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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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는 가장 높이 날 것이다.


그의 누이는 가장 뜨거운 불을 뿜을 것이다.


그의 딸은 천 년 동안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바이서스를 파멸시킬 것이다.


[드래곤 라자]의 시대로부터 1000년. 마법과 기사도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총과 기계가 그 빈자리를 대체해가는 바이서스를 이제는 잊혀져 가는 경이로운 마법 생명체 '드래곤'과 진짜 예언자의 '예언'이 뒤흔든다. 대마법사 아프나이델 자신이 완성했으면서도 스스로 두려워 봉인해 버린 강력한 무기와 예언으로부터 시작되는 예언의 실현을 막기 위해 돌아온 엘프 이루릴. [퓨처워커]보다 강화된 아이러니와 함께 더욱 성숙하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진화하여 돌아온 '좀비대왕' '이영도'. 그가 잠들어 있던 좀비들의 불멸의 밤을 깨운다!

 

'좀비 대왕' '네크로멘서' 로 불리며 심야의 좀비군단을 양산해내던 타자 '이영도'. 참으로 묘한 매력을 가진 독특한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매력이 있다. 책 읽기가 시들해질때마다 다시 펼쳐 보게 되는 그의 처녀작 [드래곤 라자]는 읽을 때마다 여전히 즐겁고 새롭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통신 문학으로 등단한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그의 이력도 이력이거니와 독특한 시각과 개성넘치는 문장, 그리고 뚜렷한 주제의식에 더해 준비된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의 작품은  양산되던 통신 환타지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완성도와 재미로 국내 환타지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드래곤 라자]로부터 천년이 지난 오늘, 좀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가 돌아왔다.


그의 작품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드래곤 라자] 때만해도 아직 데뷔작의 치기가 남아있던 그의 세계와 언어는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를 거쳐 더욱더 정제되고 완숙해진 느낌이다. 글쟁이 '이영도'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도'만의 개성넘치는 언어로 펼쳐지는 그의 작품에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힘이 있다. 국문학과 출신 장르 작가로서, 순문학이라 불리는 문단 소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한다.


"글쎄요. 별 생각이 없습니다만? 뭐라고 표현할까요. 세상엔 기독교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지만 기독교도에 대해서는 참으로 복잡 다단한 생각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전 본격 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엔 별 관심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읽고 재미없는 건 안 읽지요. 제겐 개개의 글이 있을 뿐입니다."


정신없이 환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드래곤 라자]로부터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은 장르의 경계에 대한 필자의 고정 관념을 완전히 허물어 뜨림으로서 그의 말이 결코 공허한 말뿐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좀비가 맹목적으로 생고기와 생피를 갈구하는 심정으로 필자는 이 목마름을 채워줄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문장부호와 행간을 호흡하고 그 순환계에는 잉크가 흐르는 의 세계와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신선한 작품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그는 조만간에 좀비군단의 침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고작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믿고 버티겠다고!? 재고해 보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P.S-참으로 잘 빠진 양장입니다. 멋스러운 디자인과 단단한 양장표지에 말끔한 편집까지. 모양새가 어디하나 나무랄데가 없어요. 황금가지도 이런 양장을 만들 수 있다니까요. [폴라리스 랩소디] 한정판도 그렇고 [드래곤 라자], [퓨처워커]의 양장판 재출간도 그렇고 여러가지 모험적인 시도도 마다 않는 황금가지인데, 왜 [홈즈 전집], [크리스티 전집], [뤼팽 전집]은 그렇게 허접한 양장으로 내놓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ㅡㅅ-;


