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2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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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4 - 도진기, 윤해환 외>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많이는 읽지 않는 나로써는 우리나라 추리소설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냥 재밌으면 된다.(이런 정도이니 저의 개인적인 리뷰의 견해가 다소 좀 이상할지라도 양해해주십사....) 가끔은 긴장감도 있고 훅~하고 빠져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되면 나에게 좋은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단편선은 완전한 재미를 선사했으니 ㅎ,ㅎ!!!! 그리고 장르별 이야기별로 골라먹는 재미가 제대로다. 옛날에 추리소설이라 하면 책을 보는 도중에도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답을 맞추고 복선이 뭔가를 찾고 계속해서 끈질기게 탐구하면서 읽어야 되는 줄 알았다. 그치만 요즘은 그냥 보는게 즐겁다. 흘러가는 대로 ~ 읽다보면 어느샌가 뒤통수를 확! 치는 반전이 올라오고 흥겹다. 이 책은 10명의 작가가 각기다른 개성과 장르를 가지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10개의 단편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니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1. 악마의 증명 - 도진기

 

 

 

 

 

일사부재리.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과 관련된 이야기.

도진기 작가는 우연히 장편 추리소설을 읽어본적이 있다. 꽤 재밌게 읽었었던것 같고 이번 이야기도 잘 짜여져있는 것 같다.

 

 

2.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 - 송시우

 

 


 

 

이 사건에는 무언가 빠져있다.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사건안에 또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

아 역시 그랬구나 이런 장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3. 빈집 - 김유철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계속해서 어두운 분위기고 음울하다.

어 왠지 뭔가 있을것 같은데 나올것 같은데 끝나버려 아쉬웠다..

 

 

 

4. 시장의 살인 - 정명섭

 

 

 

 

"호패도 없는 걸인 하나가 죽은 걸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잖습니까?"

배경이 마음에 들고 재밌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잘 읽히지 않았다ㅜ.ㅜ 알고보니 문달과 설천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이었음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

 

 

5. 유실물 - 한이

 

 

 

 

 

처음엔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미스테리해서 이해가 잘 안가더라는..ㅜ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조금 어려웠다. 그치만 마지막 결말부분이 자꾸 머리속에 맴돈다.

 

 

6. 오늘의 탐정 - 이나경


 

 

 

 

오늘의 탐정? 완전히 일상의 탐정! 일상의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는.

아마도 현실의 탐정들은 이런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탐정 맘에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은둔자(들) - 전건우

 

 

 

 

 

 

"나는 어둠이 싫었다. 지긋지긋하고 무서웠다... 나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 무섭고 긴장감이 넘쳤던 단편. 결말도 나름 마음에 든다.

 

 

 

8. 물뱀 - 이작

 

 

 

 

 

 

"꾸륵 꾸르륵 숨을 뱉어내는 소리가 귀를 메웠다. 강철도 우그러뜨릴 것 같은 압력이 정신없이 몰아쳤다."

진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이야기였고 상황묘사도 리얼해서 빠져들어 읽었다. 

 

 

 

9. M병원의 기적 - 이대환

 

 

 

 

 

 

"내가 제일 궁금했던 게 그 '맛'이었으니까요."

반전이 예상가능하긴 했지만 끔찍하고 정말 무서웠다. 아 진짜 무서워... 가끔은 상상이 더 무서운 법......

 

 

 

10. 협찬은 아무나 받나 - 윤해환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주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아주 복잡한 사건으로 보입니다."

재치있는 단편이다. 설록수 묘하게 애정가는 이름의 이 탐정도 맘에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읽고나니 짧아서 아쉬운, 빨리 장편을 읽어보고 싶다. <홈즈가 보낸 편지>가 곧 나온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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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보급판) - 고문기술자 이근안!! 그는 누구인가?
김근태 지음 / 중원문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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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 김근태> 일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초판 1쇄가 87년 5월, 원고가 출판사로 들어왔을 때에는 박종철 열사의 사망소식이 있었던 때였다. 민주항쟁이 불같이 일어날 때 나왔던 것이다.

군부독재가 이루어지던 80년대,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문에 시달려 하루도 참혹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 중 잔혹한 행위의 대상이 되었던 김근태 님이 쓰신 책이 이 <남영동>이다. 이번에 남영동 1985라는 영화와 군부독재를 비판하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찍어낸 책이 내가 나눔으로 받은 책이다.

