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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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거나 특별히 이름 붙이지 않아도 계급은 옛날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 유치한 비유라 할지 몰라도 비슷한 계급의 분포도를 따진다면 꼭 피라미드 모양과 같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 사회 속에서 우리는 늘 날카로운 꼭대기와 땅에 붙어 묵직하게 자리 잡은 아래쪽을 본다. 까마득하게 놓여 있고 더 이상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1%의 세계는 가장 작지만 너무도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세상의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그 1%를 빼놓고 말하기란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20 vs 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그동안의 수많은 불평등 담론이 최상위 1%에 초점을 맞추던 것과는 달리 조금 더 범위를 확대한다. 이제 사회는 점점 발전되고 교육의 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으니 달라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기를 상위 20%, 중상류층이라 불리는 이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기자, 연구자, PD, 교수…… 공공 담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들은 숨 막히는 경쟁의 사회에서 조용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상위층에서의 불평등을 간과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격차는 중상류층과 그 아래 모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파워는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기획한 ‘529 플랜’ 개혁안과도 관련이 있다. 자녀의 대학 학비 마련을 위한 장기 저축상품인 529 플랜의 세제 혜택을 없애기 위한 개혁안은 의회에 도착하기도 전에 엄청난 반대로 무산되었다. ― 529플랜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의 90퍼센트 이상이 소득 기준으로 상위 25퍼센트에 속하는 가구로 들어간다. (14쪽)

중상위층에 포진한 사람들이 모두 불공정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활용하여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다. 그러나 저자는 세대 간의 소득 격차가 기회의 격차와도 연결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자녀(가족)의 안위를 위해 택하는 ‘기회 사재기’가 영속적인 불평등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기회 사재기 매커니즘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동문 자녀 우대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사정 절차, 알음알음 이뤄지는 인턴 자리 분배’. 이들은 ‘유리 바닥’으로 불리며 지위의 대물림의 한 수단이 된다.

"아메리칸 드림이 죽었다고, 또는 죽어 가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행인 듯하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은 죽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은 살아 있고 건재하지만, 중상류층인 우리가 그 꿈을 사재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그 꿈을 공유할 의지가 있는가?" (33쪽)

책의 초반부터 저자는 시종일관 ‘우리’라는 주어를 택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분야의 손꼽히는 연구원으로서 그는 자신이 공격하고 있는 상위 20% 중상류층에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겪고 가까이서 목격한 일들을 통해, 자신이 택할 이득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의지를 보인다. 저자는 사회의 전체적인 수준을 위쪽으로 끌어올리고 더 많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가장 고려되어야 할 것은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돕거나 투자해야 된다는 것이다. 악순환을 깨기는 쉽지 않지만 그는 용기 있게 발언한다.

“모든 지점에서 개입이 필요하며, 이는 위쪽에서 벌어지는 계급 분리와 계급 영속성의 정치적 함의를 우리 중상류층이 회피하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대체로 괜찮게 산다면 소득 계층에서 한두 단계쯤 떨어지는 게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미국의 현 상황을 전제로 쓰인 책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 모두 이 현실이 우리나라와 거의 다르지 않다고 인식할 것이다. 중상류층의 ‘안전하게 살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과 위선이 영영 사라지지는 않을 테지만, 자기반성을 토대로 한 저자의 문제 인식과 대안은 분명 큰 가치가 있다. 정말 그의 말대로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평화로운 세상일까.

불평등은 매우 열띤 정치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이다. 오바마는 불평등이 "우리 시대가 직면한 어려움의 본질"이라고 언급했는데, 실로 그렇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불평등 담론은 상위 1퍼센트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 나머지 99퍼센트는 모두 비슷하게 불행한 처지라는 듯이 말이다. 1퍼센트의 최상류층에만 관심을 집중하면 중상류층인 우리가 다수 대중과 같은 배를 탔다고 믿기 쉬워진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 P16

우리가 기회를 사재기하면 우리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아이들은 기회가 차단되어 피해를 본다. 우리 아이가 동문 자녀 우대로 대학에 가거나 연줄로 인턴 자리를 잡으면 다른 아이들은 그만큼 기회가 줄어든다. 이런 행위에 대해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일 뿐이다. 너무나 많은 미국의 중상류층이 자신과 자녀의 성공을 전적으로 본인의 재능과 머리와 노력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다. - P28