원본 삭제 분량 http://blog.aladin.co.kr/bbs/2542578

네이버 캐스트 '이영도' 인터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652&category_type=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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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세트 - 전6권 메피스토(Mephisto)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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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밥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필자는 잠힘으로 산다. 특히 새벽잠, 아침잠을 사랑하는데 오늘은 사레가 들려 기침이 멈추지 않는 바람에 내사랑 아침잠에게 쫒겨날 수 밖에 없었다..ㅠㅠ; 오늘은 회사도 비번인데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고 보니 할게 없다. 어머님의 ‘저놈이 왠일이지?’ 시선을 받으며 꾸역꾸역 간만의 아침을 먹다보니 며칠 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양장 합본의 포스트를 본 기억이 나 덩달아 리뷰 한번 두들겨 보려 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걸까? 필자가 구매할 때도 합본이 있었는데 양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동하면서 자주 책을 읽는 필자의 독서 습관상 너무 무거워 보여 할 수 없이 분권 박스 셋트를 샀는데, 뭐 이것도 아담하니 꽤 맘에는 들지만 역시 양장본의 포스에는 못미친다. 책을 가지고 잘생겼느냐 못생겨느냐 어쩌구 하는게 어찌보면 좀 속물스러울지는 몰라도 이왕이면 보기좋은 떡이 맛있다고,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뭐가ㅡㅅ-?) 하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초 특급 슈퍼 울트라 하이테크 슬랩스틱 싸이파이 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DONT PANIC!

 
막상 두들겨 보려고 하니 뭐라고 해야할지…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지구 폭파, 타월, 사라진 돌고래, ‘안녕히,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겁먹지 마세요(DONT PANIC), 머리 두개 달린 (하나였던가? 아니 두개였다가 하나 뗏다가 나중에 다시 붙였구나..ㅡㅡ;) 은하 대통령, 타임 패러독스, 42, 깊은 생각, 우주 끝 레스토랑, 토르,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 통역 물고기, 우울증 걸린 로봇 등등… 이쯤 되면 그야말로 카오스의 세계가 따로 없다. 필자의 정신세계가 혼미한 것이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뭐, 그것도 틀린말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냣! 이몸이야 말로 대한민국 대표 정신건강 표준 노총각…퍼퍽!!), 이 작품, 이 소설 자체가 극단적인 카오틱 네버엔딩 스토리 그 자체인 것이다.

 
맥주를 좋아하는 베스트 프랜드 포드가 알고 보니 어사 마이너 행성에 있는 대단한 출판사들이 내놓은 책 중에서 최고로 훌륭한 책. <인생은 오백오십 살부터>보다 더 찰팔리고 있으며, 최신 초 베스트셀러 <알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알게 된 섹스에 대한 모든 것>보다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 비록 많은 것이 누락되어 있고 터무니없이 부정확하지만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인생을 이해해보고 경이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금쪽 같은 친구. 술주정과 록밴드, 타월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완전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삼십 초 안에 구조될 확률을 계산해주기도 하는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지구 파트 업데이트를 위해 일주일만 있으려고 왔다가 6년이나 묶여있던 베텔게우스 근처 어느 작은 행성 출신 기고가였다는 것이었고, 그 외계인 포드가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의 초공간 우회로 건설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기 일보 직전, 주인공인 아서 덴트와 함께 보고인 전투함선에 히치하이킹 하여 지구를 탈출하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를 탑재한 ‘순수한 마음 호’를 타고 전 우주를 누비는 엉망진창인 여행기로 이어진다. 여행중에 실은 지구 ‘깊은 생각’이라는 컴퓨터가 내놓은 삶의 궁극적인 해답 ‘42’의 의미를 알기 위해 설계된 컴퓨터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기까지가 이 소설 그것도 1권의 대략적인 이야기이다. 이쯤되면 필자가 대한민국 대표 정신건강 표…퍼퍽!! 필자의 정신이 혼미한 것이 아니라는걸 눈치 채셨을 것이다. 그나마 1권은 대략적인 정리라도 가능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정리불가! 설명불가! 6권을 읽는 내내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이 소설은 실로 정체 불명의 그 무엇인 것이다.

 
원래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것이 시초였다는 이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시작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필자가 그랬던 경우로, 워낙에 특이한 것 독특한 것들을 좋아하는 필자가 처음 <은하수..>의 소개를 봤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드랬다. 그저 SF와 코메디가 결합한 독특한 설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결합된 소설 정도로 인식하고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은하수…>는 영국식 스랩스틱 코메디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빈>이나 <닥터 후>등의 영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은하수…>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필자에게는 그다지 잘 맞지는 않는 느낌이었는데 원래의 라디오 드라마로 감상했으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그 라디오 드라마라는게 70년대에 제작된데다가 기본적으로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마음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초 특급 슈퍼 울트라 하이테크 슬랩스틱 싸이파이 코미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란다.