김근태 의원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인물로 두번의 구속을 당하였고 (그 중 85년 아무도 몰래 남영동으로 끌려가 끔찍한 일을 당하셨다.) 2004년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활동하셨고 국회위원으로 많은 활동을 하셨다. 그리고 얼마전 2011년 12월 말일, 고문후유증으로 몸이 쇠약해지면서 세상을 떠나면서 남영동의 비밀 '고문 기술자'에 대해서도 세상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나도 김근태 의원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1부는 김근태 의원님께서 직접 쓰신 탄원서 내용이 대부분이다. 2부는 징역을 살 당시 아내와 사람들에게 보낸 옥중서신들로 되어있다.

읽기 편한 책이 아니다. 이야기 면에서도, 형식 면에서도 ... 이야기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이 끔찍해서 너무 아프다. 

그리고 일부의 각색없이 김근태 의원의 목소리로 그대로 담은 탄원서와 옥중서신이라 더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읽어야만 했고 기억해야만했다.

 

 

  

 

 

 

그러나 본인은 피신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 민주운동단체 대표였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당시는 피신으로 인한 긴장과 불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으며 정말 내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당할 끔찍한 일이 앞에 있는 줄 알았다면, 선택은 너무나 분명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아니 정치군부를 위해서도 피신했어야 했습니다. 저들은 핀으로 본인을 과녁에 고정시켜 놓고, 복수심을 불태우며 소리없이 칼날을 갈고 있었던 것입니다. 때를 기다리며 언제나 무엇이든지 감행할 채비를 갖추고 노려봤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약간의 냄새가 나는 것으로 단정하고 평상시 키워 왔던, 반드시 불온, 불순하고 거대한 무엇이 있을거라는 기대와 열망을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 확인 작업을 위해서는 그 무엇을 해도 좋고, 어떤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37p

 

이 남영동에 끌려온 이래 쉴 새없이 작고 왜소해져서 그 시멘트 바닥에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았던 나는, 짓밟히는 검불처럼 볼품도 무게도 없어져 갔습니다. 어떻게 당해도 좋은, 그래도 마땅한, 마침내 공중으로 사라져 버릴 왜소함 그 자체였습니다. -48p

 

이 고문자들이 시종 뇌까리는, '심장마비라는 의사의 진단서를 붙이면자신들은 완전히 발뺌할 수 있다. 어디 외상이 남아있는가'라는 협박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가 없었습니다. - 75p

 

나치 수용소에 감금되어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종전과 더불어 풀려나온 어느 유태인 정신과 의사의 피맺힌 기록이 생각납니다... 인격의 와해, 인간의 허약함을 송두리째 폭로하는 것으로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분노하고 저주해야 할 그 고문자들을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첫날 혹은 둘째 날에는 분노할 수 있는 능력이 박탈되었던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열쇠를 갖고 있던 그 고문자들에게 모든 힘을 다하여 아양을 떨어야 했던 것입니다. - 95p

 

우리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은 이런 사람들이 여기저기 최악의 곳에서조차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성의 절망적인 측면,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인간 동료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악마적 측면을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111p

 

피해와 부담은 늘 자신 혹은 나와 비슷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짊어져야 하는가. 민주화의 귀결은 우리에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닌데, 전제와 자의적 지배에서 진정한 법 지배의 실현 채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정치군부가 이런 나약함, 비열함의 틈을 뚫고 끊임없이 공포심을 조장, 확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이 지배를 계속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이 무서운 쇠사슬을 어떻게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인가? - 148p

 

이제 본인은 징역을 삽니다. 높은 담과 부자유, 징역의 외로움과 슬픔을 뚫으며 살 것입니다. 쇠창살 너머 하늘의 별에서 윤동주 시인의 눈물을 만나면서 이 징역을 살 것입니다. 85년 9월, 정치군부의 고문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달래며 회복하는 과정으로서 징역을 살 것입니다. 80년 5월, 부릅뜬 눈으로 정치군부의 총칼에 의해 아스팔트에 쓰러졌던 망월동 시민들의 원혼의 통곡소리를 들으며 징역을 살 것입니다. 이 징역 속에서 민주화의 그날을 꿈꾸며 징역을 깨면서 살 것입니다. -218p


 

 

김근태 의원의 고문, 또한 다른 분들의 고문을 도맡아했다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이 책에서 이름이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에 밝혀졌다. 관절빼기와 볼펜고문의 달인이었던 이근안은 한동안 목사로 활동했었다. 그리고 자기가 한 짓들은 고문이 아니라 애국이었다는 당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였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에 대해 네티즌이 비판을 한 글을 보았는데 댓글에 '구원, 예수...어쩌구' .......... 뭐라 할말이 없다.................