기회가 ‘반경쟁적인’ 방식으로 분배될 때 사재기라고 부를 수 있다. 앞 장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중상류층은 사립 학교, 명문 대학, 전망 있는 첫 직장과 같이 희소하고 가치 있는 기회들을 다른 계층 사람들보다 많이 누린다. 중상류층이 더 많은 기회를 분배받는 데에 개인의 성과와 하등 상관없는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면 반경쟁적인 기회 사재기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 P153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비용이 하나도 안 드는 것처럼 말해서 당신을 바보 취급하지는 않겠다. 기회 사재기를 줄인다는 말은 중상류층이 지금보다는 어느 정도 손해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손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지금보다 약간 덜 고급스러운 동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덜 지루한 동네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복도에서 가난한 아이들도 마주치게 될 것이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려고 기를 쓰기보다 꽤 좋은 공립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정도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희망은 없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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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 전 세계 창업가들의 27가지 감동 스토리
다니엘 아이젠버그 & 캐런 딜론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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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다니엘 아이젠버그 / 다산북스

 다양한 성공사례들을 통해 배우는 창업가 정신

 

 

 
 
   자영업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청년 창업도 늘어나고 있고, 다니던 회사를 은퇴한 뒤에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창업의 세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실패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듯하다. 결국엔 또 경쟁이다. 자영업자 vs 자영업자의 경쟁. 자기 사업을 갖고 싶은 사람은 많을 테지만, 취업 경쟁만큼 치열한 창업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특별한 아이템, 경영적인 안목 대신에 또 필요한 것이 있을까?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허다해지니, 창업에 대한 책들도 많이 나온다. 기본적인 창업 매뉴얼, 경영과 자기계발 도서, 다양한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설명하는 책 등, 아주 다양하다. 그 중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은 창업에 대한 기초 상식들에 앞서 창업가들이 가져야 할 '창업가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세계의 다양한 창업 성공사례를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창업'에 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떨쳐주고, 성공적인 창업을 수행할 수 있는 '창업가 정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 창업에 대한 안 좋은 고정관념, 즉 '나이가 많으면 창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던지', '창업은 비범한 사람들만이 해야 된다던지' 같은 것들을 깨부수는 역할로서의 이 책은 올바른 창업가 정신을 길러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조언보다, 수많은 열거식 사례들이 난무하는 이 책은 '창업'에 대한 크나큰 관심이 없다면 읽기 참 버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에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은 나조차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본다고 해서 창업을 곧바로 성공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자도 책을 한 번에 다 소화시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언급이 있어, 필요한 부분에 한정하여 읽고 적용해도 될 것 같았다.
 
  책 속에서 저자는 "창업가정신에 있어 '정말로 확실히 그러하다'라고 말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사회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저자의 나라와 우리나라의 상황은 현실적으로 매우 다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책을 읽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사람들이 엄청난 창업을 성공시킨 사례들을 보고서, 경영에서의 온갖 리스크를 이겨내고 흐름을 거슬러 비범함을 얻게 되는 비법을 어느 정도 느껴보고, 지금 계속해서 변해가는 사회에 적용해보는 것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나온 창업가의 정신 중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고 불가능하고 (혹은 상상하기 어렵고) 멍청해 보이는 것이 잠재적으로는 '가치 있고 충분히 가능하며 똑똑한 것'이라고 여기는 창업가의 역발상적 신념"이란 말은 꽤 공감이 가고, 갖고 싶기도 한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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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런가?

나는 이 `정말로`란 단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적어도 창업가에게 적용할 때는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미래의 창업가정신을 소재로 영화를 찍고 싶다면서 나에게 미래의 유망 분야 세 가지를 뽑아줄 수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답변을 사양하고 그런 질문은 창업가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그에게 대답했다. 창업가의 일은 자기 혼자 힘으로 유망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유망 분야에 대한 나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자 소용이 없다. 여러 전문가들이 당신에게 유망 분야가 어디인지 말해줘도 이미 때는 늦었다. (...) 창업가정신에 있어 `정말로 확실히 그러하다`라고 말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31p)

누가 창업할 능력이 있는가, 언제 창업을 선택해야 하는가, 혹은 그 창업가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미리 정해두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비범한 가치를 창조하고 획득하는 사람이 바로 창업가라는 개념을 거스르는 행위다. `참신한 기술로 강력한 제품을 개발한 혁신적인 젊은이`라는 상이 바로 우리가 창업가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창업가들 중 상당수는 혁신가가 아니고 기술 전문가도 아니다. 그리고 많은 창업가들은 20대와 30대 시절을 보내고 난 후에 사업을 시작했다. 혁신, 젊음, 그리고 전문성이 예비 창업가가 갖춰야 할 필수 자산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91p)

