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2-16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상) 비밀노트 - 아고타 크리스토프>
- 연민의 시선과 블랙코미디가 만날 수 있을까
상, 중, 하로 되어있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대학교 새내기때 우연히 알게된 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선 대단히 충격을 먹었었다.
처음에 상 편을 읽고나선 '뭐 이딴 책이 다있나'했었다. 일단 세 권의 각각의 구조가 다르다. '상'권인 비밀노트는 그 중 가장 파격적이라 볼 수 있는데.. 일단 줄거리는 이렇다. 전쟁상황에서 한 할머니에게 맡겨진 쌍둥이 형제. 할머니는 그들을 '개자식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그들만의 적응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 떨어질 수 없는 형제가 할머니의 집에서 쓴 일기가 '비밀노트'가 된다. 중간 중간.. 더럽고 역겨운 부분이 있다. 찝찝하고, 픽 하고 웃음나는 어이없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책을 덮지 못하는건, 상황과 조건하에서 그들은 너무나 안쓰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름조차 불려지지 않는다.
"국경이 다시 정비되었다. 이제는 함부로 넘나들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세상과 완전히 고립되었다. -191p"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33p"
그들의 적응법처럼 문체또한 너무나 담담하고 건조하고, 냉소적이다. 아마도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좋았다. 물론 다시 읽었을 때에는.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처음에는 이 책의 재미는 느꼈지만 더러운 기분만 남았었다. 그치만 중, 하권을 읽고 또한번 읽었을때 나는 이 앙큼한 꼬마들에게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쓰러움은 중 권까지 남아있었기에 그 반전도 더욱 깊게 다가왔다. 사실 <비밀노트>편만 읽는다면 이 책을 반, 아니 1/3도 안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뒤바뀔 존재와, 거짓말들에 대한 떡밥 편이라 보면 그럴듯 하다. 그러니 씨니컬하고 기분나쁜 서술에 시리즈를 읽지않겠다는 다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 너희는 너무 예민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가 본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거야.
-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거에요. -13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