6권 박스 셋트. 일반 마분지 상자에 은하수 스티커, 그것도 다 가리지도 못하는 스티커 붙여놓은 박스가 참 허접하다..ㅋㅋ


세워놓으면..이렇게 키가 다르다. 서로 형제같아 정겹기는 하지만왜 셋트인데 키가 다르냐고~~~!!

 

은하수 표지 디자인은 마음에 제법 든다. 책띠에 커다랗게 DONT PANIC 이라고 찍혀있다. 겁먹지 마세요..^^

 

내부는 그냥 무난하지만 역시 삽화나 그림은 없다..ㅠㅠ

 

 

 

  <은하대백과사전>은 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술은 설탕의 발효를 통해 형성된 휘발성의 무색 액체이며,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특정 생명체에 대해 도취 효과를 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술은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Pan Galactic Gargle Blaster라고 적혀 있다.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마셨을 때의 효과는 레몬 한 조각으로 싼 커다란 황금 벽돌로 머리를 한 대 강타당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안내서>에는 또한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가장 잘 만드는 행성과 그 한 잔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 그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재활 과정을 도와주는 자원 봉사 조직들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안내서>에는 심지어 이 술을 직접 만드는 법도 나와 있다.

  <안내서>에 따르면, 먼저 올드 쟁크스 스피릿 한 병에서 진액을 따른다. 거기에다가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바닷물을 한 컵 따른다 “아 그 산트라기누스의 바닷물! , 그 산트라기누스의 물고기들!” 이라고 <안내서>는 적고 있다.

  그 혼합물에다 아크투란 행성의 메가 진 얼음 세 조각을 넣어서 녹인다(제대로 얼리지 않으면 벤진 향이 날아갈 수 있음).

  거기에 팔리아 행성의 늪지대 가스를 사 리터 넣어 가스가 부글부글 차오르게 한다. 이는 팔리아 행성의 늪지대에서 기쁨을 이기지 못해 죽어간 그 모든 행복한 히치하이커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어두운 콸락틴 행성 지대의 그 아찔한 냄새, 기묘하면서도 달콤하고 신비스러운 그 냄새를 상기시키는 콸락틴 하이퍼민트 추출액을 은수저의 볼록한 부분에 얹어 술잔 안에 띄운다.

  알골리아 행성의 태양 호랑이 이빨을 그 안에 떨어뜨린다. 이빨이 녹으면서 알골리아 태양들의 불꽃이 칵테일의 심장부 깊은 곳까지 퍼져나가는 것을 감상한다.

  잠푸어를 몇 방울 뿌린다.

  올리브를 한 알 넣는다.

  이제 마신다……단……매우 조심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대백과사전>보다 좀더 잘 팔린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타월이라는 주제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있다.

 

