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시류에 맞춰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나 늘어놓겠거니 지레 짐작으로, 처음에 그렇게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읽기 시작한 [국가의 거짓말]은 참으로 충격적인 진실들을 담고 있었다.

 

반값 등록금, 4대강 사업, 부동산 정책 등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야 다 우리 위대한 가카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였으면 좋았을!)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일 뿐이다. 정부가 등록금 대주면 대학생들 공부 열심히 하고 공짜 정신이 머리에 깃들면, 장학금 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다 사라지고, 세금으로 부실대학 사학 재단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더구나 정부에 돈이 어디에 있다고. 5년간 홍수 피해 없던 4대강의 홍수를 막고, '중장비'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연계 파괴는 눈물을 머금고 감수해야 하는 사업비만 22조에 매년 유지비만 1조원이 나가는 4대강 삽질을 해야할 판에 자기가 출세하려고 대학 가는 학생들에게 줄 돈이 어디에 있다고 반값 등록금 운운하는 것인가. 대학 진학률이 80%라서 이제 필수 교육 아니냐고? 부모님들은 등록금 대느라 등골이 휘고,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입시보다 치열한 학점경쟁 취업경쟁에 뒤쳐진다고? 대학 안가면 될 거 아닌가. 가카 다 해보셔서 잘 아시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고심하고 계신 가카께 가해지는 이런 음해성(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들이야 이미 익숙한 일이니 사뿐히 즈려밟고 넘어갈 수 있었으나 뒤이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참혹하고 참담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발딛고 사는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민간인 20만명을 학살한 일이 있다고 한다. 6.25 전후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전쟁의 혼란중의 벌어진 일이라 착각하면 안된다. 해방후부터 6.25 전까지 ‘이승만’ 정부의 공식 지시로 민간인을 ‘학살’한 것이다.

 

2차대전 막바지, 1945년 4월 1일 시작된 82일간의 오키나와 상륙전에서 오키나와 주민 14만 9000명 일본군 7만 5000명 미군 1만 4000명 총 24만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구나 14만여명의 민간인 사망자는 폭격이나 교전으로 죽은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자국군의 손에 죽거나 조국의 ‘자살 권고’에 자살한 것이다.

 

이상은 전쟁의 부수적이거나 부분적인 인명 피해일 뿐이다. 이렇게 일부 국지적인 피해만으로도 도시하나의 인구가 사라졌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엄청나서 현실감이 없는데 2차 대전 전체 사망자 수는 천만 단위에 이른다고 한다. 고작 몇 년만에 일국을 세울 수 있는 인구가 죽어나간 것이다. 오키나와 사건의 말미에 이 책의 저자중 한 사람인 ‘이승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끔 글로 간단하게 어떤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나 주제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오키나와 사건을 떠올리며 쉽게 쉽게 자판을 두드리기에는 너무나 힘겹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누가 뭐라 하든 인간의 발명품 중 최악은 전쟁임에 틀림없다.”

 

얼마전에 있었던 2백년 만의 최대 재해라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가 부상자 포함 약 50만이다. 이제 1,2차 세계대전 이라고 하지 말고 1,2차 세계재앙 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사람 목숨을 천문학적 숫자로 카운팅 하게 만든 전쟁이 거짓말로 시작되었다면?

 

“선전이란 본질적으로 - 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일종의 예술이다. 그리고 선전원은 민중 심리를 조종하는 예술가라 말할 수 있다.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맥박에 맞춰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 괴벨스 -

 

이러한 선전의 천재 괴벨스는 신 발명품인 ‘라디오’를 사용해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사기를 친다. 이렇게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막이 올라간 것이다.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라난다. 전쟁의 형태를 취하든 무장 평화의 형태를 취하든, 군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적자이자 논리적 귀결일 뿐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은 9.11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제조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쳐들어간 ‘부시’ 정권을 마치 미리 내다보고 있는듯 하다. 왜 ‘미국’이 아니라 ‘부시’ 정권이냐고? 세계 제2의 산유국 이라크 침공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부시’와 그 일당들이니까. 이런거 보면 ‘부시’는 우리 가카의 롤 모델이 아니었을까 하고 심히 추정되는 바이다.

