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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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여기 두 마리의 동물이 있다. 한 마리는 호랑이, 다른 한 마리는 고양이인 이들은 그들 자신이 호랑이나 고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이들이다. 숲 속에 홀로 남겨져 있던 새끼 고양이를 거둬 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할머니의 앞에서 착한 고양이로 살아가고 있는 호랑이. 그는 혹여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몸이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채식은 물론 요가까지 병행하며 고양이의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반대편에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 늘 거리를 방황하던 이 녀석은 자신이 호랑이의 자식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야옹이라는 소리대신 어흥이라 울고 있는 고양이는 주변 고양이 형들의 주먹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는 호랑이인 자신의 모습을 버릴 수가 없다. 그리하여 더 크게, 더 강하게 꿈꾸길 바란 그는, 동심동덕으로 살아가고 있는 호랑이를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다음 장면. 인간의 유흥을 위해 만들어진 서커스 장에서 동물들의 회한이 쏟아지게 된다. 원치 않지만 채찔질을 피하기 위해서 곡예를 계속해야 하는 서커스 장의 동물들은 다친 동료 동물들이 쉬기 위해서는 호랑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호랑이의 탈을 쓰고 서커스장의 한 장을 차지하게 된다.

 점점 서커스 장의 골치거리가 되어가는 고양이는 붉은 콩으로 변하게 되고 고양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다시 끌려가게 된 호랑이는 불 속을 뛰어드는 곡예를 해야 하지만 평소 불을 무서워 했던 호랑이의 주춤거림은 큰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이 순간 가장 먼저 도망을 가 버리고 남은 동물들은 발만 동동 거리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화마를 마주한 그 순간, 어디 선가 콩나무 줄기가 나타나 이들을 구해주게 된다. 



한바탕 꿈이라 치부하기엔, 그저 짧은 이야기로 넘기기에는 곱씹을수록 씁쓸함이 베어 나온다.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느 새 당연하게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과 인간이라는 차이를 만들어 상하관계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모습이든가, 서로 다르다는 모습으로 포용하지 않고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와는 다르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와 호랑이의 모습이라든가, 자신들을 이익을 위해서 또 다른 이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라든가. 생각하면 할수록 단상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는 다양한 물음의 근원이 되어 전해지게 된다. 이 안에서 놓치고 있을 이야기들이 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에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게 하는, 짧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라 책을 덮을 후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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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 날개달린연필저 


 

 

독서 기간 : 2015.0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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