  타월이란 행성 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지닐 수 있는 물건 중 최고로 쓸모 있는 것이다. 타월은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자글란 베타 행성의 차가운 달들 사이를 여행할 때는 몸에 둘러서 보온용으로 쓸 수 있다.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눈부신 대리석 모래 해변에서는 타월을 깔고 누워, 머리를 어찔하게 하는 그 바다 수증기를 들이마실 수도 있다. 카크라푼 행성의 사막에서는 불타는 듯 반짝이는 별들 아래서 덮고 잘 수도 있다. 느리고 둔중한 모스 강을 따라 조그마한 뗏목을 타고 여행할 때는 돛으로 사용하라. 맨주먹 싸움이 붙으면 적셔서 사용하라. 머리에 감으면 유독 가스를 물리치거나, 트랄 행성의 레이브너스 버그블래스터 비스트의 시선을 피할 수도 있다(이 녀석은 깜짝 놀랄 정도로 멍청해서, 당신이 녀석을 보지 못하면 녀석도 당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머리빗만큼의 지능도 없지만 식욕만큼은 엄청나다). 위급 상황에서는 조난 신호로 타월을 흔들어댈 수도 있고, 그러고도 충분히 깨끗해 보이면 물론 몸의 물기를 닦는 데도 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타월에는 엄청나게 폭넓은 심리학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히치하이커가 타월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어떤 스트랙(히치하이커가 아닌 사람)이 알게 되면, 그는 그 히치하이커가 칫솔과 세수 수건, 비누, 비스킷 깡통, 보온병, 나침반, 지도, 끈 뭉치, 모기약, 우비, 우주복 등등도 가지고 다닌다고 자동적으로 믿어버린다. 게다가 그 스트랙은 그 히치하이커가 어쩌다가 이 물건들이나 다른 이런저런 물건들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기꺼이 이 물건들을 빌려줄 것이다. 그 스트랙은, 광대한 은하계의 구석구석을 히치하이크하며 그 모든 불편을 참아내고 최대한 돈을 아껴 쓰고 끔찍한 승산들과 맞서 싸우고 끝까지 이겨내면서도 여전히 자기 타월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대접해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들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봐, 자네 그 포드 프리펙트라는 후피를 새스하나? 그 녀석은 정말 자기 타월이 어디 있는지 아는 프루드라니까” (후피 : 정말 침착한 사람 / 새스 : 알다, 인식하다, 만나다, 섹스하다 / 프루드 : 정말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사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작가가 권하는 ‘이 행성을 떠나는 법’

 

1. 나사NASA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 483-3111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 (202) 456-1414 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크렘린에 전화하라(0107-095-295-9051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크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해볼 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DONT P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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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크로스로드 SF컬렉션 3
이영도.듀나 외 지음 / 해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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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 두들긴 김에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까지 두들겨 보련다.

 

  이 책은 앞서 <얼터너티브 드림>에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APCTP 에서 운영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SF 단편들을 모아 출간하는 <크로스로드 SF 컬랙션> 3번째 모음집이다. 2010년에 4번째 모음집 나오고 아직까지 5번째가 출간되고 있지 않아 아쉬운데, 비록 웹진에서 다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은 또 다르니 예쁘게 만들어져 나와줬으면 싶다.

 

  SF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환타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작품집에 이름을 올린 좀비대왕 <이영도>님도 <드래곤 라자>등의 환타지 소설을 통해 이름을 얻었지만 외국의 많은 SF 작가들 또한 SF와 환타지 장르의 소설을 같이 쓰고 있다. 특히 어슐러 K 르귄같은 경우 주요 세계관인 헤인의 세계관이 과학과 환타지가 결합한 형태를 띄고 있다. 환타지 팬이라면 <어스시(EarthSea)> 시리즈를 아실텐데 필자가 알기에 이 <어스시>의 이야기도 <헤인> 세계의 일부로 알고 있다. 즉 광속 여행으로 각 행성의 문화를 연결하는 배경에 있는 한 행성인 것이다.

 

  이렇게 SF와 환타지는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어 때로는 경계가 모호하기까지 한데, 지금까지 필자가 읽어온 SF와 환타지 작품들중 명작 혹은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듯 하다. 무엇보다 문학으로서의 완성도 또한 매우 높아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장르와 문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아시모프>옹의 경우 작품내에 미스터리의 요소를 잘 가미하는게 특징인데 때때로 SF가 아닌 추리 혹은 미스터리 작품집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때도 있다.

 

  국내 환타지의 경우 한참 통신 연재 소설이 출판으로 쏟아져 나오던 시기의 작품들을 보면 너무 환타지라는 장르에 갖혀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필자는 그 이야기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고 작품에 따라서는 대단히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어떤 일반적인 틀 안에 갖혀 있는 느낌이었다. 항상 마법이, 그것도 비스비슷한 클래스 시스템의 마법이 등장하고 검이 등장하고 피와 살이 튀는 전투씬과 대규모 전쟁 등등 전체적인 구도가 대부분 비슷하다.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장르를 넘어가는 완성도를 갖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장르를 넘어서는것은 둘째로 스스로의 장르의 틀 안에 꼬박 갖혀있는 답답함마저 느껴졌다.

