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 -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동화 50
김남규 지음, 민아원 그림 / 슬로래빗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만화 둘리 속 고길동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순간, 어른이 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어느새 서른이란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나에게 있어서 동화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했던 판타지와 같은 세계처럼 느껴진다. 갖은 고난 끝에 도래하는 것은 늘 해피 엔딩이던 이야기가 이 세상의 모습인 것처럼, 어릴 때는 세상은 그렇게 따스한 곳이라 생각했지만 어른이 되어 두 눈에 비친 세상을 보노라면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혼탁해져 버린 나의 두 눈이 문제인지, 진정 세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동화는 이제 나의 것이 아니라며 점점 멀리하고 있던 와중에 동화를 보는 새로운 눈이라는 문구에 동해 이 <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왜 나는 늘 동화를 세상이 만들어진 틀로만 봐왔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스치게 된다. 동화라는 이름 안에서 풍기는 정해져 있는 틀의 교훈과 이 안에서는 이러한 점을 느껴야 해, 라는 것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나의 유년 시절의 동화는 틀에 박힌 동화로만 남아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만약 그 거위였다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꼈을 거야. 억울하게 죽어서가 아니야. 아무 쓸데 없는 황금이나 낳는 거위, 사실은 생명을 낳지 못하는 거위라서 슬펐을 거야.”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아. 황금 거위를 바라는 이 세상에서, 부디 넌 생명을 낳는 거위가 되길 바랄게.” -본문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동화를 읽으며 탐욕스런 인간의 욕망의 모습과 그 욕망의 무게 때문에 죽음을 면치 못했던 거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하루 한 알의 황금 거위 알로 만족했더라면 그 주인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제 손으로 자신의 부를 걷어차버린 그를 보면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며 과유불급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저자는 거위의 관점에서, 그러니까 매일 황금알을 낳는 자신의 모습을 불행이라 여겼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인간의 눈으로만 바라보았던 이 동화 속에 거위는 늘 가련한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받아들이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조차 없던 나에게 다른 거위들과 같이 거위 알을 낳지 못한다는 사실은 거위에게 있어서는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생각해본 것이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필요도 없는 황금알을 매일 낳는 모습이 그에게는 또 하나의 괴로움일 수도 있었을 텐데 동화를 읽으면서도 황금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엄지공주가 자기 인생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다니면서 그녀의 인생이 흘러가는 동안 그녀가 한 일은 고작 우는 것뿐이었어. –본문

 어릴 적 <엄지공주>란 이야기를 보면서 손가락만큼 작은 그녀의 이야기가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작고 가녀린 그녀의 앞에 등장하는 풍뎅이나 두꺼비는 갑작스레 등장한 불청객처럼 느껴졌고 결국 꽃나라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나의 기억 속 엄지공주의 전부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숱한 고난 속에서 엄지공주가 한 것은 그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말이다. 자신의 앞에 닥친 모습을 보면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자신이 있었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 따윈 없이 그저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게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나 역시도 삶을 그런 자세로 살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익히 알고 있던 동화라고 믿고 있던 나에게 저자가 들려준 것은 이전의 동화가 아닌 전혀 색다른 느낌의 것으로 그저 보여지는 것만을 전부라 믿고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 줄 알고서는 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비춰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던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전해주는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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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신동흔저


 

 

독서 기간 : 2015.02.13~02.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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