"만약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좋은 기회다. 정반대 방향으로 가면 틈새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쓸데없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기회로 보는 것, 멍청하게 보이는 것을 선택해 `똑똑한 것`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창업가정신의 역발상적인 특성이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아이디어라고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밀고 나가는 아이디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간주하는 일련의 행동에 비이성적으로 몰입한다고 해서 그것 자체를 창업가정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물론 창업을 하려는 과정에서 똑똑한 아이디어를 무모하다고 보는 주변 사람들 (즉 투자자, 고객, 파트너 등)의 부정적인 시선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가 어리석은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어리석은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매우 열정적이고 자기헌신적인 창업가들 중 상당수가 무모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똑똑한 아이디어로 전환시키는 데 실패한다. (166p)

사람들은 고객의 니즈, 요구, 고충이 바로 `그곳에` 있다는 인식을 통해 `기회`를 찾으려 한다. 자동차 산업의 비효율성,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 새로운 형태의 오락이나 사치품 등을 보면서 문제나 잠재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그런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또한 감지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기회를 니즈, 고충, 요구가 거래되는 `장터`에 존재하는 무언가로, 하지만 아무도 효과적으로 응대하지 않은 무언가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고객을 위해 가치의 창조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회를 보는 이러한 관점의 문제는 `객관적인 실체`가 없는 것을 객관화한다는 데에 있다. 나는 이런 오류를 `기회 착각`이라고 부른다.


`누가 와서 따주기를 바라듯 나무 위에 달려 있는 열매`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회를 발견하면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야 한다." "기회가 스쳐지나가지 않도록 하라." "쇠가 달았을 때 두드려라.`등 기회 착각이 드러나는 말들이 아주 많다. 이런 말들은 마치 기회가 어떤 사물인 것처럼 표현하고 창업가의 일이 기회를 먼저 발견하는 것인 양 오해하게 만든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역시나 그렇다. (2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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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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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칼레 라슨, 애드버스터스 / 열린책들

 경제학의 함정,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인류가 역사상 유례없는 티핑 포인트에 접어들어 지구의 미래가 경각에 달렸다고 느낀다면 어떤 관점에서 경제학을 바라보아야 할까? 우리는 스스로를 지구의 위기에 대처할 채비를 갖춘 지구별 청지기로 생각하는가? 지구별을 위해 문화 유전자 전쟁을 펼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라떼 거품이나 쭉쭉 빨고 있을 텐가?"

 

 

 

 

  경상계열을 한번 접해보고 싶어 대학 때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그래프와 수식이 난무하는 경제학이라면 치를 떨었다. 억지로 경제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주어진 과제만 겨우겨우 제출했다. 시장과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잘 될 리가 없었지만, 이 책을 보니 경제학에 근본적인 함정이 있었다. 지금의 경제학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빼먹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 유전자 전쟁'이라는 제목과 'MEME WARS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라는 부제의 이 책. 첫인상은 강렬했다. 멋진 사진들과 화려하게 디자인된 페이지를 통해, 경제학의 함정을 고발하고 있었다.

 

 

 

 

 

  경제학 - 특히 신고전파 경제학 - 에 의문을 품는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파악하고, 합리적 효용 극대화를 통해 끝없는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경제학은 과연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학문인지 따져본다. 건강과 즐거움,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포함되지 않는 GDP와 GNP의 함정에 대해서, 추상화된 시장 지표를 통해 어떤 투자적 결정을 하는 위험에 대해서, 경제성장을 행복과 동일하게 보는 착각에 대해서.

 

 

 

 

  성장 위주의 세계와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사회에서, "화폐가 수단이 아니라 우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어느새 집안에 정신 의약물을 소지하고 있는 가정이 너무나 늘었다. 온갖 풍요로운 삶 속에서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들.

  행복해지려면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할까?

"공산주의가 안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이고, 사회주의가 안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속이기 때문이고, 복지가 안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억지로 일을 시키지 않으면 일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고, 환경주의가 망하는 이유는 환경을 돌볼 금전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광경을 보면 사람들은 으레 길가에 차를 대고, 병사들은 전쟁에서 추상적 이상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운동가들은 고귀한 대의를 위해 체포를 감수하고,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행복과 꿈과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희생한다. "

 

 

 

 

  저자는 새로운 경제학을 제시한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문화 건전에 치중해야 한다."라며, 생태경제학과 심리 경제학, 탈자폐경제학......

