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투어 로드맵
내일이면 동유럽으로...

 

 

내게는 여행이 유익한 수양으로 보인다. 심령은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물들을 주목하느라고 계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그리고 내가 여러 번 말한 바와 같이, 사람에게 끊임없이 다른 나라의 색다른 생활과 사상과 습관 등을 제시해 주며, 우리들의 천성인 끊임없이 변해 가는 형태를 음미시키는 것보다 인생을 형성하는 데 더 효과적인 학문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 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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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토마스 만의 소설『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읽고 있다. 이 작품은 꽤나 긴 소설이지만 독일 사람들은 이 소설을 여전히(?) 아주 즐겨 읽는다고 한다. 토마스 만은 1897년 10월 말부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00년 7월 18일에 끝냈다고 하는데, 그가 태어난 해가 1875년이었으니 불과 스물 다섯에 이 거대한 장편을 완성한 셈이다. 그의 생각의 깊이가 놀랍다. 하긴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전부터 이미 니체의 철학을 접했고 1899년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도 바짝 다가섰다. 그런 철학을 소설로 구현한 작품이 바로『마의 산』인데, 나는 아직 그 작품은 구경조차 못 했다. 그는 단편 『토니오 크뢰거』, 『베니스에서의 죽음』, 장편『파우스트 박사』등 여러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썼지만 어쨌든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은 초년의 작품인『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3분의 1쯤 읽는 동안에 끊임없이 나를 괴롭하는 '한 가지 절박한 아쉬움'이 잦아들 줄을 모르고 있다. 그건 바로 소설의 주된 배경인 '뤼벡'을 가 볼 기회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그 도시를 그만 쏙 빼먹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3년 전 이맘때 작심하고 날짜를 넉넉히 잡고 '독일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분명 '뤼벡'은 여행 예정지에 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뤼벡이 토마스 만의 고향이자 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의 주요 배경이라는 사실은 새까맣게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뤼벡은 한자동맹으로도 이미 '오랫동안' 세계사에서 너무 유명한 도시였다! 그 땐 마침 직접 차를 몰고 우리가 내키는 대로 여행을 다녔으므로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었더라면 함부르크에 도착하기 전에 분명히 뤼벡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빼먹은 '뤼벡'이 이렇게 뒤늦게 안타까울 줄이야.

 

 

■ 알록달록한 유럽 지도

 

 

 

■ 구글 지도로 살펴본 '여행 예정 경로'(3년 전 여행 출발 전에 만들어본 지도)
  

 

 

뒤늦게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뤼벡'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가 너무나 궁금하여 자꾸만 인터넷을 뒤지게 된다. 그러다가 오늘 마침내 이 소설과도 직접 관계 있는 좋은 글을 발견했다. 마침 글쓴이가『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읽고 난 뒤에 직접 뤼벡을 찾아 찍은 사진과 글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가운데 극히 일부만 여기에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글쓴이의 허락을 구하지 못하고, 이렇게 그저 출처만 밝히고 인용해도 좋은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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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토마스만>이 태어나서 자란 집.

이 집은 <현실>과 <소설>이 구분되지 않는 

노벨문학상의 장소...*)(*

 

토마스만은 어린 시절,

이 창문밖으로 <문학 세계>를 내다봤다...**

 

 

<부덴브로크>의 집안은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만...

 

이것이 부덴브로크가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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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무대인 '뤼벡'을 이런 식으로 뒤늦게나마 인터넷으로라도 실컷 구경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흡족하다. 사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속에는 뤼벡 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인 함부르크나 암스테르담도 자주 나오고 심지어 벨기에 북부 도시인 안트베르펜도 등장한다. 비록 뤼벡은 못 가 봤지만 이들 나머지 도시들은 가 봤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냐 싶기도 하다.

 

그런데 마침 오늘은 '뤼벡' 말고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른 여러 도시들을 적잖이 가 봤다는 사실을 새삼 알고 나서 적잖이 놀랐다.(뒤늦게 소설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3년 전에 그토록 무리해서 장기간에 걸쳐 독일을 여행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까지도 이 멋진 도시들을 그저 막연하게만 머리 속에 그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몽테뉴가 말한 '여행은 오로지 비용 때문에만 힘이 든다'는 말은 정말 정곡을 찌른 말이다. 비용 걱정만 없다면 '여행'은 아무리 힘이 들더라고 일단 많이 다녀볼 일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여행지 근처에 또다른 '중요한 도시'가 있다면 거기도 꼭 빼놓지 말 일이다.

 

 

그들은 오버잘츠브룬이나 엠스나 바덴바덴이나 키싱엔으로 갔다. 그들은 쉴 목적에서뿐만 아니라 교양을 얻기 위해, 거기서 뉘른베르크를 거쳐 뮌헨으로, 잘츠부르크를 통과하고 이슐을 거쳐 으로, 프라하, 드레스덴, 베를린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317쪽)

 

(나의 생각)

오버잘츠브룬, 엠스, 바덴바덴, 키싱엔은 가 볼 생각조차 못 했던 도시들이다. 그라나 바로 그 다음 줄에 나오는 도시들은 운 좋게도 모조리 다 가 봤던 도시들이다. 유럽을 꼴랑 세 번 여행 간 셈치고는 내가 가 봤던 도시들이 이 소설 속에 이렇게 한꺼번에 좌르륵 나열되어 나온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 2년 전에 다녀온 동유럽 여행 코스(뮌헨 in, 프랑크푸르트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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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7-07-28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ren님 덕분에 도시하나를 추가했네요.~^^오늘 함부르크에 가요. 기대됩니다!

oren 2017-07-28 13:55   좋아요 0 | URL
함부르크 좋지요. 항구도시라 다소 지저분할 줄 알았는데,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곳엔 해산물 요리가 아주 유명하죠. 바닷가에 자리 잡은 좋은 식당 찾아서 꼭 드시길요. 아는 정보가 별로 없으면 ‘택시‘ 타고 ‘기사님‘한테 물어봐도 되고요. 우린 그렇게 찾아갔는데 아주 만족스럽더군요.

gemahh 2017-09-30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글을 인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고세 올림

oren 2017-11-18 18:32   좋아요 0 | URL
고고세 님 안녕하세요?
주인 님의 사전 허락도 없이 제 글에 인용했는데, 너그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