 

생체 실험은 어떤가? 마루타로 유명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731 부대 이야기냐고? 그렇지 않다. 전 세계 패권국으로 국제 경찰을 자칭하는 정의로운 ‘미국’의 이야기다. 1932년부터 40여년간이나 남부 지방에서 흑인들의 매독을 고쳐준다는 거짓말로 시작된 매독 생체 실험의 이야기이자 HIV 양성 고아 들에게 독극물이나 다름없는 에이즈 약제를 강제로 주입하고 있는 현재 ‘미국’의 이야기이다.

 

[국가의 거짓말]의 총 4부로 나뉘어진 스물 세개의 이야기는 이렇게 믿기 힘든 사건들의 실체를 국가의 거짓말들과 팩트를 바탕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쉽고 흥미 진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국가가 얼마나 내 삶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참담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3부까지는 그나마 지난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진실이 밝혀졌거나 각국 정부가 이미 인정한 내용들로 비록 믿기 싫고 힘든 내용이라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일인 것이다. 그러나 4부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들로 필자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4부의 이야기는 타이틀만 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거의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아직 해당 기관이나 정부가 부정하고 있어 음모론으로 치부되고 있을 뿐 이미 음모론의 수준은 예전에 뛰어넘은 팩트와 논거를 가지고 있다. 차라리 이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들은 그냥 음모론이었으면 싶다. 진심으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 괴벨스 -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조롱이고, 둘째는 거센 반발이며, 셋째는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극과 극은 과연 서로 통하는 것일까? 나치의 선동 책임자가 말하는 거짓과 위대한 철인이 말하는 진실. 양 극단에 있는 두 화자들처럼 양 극단에 놓여있는 거짓과 진실이 묘하게 닮은 꼴인것은 그저 우연일 뿐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버 더 호라이즌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버 더 호라이즌]은 네크로맨서 ‘이영도'의 단편집으로 2001년 출간된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의 개정 확장판이다. 언젠가 주제가 소설의 줄기를 이룬다면 설정 소설의 뿌리라고 그는 이야기 했다.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전직 제국 검술 사범이 한적한 마을의 보안관보가 되어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세 편의 연작 [오버 더 호라이즌]과 [오버 더 네뷸러], [오버 더 미스트] 는 이런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중편들이 아닐까 싶다. 중단편 소설은 짧은 분량이라는 특성때문에 장편 소설의 외전격으로 쓰여진 경우처럼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설정의 탄탄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러나 오크가 보안관을 하고 있고 트롤이 우체국장을 맡고 있는 세계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법한 개성있는 캐릭터들까지 ‘이영도' 특유의 유머와 언어로 풀어나가는 [오버 더 호라이즌]의 세계는 그가 창조한 독특하고 탄탄한 세계관이 뿌리가 되어 더욱 더 맛깔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어서, 단편에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느낌마저 있다.

 

특히 여러 종족이 어울려 사는 세계와 천편 일률적인 단계화된 국내 환타지의 마법에서 탈피한 전승 마법의 설정은 [드래곤 라자]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하여 더욱 친근하다.

 

바이서스의 영웅이자 대마법사 ‘핸드래이크'와 ‘솔로쳐' 사제와 천방지축 그러나 영재 소녀인 ‘헐스루인 공주'가 마법사의 실험실에서 펼치는 대책없는 활극 [골렘], [키메라], [행복의 근원]은 사뭇 심각한 철학적인 문제를 그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1990년대 PC 통신으로부터 부흥한 국내의 환타지 문학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1서클에서 8서클까지 마치 공식처럼 체계화된 마법의 설정, RPG 게임의 레벨처럼 구분되는 검사들의 전투력, 거대한 힘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 구도 까지, 심하게 이야기하면 캐릭터와 지명만 바꿔 나오는 듯한 느낌마저 있었다. 어쩌면 이는 PC 통신이라는 아마추어 문단이 기반이 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초기에는 아마추어의 순수함과 열정이 넘치는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세계만 남아버렸다. 심한 경우 다른 작가의 설정을 그대로 복사해다가 붙여넣은듯한 작품만저 흥행작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옥석을 가리기 힘든 국내 환타지 세계에서 ‘이영도'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여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환타지 문학계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이 제대로 번역만 되어준다면 [해리포터]에 뒤지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산적 두목처럼 생긴 1972년생 항구 소년. 그는 천재가 아닐까? 어떻게 내어놓는 이야기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림자 자국]과 [오버 더 호라이즌], 오래전에 읽은 두 권이 책을 리뷰를 위해 들쳐보며 ‘이영도'의 신작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져버렸다. 좀비대왕! 그만 자고 신작좀 내놔보라고~~~!