 

  필자가 구구절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동안 환타지에 묶어 국내 SF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실 우리작가의 SF는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막연하게 그렇겠거니 하는 인상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크로스로드 SF 컬랙션>을 만나면서 그동안 필자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는지를 깨닳았기 때문이다. <어슐러 K 르귄> SF 작가들은 예언자가 아니며 SF를 통해 사고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단 SF 뿐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소설, 가슴 벅찬 작품을 만났을 때마다 필자가 받은 인상도 그와 같았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작품에는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작가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필자는 생각하고 느껴왔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일상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한국 SF 고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SF라 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지금 이곳'의 현실에 주목한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소설의 요소 또한 포함하고 있다.

 

  알라딘의 책 소개와 같이 필자 또한 이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를 읽으면서 SF의 틀, 장르의 틀에 갖혀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난 느낌이다.

 

l  이영도 | 별뜨기에 관하여

l  듀 나  |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l  임태운 | 채널

l  송경아 | 하나를 위한 하루

l  설인효 | 진짜 죽음

l  노기욱 | 소울메이트

l  김보영 | 01 사이

l  김 몽  | 차이니스 와이너리

l  김선우 | 양치기의 달

l  백상준 | 우주복

 

  10 10, 멋진 작품 멋진 작가들이 아닐 수 없다. 단편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의 멋진 장편들 또한 활발하게 출판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4.5, 외형 및 편집은 3, 소장가치는 2.5 대충 평균 3점에 내멋대로 +1점해서 4점 주고 싶다.

 

 

책입니다^^;

 

이번권은 <얼터너티브 드림>에 비해 좀더 편집이 읽기 편하게 잘된 느낌이고 중간중간 제가 좋아하는 그림도 들어가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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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드림 - 한국 SF 대표 작가 단편 10선 크로스로드 SF컬렉션 1
복거일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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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 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 라는 기관이 있다. 있나 보다. 아무튼 APCTP에서 <크로스로드> 라는 웹진을 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매달 한편씩 국내 SF 작가의 단편이 올라온다. 매년 거기에 실렸던 단편을 모아 책으로 <크로스로드 SF 컬랙션>이라는 시리즈 형태로 출간하고 있는데 그 첫번째 모음집이 <얼터너티브 드림>이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얼터너티브 드림>, <앱솔루트 바디>,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목격담, UFO는 어디에서 오는가> 까지 4권이 출간되었는데 필자는 <얼터너티브 드림>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두 권을 보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SF와 판타지 장르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아바타>와 같은 SF 영화가 대박을 치고 있는 요즘에서도 가끔 주변사람들과 이러한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대체로 애들이나 보는 거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컨텐츠는 맞지만 아이들만의 컨텐츠는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바타> <반지의 제왕> <터미네이터> <인셉션> ..등등의 영화를 재미있게 즐겨놓고서는 SF나 환타지는 애들이나 보는거라는 인식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인식을 바꿔보자 뭐 그런 얘기를 하자는건 아니고 - 필자가 그런얘기 한다고 바뀔리도 없지만 - 그렇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정서가 SF같은 장르가 깊게 뿌리내리기는 힘들다는 것이고 그러한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멋진 SF 소설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꼭 의식했던 것이 아닌데도 필자는 미국의 컨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도 주로 미드를 보고 있고 영화도 보게되면 일단 헐리웃 블록버스터 먼저 선택하는데다 책마저 확인해보니 영미권 작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애국자고 뭐고를 떠나서 아무래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좋은 작가들이 많으니 책이라도 좀 국내 작품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하던중에 만난 것이 이 <크로스로드 SF 컬랙션>이다. 사실 SF 작품을 만나게 될거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 어떤 경로를 거쳐 이 시리즈가 검색에 걸려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90년대 후반 통신문학에서 폭발하듯 환타지 소설들이 쏟아져 나온 이후 우리나라 작가의 환타지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SF 작품집은 결코 쉽게 만날 수 없어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마치 하고 튀어나듯 필자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만난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의 SF 단편집 <얼터너티브 드림>은 재미있고,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과 구도로 여느 외국 명작 SF 들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필자에게 선사해 주었다. 이렇게 멋지고 재미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을 다수 보유한 우리나라가 어째서 아직도 SF 불모지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실린 10명의 작가들 중 필자가 들어본 이름이라고는 <이영도> 뿐이었는데, 국내 환타지 부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작가이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 사람 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작품을 줄줄이 쏟아낸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어쨋거나 그는 환타지 소설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한 것도 반쯤은 <이영도>의 이름 때문이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난 후에 그것 때문에 다소 부끄럽기까지 했다. 여기 실린 <이영도>의 작품이 나빴다는게 아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너무 재미있고 맘에 들었다는 것이다. SF 팬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나라가 SF 불모지라고 하고 다니면서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작가들이 있음을 몰랐다는게 부끄러웠던 것이다.

