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 -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동화 50
김남규 지음, 민아원 그림 / 슬로래빗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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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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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둘리 속 고길동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순간, 어른이 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어느새 서른이란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나에게 있어서 동화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했던 판타지와 같은 세계처럼 느껴진다. 갖은 고난 끝에 도래하는 것은 늘 해피 엔딩이던 이야기가 이 세상의 모습인 것처럼, 어릴 때는 세상은 그렇게 따스한 곳이라 생각했지만 어른이 되어 두 눈에 비친 세상을 보노라면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혼탁해져 버린 나의 두 눈이 문제인지, 진정 세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동화는 이제 나의 것이 아니라며 점점 멀리하고 있던 와중에 동화를 보는 새로운 눈이라는 문구에 동해 이 <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왜 나는 늘 동화를 세상이 만들어진 틀로만 봐왔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스치게 된다. 동화라는 이름 안에서 풍기는 정해져 있는 틀의 교훈과 이 안에서는 이러한 점을 느껴야 해, 라는 것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나의 유년 시절의 동화는 틀에 박힌 동화로만 남아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만약 그 거위였다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꼈을 거야. 억울하게 죽어서가 아니야. 아무 쓸데 없는 황금이나 낳는 거위, 사실은 생명을 낳지 못하는 거위라서 슬펐을 거야.”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아. 황금 거위를 바라는 이 세상에서, 부디 넌 생명을 낳는 거위가 되길 바랄게.” -본문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동화를 읽으며 탐욕스런 인간의 욕망의 모습과 그 욕망의 무게 때문에 죽음을 면치 못했던 거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하루 한 알의 황금 거위 알로 만족했더라면 그 주인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제 손으로 자신의 부를 걷어차버린 그를 보면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며 과유불급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저자는 거위의 관점에서, 그러니까 매일 황금알을 낳는 자신의 모습을 불행이라 여겼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인간의 눈으로만 바라보았던 이 동화 속에 거위는 늘 가련한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받아들이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조차 없던 나에게 다른 거위들과 같이 거위 알을 낳지 못한다는 사실은 거위에게 있어서는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생각해본 것이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필요도 없는 황금알을 매일 낳는 모습이 그에게는 또 하나의 괴로움일 수도 있었을 텐데 동화를 읽으면서도 황금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엄지공주가 자기 인생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다니면서 그녀의 인생이 흘러가는 동안 그녀가 한 일은 고작 우는 것뿐이었어. –본문

 어릴 적 <엄지공주>란 이야기를 보면서 손가락만큼 작은 그녀의 이야기가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작고 가녀린 그녀의 앞에 등장하는 풍뎅이나 두꺼비는 갑작스레 등장한 불청객처럼 느껴졌고 결국 꽃나라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나의 기억 속 엄지공주의 전부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숱한 고난 속에서 엄지공주가 한 것은 그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말이다. 자신의 앞에 닥친 모습을 보면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자신이 있었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 따윈 없이 그저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게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나 역시도 삶을 그런 자세로 살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익히 알고 있던 동화라고 믿고 있던 나에게 저자가 들려준 것은 이전의 동화가 아닌 전혀 색다른 느낌의 것으로 그저 보여지는 것만을 전부라 믿고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 줄 알고서는 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비춰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던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전해주는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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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신동흔저


 

 

독서 기간 : 2015.02.13~02.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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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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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기에 추리 소설은 이러한 맥락이다, 라는 것은 있다면,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안에 넘실거리는 수 많은 헛된 정보 속에서도 범인이 남기고 간 중요한 단서들만을 매의 눈으로 꿰뚫어보는 수사관이 등장하고 그 누구도 풀지 못할 미스터리했던 문제를 단숨에 풀어 넘기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추리 소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미궁 속의 난제를 풀어나갈 때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것이 추리 소설의 본질이 아닐까, 라며 생각하던 나에게 이 <약속>이란 책은 추리 소설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의 내면은 전혀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뻔한 것 같았지만 알고 보면 뻔하지 않은 흐름 때문에 살짝 당혹스럽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뻔함을 넘어 새로움을 전해주고 있기에 이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전진 경찰국장을 연임했던 H박사가 추리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에게 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약속>은 시작된다. 한때는 H박사의 신임 받던 부하였던 마태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들르면서 이전에 그가 수사했던 사건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빨간 치마를 입고 있던 소녀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던 사건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게 된다. 피해자를 발견하고 신고를 했던 폰은 이미 성범죄 전과 기록이 있었고 그 기록들은 결국 그를 범인으로 몰게 된다. 범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후 폰은 강압적인 수사 끝에 결국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자백하고서는 자살로 스스로 생을 마치게 된다.