 

"하지만 교수는 인간이고 오크나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인 동물이 아냐. 입이 찢어져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고 말 못하는 종족을 열거해보면 인간은 꼭 들어갈걸."

 

"내가 그러고 싶어서? 무슨 말입니까?"

 

"그게 정의여서, 그게 당연한 이치거나 관습이어서, 혹은 그게 사람 사는 도리여서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고는 말 못한다는 거야. 자기를 작게 보는 종족들이거든. 그래서 오크나 인간은 신념이나 자기주장이라는 말에 경외감을 품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불의에 맞서 약자를 보호하는 기사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라. '그게 정의니까!'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라고는 말 못한다. 그것은 무례한 자나 범죄자의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대화 두 가지가 그걸 증명한다.

 

'시대의 이름으로 그를 죽였다.'
'당신의 정의감은 알겠으나 그래도 살인은...... .'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인간과 오크는 저 정도밖에 안 되는 것들이다.

 

- 오버 더 호라이즌 中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어머니는 가장 높이 날 것이다.


그의 누이는 가장 뜨거운 불을 뿜을 것이다.


그의 딸은 천 년 동안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바이서스를 파멸시킬 것이다.


[드래곤 라자]의 시대로부터 1000년. 마법과 기사도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총과 기계가 그 빈자리를 대체해가는 바이서스를 이제는 잊혀져 가는 경이로운 마법 생명체 '드래곤'과 진짜 예언자의 '예언'이 뒤흔든다. 대마법사 아프나이델 자신이 완성했으면서도 스스로 두려워 봉인해 버린 강력한 무기와 예언으로부터 시작되는 예언의 실현을 막기 위해 돌아온 엘프 이루릴. [퓨처워커]보다 강화된 아이러니와 함께 더욱 성숙하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진화하여 돌아온 '좀비대왕' '이영도'. 그가 잠들어 있던 좀비들의 불멸의 밤을 깨운다!

 

'좀비 대왕' '네크로멘서' 로 불리며 심야의 좀비군단을 양산해내던 타자 '이영도'. 참으로 묘한 매력을 가진 독특한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매력이 있다. 책 읽기가 시들해질때마다 다시 펼쳐 보게 되는 그의 처녀작 [드래곤 라자]는 읽을 때마다 여전히 즐겁고 새롭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통신 문학으로 등단한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그의 이력도 이력이거니와 독특한 시각과 개성넘치는 문장, 그리고 뚜렷한 주제의식에 더해 준비된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의 작품은  양산되던 통신 환타지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완성도와 재미로 국내 환타지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드래곤 라자]로부터 천년이 지난 오늘, 좀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가 돌아왔다.


그의 작품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드래곤 라자] 때만해도 아직 데뷔작의 치기가 남아있던 그의 세계와 언어는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를 거쳐 더욱더 정제되고 완숙해진 느낌이다. 글쟁이 '이영도'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도'만의 개성넘치는 언어로 펼쳐지는 그의 작품에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힘이 있다. 국문학과 출신 장르 작가로서, 순문학이라 불리는 문단 소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한다.


"글쎄요. 별 생각이 없습니다만? 뭐라고 표현할까요. 세상엔 기독교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지만 기독교도에 대해서는 참으로 복잡 다단한 생각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전 본격 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엔 별 관심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읽고 재미없는 건 안 읽지요. 제겐 개개의 글이 있을 뿐입니다."