 

모든게 철저하게 계획되고 고문을 집행하고, 나중에 혹여 문제될 일이 있을까봐 티나지 않는 방향으로 고문을 끔찍하게 진행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기술적인 고문이 필요했던 거였다.)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던 남영동에서의 날들에서, 첫번째 고문이 5시간동안 이루어진 물고문이었다. 그리고 전기고문, 모욕, 굶주림, 정신적 고통.. 

그리고  김근태 의원이 옥중에서 고문의 증거로 남겨놓았던 상처딱지, 그 마지막 희망마저도 군부정부가 빼앗아갔던 이야기.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경악스러운 이 이야기들을 듣고 정말 많이 화가 났다.

 

 

 

 

 

- 고문의 기록 -

 

몸 전체가 시퍼렇게 핏줄이 솟고 헉헉 꺼이꺼이 목은 쉬어 가는데 이것은 멱이 따진 돼지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것 같았습니다. 소리를 지른다고 강하게 전류를 통하게 하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빨로 혀를 꽉 물으면 혀를 빼라고 강하고도 긴 전류를 흘려보내고, 끙끙대면서 참는다고 또 그러고, 이들의 목표는 총체적인 혼란, 착란 상태로 돌입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친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온통 휘감고 그 희번덕거리는 눈동자가 내 눈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환상이 공포와 광란의 소용돌이로 닥쳐왔습니다. 이것은 슬픔이라든지 외로움이라든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잔인한 파괴, 그 자체였습니다. 담요는 땀에 흥건하게 젖는데 물을 쏟아부었던 몸의 각 부분은 금방 말라 버리고, 특히 머리털은 곧 말라서 물고문을 수시로 해야 했습니다. 이 고문기술자가 내 가슴에 올라타고 쿵쿵 굴리는데도 전혀 무게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운동화 발바닥으로 얼굴을 쓱쓱 문대고 경멸적으로 걷어차도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도 않고 심리적 거부감이 일어날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완전히 지쳐 늘어지기 시작할 때, 이 날의 주제가 제기되고 추궁됐습니다. - 68p

 

리뷰를 뭐라고 써야할 지 모르겠다. 처참하게 짓밟혀진 김근태 의원님의 그 당시 모습이 그냥 '안타깝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것 같다. 의원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피로 죽음으로 얻어낸 지금의 이 사회를 감사하게 살아야될것 같다. 물론 아직도 부조리함은 있지만.... (이런 기분을 얼마전 느껴보았었다. 사람들이 물대포 맞는 모습을 보고)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를 위해 일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영화를 볼까, 말까... 영상으로 보는건 더욱더 충격일것 같아서 고민이다. 그래도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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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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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황석영> 따스한 추억동화

 

 

 

 

 

이번에 황석영 작가의 신간소식을 듣고서 갑자기 책장에 있는 이 얇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의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딱지가 눈에 띈다. 2001년에 발매된 이 책은 딱 내가 이쯤 두께, 그리고 이쯤의 글자 크기의 책을 읽을 때에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이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아마도 안읽었거나 읽고나서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거나 그 둘중이 아닐까 싶다. 알고보니 출판사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왜 어른을 위한 동화일까?

