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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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루에 놓여 있던 커다란 책장엔 삼촌이 모으던 책들과 백과사전 전집, 동화 전집 그리고 위인 전집이 꽃혀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언니들 공부하는 어깨너머로 배운 한글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좋았었다. 늘 큰 집안 살림에 바쁜 엄마는 새벽부터 밤까지 늘 바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설거지, 많은 식구들 빨래(이때는 세탁기라는 게 없었다. 그나마 짤순이라는게 생겨서 참 신기해하던 때였다. 그러고도 몇년 뒤에 세탁기라는게 생겼는데 지금의 세탁기와는 정말 다르다.), 점심식사준비, 설거지, 청소, 저녁식사준비, 설거지, 정리, 정말 매일매일이 너무도 바쁘셨다. 단촐한 가정도 아니었고 대가족이 함께 사는 집의 살림을 엄마 혼자 하려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지금 생각하니 엄마의 인생이 너무도 고달프고 힘드셨을 것 같다. 그러다가 아빠가 실직을 하시고 엄마는 땔거리 먹을거리를 구하러 다른 집으로 일을 찾으러 나가시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큰언니가 엄마를 도와 살림을 많이 거들었다. 나는 막내라 늘 열외가 있었고, 그런 시간들에 나는 주로 책장에 있는 책들을 읽었다.  

그때 그시절 책을 읽는 게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고 위안이었다. 엄마가 사주신 동화전집은 지금처럼 다양한 색상의 예쁜 그림은 아니었고 까만 글씨에 흑백 그림이 간간이 들어가는 그런 동화책이었기에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사촌동생이 책을 읽을 시기가 되면서 작은엄마는 색색의 예쁜 그림 동화책을 많이 사주셨다. 물론 그 책들을 받는 사촌동생이 늘 부럽기도 했었다. 그 집에 가서 전래동화전집을  몇번씩 읽었는지 모른다. 또 엄마는 사준적이 없는 동화 퍼즐도 사촌동생보다는 내가 더 많이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전집을 하나씩 꺼내 읽고 다 읽으면 다시 처음부터 동화책을 읽었었다. 위인전집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읽었더랬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의 비읍이처럼 저금통을 털어서 책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사실 서점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엄마가 책을 사주신 건 방문판매하러 온 아줌마에게 할부로 구입했던 것이라서 그랬다. 그 당시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면 된다는 걸 알았다면 세배돈으로 받았던 돈을 들고 아마도 서점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때 내가 너무 어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씁쓸하다. 

비읍이의 엄마는 <말괄량이 삐삐>를 영화로 보고 책은 읽지 않는다고 엄마가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기를 비읍이는 바란다. 텔레비전 세대에 걸맞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보는 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비읍이가 좋아하는 책을 싸게 사기 위해 헌책방을 다니고 그곳의 그러게 언니와 사귀면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우리 어릴때는 책도 참 귀했던 것 같고, 책에 대해 무지했던 부모님 덕에 늘 집에 있는 책을 읽거나 나중에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친구들에게 빌려 읽었었다. 그리고 중3때 담임선생님이 다니시던 교회의 도서실에서 책도 많이 빌려 읽었었다. 그런데 빌려 읽었던 책들은 내가 정말 읽었었나 싶을때가 있다. 그때는 참 책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내돈주고 사보지 않으니 내 책 같지가 않다. 

헌책방이라는 곳도 스무살이 넘어서야 알았으니 이 책의 주인공 비읍이는 나보다 얼마나 많이 성숙한가. 지금와서 돌아보면 참 많이 모르고 살았던 것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비읍이처럼 적극적인 책 읽기는 안 되었던 것이니 말이다. 

요새도 엄마는 나의 책 사모으기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다. 저 책 다 뭐할거냐고, 아마도 어린시절 책에 대한 결핍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책을 사 모으며 살았을까?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책에 대해서 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책 사는 돈은 정말 아깝지가 않다. 