  수년 동안 반복되는 경제학 책 대신에, 사람을 다루는 경제학이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경제학을 재창조하는 데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은 과학과 예술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다. "

 

 

 

 

"앞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길은 두 가지다. 첫째, 명백한 모순을 죄다 무시하고 현 상태를 받아들인다. 낡은 패러다임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목숨을 부지하기를. 그 안에자신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둘째, 처음부터 비주류 편에 선다. 선동가, 밈 전사, 점령가가 되어 교내 게시판에 저항적 대자보를 붙이고 강의 시간에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여러분의 미래를 거는 것이다. "

   문화 유전자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왔던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를 말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문화 유전자 전쟁의 최전선에 서있다. 그리고 이 책은 많은 학자들의 발언과 책 속의 강력한 경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외친다. "이젠 당신 차례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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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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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 <사이퍼펑크 - 줄리언 어산지, 제이컵 아펠바움 외>

 

 

 

 

 

 ​ After Reading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양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의 정보까지 개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시체제'에 놓이게 되었다. '구글링(Googling)'이라는 명칭은 유명하다. 어디서도 나오지 않는 정보를 구글은 찾아준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 예전에 친구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구글링 해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정보가 다른 국가의 페이지에서 나온다며 깜짝 놀라며 나에게 내 이름도 찾아보라 했다. 다행히 내 정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어느 곳에는 있었을지 모를..) 세계 곳곳에서 어디선가 내 정보가 떠돌아다닐 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Wikileaks)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 때가 있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은밀하게 정부나 기업을 감시하고, 그것을 폭로하던 위키리크스, 당시 많은 관심은 없었지만 그때 폭로된 정보의 신뢰성과 비밀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도 간혹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후 위키리크스는 정부 체제 안에서 수사를 받고 사이트 자체에 대한 검열과 서비스 중단으로 응답했으며, '보안 위반'이라며 그들이 남긴 자료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였다. 그리고 현재 은신해있는 위키리크스의 편집장 '줄리언 어산지'는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새롭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사이퍼 펑크. 사이퍼 펑크 (Cypherpunk)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 기술 및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80년대부터 유래한 이 '사이퍼 펑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해커나 크래커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지지만, 이 책에서의 핵심은 우리 곁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감시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연구하는 것에 있다. 줄리언 어산지를 중심으로 모인 사이퍼 펑크 지지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시 체제의 형태, 그리고 민간 기업에 의한 감시, 검열 등에 대하여 토론한다. 그 토론의 내용이 책 <사이퍼 펑크>에 그대로 담겨있다.

  ​그들에 의하면 현재 대규모의 감시 기술은 엄청나게 정교해졌으며 비용 또한 낮아지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감시 또한 증가했고, 감시 기술의 수출은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감시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암호 기술'은 금지되어 있다. 인터넷에 수많은 국민들의 개인 정보가 떠돌지만, 직접 검열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개인에게 마련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기업과 정부에 대한 정보는 검열되고 제어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웹사이트에 다는 정치적 댓글들은 간혹 삭제되기도 하고, 메인페이지에 뜬 기사들은 순서가 뒤바뀌며 여러 정보를 가리곤 한다. 세계의 정부, 그리고 기관들은 사람들의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도 "우리에게는 그러할 권리가 있다"며 비판에 변명한다. 토론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러가지를 내놓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할 때, 자신만이 해독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강력한 암호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그 기술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통제해서는 안되며,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는 보편적인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세상에서 수집된 모든 정보들이 공개된다면, 힘의 역학 관계는 변화할 것이며, 우리는 세계적인 문명의 차원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의 토론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정보를 보호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함이 앞선다.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이 사회, 우리만의 새로운 세계인 사이버 공간에서 감시의 눈이 쳐다보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까. 얼마전 있었던 은행권의 대량 개인 정보 유출 사태까지 생각이 나면서 오싹해진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

 

 

 

 Underline                                                                                                                                             

 

 

 