 

l  대리전 / 듀나

l  오래된 이야기 / 오경문

l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 이영도

l  땅 밑에 / 김보영

l  얼터너티브 드림 / 김덕성

l  사관과 늑대 / 이한범

l  로도스의 첩자 / 고장원

l  꿈꾸는 지놈의 노래 / 복거일

l  향기 / 노성래

l  필멸의 변 / 신윤수

 

  이들 10 10색의 작가와 작품들은 단순히 SF 라는 장르의 한계에 묶여 광선 총이나 쏴대는 한심한 SF가 아닌, SF 라는 장르를 하나의 창(Window)으로 활용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제대로 된 정통 SF 작가와 작품들인 것이다.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4.5, 외형 및 편집에 3.5, 소장가치에 2.5 대충 평균 3.5에 너무 멋진 국내 SF 소설을 만난 즐거움으로 +1점해서 4.5점 주고 싶다.

 

 

가 보유중인 두 권. 윗쪽에 슈퍼맨 그린랜턴 나오는건 제 컴터의 Justice League 배경화면 입니다..ㅋ. 저스티스 리그는 좋은데 너무 미쿡 국기가 강조되어 있어서 불만인 배경화면, 조만간에 갈아치울 예정이라고 하면서 귀찮아서 두고있는..ㅠㅠ

 

내부는 이렇게 그냥 무난한 편입니다. 그림도 없고..ㅠㅠ;

 

P.S – 사족 하나. 은근히 이런 잡담 좋아합니다... 아마 필자와 같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신 분이라면 행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여기 실린 단편들 모두 웹진,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무려 공짜로! <크로스로드> http://crossroads.apctp.org/ <-여기입니다. 책파는 동네에서 리뷰라고 올려놓고 이런 정보를 올리는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모니터로 읽는것하고 책으로 읽는건 아무래도 다르기도 하거니와 웹진에는 그 밖에도 기초 과학 관련하여 양질의 읽을거리들이 많아 그냥 넘어가기 힘들더군요^^; 관심있으신 분은 한번씩 들러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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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SF 명예의 전당 2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이정 외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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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야근. 주말이라서인지 조용하고 할일도 없으니 간만에 연작 리뷰라도 두들겨 보련다. 워낙에 졸필이다보니 거의 짜내듯이 리뷰한편 두들기다 보면 시간은 정말 잘간다. 문제라면 두들길수록 흡연욕구가 심해져 금연에는 도움이 안되다는..쿨럭.

 

사실 연작리뷰라고 했지만 단편집인데다가 본래 하나의 컨셉으로 구성된 어디서 원래 한권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분량상 영어판이라고 해도 한권은 아닐 것 같다 모음집이다보니 딱히 2권이라고 1권하고 크게 다르게 할 말은 없다. 수록된 작품은 두말할것도 없고 책으로서의 모양이나 구성도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집인 것이다. 그저 남는게 시간이다보니 외로움도 달랠 겸 주절거려 보고 싶다.