요즘처럼 예쁜 그림에 좋은 내용을 담은 책들을 다양하게 접하며 살았다면 지금처럼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요새 아이들이 부럽고 또 부럽기만하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모든 걸 다 누리며 살고 있는 것도 부럽고 책 하나 하나 멋진 글들이 가득하니 부럽기만 하다. 벌써 한세기 전, 먼 나라에 살고 있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이리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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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이들이 마냥 부러워요.
어릴적에 보고싶었던 동화책들이 정말 많았지요..
책에 굶주려서 그런지 책 욕심이 많이 나네요.^^

꿈꾸는섬 2010-03-22 11:04   좋아요 0 | URL
제가 요새 후애님 서재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죠. 후애님도 저처럼 책에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하고 말이죠. 지금이라도 열심히 읽으려구요. 요새 아이들 책 정말 재미난게 많더라구요. 어제 언니네서 책 한보따리 싸가지고 왔어요.ㅎㅎ

gimssim 2010-03-2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이런 글들이 좋습니다.
책이 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저도 친구네에 전집으로 있던 계몽사의<위인집>을 많이 부러워했어요.
<소년소녀 명작동화>두요.

꿈꾸는섬 2010-03-22 12:58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가 사주신 유일한 전집이 계몽사 명작동화랑 위인집이었어요.^^
그때가 그리워요.^^
 
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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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를 사냥할 때는 어떤 동물을 죽이는 일과는 다른 게 있다. 고래를 쫓아다닐 때는 저와 내가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게 있다. 작살을 쏠 때도 그렇고. 나는 새끼 데리고 다니는 고래는 안 잡았는데 고래와 마음이 통해서 그랬다. 고래가 꽃을 피울 떄는 고래 영혼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고래 생명력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그후 며칠간은 먹지 않고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 모른다."(103)  
   

열일곱살 니은이, 어느날 교통사고로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잃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 엄마와 아빠를 잃은 소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는 상상해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끈 떨어진 연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정처없이 흘러만 갈 것 같다. 혼자 있는 집, 고모와 이모, 그 어떤 곳도 니은이에게 안식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학교로 가던 길에 늘 다른 곳으로 향하던 니은이의 발걸음이 이해되는 건 그곳도 니은이의 안식처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정유공장이 들어서면서 바닷물에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그 뒤로 헤엄을 칠 수 없는 바다가 되었다는 아빠의 고향, 그곳은 전설처럼 전해오는 처용과 황옥의 이야기가 있고, 고래 잡이를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미국자리공나무로 온산이 붉게 물들었다는 산에 사철나무 등 우리 나무를 옮겨 심어 공해를 막았다는 장승포 할아버지, 그분의 전설처럼 들려오는 고래잡이 이야기, 국제포경협회에서 포경금지규칙을 선포하고 다시 고래잡이를 나설 날을 기다리며 고래잡이 배와 고래 잡이에 필요한 도구들을 온 집안 곳곳에 간직하며 산다. 식당을 운영하는 왕고래집 할머니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한글 공부를 시작하고 그곳의 주인없는 개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살아간다. 이분들이 사는 곳으로 흘러 온 니은이는 장승포 할아버지와 왕고래 할머니를 보며 자신을 들여다본다. 열다섯에 시집 온 할머니, 열여섯에 포경선을 탄 할아버지, 그때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열일곱살 니은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어른이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을 한다고해서 어른이 되는 것일까? 내 나이 열일곱에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진정한 어른일까?를 생각한다. 여전히 어리광 많은 소녀일때가 더 많으니까 말이다. 가끔 내가 낳은 아이들조차도 버겁다고 생각될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왕고래 할머니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어른이 된건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 아프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무언가 책임을 진다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고래박물관에 모든 걸 기증하기로 하고 장승포할아버지는 다시한번 바다로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니은이 왕고래할머니, 할아버지의 친구, 경찰 등등 관계자들을 태우고 바다로 나간다.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앞으로 남은 날을 어찌 살아갈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던 니은이는 바다 한 가운데 헤엄치는 고래를 본다. 무수한 바다 생명을 보며 삶의 또다른 문을 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액자 그림을 오래 올려다보고 있은 모양이었다. 장포수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계속 궁금해하고 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바위그림이 왜 중요해요?"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또 가만히 있었다. 기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할아버지한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난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는 게 나은지, 기억하는 게 좋은지.
  "기억하는 일은 왜 중요해요?"
  "그것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지. 잘 떠나보낸 뒤 마음속에 살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여전히 할아버지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어 다시, 다른 방식으로 물어보았다. 기억하는 일이 힘들고 따가워도 기억해야 하는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오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할아버지가 기증한 물건들이 전시된 방을 바라보았다.
  "나도 기억하는 방법을 몰라서 저 물건들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내 인생을 낡은 물건들을 쌓아두는 창고로 만든 셈이지. 잘 떠나보내고서 기억하고 있으며녀 도는 걸."
잘 떠나보낸 뒤 기억하기. 나는 그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입 안에서 반복했다.(236)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세월>은 내가 좋아하는 김형경 작가의 작품들이다. 여기에 <꽃피는 고래>까지 추가하려고 한다. 작가의 풍부한 감성과 사고는 작가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날카롭지만 아프지 않은 그런 내용을 늘 담고 있다.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기억해야한다는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건 역시 작가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니은이가 부모을 잃고 헤매이고 다녀고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고,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잘 이겨나가기만을 바라는 그런 마음뿐, 특별히 안쓰럽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왕고래 할머니의 편지에는 어찌 그리 눈물이 나던지 모르겠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편지글을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 