  ​제레미 : 이는 정부 지원의 감시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의 문제, 즉 제삼자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과 그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실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문제입니다. 저는 페이스북을 쓰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인 정보를 기꺼이 페이스북에 넘겨줍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정보와 공개적인 정보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연예계나 정치계 혹은 언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공개적인 형태의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누구든 정보 공개만 설정하면 잠재적으로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공개>는 무언가를 공적인 형태로 놓아둔다는 말이며, 이는 세상이 자신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입니다. (70p, 민간 기업의 스파이 활동)

  줄리언 : (...) 미래의 감시 디스토피아에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대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자제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역사적인 비유로 인류가 손을 씻게 된 과정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모든 사람들이 손을 씻기까지는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이 등장하고, 그리고 그 이론이 널리 알려져야 했습니다. 손에 묻어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질병을 옮긴다는 다소 편집증적인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형성되고 나서, 기업들은 그러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잇는 비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그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88p, 물리의 법칙으로 전면적 감시에 맞서다.)

  제레미 : 모든 기업이 그랬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등장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모든 것들이 몇 년, 아니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음번 혁신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혁신이 등장하는 속도는 정책이 등장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리고 다양한 기업과 주체 사이의 역학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미 강력한 힘을 확보하고 있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면, 더욱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진입자들의 등장을 차단하게 될 겁니다.

  줄리언 : 시장의 규제는 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거죠.

  제레미 : 물론 독점과 맞​서 싸워야 하고, 악의적인 시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업들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책이 사회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 바람직한 정책은 문제를 바로잡고, 세상을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현실 속으로 파고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산업 주체들이 정책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때, 우리는 절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144p, 인터넷과 경제)

  제이컵 :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검열에 관해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문제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마치 <동쪽 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으로 여기죠. 하지만 우리가 미국에서 구글로 검색을 할 때, 법적 요건에 따라 일부 검색 결과가 생략되었다는 메시지를 그냥 넘겨 버려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 일을 수행한 방식, 그리고 방식과 이유, 지역에 관한 사회적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문제의 중요한 부분은 아키텍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인터넷 전반에 걸쳐 아키텍처는 분명히 분산화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차원에서 중국 방식의 검열 작업을 수행하기는 힘듭니다. (157p,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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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After Reading                                                                                                                                     

 

  

​  흔히들 정보화 사회라 불리는 요즘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에 따라 기업에게는 생산품의 질을 넘어서 윤리적 책임 또한 평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다양한 정보 속에는 정확한 정보뿐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와 근거 없는 정보 또한 분별없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 정보의 신뢰성 또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데,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를 나누는 판단은 어떤 객관적인 '평가 기관'이나 '매체'등의 도움이 없다면, 소비자가 직접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보다 날 선 눈을 가지게 된 소비자들과 마녀사냥처럼 창을 던지는 소비자들에 의해서, 기업의 실수는 사실보다 크게 부풀려져 비판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기업의 노력이 물거품 될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정보, 그리고 조금 더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기업의 윤리 속에서 소비자의 통찰력이 더없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기업들도 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많은 것들을 보다 투명하게 소비자들에 제공할 의무가 더해지고 있는 단계에 놓여있다.

 

  윤리와 시장, 그 사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일반인들이 다소 접근하기 쉽지 않은 '윤리학'의 기본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기업의 모습들을 따져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1부인 '공정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서 기업의 윤리를 평가한다는 이 책은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라는 다소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부터 잡고 들어간다. 몇몇 윤리학자들이 지적하듯이, "기업을 인격체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 인격까지 부여한다."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도덕적 자질의 총합이 아닌, 기업이 실제로 돌아가는 방식과 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관련해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각 기업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평가한다. 저자가 고른 기업들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기업들 대부분 - 맥도날드, 애플, 코카콜라, 아마존, 페이스북 -을 다루고 있으며, 저자인 프랑크 비베의 모국인 독일 기업들도 여럿 등장시킨다. (아무래도 독일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긴 한다.) 윤리적 문제의 영역에서 이러한 기업들의 점수는 하청업자의 노동조건 - 개발도상국, 아동 노동 등과 같은 - 과 원자재 등과 관련한 환경적인 측면의 영향도 받는다.

