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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스릴러 추리 장르는 영어권과 일본쪽 책들이 많이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북유럽 스릴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영어권이긴 한데 좀 다른 영어권이 있다. 바로 영국속의 다른 나라같은 지역인 스코틀랜드다. 여기도 물론 영어를 쓰긴 하지만 따로 게일어도 쓴다고 한다. 게일어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일부에서 쓰이는 말인데 영어와 비슷하기 하지만 발음이 조금씩 다르고 어법도 조금 다르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이 다르듯이 런던 위주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쓰여졌는데 퍽 이채롭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외딴 섬 '루이스 섬'이다. 섬의 한 창고에서 시체가 발견되는데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 방법은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다. 경찰은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 모방 살인인지 다각도로 조사하기 위해서 '핀 매클라우드' 형사를 루이스 섬으로 파견한다. 핀이 그 섬 출신이었기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핀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켜하지 않는 핀.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고향을 등지고 살았기 때문에 비록 일이라고는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떄문이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래도 핀이 고향 마을에 가서 살인 사건을 어떡하든 해결한다 이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물론 핀이 조사를 하고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조금씩 나아가긴 하지만 책은 핀이 주인공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루이스를 떠날 때까지 조금씩 성장해가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현대로 오면서 관련된 인물들과 엮이는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된다.
사실 살인 사건은 아주 복잡하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서 수사를 진행하면 잡게 되어 있다. 어차피 범인은 섬 안에 있으니까 급할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보다 인상적인 것은 '루이스 섬' 이었다. 지도를 보면 스코틀랜드 북쪽의 섬인데 본토와는 거리가 좀 있다. 이런 고립된 곳일 수록 어떤 절대자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는 오랫동안 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은 그전보다는 못해도 그래도 그 영향은 남아 있다. 외부와 고립되고 답답한 곳일 수록 비밀도 생기는 법. 핀은 과거 비밀에서 현재의 사건과 연관이 됨을 알게 된다.
루이스 섬이 주는 어두우면서 무거운 분위기는 책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했다. 비바람이 몰아 치고 척박한 날씨와 억센 섬 사람들...그리고 종교적인 경직성과 함께 남성 우월의 분위기 등이 이야기를 더 으스스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목적은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스릴러에 속할지 몰라도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여러 인물들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것을 보면 일종의 성장 소설 같기도 하다.
이야기 처음은 빨리 읽히지 않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범인이 누구이냐도 궁금하지만 핀의 과거가 어떠했느냐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거가 현재와 만나는 그 시점이 사건 해결의 정점이다. 전체적으로 빠른 스릴러는 아니고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배경과 함께 각 인물들의 상황이 잘 짜여져서 한 편의 매력적인 책이 탄생한 것 같다. 괜히 여러 관련된 상을 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루이스 섬 3부작의 첫번째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2부와 3부를 얼른 볼 수 있게 되었음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