정신없이 환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드래곤 라자]로부터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은 장르의 경계에 대한 필자의 고정 관념을 완전히 허물어 뜨림으로서 그의 말이 결코 공허한 말뿐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좀비가 맹목적으로 생고기와 생피를 갈구하는 심정으로 필자는 이 목마름을 채워줄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문장부호와 행간을 호흡하고 그 순환계에는 잉크가 흐르는 의 세계와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신선한 작품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그는 조만간에 좀비군단의 침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고작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믿고 버티겠다고!? 재고해 보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P.S-참으로 잘 빠진 양장입니다. 멋스러운 디자인과 단단한 양장표지에 말끔한 편집까지. 모양새가 어디하나 나무랄데가 없어요. 황금가지도 이런 양장을 만들 수 있다니까요. [폴라리스 랩소디] 한정판도 그렇고 [드래곤 라자], [퓨처워커]의 양장판 재출간도 그렇고 여러가지 모험적인 시도도 마다 않는 황금가지인데, 왜 [홈즈 전집], [크리스티 전집], [뤼팽 전집]은 그렇게 허접한 양장으로 내놓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ㅡㅅ-;


원본 삭제 분량 http://blog.aladin.co.kr/bbs/2542578

네이버 캐스트 '이영도' 인터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652&category_type=serie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 차이나의 미래 - 중국이 말하지 않는 12가지 진실
윤재웅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사람들이 SF 영화를 보며 위기의 순간에 슈퍼맨과 같은 영웅이 등장해 악당을 순식간에 물리쳐주길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주길 바라는 이들의 기대는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기억 속에는 불과 3년 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나락에 빠지기 직전에 중국이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경제를 구한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유행하던 개념이 있다. “껌하나를 팔아도 중국에 팔면 10억명에게 팔 수 있다.” 중국의 개방에 맞춰 무한에 가까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그래서 우리 물건을 가져다 팔기만 하면 된다는 우월한 정서가 담긴 이야기다. 중국은 ‘메이드 인 지나’로 대변되는 싸구려 제품, 싸구려 복제의 왕국이자,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뒤를 쫗는 많은 후발 개발도상국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계속될 것 같았던 우리의 우위는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훌쩍 앞질러 미국과 함께 세계의 2강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양적 성장이 어느 순간 질적 비약으로 나타났던 사례가 무수히 많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몇년 앞서 있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가 100년간 이루어왔던 발전을 그 반도 안되는 기간에 따라잡아버린 나라임을 감안한다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1992년 한.중 수교를 체결한 이후 약 10년간이 우리가 어깨를 펴고 중국을 당당하게 대한 얼마 안되는 예외적인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슈퍼차이나의 미래>는 이러한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허와 실을 12가지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분석해 주고 있다.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허와 실을 파악함으로서 이미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중국은 천의 얼굴을 가진 변검(變瞼)술사와 같다. 그렇다고 수많은 가면 뒤에 고정 불변의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수많은 가면 그 자체가 중국이라는 말이 진실에 더 가깝다.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지난 30년간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성장세를 구가하다 보니 수많은 균열과 차이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국이 슈퍼파워로 부상하는 것은 더 이상 가부(可否)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어느새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최대 교역국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차이나프리카’, ‘차이메리카’, ‘차이나플레이션'등 신조어를 양산해내며 급부상한 중국 없이 우리나라의 제2의 도약도 없다고, 한국의 운명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삼성은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중국 제조(Made in China)’에서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과 사업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중국 창조(Created in China)’로 변모할 때 중국삼성은 진정한 제2의 삼성이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하며 ‘제2의 삼성'을 부르짖고 있고, 현대, 포스코, SK등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또한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친미(親美), 친중(親中)으로 양분하는 냉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 이익을 위해 용미(用美), 용중(用中)하는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의 운명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경제는 어렵다. 그래서 순악질 ‘김미화' 누나는 우띨, 선띨 형님들과 함께 항상 ‘정치는 쫄지마! 경제는 속지마!’를 외치는 것이다. <슈퍼차이나의 미래> 역시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렵다. 비록 논거가 명확하고 생소한 경제 용어와 개념에 대해 비교적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그나마 전체 맥락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어려웠다. 필자는 당췌 이놈의 경제라는걸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나 문화는 대략적인 개념만 잡으면 말을 따라잡기는 어려운 편이 아닌데, 이놈의 경제라는것은 대략적인 개념으로는 그래프 하나 이해하기 힘들다. 거기에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얽히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데다 때로는 경제 전문가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최강 미스테리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슈퍼차이나의 미래>는 비록 이렇게 어려운 경제 이야기였으나,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 불안하게만 바라보던 중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도 아주 옛날. 대지가 처음 모양새를 갖추고, 이제 해가 뜨는가 하면 나뭇잎이 깨어나고 달이 솟는가 하면 창포가 푸르러지게 된 후의 일이다... 화롯불을 가운데 두고 툭툭 벌어지는 군밤을 하나씩 까먹으며 듣던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이 생각나는 설화와 함께 [조드]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늑대의 형상을 한 하늘과 결혼한 사내의 눈을 멀게하는 공주의 이야기와 사슴족의 원수였던 늑대족의 사내놈과, 늑대족의 원수였던 사슴족의 계집년은 사랑을 찾아, 초원을 옮겨다니는 영산 보르칸산으로 숨어들고 저승사자로부터 민담을 선물받고 사흘 앞을 보게 된 외눈박이 조상의 동생과 고운님 알랑고아의 슬픈 운명, 형제들에게 따돌림 당한 쟂빛눈의 막내 바보 보돈차르 몽학이 매와 결혼하여 버림받은 여자와 우두머리 잃은 부랑아들을 거두어 아이를 낳고 또 아이들이 아이를 낳아서 겨울이 백 번쯤 지나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를 이루었다. 이것이 거룩한 거룩한 황금 뼈대가 탄생한 이야기이다.