   
 

  "제니 에미 보거라.
  너도 자식 키워봤으니 이제 알겠구나. 에미 창자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 하도 속이 썩어문드러져서 그렇지. 죽은 영감한테는 남은 마음이 없다. 생전에 할 만큼 해줬으니 맺힌 게 없지. 영감도 없을 거다. 그런데 제니 에미야, 자식은 다르다는 거, 너도 알제? 죽는 날까지 자식을 마음에서 못 내려놓는 게 에미다. 죽은 후에도 더 잘해주지 못해 안쓰러운 게 에미다.
  네가 더이상 술도 못 먹을 정도로 술병이 깊어졌을 때, 너도 알제? 내가 부처님, 하느님, 용왕님, 천지신명을 부르며 딸년 살려달라고 매달렸을 때. 네가 까무러친 듯 누워서도 내 중얼 거리는 소리 들었다 했제?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거밖에 없더라. 네가 죽 한모금 못 넘기고 누었는데. 나도 물 한모금 안마시면서 곁에서 애원했다. 사흘째 되는 날 네가 몸을 일으켜 물 찾을 때는 덜컥 겁부터 나더라. 또 술 찾을까봐. 꿀물을 타줬지. 너는 꿀물 한사발 들이켜고는 허물벗듯 자리겡서 일어났다. 허물을 벗듯 다른 사람이 되더라. 제니 에미야, 그해 어미나날 나한테 꽃 준 거 기억하나? 꽃도, 꽃도 그리 곱던지. 네가 내 딸이어서 평생 좋았다. 에미로 사는 게 고맙고 고마웠다.
  제니 에미야, 내가 당부하고 싶은 게 꼭 하나 있다. 너는 내가 아침마다 부엌에 정화스 떠놓는 일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제? 신이 있다면 세상이 이토록 불공평할 수 없다고 했제? 신이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는 사람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너는 내가 초하루마다 절에 가는 거 싫어하지. 정월 보름에 바다에 나가 비는 거, 첫 벼이삭을 항아리에 담아 간수하는 거, 모두 미신이라 배웠다고 했제?
  미신인지 귀신인지 그런 건 나는 모르겠다. 다만 시어머니가 해오신 대로 하는 거고, 시어머니도 당신 시어머니가 하던대로 하신 거지. 제니 에미야, 네가 죽은 듯 누었다가 사흘 만에 새사람으로 일어난 거만 잊지 마라. 배운 사람들은 파도가 높은 이유를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만 우리야 태풍도 용왕님 뜻이려니 한다. 조상 대대로 해오던 일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맘뿐인 기라."(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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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스물 몇살의 어느 봄날, 잔뜩 집중하면서 읽던 책입니다.. 김형경. 그립네요^^

꿈꾸는섬 2010-03-22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더랬지요.ㅎㅎ
 
잘난 척쟁이 경시 대회 작은거인 5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강봉승 그림, 조병준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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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 책을 보고 있다. 2006년에 출간된 이 책은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일지 분간이 안되었다. '잘난척쟁이'들의 경시대회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는 했다. 

진부한 소재가 아니라 참신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우선 했다. 대부분 동화에서 다루고 있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오는 동정심, 친구들과의 우정 문제, 가족간의 문제, 선생님과 학생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 실험을 통해 가족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성취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것이 참 좋았다. 

