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걱정...
여행다니는 걸 참 좋아했었다.
일요일 아침 동서울터미널에 가서 시간에 맞는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던 적이 있었다. 단양도 가보고 문경세재도 다녀오고 공주, 부여...닥치는대로 다녔었다.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은 어찌보면 쓸쓸해보일 수도 있으나 그게 또 그렇게 쓸쓸하지만은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잘도 돌아다녔고 겁도 별로 없었다. 시간 맞는 버스를 다시 타고 올라와 늦은 시간에 서울로 돌아와도 겁이 나기는 커녕 집을 참 잘도 찾아갔었다. 심지어 야심한 시간에 맥주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용기가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아이들이랑 안락한 집안에만 있다보니 다시 밖으로 나간다는게 겁이 난다.
여행을 떠나도 남편과 함께하고 아이들이 생긴후로는 아이들과 함께하니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도 조금 자랐고 남편도 반대하지 않는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데 겁이 좀 난다.
물론 첫차를 타고 떠나는 것은 걱정이 안되는데 역시나 늦은 시간 돌아오는게 겁이 난다. 남편이 역으로 마중나와 준다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일찍 잠이 드는 시간이라면 그 아이들을 데리고 역으로 마중나온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서른일곱이나 먹은 아줌마가 이런 걱정으로 며칠을 끙끙거리고 있으니 남편은 또 한마디한다. 얼굴이 무기인데 뭐가 걱정이냐고......그러게 뭘 걱정하는건지 도대체......
마치 처음 여행을 떠나보는 두근두근 설레임때문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처음 가는 낯선 장소와 늘 인터넷으로 만나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처음인 사람들, 그 모든게 설레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토요일 출발하는, 아니 돌아오는 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