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라 말해도 좋을 가을비가 내린다. 10월은 이제 사 나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올해는 두 달하고도 몇 일이 더 남은 것이다. 년초에 어떤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라는 말은 거창하다. 그냥 이런 저런 일들을 나열했다. 읽기와 쓰기에 관한 것도 있었다. 모 서점에서 알려준 바에 의하면 100권의 책읽기를 달성했다고 한다. 100이라는 숫자는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 마구 읽기의 결과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100이라는 숫자는 대견하다. 그러니 300이란 숫자는 격하게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권이 선택한 소설은 이상이다. 표지가 이상의 고독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고독이라니, 감히 내가 그 말을 쓸 수 없지만 말이다.
김숨의 단편집 『투견』을 읽고 있다. 단편이 주는 어떤 포근함과 강렬함이 좋다. 최근에는 장편이 대세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단편이 좋다. 바로 생각나는 단편집은 이렇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 걸기』, 조경란의 『나의 자줏빛 소파』,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는 아주 좋아하는 단편집이다. 그리고 김이설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김도언의 『랑의 사태』,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잊지 않는다. 모 소설가의 블로그에서 김도언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출간에 관한 글을 읽었다. 11월에 마주할 그의 책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양말을 신지 않았더니 발이 불쌍해 보인다. 스카프로 목을 둘둘 감고 있으면서 발은 외면하다니. 매번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의 오른발에게 미안하다. 점심을 먹어야겠다. 빵과 커피와 치즈가 들어 있는 아주 작은 소시지 3개로 아침을 먹었으니 점심은 밥을 아주 많이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