교하면서 세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인데 이 책에서 그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스릴러의 제왕 제프리 디버, 역시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