 우리 사나이 대 사나이로 얘기해봅시다. 공연히 시치미를 뗄 필요가 없소. 당신이 살인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소. 또한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경악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스스로의 범행에 대해 당신 자신도 놀라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소.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된 거요.당신은 느닷없이 짐승처럼 돌변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막무가내로 소녀를 덮치고 그 애를 죽이게 된 거요. 자신을 능가하는지 알지 못할 힘 때문에,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당신은 혼비백산하도록 놀란 것 이오, 폰 군텐 씨. 당신이 자수하려고 메겐도르프로 함달음에 달려갔지오. 하지만 막상 그리고 보니 용기가 없어졌어요. 자백할 용기가. 이 용기를 되살려내시오, 폰 군텐. 우리가 당신을 도와주겠소. –본문

 마태는 피해 소녀의 부모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라도 범인을 잡겠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해서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금 끄집어 내어 수사를 하게 되는데 피해자와 비슷한 모습의 소녀를 미끼로 하여 범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진범은 그의 노력을 피해 전혀 다른 곳에서 흔적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추리 소설이었다면 마태에 의해서 이 문제가 풀리고 그로 인해 그는 오랜 노력 끝에 얻게 된 결말 안에서 뒤늦게 나마 안락한 삶을 지내는 그런 모습이 그려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그렇게 뻔한 추리 소설의 틀을 벗어나 다른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이윽고 그들은 객실 앞에 섰다. 검사는 아직도 냅킨을 둘러맨 모습이었다. 판사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엄숙한 대열은 문지방에 선 채 얼어붙고 말았다. 창틀엔 트랍스가 부동자세로 매달려 있었다. 짙은 장미 향기가 풍기는 가운데 부연 은빛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난 한 어두운 실루엣. 그 모습이 어찌나 절대적이었는지, 검사는 점점 밝게 모습을 드러내는 아침 햇살을 외눈 안경에 반사시키며, 한참 동안이나 숨을 몰아쉰 연후에야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슬픔과 허망함을 가누지 못하고 진정 비통함에 가득 찬 절규를 내질렀다.
 
알프레도, 내 선량한 알프레도! 대체 자넨 무슨 생각을 했던 건가! 자넨 우리의 멋진 남성 야회를 망쳐놓고 있단 말일세!”. –본문

 뒤이어 이어지는 <사고>라는 이야기는 직물판매업에 종사하는 트랍스가 갑작스런 사고에 여관에 하루 머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직 판사과 검사, 변호사 출신인 어르신들이 시간을 때울 겸 하고 있는 재판 놀이에 함께 하게 된 그는 그저 재미 삼아 피의자의 신분으로 재판에 가담하게 된다. 그렇게 재판에 빠져들면 들수록 지난 날의 자신의 과오에 대해 드러나는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데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이자 별다를 것 없을 것 같은 중년의 한 남자에게서 보여지는 모습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그의 삶이 사실은 내 스스로에게 너무도 관대한 잣대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약속>이란 이야기가 기존의 틀을 깨어낸 것이라면 <사고>는 그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의 내가 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반전이 결국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보다 보면은 그 모습에서 간담이 서늘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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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 김서진저


 

 

독서 기간 : 2015.02.17~0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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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파사르의 주방 - 흙, 햇볕, 래디시, 그리고
크리스토프 블랭 글.그림, 차유진 옮김 / 푸른지식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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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프라는 이름이 어느덧 익숙해진 우리에게, 그들의 손을 거쳐 내어지는 메인 요리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리는 스테이크를 떠오르기 마련이다. 고기라는 재료가 메인의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두에게 왜 메인 요리는 고기의 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당당히 메인의 자리에 녹색의 채소를 올리고 있는 알랭 파사르는 20여년 간 미슐랭 별 3개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셰프이자 혁명가인 그는 수 많은 셰프들에게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나로서는 그의 이름만큼이나 그가 떠올린 생각은 생경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었는데 메뉴에서 붉은 고기를 없앤 그의 요리는 과연 어떻게 채워지게 될지, 과연 그의 시도가 가능한 것인지 호기심을 안고서 하나씩 이야기를 넘기게 된다.

