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곳곳에 있는 달력은 몇 일 전부터 12월의 시간을 살고 있다.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고 성탄절이 있고 아이의 방학이 있고 이별이 있다. 12월엔 눈 다운 눈이 내릴 것이고, 게으름의 날들은 늘어날 것이다. 12월이 되면 Camel의  Long Goodbyes와 Club 8의 Love in December 를 들을 것이다. 12월의 첫 주문으로 이혜경의 너 없는 그 자리와 김성중의 『개그맨』을, 읽게 될 책으로는 이정록 시인의 시집 『어머니 학교』제스민 워드『바람의 잔해를 줍다가 될 것이다. 사실은, 읽겠다고 사들인 책들이 많지만 차마 그 제목들을 나열할 수 없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올 해의 책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작가, 인상 깊었던 책에 투표를 했다. 해마다 그렇듯 돌아보면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지난 1월에 내가 했던 다짐과 생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제외하고는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뭐, 나라도 나를 칭찬해줘야지 어쩌겠는가.

 

 두꺼운 커튼을 주문해야 한다. 착용감이 좋은 내의도 골라야 한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는 서로가 더 높이 오르겠다고 경주를 하는 듯 거침없이 오른다. 작년에 쓰지 못한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보내야 한다. 카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문자가 아닌 짧은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눈이 내리는 12월, 예고없이 도착하는 편지와 산타의 선물을 받고 싶기도 하다. 산타라니, 가당치 않은 말이긴 하다.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 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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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3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내일이면 12월이 시작되네요.
행복하게 마무리 하는 한 달이 되었으면 해요.^^
'너 없는 그 자리' 담아갑니다.^^

자목련 2012-12-01 21:16   좋아요 0 | URL
차분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많이 추워졌어요.
프레이야님의 12월,건강하고 평온한 바라요^^*

라로 2012-11-3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엔 제 남편의 생일이 있어요. 제가 12월에 기다리는 날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19일에 레미제라블 영화가 기대를 하게 만드네요. 기대하는 12월을 맞기 위해서 부지런히 레미제라블을 읽어야 하건만,,,오늘 밤을 세워서 읽을까 하다가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참 여긴 진눈깨비가 내렸어요. 12월엔 말씀하신대로 눈 다운 눈이 오겠죠??? 저도 자목련님이 읽게 될 책을 같이 읽고 싶네요. 손 따듯하게 지내세요.

자목련 2012-12-01 21:18   좋아요 0 | URL
12월이 행복한 이유가 벌써 두 가지네요.
내내 행복하면 좋겠어요.
<어머니 학교>는 지금 읽고 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요.그래서 좋아요.
 

 

 주저하다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옳았다. 미리 겁을 낼 필요도 없었다. 어떤 결과든 시작이 있어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난 것이다. 떠났다는 말은 과장된 게 아니다. 과장되었다 해도 좋았다. 그 날 나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커피는 마시지 않았으며 창문을 열어 맑은 하늘을 확인했다. 출발하면서 문자를 보낸 순간 이미 나는 그 도시에 도착해있었다. 허락된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욕심에는 그랬다. 그러나 충만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다시 커피를 먹고 다시 길을 되돌아 집으로 오기까지 나는 내내 웃음을 지었고 피곤하지 않았다. 나의 오른발도 붓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몸은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 하루였는지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나 혼자 실컷 떠들었다. 그 날 밤에 생각해보니 묻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었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더 많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는 보석같다. 불편할 수도 있었을 만남, 우리는(어쩌면 나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기뻤다. 그래서 즐거웠다. 고맙다는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았다는 말도 말이다. 더 자세한 단어로, 더 많은 문장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제 더 자주 만날 것이고, 더 많이 서로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새로운 11월을, 새로운 가을을 새겨준 이가 당신이라서 좋다.

 

 시집을 읽고 있고 두 권의 시집을 기다린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모두 창비의 시집들이다.  문성해의 입술을 건너간 이름에서 처음 마주한 시는 <결이라는 말>이란 제목의 시다.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

 

 그리하여 나는

 살에도 밤에도 물에도 스밀수 있단 말

 쭈뼛거리는 내게 방석을 내주는 말

 

 곁을 가진 말들은

 고여 있기보단

 어딘가로 흐르는 중이고

 

 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

 그 말 속에

 진종일

 물기를 머금는 말

 

 바람결 잠결 꿈결이

 모두모두 그러한 말 

 - <입술을 건너간 이름, 50~51쪽>

 

 남아 있는 11월의 날들에 나는 내내 행복할 것이다. 결벽증처럼 대했던 11월에, 연두빛 애정의 싹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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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을, 붙잡지 않는다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지만 그 겨울이 끝나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만날 거라는 믿음으로 바뀐 어떤 계기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막연하게 그렇다. 계획을 세우려고 마음 속에 담가두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하자 마자 날씨는 마스크를 벗내고 감춰둔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갑자기 추워졌다는 말이다.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멈춤이 되고 말았다.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말을 생각한다. 계획은 여전히 계획중이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여전히 멈춤에 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요. 나의 두려움과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지요.

