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곳곳에 있는 달력은 몇 일 전부터 12월의 시간을 살고 있다.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고 성탄절이 있고 아이의 방학이 있고 이별이 있다. 12월엔 눈 다운 눈이 내릴 것이고, 게으름의 날들은 늘어날 것이다. 12월이 되면 Camel의 Long Goodbyes와 Club 8의 Love in December 를 들을 것이다. 12월의 첫 주문으로 이혜경의 『너 없는 그 자리』와 김성중의 『개그맨』을, 읽게 될 책으로는 이정록 시인의 시집 『어머니 학교』와 제스민 워드『바람의 잔해를 줍다』가 될 것이다. 사실은, 읽겠다고 사들인 책들이 많지만 차마 그 제목들을 나열할 수 없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올 해의 책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작가, 인상 깊었던 책에 투표를 했다. 해마다 그렇듯 돌아보면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지난 1월에 내가 했던 다짐과 생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제외하고는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뭐, 나라도 나를 칭찬해줘야지 어쩌겠는가.
두꺼운 커튼을 주문해야 한다. 착용감이 좋은 내의도 골라야 한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는 서로가 더 높이 오르겠다고 경주를 하는 듯 거침없이 오른다. 작년에 쓰지 못한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보내야 한다. 카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문자가 아닌 짧은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눈이 내리는 12월, 예고없이 도착하는 편지와 산타의 선물을 받고 싶기도 하다. 산타라니, 가당치 않은 말이긴 하다.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 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