 


 매 요리를 선보이기 전, 그가 만들어 낼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이야기의 도입부에 배치되어 있다. 자몽와 민트가 어우러진 완두콩의 조합은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서 그가 알려주는 레시피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새 침이 고이게 된다.

 



볶음 요리에 있어서 적절한 온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그는 넉넉한 팬으로 모든 재료들이 충분하게 들어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재료의 느낌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웬만한 것을 손으로 해결한다는 그의 손에는 늘 조리용 장갑이 끼워져 있는데 그림이지만 마치 그가 눈 앞에서 요리를 펼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주방의 최고봉에 있는 셰프인 그는 주방에서 큰 소리 치는 법이 없다고 한다. 다른 요리사들의 실수를 잡아내는데 있어서도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잡아내곤 그 실수를 바로잡아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말로써 타이르고 있으며 주방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응원의 목소리로 소리를 키우는 경우는 있어도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 소리지르지 않는다고 하니, 주방의 주인으로서의 그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그에게 있어서 무언가를 처음 만드는 그 시간이 두렵다기 보다는 늘 설렘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음식의 영감을 얻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 그는 색의 조화라는 답을 하고 있다. 음식의 색의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한 접시의 요리가 탄생된다는 그의 이야기는 과연 그의 머리 속에 그려질 맛의 향연이 어떠할지, 기대되게 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비둘기 육즙을 넣은 소스를 만드는 모습은 마치 주방이 아닌 실험실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단 한 방울의 육즙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접시에 남아 있는 것까지 모아 만드는 과연 그 소스의 맛은 어떠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고기가 사라진 그의 요리가 과연 얼마나 풍성할 수 있을까, 다소 염려스러운 마음에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육류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다채로운 채소의 향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배워나가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요리를 맛보고 싶다지만, 한동안은 그가 남겨준 레시피를 보며 입맛을 다질 것 같다.

 

  

 

 

독서 기간 : 2015.0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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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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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두 마리의 동물이 있다. 한 마리는 호랑이, 다른 한 마리는 고양이인 이들은 그들 자신이 호랑이나 고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이들이다. 숲 속에 홀로 남겨져 있던 새끼 고양이를 거둬 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할머니의 앞에서 착한 고양이로 살아가고 있는 호랑이. 그는 혹여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몸이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채식은 물론 요가까지 병행하며 고양이의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반대편에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 늘 거리를 방황하던 이 녀석은 자신이 호랑이의 자식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야옹이라는 소리대신 어흥이라 울고 있는 고양이는 주변 고양이 형들의 주먹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는 호랑이인 자신의 모습을 버릴 수가 없다. 그리하여 더 크게, 더 강하게 꿈꾸길 바란 그는, 동심동덕으로 살아가고 있는 호랑이를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다음 장면. 인간의 유흥을 위해 만들어진 서커스 장에서 동물들의 회한이 쏟아지게 된다. 원치 않지만 채찔질을 피하기 위해서 곡예를 계속해야 하는 서커스 장의 동물들은 다친 동료 동물들이 쉬기 위해서는 호랑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호랑이의 탈을 쓰고 서커스장의 한 장을 차지하게 된다.

 점점 서커스 장의 골치거리가 되어가는 고양이는 붉은 콩으로 변하게 되고 고양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다시 끌려가게 된 호랑이는 불 속을 뛰어드는 곡예를 해야 하지만 평소 불을 무서워 했던 호랑이의 주춤거림은 큰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이 순간 가장 먼저 도망을 가 버리고 남은 동물들은 발만 동동 거리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화마를 마주한 그 순간, 어디 선가 콩나무 줄기가 나타나 이들을 구해주게 된다. 



