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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평점 :
옛날에 미국드라마에 '24시'라는 스릴러 드라마가 있었는데 24시간안에 뭔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야말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매시간마다 일이 벌어지고 또 해결해나가고 하는것이 정말 눈 깜짝일수도 없이 몰입할수밖에 없었던 드라마였었다. 이런 시간을 제한해서 어떤것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잘 짜여진다면 정말 긴박감과 몰입감을 느낄수밖에 없는데 그런 이야기가 잘 없는 이유는 그만큼 전개를 촘촘하게 짜임새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이제 그때 느꼈던 그 짜릿함을 느낄수 있는 시간제한스릴러가 나왔으니 바로 이 '범죄자'다. 시간은 하루가 아니라 10일, 열흘이다. 열흘이내에 주인공이 도망가거나 사건이 해결되야 산다. 아니면 그냥 죽는다. 언뜻 긴 시간같지만 나를 노리는 사람이 누군지 왜 노리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어디로 도망가라는건지 어떻게 해결하라는건지 종잡을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야기는 어느 역 앞 광장에서 벌어진다. 평화롭던 그 광장에서 갑자기 어떤 괴한이 나타나서 사람 4명을 죽이고 달아난다. 이른바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난 사건인데 다행히 한 사람은 살아난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잡힌 범인. 모든것이 딱딱 들어맞게 범인으로 밝혀진다. 증거들이 명확해서 더 파고 들꺼도 없다. 약물중독을 일으킨 어느 인생실패자의 소행.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는 뭔가가 있음을 눈치챈다. 이런 큰일을 벌인 범인치고는 너무 쉽게 너무나 '깨끗하게' 잡혔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의문을 품고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 한 사람만 빼놓고. 바로 형사 소마 료스케. 직장에서 은근하게 따돌림 당하는 형사. 그래서 이 사건의 중심부에서도 빠져서 그냥 뒷정리나 하는 임무를 받은 소마는 유일한 생존자인 시게토 슈지를 만나게 되면서 이 사건에 뭔가가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한편 18세의 젊은 청년인 슈지는 아렌이란 여성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그 광장에 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다른 4명의 사람은 다 죽었는데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었다. 그런데 그게 그냥 살아남은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 개입되어있음을 알게된다. 그가 병원에 있을때 누군가 열흘만 숨어있으면 살꺼라고 했던것. 누가 왜 그를 죽이려 하는가? 그는 대체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던 것인가.
공식적인 수사가 아닌 비공식적인 수사였기에 소마는 혼자서 수사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슈지는 벌써 살인자의 살인위협을 받고 있었기에 집에 혼자 둘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오래된 친구인 야리미즈에게 잠시 슈지를 의탁한다. 언론쪽 일을 했던 야리미즈까지 세 사람. 이제 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쫓을 사람은 세 사람이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와졌다. 그 살인자가 슈지만 죽이려고 하진 않을터.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가 될것인지.
이건 뭐 책을 읽을수밖에 없겠다. 초반부 250여페이지의 내용만 읽어도 상당히 몰입이 되고 흥미진진한데 아직 알려진 사실은 없으니 나머지 내용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벌써 궁금해져서 안달이 난다. 책은 2권의 많은 분량이니까 앞으로 읽을 양이 많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해야하나.
티저북에서는 기본적인 사건 내용 외에 정치인과 돈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의 존재는 이 사건이 단순 미친놈의 무차별 살인 사건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된, 뭔가 뒤에 어마어마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사건이란것을 느끼게 해준다.
정상적으로라면 슈지는 죽었어야 했는데 죽지 않았고, 거기에 평범한 형사가 아닌 직감이 뛰어난 형사가 있었기에 사건은 파뭍히지 않고 전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쪽 인물도 가세시킴으로써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도를 더 확장시키고 있다.
이야기는 무엇보다 열흘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안에 그 모든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심어주고 있어서 더 짜릿한거 같다. 그리고 나도 상대도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추격을 한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행되고 있다. 바로 이점이 보통 일본 추리물에서 보기 힘든 전개다. 영미식의 빠른 진행과 쫄깃한 내용이 이 책에서도 잘 발휘되는거 같다. 일본이라는 우리와 좀더 가까운 문화에서의 일이라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것도 이 책의 긴박감을 더 잘 느끼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자 이제 어떻게 전개가 될까. 열흘이내에 대체 어떻게 사건의 실체를 쫓아갈까. 그 무시무시한 살인마는 이들을 가만히 둘까. 수십개의 의문이 떠오르면서 내용이 궁금해지는데 뭐 그것을 해소하는것은 어서 책을 읽는것뿐이겠지. 오랫만에 만나는 시간제한 추격 스릴러물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