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붙잡지 않는다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지만 그 겨울이 끝나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만날 거라는 믿음으로 바뀐 어떤 계기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막연하게 그렇다. 계획을 세우려고 마음 속에 담가두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하자 마자 날씨는 마스크를 벗내고 감춰둔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갑자기 추워졌다는 말이다.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멈춤이 되고 말았다.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말을 생각한다. 계획은 여전히 계획중이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여전히 멈춤에 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요. 나의 두려움과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지요.

 

 가을과 겨울을 통과하는 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텃새가 아닌 철새가 되어 가을과 겨울을 말랑말랑한 기운이 감도는 낯선 곳에서 보내고 싶다. 검은 빛깔의 새가 되어도 좋겠다. 검은 바위 위에서 졸고 있거나, 추수를 끝낸 논의 물 웅덩이의 물을 마시거나, 좋아하는 이가 사는 집의 창틀에 살그머니 내려 앚아 그가 잠든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도 좋겠다.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고 나직하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마지막 날은 8월에도, 9월에도, 내가 좋아하는 4월에도 있는데 가을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 오늘이라고 믿어서 그런 걸까.

 

 갑자기 빛이 사라졌다. 불을 켜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하늘의 빛깔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점차 사그라 든다. 설악산에는 첫 눈이 내렸으니 내린다는 비는 어디선가 눈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벌써 첫, 눈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라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몇 권이 책으로 달랜다.

 

 처음 문학동네 시선집이 나올 때는 몰랐다. 무지개보다 더 고운 색깔의 표지를 마주하게 될 줄 몰랐던 거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시집들을 기다리며 기대할 지도 말이다. 드디어, 보라를 만나는 시간이다. 박연준의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는 제목부터 목이 메인다.  다른 글로 만난 시인 강성은의 첫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도 조만간 곁에 두려고 한다.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쿠코츠기의 경우와 작가 정신의 소설樂 시리즈인 이신조의 우선권은 밤에게도 읽고 싶은 책이다.

 

 천둥 소리가 들렸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이 비는 추위를 데리고 올 것이다. 비는 가을과의 이별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10-3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연준의 시집 제목, 아,, 저건 뭔가요. 호기심이 이네요.
담아가요, 자목련님.^^
그나저나 이곳 남쪽도 오늘은 꽤 싸늘했어요. 좀 두께감 있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까봐요.
계절이 가고 있는 것도 미처 몰랐네요. 내일이면 11월인데.

자목련 2012-11-01 06: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박연준의 시집 정말 궁금해요.
어제보다 아주 아주 많이 추워요. 조만간 여기 저기, 첫 눈도 내리겠지 싶어요.
11월, 따뜻하게 포근하게 시작하세요^^

블루데이지 2012-11-0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연준시인의.시집제목이 정말 하루 종일 입에 맴돌아요~~왜그럴까요!!
11월이예요...11월에도 좋은글 많이 읽게.해주세요~~
재미있는 주말 보내세요!

자목련 2012-11-05 11:17   좋아요 0 | URL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젠 아버지라는 말만으로도 먹먹해져요..
프로필,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