 

  평가를 받은 기업들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기업을 몇몇 살펴보면, 시 유일하게 별 다섯 개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별 다섯 개라니, "이 기업이 이렇게 완벽한 기업이었나." 하는 질문과 함께 읽어내려간 부분에서는, 이 책이 원래 기업의 창업주가 아닌 기업이 논의의 대상이지만 다른 모든 재단을 압도하는 '게이츠 재단'을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고점을 받았다는 것이 나와 있다. 물론 게이츠 재단도 환경 파괴의 기업에 투자하거나, 게이츠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 이 재단을 운영한다거나 재산의 축적 문제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재단 그 자체는 너무나 훌륭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기업은 환경이나 에너지 소비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쩔 수 없이 재단의 힘을 강력하게 적용할 수 없는 예외의 대상인 것이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우리나라 기업 삼성의 경우, 생각보다는 별점이 보통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은 가장 막대한 힘을 갖고 있는 기업이면서도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윤리적 문제와 관련된 영화가 개봉할 정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을 강력하게 받고 있고, 생산품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선 큰 관심의 대상인데, 세계의 전자제품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저자가 50개의 기업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어느새 '강세'로 변화해있다. 별점에 대해 조금 걱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보통의 점수를 받게 된 이유는 하청업체의 의존도가 낮고 기업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분쟁을 안고 있는데, 세계 시장에서 조금 더 높이 발돋움하기 위해서 윤리적으로 더욱더 투명한 프로필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받았다.

 

 저자는 "흔히들 탄식하는 것처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잘 사는 나라의 소비자인 우리는 누구보다 힘이 세다. 우리의 돈이 누구에게로 갈지 결정하는 사람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제 소비자들에게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기보다는 기업의 윤리적 측면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업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한 책임감까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터넷에서 마구잡이로 떠도는 부정확한 정보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소비자들의 똑똑한 선택을 도울만한 이러한 책들이 더욱더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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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기업들이 거짓말하기가 점점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폰으로 공장의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업을 감시하는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곧 들통나기 마련이다. 다른 한편으론 다음의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 흔히들 하는 비유처럼 결코 슈퍼 뇌를 가진 몇몇 수뇌부와 영혼 없는 수천 명의 직원들로 이루어진 괴물이 아니다. 모든 대단위 공장과 경영진 내부에는 사회적 문제와 환경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 문제들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여론과 소비자들이 그런 문제에 관심을 보일수록 기업 내에서 그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13p)
  ​제약 회사의 또 다른 특수한 문제는 실험과 관련되어 있다. 동물 실험은 동물 보호 단체의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람에게 실험하려면 더 큰 윤리 문제가 불거진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실시하는 실험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나 현지의 느슨한 규정을 악용한다는 비난이 즉각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비판에서는 가끔 한 가지 사실이 간과된다. 현대 의학만큼 삶의 질을 개선한 분야가 없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중병에 걸린 뒤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는다. 현대 의학의 이런 유용성을 인지한 사람은 제약 회사가 받는 비난을 좀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78p, 노바티스)
  베르너 회장은 1퍼센트의 수익만으로 만족하며, 그 이상의 수익은 모두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독일 소매업의 영업 이익률 (매출에서 영업 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차피 그리 높지 않다. 영업 이익률을 자기 자본 이익률 (자기 자본을 사용해 이익을 내는 비율)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어쨌든 그럼에도 베르너 회장의 이런 자기 절제적 태도는 <우리에게 돈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신호를 만천하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98p, 데엠)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이 특히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전자 산업과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을 몰아붙이고 있다. 현대와 기아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같은 차에 익숙해져 있는 독일 소비자들에게도 더는 외국의 이름 없는 자동차가 아니다. 그들은 세계적으로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그런 경쟁은 전자 산업 분야에서 더 강력하다. 전에는 소니가 세계를 매혹시키는 브랜드였다면 지금은 삼성전자가 선두로 올라섰다. 삼성은 그사이 애플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움을 가질 정도로 강해졌다. 실제로 애플과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삼성이다.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두 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특허 전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66p, 삼성전자)
  필립모리스는 웹사이트에서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동시에 세계보건기구로 바로 연결되도록 링크를 걸어 놓았다. 거기에 적힌 핵심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담배 제품에 대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규제에는 찬성하지만, 성인 흡연자가 자유롭게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을 방해하거나 합법적인 담배 거래를 불필요한 방식으로 어렵게 하는 규정은 지지하지 않는다.> 그 뒤에는 담배 광고의 의무 조건, 공공건물에서의 흡연 제한, 법적 최저 연령 등에 대한 찬성 의견이 이어진다. 결국 필립모리스도 어차피 자신의 힘으로는 바꾸지 못할 시대적 흐름에 동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59p, 필립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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