 

 

 

 

 

나는 시체의 썩은 냄새를 생생히 기억한다. 거기서는 간장 졸일 때 같은, 그리고 비린 것이 삭는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발을 오래 씻지 않아 발가락 사이에 끼는 때에서 풍기는 냄새와 같았다. 그런 냄새와 더불어 화로 안에서 머리카락이나 손톱이 타는 듯한 냄새. 전쟁이 온 마을과 거리를 휩쓸고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죽건 말건 아직은 두려울 겨를이 없었다.  - 49p

 

삼봉이 아저씨는 술을 벌컥 들이켜고 나서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맘먹은 대로 되는 세상이 아냐." - 84p

 

그해 여름의 땡볕을 생각하면 지금도 혀뿌리에 끈끈한 침이 엉겨붙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집은 그 무렵에 제철공장과 방직공장 부근에 있는 영단주택 동네에 있었고, 밤에 창문을 열면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의 찬란한 용광로의 불똥과 거뭇거뭇한 사내들의 벗은 몸집이 분주하게 불빛 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언제나 볼 수 있었다. - 120p

 

책 표지부터 색이 바랜 느낌의 오랜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모랫말 아이들>은 주인공 수남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은 6.25전쟁 이후이다. 그래서 여러 사랑받는 동화들처럼 예쁜 맛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하지 못한 생소하고 낯설은 그림들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양공주의 딸이나 파란눈을 가진 귀남이라는 아이, 서커스단의 남매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짧지만 정겨운 그림과 함께 왠지모르게 훈훈한 느낌이 든다.  전후 상황이라고 해서 안타깝거나 슬픈 감정보다도 '아 따뜻하다' 라는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물론 안쓰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보통 그 끝은 따뜻했다.)

 


 

 

"지금 어른이 되어 나는 알고 있다.

삶은 덧없는 것 같지만 매순간 없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며 따뜻함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 작가의 말

 

어쨌든 이 책은 분명 '어른을 위한 동화'다. 당연히 어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동화다.  작가 황석영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이런 추억들을 그려냈듯이 그 당시의 모습들을 '아는' 사람들은 가슴벅찬 추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 따스한 옛날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적었던 작가처럼 이 책은 그 당시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장가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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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7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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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장기판' 위에서 움직이는 법 <황야의 이리 -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는 나에게 아주 짧은 시선을 던졌다. 그것은 연사의 말을, 나아가 그의 전인격을 비판하는 시선, 아 정말이지 그 의미에 대해서만해도 책 한권은 거뜬히 써낼 만한, 잊을 수 없는 무서운 시선이었다... 그 눈빛은 사실 빈정댄다기보다는 차라리 슬픈 쪽이었다 그건 정말이지 아무런 희망도 없는 심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슬픈 눈빛이었다. 어느 정도는 안정된, 어느 정도는 습관과 형식으로 굳어져버린, 조용한 절망이 눈빛의 내용이었다. 그건 절망이 내뿜는 밝은 빛으로 허식에 가득찬 연사의 인간성을 관통했을 뿐 아니라, 그 순간의 상황을, 청중의 기대와 기분을, 어딘가 젠체하는 그 강연의 제목을 비꼬아버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황야의 이리의 눈빛은 우리 시대 전체를, 바쁘게 돌아가는 모든 부질없는 짓거리들을, 모든 허망한 노력, 모든 허영을, 망상에 가득 찬 천박한 정신의 모든 표피적인 장난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아아! 불행히도 그 시선은 더욱 깊어만 갔다. 우리의 시대,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와 궁핍과 절망보다도 더 먼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가슴속을 파고드는 시선이었고, 어쩌면 이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 사상가가 인간의 품격이라는 것에 대해, 나아가 인생의 의미 자체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를 한 순간에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시선이었다." -18p

 

 

헤세의 작품의 성격이 나뉘어지는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 있다. 1920년대 헤세 그리고 많은 작가들은  계몽주의가 팽배하던 독일과 혼란스러운 세계 안에서 자아에 대해 강하게 성찰하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데미안>, 그리고 두번째로 이 <황야의 이리>라는 책을 보면  그 전의 서정적인 작품(모범적이고 교훈적인 작품)들과는 다르게 보다 헤세가 정신적인 혼란과 고통을 서술하고 존재와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되는 면을 확인 할 수 있다. 책은 편집자의 서문과 하리할러의 수기로 되어있다. 하리할러의 수기 옆에는 '미친 사람만 볼 것'이라고 적혀져있다. 혼란스러웠다. 리뷰를 쓸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했다. 하리할러의 수기, 이 황야의 이리가 남긴 글들은 의식에 따라 이야기가 서술되면서 그 의식속으로 쉽사리 내가 파고들 수 없었다. 특히나 하리할러의 수기 중 '황야의 이리론'은 도대체 집중이 안되어 입으로 읽으면서 넘어갔더니 다행히 그럴듯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헤세의 작품을 여러 권 읽고난 후 이 <황야의 이리>라는 제목을 발견했을 때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여 가슴이 뛰었었다.  그 당시 아주 과감하고 문제작이었던 <황야의 이리>는 그야말로 나에게 굉장한 작품이다. 어쩜 이렇게 감정과 의식이란 놈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인상적인 구절들이 많아서 다소 지저분한 리뷰가 될지도 모른다..)

