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문학전집 17
박범신 지음 / 세계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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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를 옭아매는, 또 지배하는 <틀 - 박범신> 2012-21

 

 


 

 

책 설명

p.256

 

제17권『틀』은 우리의 현대사가 보여주는 잘못된 구조의 지배논리가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를 한 씨족부락을 통해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70년대 말에 썼던 단편 <역신의 축제>를 대폭 확대하고 개작한 것으로, 유신이라는 폭력적인 정치권력이 사회를 억누르고 있던 당시의 암울한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강 진사'로 대표되는 세력과 '전도사'로 대표되는 세력의 대립구도는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과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다.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사유화된 권력은 영원할 수 없음을 보여주면서, 이를 무너트린 또 다른 사유화된 권력 역시 얼굴만 바꾼 폭력적인 힘일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박범신 작가 책 중에서는 그렇게 그나마 인기가 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틀'이라는 제목이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작가의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에서 그가 '악(惡)'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무섭게 풀어놓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틀'에 대해서 작가가 이야기로서 무슨말을 대신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고난뒤 느낌은

무섭다, 찝찝하다. - 익숙하다.

그러나 이런 찝찝한 느낌은 단지 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게 아니다.

이런 느낌이 익숙하게 될 정도로 우리 사회 안에 팽배해왔던 '틀'이라는 올가미와 '지배'.

 

 

 

 

"'틀'이 억압의 틀로서 작용하지 않는 사회가 지금도 그립다. 전체의 '틀'이 견고하되 개인이 가진 삶의 틀과 부딪히지 않고 그리하여 그 전체의 '틀'이 부드럽게 우리들 개인의 숨을 꿈들 속으로 녹아들어서, 보이진 않으나 마침내 합일하는, 그런 세상이 여전히 그립다." -<초판>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초판을 확대, 개작하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많이 끌어들였다고 한다. '잘못된 지배논리와 구조가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들의 인간다운 삶이며, 그 삶은 결국 전통적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포다....

 


 

이 책에서 가리킨 무서운 문제는 '틀'과 '지배'의 사유화.

그러나 더 무서웠던 것은 이전 지배에 대한 처단이라는 이름으로 넘겨진 또다른 '지배의 지팡이' 이다.

더더더 무서운 것은 이게 꿈이 아닌 현실 이라는 것. 

 

P.S 음, 이 책 괜찮다. 처음엔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 "이거 종교적 색채가 짙은 책인가?"하고 생각했지만

이것 또한 작가의 장치였을 듯 하다. 박범신 작가 좋아! 박범신 글은 이런 주제를 다룰 때 더 매력있는듯하다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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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하 - 50년간의 고독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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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하) 50년간의 고독 - 아고타 크리스토프> 2012-18

- 막바지 거짓말, 존재의 진실

 

드디어 사건의 전말이다. 막바지 거짓말. 이름을 드러낸 Lucas 와 Claus. 철자만 바꾼 그들의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하권의 내용은, 아마도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들려주는 내용이다.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찝어논 구절들이 많지만 스포가 될 것 같아 참는 중..

 

하편은 '재구성'이다. 거짓말로 인해 덮였던 진실을 하나씩 자리에 꿰어맞추는. 그치만 결과를 확실히 말하기는 애매하다. 지금까지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 듯 하면서도, 또 어떻게보면 진실이라 믿게 하기도 하고.. 어쨌든 마지막 <50년간의 고독>을 읽고 나서야 드디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란 제목에 차곡차곡 진실이 줄을 선다. 하 .. 그치만 너무 많이 속은 탓에 이 진실들도 왠지 거짓인 것만 같다.

 세권을 다 읽은 결과, 역시 충격적이고 헷갈리고 어리둥절하다. 언뜻 보면 무거운 주제를 담고있을 듯한 제목이었지만, 맘에 들었던 점은 허세가 없는 문체, 간단하고 간결하게 썼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의 임팩트, 거짓말... 이었다.

헝가리의 여류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헝가리의 소설은 결코 낯익지 않았지만 낯설기때문에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젠가 기억은 안나지만 새내기의 내 생활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해준 이 책을 나의 눈에 띄게 해준 누군가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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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 타인의 증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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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중) 타인의 증거 - 아고타 크리스토프> 2012-17

- 양철북 리메이크?

 

이제서야 꼬마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책 뒤에 나와있는 카프카나 쿤데라에 비견된다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풍자와 해학.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 잘 모르겠고, 몇 작품 접해도 카프카와는 비슷한 점을 찾지 못하겠다.. 일단 제일 비슷했던건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문학 수업때 <양철북> 책과 영화를 미치게 분석하고 (정확한 분석에는 실패했지만) 레포트 썼던 기억이 있어, 책 속에 하나하나 비슷한 부분이 나올때마다 '이건 양철북 리메이크인가?'하고 생각했다. '배끼기'가 아닌 '리메이크'라 하는 것은 ............ 거의 이름과 행동까지 유사한 것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걸으려고 하지 않으면 넌 언제까지나 걷지못해, 영원히"

양철북의 오스카도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보고선 스스로 성장을 멈추게 된다.

자신의 아들이 아닌데도 양아들(오스카는 이복동생에게)에 하는 집착과, 그에게 세발 자전거 등을 사주는 부분, 애인이름 클라라, 전시상황, 소년의 성장..

