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남자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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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의 홍보글들을 보면 '한국형 추리소설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추리소설이란 장르는 아직은 대단히 활동적인 분야가 아니어서 (내 정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마는..) '한국형 추리소설'이라는 그 특징이 어떠할지 많은 기대를 가졌다. 특히 저자가 현직 판사에 자리가 있다는 점에서 판사의 관점에서 보는 추리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컸다.

그리고 처음에는 맘에 들지 않은 제목이었지만 이책을 통해 제목을 보고 내용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는 남자, 꼭 치정극 같은 제목이긴 한데..........내용은 어떨까,

 

'10년 전 그때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짙은 모래바람 속이었고, 지금은 조용한 밤중에 외딴 집 방 안이지만, 눈앞에 널브러진 시체의 냉정함은 그때와 같은 동질의 강력한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조용한 밤의 적막 안에서 무단 침입한 집 한가운데서, 바로 몇시간 전에 회사에서 퇴근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의 시체와 마주한 이 순간은 찰나 간에 진구를 아득한 과거로,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렸다.-p44'

주인공인 진구는 능력이 부족한 평범한 인물이다, 아 역시나 범죄를 밝히기 위한 머리 돌리는 속도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그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포위망 속에 들어와있다. 그 포위망은 진구에게,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 번갈아 좁혀진다.

 

'진구는 경찰이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선입견이 얼마나 집요한지도. 혐의란 건 걸쭉한 돼지죽 같아서 한번 뒤집어쓰면 좀처럼 씻어내기가 어렵다.'형사의 감'에 근거한 시나리오가 쓰이면 증거는 거기에 맞춰 줄을 설 뿐이다.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는 무시되고, 범죄를 규탄하는 증거는 중시된다. 어떤 엉뚱한 곳에서 어떤 물건이 난데없이 튀어나와 증거라는 옷을 입고 춤을 추어댈지 모른다. 물증이나 증언의 무게가 객관적일 것 같지만 저울의 눈금은 긋는 사람 마음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며 여유를 부리다가 오랏줄이 덮쳐올 때 허둥지둥해봐야 이미 늦다.-p159'

책을 읽다가 제일 맘에 들었던 서술. 아마도 현직 판사이기에 혐의와 판결의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었던 듯 하다. (또한 소설 속 경찰들의 무능이 표현된 부분이 많았다) 사실 '감', 즉 심증 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당하는 입장에서 너무나도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뛰어난 형사의 '감'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질 때가 있는 법. 요즘 경찰의 위상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처럼 뛰어난 감을 가진 형사들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면... 지금 일어나는 범죄를 막고 경찰에 대한 불신을 덜어낼 수 있을까?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감추려고 하는 범인의 존재! <나를 아는 남자>의 경우 범인을 감추기위한 굉장한 반전을 숨겨놓았다. 물론 범인은 한번은 찍어볼 수 있었던 인물이었지만 그 범인을 덮고 덮은 장치들이 철저해서 감히 확정지을 수 없던 인물이었다. 마지막 페이지 임팩트가 정말 강하다!

 

p.s 동일작가의 따끈따끈한 신작 <순서의 문제>도 곧 데리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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