 

 

 

* 담아두기

 


하리 할러는 개성적 인간이다. 자신을 황야의 이리라고 지칭하는 이 인물은 또한 흔히 말하는 시민들의 가벼운 사회에 들어갈 수 없는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이다. 그러나 그는 무조건적으로 그 사회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의 마음 한 쪽 구석에서는 그 사회에 대한 동경이, 그 사회의 존재로써 끼어있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마술극장'과 세계로서의 연결자 헤르미네를 만나고 (헤르만의 여자이름, 헤르미네는 헤세의 생각이 투영된 존재가 아니었을까) 사회의 쾌락과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하리할러의 내면에는 '인간과 이리, 즉 <사상과 감정의 문화와 잘 길들여진 승화된 본성의 세계>와 <충동과 야성과 잔인함의 어두운 세계, ㅡ승화되지 않은 거친 본능의 세계>가 동거하고 있다.' 그 혼돈의 내면안에서 그는 고민한다.

 

 

 

 

 

이 사내의 고통스런 병은 그의 본성의 어떤 결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그의 천부의 재기와 능력이 너무나 풍요로워서 좀처럼 어떤 조화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나는 할러가 고통의 천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니체가 말한 의미에서 무한하고 무서운 천재적인 고통의 능력을 내면에서 길러왔던 것이다. 또한 나는 그의 이러한 염세주의의 토대는 세상에 대한 경멸이 아니라 자기 경멸이라는 것도 알았다. - 20p

 

과거의 유럽, 과거의 참다운 음악, 과거의 참된 문학을 잘 알고 존중하는 우리들은, 내일이면 잊혀지고 조롱당할, 어리석고 머리가 복잡한 소수의 노이로제 환자에 불가한가?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던 것, 우리가 정신, 영혼, 아름다움, 성스러움이라고 불렀던 것은 이미 오래전에 사멸한 한갓 허깨비에 불과하며, 단지 바보들이나 아직도 그런 것들이 살아 있고 실재한다고 여기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것들이 실재한 적은 한번도 없지 않을까? 우리 같은 바보들이 애써 얻고자 하는 건 어쩌면 항상 하나의 환영에 불과한 건 아닐까? - 56p

 

 모래와 자갈 사이에서도 작은 행복의 꽃은 핀다. 황야의 이리도 그랬다. 그가 대체로 몹시 불행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는 또한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그가 그들을 사랑하거나 그들이 그를 사랑하는 경우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를 사랑한 사람들은 모두 항상 그의 한 면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섬세하고 이지적이고 괴팍한 인간으로 사랑하다가 갑자기 그의 속에 있는 이리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실망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하리는 누구나 그렇듯이, 전(全) 존재로서 사랑받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가 사랑을 받고 싶어한 바로 그 사람들에게 이리의 모습을 감추고 기만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황야의 이리는 자기 자신의 이중성과 분열성을 그가 접촉한 모든 타인들의 운명 속에 불어 넣었던 것이다."(p62)

 

 

 

 

 

 

우리의 황야의 이리도 가슴 속에 두 개의 영혼을 품고있다고 믿고, 그래서 자신의 가슴이 이미 몹시 좁아졌다고 생각한다. 가슴, 즉 육신은 언제나 하나지만, 거기 살고 있는 영혼은 들도 다섯도 아니다. 영혼은 무수하다 인간은 수백 개의 껍질로 된 양파이고, 수많은 실로 짜인 천이다. - 85p

 

황야의 이리는 죽지 않을 수 없고, 자기 손으로 그 지긋지긋한 현존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지 않으려면 새로운 자기 성찰이라는 죽음의 불에 용해되어 자신을 변화시키고, 가면을 찢어버리고, 새로이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 이런 과정은 나에게는 새로운 것도, 미지의 것도 아니었다. - 95p

 