 

일단 2권에서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이 눈에 띈다. – 라고는 하지만 사실 3 거장을 제외하고 다른 작가는 다 처음보는 작가들이다..ㅡㅅ-; -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그는 영화로도 제작된 스타쉽 트루퍼스로 잘 알려진 작가로, ‘아시모프에게는 미스테리적인 매력이, ‘클라크경에게는 따듯함이 있다면 그의 작품에는 흥미 진진한 속도감 있다. 다른 두 거장에 비해 국내에는 하인라인의 작품이 거의 출판되지 않아 구하기 힘이 드는 편이다. 필자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우주 방랑 도시를 읽어보았는데 두 작품 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황금가지에서 최근에 출간되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고, ‘우주 방랑 도시의 경우 3대 거장의 이름으로 웹서핑중 직지 프로젝트라는 곳을 발견하게 되어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었다. 꽤 괜찮은 명작 SF들을 무료로 어둠의 경로가 아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게 무슨 전산화 프로젝트 같은건데 아무튼 그냥 무료로 작품을 제공한다 볼 수 있으니 관심있으신분은 한번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다만 유.초등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같은 느낌이라 좀 유아틱한 느낌이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영화로는 상당히 악평을 받았지만 필자는 악평과는 반대로 아주 재미있게 봤던 터라 원작을 꼭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다. 사실 구할수 없다는건 핑계고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긴 한데 필자가 희귀본 수집이 취미도 아닌 마당에 중고를 원가의 두배가 넘는 돈을 주고 사기도 뭐해서 재출간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편의 리뷰에 현대 SF 작가들의 작품도 활발하게 출판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나서 말하기는 뭣하지만 필자 같은 오타쿠를 위해 돈이 좀 안되더라도 이러한 고전 명작 SF를 재 출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조금 다른 얘기로 고등학교 시절 어떤 선생님이 책은 단편부터 읽는게 순서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당신의 아들이 대하소설 – ‘태백산맥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을 읽고 있어 장편보다 단편부터 읽는게 순서에 맞다고 했다는 얘기였는데, 필자의 경우 본격적으로 책에 맛을 들이게 된 것이 이문열님의 중단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던 만큼 그때는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보잘것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20여년이 넘게 책을 읽어온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고급 문화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한심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책을 읽는데 순서가 어디있는가? 단편에는 단편의 매력이 있고 장편에는 장편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자신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군과 장르를 택해 읽으면 되는 것이다. 드물게 책에 관한 얘기를 친구들과 하게 되면 필자는 권한다. 아무거나 재미있는거 읽으라고, SF, 판타지는 물론 만화책이나 무협지라도 상관없다고 얘기한다. 물론 양서라고 할수 있는 고전들이 자신에게 맞는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1년 내내 책한권 읽기 힘든 사람에게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지루한 고전이나 난해한 인문서등을 줘봐야 제대로 읽을리가 없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마라톤을 권하는 식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클래식에 비유하자면 장편이나 대하소설은 교향곡이나 오페라에, 단편은 실내악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와 같은 클래식의 문외한이라도 베토벤의 운명이나 합창 같은 교향곡을 들으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창녀인 여주인공은 난생 처음 오페라를 보고는 쌀뻔했다고까지 하지 않는가.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에는 그러한 대중성과 접근성이 있다. 익숙하지 않아도 충분한 분량이 있기 때문에 친절하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다. 반면 단편소설은 친절하지 않다. 장편에서 중간부분을 뚝 떼어낸다고 단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전체가 한정된 분량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가하게 배경설명을 해주거나 이야기와 무관한 에피소드등에 낭비할 수 없는 것이다. 대신 압축된 이야기의 매력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하고 한정된 분량으로 독자를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단편에서는 어떤 폭발력과 힘이 느껴진다. 어느쪽이 됬건 어떤 장르가 되었건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읽으면 되는것이다. 물론 이상이나 까뮈등의 고전 명작을 무협지나 만화와 같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병을 앓아 약해졌던 병자가 완쾌되면 미음부터 먹이듯이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하드한 컨텐츠를 권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리뷰라고 해놓고 엉뚱한 얘기만 잘난듯이 떠들었지만 필자 역시 졸립고 진지한 고전보다 만화나 무협지가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SF 명예의 전당은 재미있습니다요 ㅡㅅ-b!! 돈아깝지 않아요! 팍팍 사서 보세요. 3, 4권도 나왔다는데 다 사서 보세요. 읽고나면 저도 좀 빌려(퍼퍽!)....저도 3, 4권 사서 볼께요..ㅠㅠ

 

이상 오름이의 주절주절이었습니다ㅡㅅ-v (브이는 뭐잘했다고! 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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