 


 

그래서 중편인 타인의 증거에서는 두가지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1. 양철북과의 공통점을 찾는 재미 2. 반전의 재미

반전의 재미는 딱 마지막 장에서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외하면 사실 재밌거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상편에서 다뤄진 내용들을 모조리 뒤집어놓는 몇줄의 반전은 전개부분의 덜한 재미를 덮어버릴수 있을만큼 놀랍다.

 

"독자는 어느 페이지, 어느 줄에서나 문득 자신이 읽은 것 중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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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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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2-16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상) 비밀노트 - 아고타 크리스토프>

- 연민의 시선과 블랙코미디가 만날 수 있을까

 

상, 중, 하로 되어있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대학교 새내기때 우연히 알게된 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선 대단히 충격을 먹었었다.

처음에 상 편을 읽고나선 '뭐 이딴 책이 다있나'했었다. 일단 세 권의 각각의 구조가 다르다. '상'권인 비밀노트는 그 중 가장 파격적이라 볼 수 있는데.. 일단 줄거리는 이렇다. 전쟁상황에서 한 할머니에게 맡겨진 쌍둥이 형제. 할머니는 그들을 '개자식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그들만의 적응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 떨어질 수 없는 형제가 할머니의 집에서 쓴 일기가 '비밀노트'가 된다.  중간 중간.. 더럽고 역겨운 부분이 있다. 찝찝하고, 픽 하고 웃음나는 어이없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책을 덮지 못하는건, 상황과 조건하에서 그들은 너무나 안쓰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름조차 불려지지 않는다.

 

"국경이 다시 정비되었다. 이제는 함부로 넘나들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세상과 완전히 고립되었다. -191p"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33p"

 

그들의 적응법처럼 문체또한 너무나 담담하고 건조하고, 냉소적이다. 아마도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좋았다. 물론 다시 읽었을 때에는.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처음에는 이 책의 재미는 느꼈지만 더러운 기분만 남았었다. 그치만 중, 하권을 읽고 또한번 읽었을때 나는 이 앙큼한 꼬마들에게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쓰러움은 중 권까지 남아있었기에 그 반전도 더욱 깊게 다가왔다. 사실 <비밀노트>편만 읽는다면 이 책을 반, 아니 1/3도 안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뒤바뀔 존재와, 거짓말들에 대한 떡밥 편이라 보면 그럴듯 하다. 그러니 씨니컬하고 기분나쁜 서술에 시리즈를 읽지않겠다는 다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 너희는 너무 예민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가 본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거야.

-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거에요.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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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남자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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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의 홍보글들을 보면 '한국형 추리소설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추리소설이란 장르는 아직은 대단히 활동적인 분야가 아니어서 (내 정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마는..) '한국형 추리소설'이라는 그 특징이 어떠할지 많은 기대를 가졌다. 특히 저자가 현직 판사에 자리가 있다는 점에서 판사의 관점에서 보는 추리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컸다.

그리고 처음에는 맘에 들지 않은 제목이었지만 이책을 통해 제목을 보고 내용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는 남자, 꼭 치정극 같은 제목이긴 한데..........내용은 어떨까,

 

'10년 전 그때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짙은 모래바람 속이었고, 지금은 조용한 밤중에 외딴 집 방 안이지만, 눈앞에 널브러진 시체의 냉정함은 그때와 같은 동질의 강력한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조용한 밤의 적막 안에서 무단 침입한 집 한가운데서, 바로 몇시간 전에 회사에서 퇴근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의 시체와 마주한 이 순간은 찰나 간에 진구를 아득한 과거로,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렸다.-p44'

주인공인 진구는 능력이 부족한 평범한 인물이다, 아 역시나 범죄를 밝히기 위한 머리 돌리는 속도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그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포위망 속에 들어와있다. 그 포위망은 진구에게,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 번갈아 좁혀진다.

 

'진구는 경찰이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선입견이 얼마나 집요한지도. 혐의란 건 걸쭉한 돼지죽 같아서 한번 뒤집어쓰면 좀처럼 씻어내기가 어렵다.'형사의 감'에 근거한 시나리오가 쓰이면 증거는 거기에 맞춰 줄을 설 뿐이다.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는 무시되고, 범죄를 규탄하는 증거는 중시된다. 어떤 엉뚱한 곳에서 어떤 물건이 난데없이 튀어나와 증거라는 옷을 입고 춤을 추어댈지 모른다. 물증이나 증언의 무게가 객관적일 것 같지만 저울의 눈금은 긋는 사람 마음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며 여유를 부리다가 오랏줄이 덮쳐올 때 허둥지둥해봐야 이미 늦다.-p159'

책을 읽다가 제일 맘에 들었던 서술. 아마도 현직 판사이기에 혐의와 판결의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었던 듯 하다. (또한 소설 속 경찰들의 무능이 표현된 부분이 많았다) 사실 '감', 즉 심증 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당하는 입장에서 너무나도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뛰어난 형사의 '감'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질 때가 있는 법. 요즘 경찰의 위상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처럼 뛰어난 감을 가진 형사들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면... 지금 일어나는 범죄를 막고 경찰에 대한 불신을 덜어낼 수 있을까?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감추려고 하는 범인의 존재! <나를 아는 남자>의 경우 범인을 감추기위한 굉장한 반전을 숨겨놓았다. 물론 범인은 한번은 찍어볼 수 있었던 인물이었지만 그 범인을 덮고 덮은 장치들이 철저해서 감히 확정지을 수 없던 인물이었다. 마지막 페이지 임팩트가 정말 강하다!

 

p.s 동일작가의 따끈따끈한 신작 <순서의 문제>도 곧 데리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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