그날 나는 다시 우연이 운명임을, 내 존재의 폐허가 신의 파편임을 알았다. 내 영혼은 다시 숨쉬기 시작했고, 내 눈은 다시 시력을 되찾았다. 스스로 형상의 세계에 들어가 불멸의 존재가 되려면, 흩어진 형상 세계를 함께 모아 저 하리 할러의 <황야의 이리>의 삶을 전체로서 형상으로 고양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나는 잠시나마 달아오르는 가슴으로 느꼈다. 이것이 모든 인간의 삶이 추구하고 시도하는 목표가 아니었던가? - 201p

 

인생이라는 유희의 수십만 개의 장기말이 모두 내 주머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충격 속에서 그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다시 한번 그 유희를 시작해 보고, 다시 한번 그 유희를 맛보고, 다시 한번 그 무의미 앞에서 전율하고, 다시 한번 내 마음속의 지옥을 이리저리 헤매고 싶었다. 언젠가는 장기말 놀이를 더 잘 할 수 있겠지 - 308p


 

하리할러는 시대의 교차로에서 헤매고 있는 방랑자이다. 시대의 변화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갈피를 잃은 불쌍한인간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우리 또는 과거의 사람들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헤세는 이 작품을 쓸 당시 가족과의 관계나 우울증 때문에 정신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소설의 마지막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낼 하리할러의 말을 통해서 자신 또한 희망적인 삶을 그려낸다. 삶을 산다는 게 무엇일까. 진정한 '나'라는 게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게 무엇일까? 내 안에 시민적 영혼 그리고 이리의 영혼 또는 그 무엇들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통일될 수 없다. 결국 우리의 삶은 수없이 많은 생각의 뿌리인 영혼을, 그 영혼들을 충돌하지는 않게 마음 속 파도에서 떠다니는 것들 처럼 그렇게 남겨둔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저 유머와 얘깃거리를 통해 의미있는 것과 무의미한 것을 가르고, 우연과 운명을 갈라 어떤 곳으로 나아가야 할지 선택하는 것. 그렇게 해서 심각하지 않게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아마도 그것은 하리가 이제부터 나아갈 장기말 놀이의 winner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헤세는 이 혼돈의 자아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머'라는 키워드를 던졌지만 보다 상세한 것들에 대해서는 다음 작품인 <유리알 유희>에 집약해 놓았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로 도움을 줄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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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천산 수도원 72개의 지하 방에서 엄청난 분량의 벽서가 발견된다. 사치스러울 만큼 장식적 서체로 필사된 [켈스의 책]에 비견될 만한 화려한 장식과 신비로운 그림들. 천산 벽서에 숨은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깊이 파헤칠수록 역사와 사건은 미궁으로만 빠져드는데.. 천산 벽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개인들의 굴절된 욕망과 왜곡된 역사의 정치권력, 그리고 비극의 희생양이 마침내 그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처음에 이 책을 가지고 '장미의 이름'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카피를 보고서는 추리소설을 상상했었다. 뭐, 수도원이란 배경은 같았으니까. 그렇지만 <지상의 노래>의 배경은 수도원에만 국한되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또한 이 장미의 이름을 보고 수도원 안에서의 이야기만 다뤘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도원의, 정확히 말하면 수도원의 <켈스의 책> 벽서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았다. 소설에서는 이 '벽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위해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벽서에는 온갖 것들이 집결해있다. 70년대의 굴절된 사회와 사람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그 모든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각 개인의 감정들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라면은 그의 내부에서 털어낼 수 없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원료로 작용했다....아무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관련은 서울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과 뉴욕을 덮친 태풍사이의 관련만큼 비정형적이고 무의식적이다. 나비가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태풍은 일어날 것이다. 혹은 나비가 수만 번 날갯짓을 해도 태풍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태푸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문제 될 것이 없는 사소한 현상들이 태풍이 일어났기 때문에 태풍을 유발한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40p

 

연희가 없어지자 그의 마음은 불안해졌고, 걷잡을 길이 없어졌고, 그리하여 연희에 대한 자기 안의 감정의 정체에 대한 의식이 희미하게나마 생겨났고, 그러나 그것을 직시할 수는 없었고, 직시할 수는 없었지만 무시할 수도 없었고, 그 때문에 더 큰 혼란과 죄의식에 사로잡혔고, 그러다가 마침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박 중위를 지목함으로써 자기를 사로잡고 있는 죄의식과 혼란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냈다. - 87p