 

 가을과 겨울을 통과하는 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텃새가 아닌 철새가 되어 가을과 겨울을 말랑말랑한 기운이 감도는 낯선 곳에서 보내고 싶다. 검은 빛깔의 새가 되어도 좋겠다. 검은 바위 위에서 졸고 있거나, 추수를 끝낸 논의 물 웅덩이의 물을 마시거나, 좋아하는 이가 사는 집의 창틀에 살그머니 내려 앚아 그가 잠든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도 좋겠다.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고 나직하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마지막 날은 8월에도, 9월에도, 내가 좋아하는 4월에도 있는데 가을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 오늘이라고 믿어서 그런 걸까.

 

 갑자기 빛이 사라졌다. 불을 켜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하늘의 빛깔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점차 사그라 든다. 설악산에는 첫 눈이 내렸으니 내린다는 비는 어디선가 눈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벌써 첫, 눈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라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몇 권이 책으로 달랜다.

 

 처음 문학동네 시선집이 나올 때는 몰랐다. 무지개보다 더 고운 색깔의 표지를 마주하게 될 줄 몰랐던 거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시집들을 기다리며 기대할 지도 말이다. 드디어, 보라를 만나는 시간이다. 박연준의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는 제목부터 목이 메인다.  다른 글로 만난 시인 강성은의 첫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도 조만간 곁에 두려고 한다.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쿠코츠기의 경우와 작가 정신의 소설樂 시리즈인 이신조의 우선권은 밤에게도 읽고 싶은 책이다.

 

 천둥 소리가 들렸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이 비는 추위를 데리고 올 것이다. 비는 가을과의 이별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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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3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연준의 시집 제목, 아,, 저건 뭔가요. 호기심이 이네요.
담아가요, 자목련님.^^
그나저나 이곳 남쪽도 오늘은 꽤 싸늘했어요. 좀 두께감 있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까봐요.
계절이 가고 있는 것도 미처 몰랐네요. 내일이면 11월인데.

자목련 2012-11-01 06: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박연준의 시집 정말 궁금해요.
어제보다 아주 아주 많이 추워요. 조만간 여기 저기, 첫 눈도 내리겠지 싶어요.
11월, 따뜻하게 포근하게 시작하세요^^

블루데이지 2012-11-0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연준시인의.시집제목이 정말 하루 종일 입에 맴돌아요~~왜그럴까요!!
11월이예요...11월에도 좋은글 많이 읽게.해주세요~~
재미있는 주말 보내세요!

자목련 2012-11-05 11:17   좋아요 0 | URL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젠 아버지라는 말만으로도 먹먹해져요..
프로필,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군요!!
 

 

 겨울비라 말해도 좋을 가을비가 내린다. 10월은 이제 사 나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올해는 두 달하고도 몇 일이 더 남은 것이다. 년초에 어떤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라는 말은 거창하다. 그냥 이런 저런 일들을 나열했다. 읽기와 쓰기에 관한 것도 있었다. 모 서점에서 알려준 바에 의하면 100권의 책읽기를 달성했다고 한다. 100이라는 숫자는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 마구 읽기의 결과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100이라는 숫자는 대견하다. 그러니 300이란 숫자는 격하게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권이 선택한 소설은 이상이다. 표지가 이상의 고독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고독이라니, 감히 내가 그 말을 쓸 수 없지만 말이다.

 

 김숨의 단편집 『투견』을 읽고 있다. 단편이 주는 어떤 포근함과 강렬함이 좋다. 최근에는 장편이 대세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단편이 좋다. 바로 생각나는 단편집은 이렇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 걸기』, 조경란의 『나의 자줏빛 소파』,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는 아주 좋아하는 단편집이다. 그리고 김이설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김도언의 랑의 사태』,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잊지 않는다. 모 소설가의 블로그에서 김도언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출간에 관한 글을 읽었다. 11월에 마주할 그의 책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양말을 신지 않았더니 발이 불쌍해 보인다. 스카프로 목을 둘둘 감고 있으면서 발은 외면하다니. 매번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의 오른발에게 미안하다. 점심을 먹어야겠다. 빵과 커피와 치즈가 들어 있는 아주 작은 소시지 3개로 아침을 먹었으니 점심은 밥을 아주 많이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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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from 識案 2012-10-31 17:05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지만 그 겨울이 끝나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만날 거라는 믿음으로 바뀐 이유는 없다. 막연하게 그렇다. 계획을 세우려고 마음 속에 담가두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하자 마자 날씨는 마스크를 벗내고 감춰둔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갑자기 추워졌다는 말이다.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멈춤이 되고 말았다.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말을 생각한다. 계획은 여전히 계획중이고, 실행
 