한바탕 꿈이라 치부하기엔, 그저 짧은 이야기로 넘기기에는 곱씹을수록 씁쓸함이 베어 나온다.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느 새 당연하게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과 인간이라는 차이를 만들어 상하관계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모습이든가, 서로 다르다는 모습으로 포용하지 않고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와는 다르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와 호랑이의 모습이라든가, 자신들을 이익을 위해서 또 다른 이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라든가. 생각하면 할수록 단상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는 다양한 물음의 근원이 되어 전해지게 된다. 이 안에서 놓치고 있을 이야기들이 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에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게 하는, 짧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라 책을 덮을 후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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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 날개달린연필저 


 

 

독서 기간 : 2015.0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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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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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 무언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곳은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마음만 먹는다면 비행기를 타고서 얼마든지 가볼 수 있겠지만 내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기분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라면 19세기의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경이로운 세계가 아니었을까. 쥘 베른에 의해서 그려진 아프리카 여행기는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가 유럽인들에 의해서 개척되어야 함은 물론 그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기구를 타고서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이 이야기의 발상은 신선하면서도 마치 그 곳을 실제하고 있는 기분이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프리카가 드디어 외부와 단절된 그 넓은 땅의 비밀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수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으나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현대의 오이디푸스가 마침내 풀어줄 것이다. 나일 강의 발원지를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어왔으나, 그때는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었다. -본문

 이전 사람들이 가보지 않았던 곳에 대한 개척의 욕망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 중 하나인 듯 하다. 이 책 속에서도 아프리카 탐험을 이미 많은 이들이 도전해왔지만 그들에게 드리운 것은 늘 실패라는 결말이었는데 새뮤얼은 그 이전의 이들이 했던 실패를 버팀목 삼아 기구를 타고서는 아프리카를 횡단할 것을 계획하게 된다. 기구를 타고 이동하게 될 경우, 급류나 폭풍, 야수나 원주민들의 공격에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향토병 등의 병으로부터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목표이지만 새뮤얼의 친구인 딕은 이 계획이 못미덥기만 하다. 하지만 거침없이 계획을 실행해가는 새뮤얼의 앞에서 딕의 주춤거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숲이 런던 주위에 있다면, 물론 꿈 같은 얘기지만, 정말 기분이 좋을 겁니다.” 조가 말했다. “하지만 왜 이런 아름다운 숲이 이 야만적인 나라에 있을까요?”
언젠가는 이 일대가 문명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 박사가 대답했다. “유럽이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되면 미래 사람들은 분명 여기로 이주할거야.” –본문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담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뿐만 아니라 기구를 타고 횡단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원주민들을 모습을 보노라면, 두려움을 느끼며 그들을 공격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고 그들을 달의 전령이라 믿고서는 반기는 이들이나,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들 등 다양한 반응은 실제 아프리카를 횡단하고 있는 느낌이 절로 들게 된다.

 평온한 여정이면 좋으련만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불타오르는 하늘을 마주하기도 하고 천둥번개의 소용돌이를 피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도 한다. 때론 사막 한복판을 건너며 목마름을 넘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래 벌판에서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500키로가 넘는 사막을 넘어서 그들의 여정 앞에 더 이상의 고난은 없기를 바라지만 바위산을 넘기 위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아프리카를 정벌하러 가는 그들의 시작과는 달리 이 모든 자연 안에서 너무도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가스마저 사라진 그들이 마른 풀을 모아서 기구를 띄우는 모습에서 그들이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그들을 따라가는 내내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구이나 폭포에 도착한 이후 보고서에 서명하기까지, 수 많은 여정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는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닌 생생한 울림이 되어 전해지게 된다. 유럽인의 상상 속에 있던 아프리카는 실제 상상보다도 훨씬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었기에 매 순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 하다. 19세기의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왔으니 21세기의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일는지. 지금이라도 이들의 전처를 밟아 쫓아가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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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 / 마크 트웨인저


 

 

독서 기간 : 2015.02.13~02.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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