 

그것은 성경이 큰 거울이기 때문이다. 성경이 비추지 못하는 것, 비출 수 없는 것은 없다....... 거울을 들여다볼수록 형제는 거울이 아니라 형제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성경을 읽을수록 형제는 성경이 아니라 형제를 더 잘 알게 될것이다. - 111p

 

그들은 세상을 버리고 떠나왔지만 세상은 그들을 잊지 않고 찾아와서 과거의 시간을 불러냈다. 너는 누구냐? 하는 질문 앞에서 그들은 당황했다. - 140p

특히나 주목했던 점이 이 감정묘사 부분이었다. 굉장했다.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듯 했다. 잠시 멈출수도 없을정도로 내리치는 문체들에 겁을 먹었다. 그치만 어느새 빠져들어 읽고 있었다. 나는 이승우 작가의 작품을 이 지상의 노래로 처음 접하였는데 여러 곳에서 들어온 정보로는 이 분의 책에서는 신앙적인 부분이 대체로 많이 보여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소설자체도 '신'의 시점아래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고, 모든 일들이 생겨나고, 모든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누군가에게는 이 종교적인 색채가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그닥 신앙적인 사람이 아닌 나에겐 불편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다뤄지는 성경과 맞물린 이야기들, 특히 '후'라는 인물의 삶과 너무나 닮은 성경의 압살롬 이야기는 죄의식에 대해서 다룬 이 소설의 무게를 더욱 묵직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상의 노래'라는 제목도 묘하게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나온다. 작가는 이 제목을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또 이 제목으로 쓴 다른 글도 있을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얼마전 있었던 북콘서트에서 만난 작가 이승우는 지상의 노래라는 제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상'이란 단어는 오래된 느낌을 주지만 '땅'이란 말보다 관념적이다. 이 세상의 불완전함을 상기시키는 느낌이랄까. '노래'는 모든 것을 '0'으로 만드는 느낌이다. 사랑이든 기도든 무엇이든 '0'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즉, 불완전한 세상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집어넣는 느낌이 담긴 제목이다." 라고.

 

 

평생을 들여서 해야할 일을 한순간에 해치워 버린 후에 남는 생의 공허를 어쩔 것인가. 평생을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한다 그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삶 때문이다. 일을 위해 삶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해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이 끝남과 동시에 삶이 끝나기도 한다. 일을 끝냈으므로 삶을 끝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삶을 끝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일을 끝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은 아니다. 과제를 해치운 다음의 공허를 피하기 위해 그가 일부러 과제를 소홀히 하거나 미루거나 회피했다는 뜻은 아니다.... 선명하게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살기 위해 그 일을 필요로 했다. 그의 삶을 위해 그 일은 한없이 연장되어야 했다. -245p

 

책 속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사람이 '후'라는 인물인데, 삶에서 죄의식으로 작용했던 그 평생의 일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 밖에도 70년대 독재자였던 장군아래 충성하던 한정효, 그리고 비밀을 알고있는 '장'과 '차동연 교수'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개인의 욕망속에 치우쳐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벽서의 존재와 맞닿아있다. '후'가 먹었던 라면과 같이, 그런 사소하고 우연같은 상황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벽서는 시대의 것이었다. 그 벽서가 있었던 수도원은 시대의 아픔으로 기억될 것이었다.

 

 

 

 

시대의 공기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 속으로 스미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빚어낸다 존재를 만드는 것은 공기다. 공기를 마시고 살면서 공기를 마시지 않고 사는 것처럼 살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의 수인이다. - 150p


 

 

이승우 작가는 원래 자신이 책의 유일한 독자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지상의 노래>를 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작가와 연결될 수 있는 '책'을 읽고 공감하는 것에 오직 기쁨을 느끼고 있지만 작가 또한 그런 공감을 알아주고 있다면 독자로서 감사할 뿐이다. 작가의 이름을 말하면 다소 낯설게 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치만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책을 내셨고 그 중 <생의 이면>은 외국에서도 낭독회를 할정도로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 한다. 이승우라는 작가의 첫 책을 읽은 지금, 작가의 또다른 책들을 속속들이 더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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