동화책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만들어 놓으니 정말 좋단 생각이 우선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크는 수업시간 잘난척쟁이들을 싫어한다. 무엇이든 남들보다 먼저 대답하고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친구들을 볼때마다 속으로 많이 싫어했다. 그런데 어느날 학교에서 과학 경시대회를 연다고 하고 대상을 받는 학생에게 최고 좋은 사양의 컴퓨터를 선물로 준다고 한다. 그것은 마침 제이크가 갖고 싶어하던 컴퓨터였고 그 컴퓨터를 갖기 위해 친구들을 비롯해 제이크도 과학 경시 대회에 참여한다. 과학 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 점점 자신도 잘난척쟁이처럼 변하고 있는 모습을 깨닫고 함께 출전하자던 친한 친구 윌리의 부탁도 거절한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적이 되고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의미를 잃고 포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제이크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윌리와 함께 출전을 결심하고 자기장의 세기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윌리와 열심히 연구하고 실험해서 결과물을 낸다. 과학경시대회가 열리는 날, 진정한 우승자는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만 후회없는 실험에 대해 만족한다. 윌리와 함께 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제이크의 생각은 공동체를 생각하게 만들어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리고 과학 실험의 여러 다양한 주제들, 개미는 냄새로 길을 찾는다는 가설로 연구한 결과, 또 곤충의 알은 어느정도의 빛의 세기를 받아야 알에서 부화하는가, 또 씨앗에서 줄기가 거꾸로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등 다양한 과학적 사고를 엿볼 수 있게 해주어 더 즐거웠다. 성공한 실험들만 있는 게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실험들도 실려 있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결론을 도출해내는 자세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제이크가 실험한 애너멜선을 못에 감아 건전지를 연결하면 자석이 된다는 사실도 과학적 상식이 없는 나에게는 흥미롭고 재미난 사실중 하나였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에서부터 고학년까지 읽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이공인 제이크가 초등 3학년이다. 그리 길지도 않고 어렵지 않은 과학적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저학년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고, 고학년의 경우에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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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1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재밌네요.^^
전 과학은 정말 싫어했어요.ㅋㅋ

꿈꾸는섬 2010-03-19 17:42   좋아요 0 | URL
전 아주 잠깐 좋아했는데 역시 머리가 나쁘니 자연히 싫어지더라구요.ㅋㅋ

순오기 2010-03-1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잘난척쟁이 경시대회 보셨군요.^^
엔드루 클렌먼츠 책- 프린들 주세요, 작가가 되고 싶어도 추천합니다.
제가 보장하는데 절대 실망하지 않아요.

꿈꾸는섬 2010-03-20 16:1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추천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거라고 믿어요. 찾아서 읽어볼게요.^^
 
받은 편지함 힘찬문고 38
남찬숙 지음, 황보순희 그림 / 우리교육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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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순남이도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기가 읽은 동화책의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되는데 작가에게 생각지 않던 답장을 받는다. 컴퓨터 수업 시간 마다 이메일을 보낼 친구가 없어 걱정하다가 작가에게 보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순남이는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선생님이 이름을 묻는 편지에 자신의 이름이 왠지 촌스럽고 별로라고 생각한 순남이는 평소 부러워하던 혜민이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쓴다. 그렇게 시작된 거짓말은 혜민이의 일상을 자신의 일상으로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간간이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 이야기처럼 꾸며 편지를 쓴다.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 받다보니 순남이의 생활이 활기차지고 재미있어진다. 심지어 혜민이가 순남이에게 말을 걸어로기 시작한다. 학급문고를 맡고 있는 혜민이는 그동안 학급문고를 열심히 읽은 순남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학급문고를 다 읽은 후 다시 빌린 책을 빌리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책을 빌려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혜민이네 집에도 데리고 가고 순남이 집에도 놀러 간다. 순남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끄럽게만 생각하는데, 오히려 혜민이는 엄마도 없이 떡볶이도 맛있게 만드는 순남이가 의젓하니 어른스럽다고 생각한다. 혜민이가 자신을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순남이를 어른스럽다고 칭찬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어느날 작가는 새 책이 나왔다고 순남이에게 책을 보내주겠다고 편지를 보낸다. 순남이는 자신이 거짓 이름을 말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혜민일 이름으로 주소를 적어 보낸다. 작가는 등기로 책을 보내고 순남이는 그것도 모른채 보내준다는 책을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그리고 어느날 학교 선생님은 혜민이에게 이혜숙 선생님이 혜민이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 이혜숙 선생님께 답장을 써서 자신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낸 아이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그 뒤로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걱정을 하던 순남이는 병이 나고, 혜민이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병문안을 온 혜민이는 작가선생님이 끝내 그 아이의 메일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받은편지함을 확인해보니 학교 도서관에 순남이를 위해 책을 보내주었으니 도서관에 가서 빌려보라는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동안 순남이가 보낸 받은편지함을 열어보고 순남이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순남이와 동화작가가 주고 받은 편지함은 순남이와 작가만의 추억이 될 것이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집안 살림에 동생 돌보기까지 사는 게 너무 힘들었을 순남이에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을까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따뜻해진다. 