 
프레이야 2012-10-2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으로 밥 많이 드셨어요?? ㅎㅎ
그곳에도 비가 오고 있군요. 여기도요. 천둥소리가 납니다.
오늘 불꽃축제 하는 날인데 이렇게 비가 많이 와도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구경 가지도 않지만요. 가까이 살면서도 저는 별로라서요.
이상소설전집 소식이 메일로 오길래 저도 찜해뒀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자목련 2012-10-29 08:56   좋아요 0 | URL
밥은 계속해서 많이 먹고 있어요. ㅎㅎ
무섭게 내리던 비는 사라지고, 다시 고요한 가을 날로 돌아왔어요.
새로운 한 주 활기차게 시작하세요!!

책읽는나무 2012-10-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꽃축제 취소한다고 텔레비전 자막으로 두웅~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 벌써 불꽃축제 하는 달이구나! 생각했어요.
시간 참 빠르군요.벌써 그렇게 올해도 두어 달 남았으니...ㅠ
전 단편집들이 읽긴 좋은데,읽고 나면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난다는 것이 문제에요.
님이 언급하신 몇몇 제목들이 눈에 익은데,왜 내용들은 기억나지 않을까요?ㅋ
책에 푹 젖어서 읽으라고 하신 분이 있는데,분명 읽는 순간에 푹 젖어 읽었는데 돌아서면~~
치매수준이에요.
그나마 장편은 좀 기억나지만요.ㅠ

암튼..100권을 도달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100권..참 쉽지 않은 권 수 인데...님은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신 듯합니다.
님의 이미지는 책을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대할때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항상 떠올리게 되더군요.
집에서 항상 롱드레스 입고 볕드는 창가 곁에 독서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죠??^^

자목련 2012-10-29 08:54   좋아요 0 | URL
아직은 가을인가 싶다가도 곧 첫 눈 소식을 마주하겠지요.
잊지 않으려면 재독해야 할 텐데, 그게 참 어려워요. ㅎ

지금 저는 7부 레링스에 가오리 체크 남방을 입고 있어요.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책을 마주하는 모습, 꼭 해보고 싶은, ㅋㅋ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 요염하고 고운 색동을 떠올리는 단풍에 저절로 눈이 돌아가고, 고개를 뒤로 한 채 바다를 닮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형형색색의 국화들과 마주하지만 나는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감과 고구마의 계절이지만 가을은 나를 유혹하지 못한다. 어떤 일들은 모두 가을에 잉태되었다. 그 중 몇 몇은 불꽃처럼 타오르기도 했다. 안다, 가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글에서도 나와 가을이 애증의 관계라는 걸 쓴 적이 있다. 하여간 가을은 내게 참 잔인하다.

 

 이런 마음을 시원하게 토해내면 말끔하게 받아주는 지인이 있다. 내게 그녀의 이름은 정신적 지주다. 10월의 두 번째 금요일부터 그녀를 귀찮게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속상한 마음을 털어내다가 문득 그녀는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많이 미안해졌다. 너덜너덜 구멍 난 내 감정을 꿰매주는 그녀가 내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어, 그리고 너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잖아. 그렇게 돌고 돌아 살아가는 순환의 법칙이 아니겠어.

 

 나는 냉큼 순환의 법칙이란 말이 매우 좋다고, 이 말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막히거나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리 생도 그럴 것이다. 어느 한 시절, 한 기억에 막혀버리면 순환하지 못해 생은 아프기만 할 것이다. 이 가을이 내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해마다 내게 오는 가을은 가을이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다른 가을이 될 테니까.

 

 그러니까 가을과 상관없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마치 나를 위한 책인 것처럼 반가운 한강의 소설집 『노랑무늬영원, 좋다는 글만 보이는 신용목의 시집『아무 날의 도시』, 이상하게 끌리는 시인 김선우의 소설 『물의 연인들』 에 빠져들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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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2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에게는 가을이 그렇군요. 누구는 봄이 누구는 여름이 그럴 수 있겠지요. 잊어야 할 건 더 안 잊혀지는거 같아요. 순환이라는 말 좋아요. 한강과 김선우의 소설 담아갑니다. 소설에 마음 기울여 읽어야 할 일이 있기도해서지만 제마음이 가는대로 두기 위해서이기도 하구요. 멋진하루!보내세요^^

자목련 2012-10-24 15:23   좋아요 0 | URL
아마도 잊으려고 애쓰며 상기시켜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잊혀질지도 모르는데..
당분간 순환이라는 말이, 제게 최고의 말이 될 것 같아요!!

한강과 김선우의 소설, 이 가을을 달래기 위해서 좋을 것 같아요. 빛나는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