 

언제까지 구수한 입담으로 옛날 이야기만 늘어놓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전쟁터에서는 회색의 새처럼 빠르고, 적진 앞에서는 어머니의 젖처럼 지혜가 흐르며, 초원에서는 이레 끼니를 노래로 견디고 일흔 역참 거리를 등자에서 자도 늠름한 모습을 잃지 않는 대장부 자무카이시여호방한 기질을 뽑내며 전설의 시대를 건너 영웅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어 자무카와 늑대의 추격전은 벌어지고..

 

말은 발굽보다 눈동자로 뛰는 짐승이라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면 방향을 잃거나 속도가 떨어진다

 

……

 

늑대는 말 갈비 뒤쪽의 가장 얇은 뱃가죽을 한입 가득 물고 온몸의 무게를 실어 곡예를 하듯이 매달렸다. 그 상태로 말이 달리면 늑대의 하반신은 말의 뒷다리 옆쪽까지 밀쳐지게 되는데, 그러면 놀란 말이 늑대를 떨어뜨리려고 뒷발굽으로 늑대의 하반신을 차게 되고, 늑대는 틀림없이 뼈가 부러지고 아랫배가 터질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가 이빨을 놓지 않으면 말의 뱃가죽이 찢어진다. 그것이 깊어질 경우 내장이 찢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금방 떨어지려는 무거운 짐짝 같은 늑대를 매달고 뛰느라 대열에서 낙오하여 또 다른 늑대들의 밥이 된다는 것이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현지 체류와 현지 답사가 헛되지 않았음인가. 눈덮인 설원에서 펼쳐지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추격전은 마치 현장을 보는듯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그저 옛날 이야기나 늘어놓는 입담좋은 늙은이가 아니라는 듯...

 

가자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들아. 저 어지러운 눈발을 뚫지 못한다면 장차 적진의 화살은 어떻게 뚫겠느냐!

 

작가 김형수의 글은 구수하면서도 호방하고, 서사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또한 위기에 빠진 의형 자무카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황금색 늑대귀 말을 타고 구해내는 테무진의 등장은 [조드]의 이야기가 호방하고 서사적인 문장만 넘치는 소설이 아님을 예고한다.

 

생소한 설화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도 범상치 않지만 옛 설화 뿐 아니라 대 초원과 그 안에 살아가는 부족들의 생생한 생활상에 이어 테무진과 그의 아버지 예수게이 그리고 타타르, 금나라의 이야기까지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시대 배경에서 작가의 공부가 결코 얕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작가는 어떤 자극적인 장면이나 급격한 이야기의 도약 같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 들을 사용하지 않고 시초부터 차근차근 묵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읽는 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점점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0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짧은 체험판으로는 이 작품을 평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장대하고 서사적인 문장들과 작가의 공부가 배어나오는 생생한 배경,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들, 그리고 이 모든것들을 하나로 아울러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 솜씨까지, 이 작품을 기대하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것들을 보여 주었다.

 

하늘에는 기러기들의 세상이 있고 물에는 물고기들의 세상이 있어. 초원에는 사내들의 세상이 있지

 

겨울 재앙조드'가 덮치듯이 중국 대륙을 질타하고 인도를 거쳐 유럽까지 위협하던 대 초원의 사나이 테무진. 그의 질주가 기다려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