순남이의 거짓 편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동화작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그 시기의 아이들이 자신이 얼마나 멋지고 예쁜지 잘 알지 못하기에 벌일 수 있는 그저 사소한 거짓말이었을테니까 말이다. 자신의 처지를 바르게 봐주지 못하는 이 사회때문에 더 많이 움츠러들고 부끄러워하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말해 주고 싶다. "네 마음 알 것 같아, 순남아. 괜찮아!"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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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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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세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한 작가의 자전 에세이를 읽으니 마치 작가가 내 앞에서 강연회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답변이었다. 

매일 30장의 원고를 쓰기 위해 16시간 이상의 노동을 했다는 작가는 글감옥에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단다. 그러니 남들은 한편도 쓰기 힘든 대하소설을 세편이나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가 세편의 작품을 내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모두가 부인(김초혜 시인)의 도움이 컸다고 이야기 한다. 태백산맥을 연재하던 중에 걸려오는 협박 전화, 경찰과 검찰 조사, 심지어 건강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고, 글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작가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쓰셨다.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헤치고 가족의 안위를 헤치는 일이었음에도 작가는 우리 현대사에 연구되지 않던, 연구를 꺼리던 해방공간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것이다. 

내가 태백산맥을 읽었던 때는 스무살 무렵이었다. 언니가 아는 언니에게 빌려온 책을 먼저 읽고 그다음에 내가 얼른 읽고 가져다 주었다. 남의 책을 빌려온 것이라 빨리 읽어야하기도 했지만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갈만큼 그 재미가 정말 좋았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내용들이라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남부군>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해방공간의 한줄기를 훑어 내려왔으니 그 지식 또한 매력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돈이 좀 넉넉했더라면 <태백산맥>전집을 사서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지금도 너무 아쉽다. 지금이라도 다시 구입해서 읽어 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책을 사는 일이 쉬워졌다. 그 뒤에 나온 <아리랑>은 나오자마자 얼른 구입해서 읽었다. <태백산맥>도 재미있었지만 <아리랑>은 더 재미있었다고 기억한다. 만주로 떠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 블라디보스톡으로 강제이주당한 조선족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서사시였다. <아리랑>보다 먼저 읽었던 <토지>도 생각났지만 박경리 선생님의 긴호흡과 달리 긴장과 갈등이 빠르게 전개되던 <아리랑>은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한강>이라는 작품을 만났었다. 물론 이것도 구입을 해서 우리집에 놓여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 또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윗세대의 고단한 삶을 읽으며 알아갈 수 있어 좋았던 책이었다. 

사실 지금은 내 지식이 너무 얕아 제대로 읽어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 한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시기를 다룬 것이 아닐까 싶다. 학교 다닐때 배웠던 그런 지식적인 역사교육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왔던 모습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는 말한다. 문학은 이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식인이라면 올바른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것이 작가가 해야할 일이고, 지식인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쓰게 될 것인가? 하고 말이다. 

막연하게 가졌던 글쓰기에 대한 동경은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우선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매일 매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들을 우선 읽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나서 내가 쓰려고 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비록 보잘 것 없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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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1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예약주문으로 구입했으면서 나는 읽지도 않았고,
12월에 빌려간 사람이 아직도 안 가져왔어요.
어제 책바꾸러 온다고 전화만 왔는데...
조정래선생님 대하소설 3종 필독도서에 황홀한 글감옥도 추가해요.

꿈꾸는섬 2010-03-18 09:32   좋아요 0 | URL
40년을 한결같이 살아오신 분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읽었어요. 작가의식도 분명하고 조정래선생님의 소설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잖아요. 그걸 집필하는동안의 상황이나 생각 기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