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말', 묘한 '욕망'
허용된 일은 매력이 없다.
금지된 일은 욕심을 도발한다.
- 오비디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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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주 밑이 긁히면 밥맛이 더 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11월 21일이 지나도 이상하게 자꾸만 쌓이는 땡스투 적립금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속담이다. 더 흔하게 쓰는 말로 '쌀 떨어지니 입맛 돈다'는 격이다.
이번에 '도서정가제'가 개정 시행되면서 '구매자'가 받는 땡스투 적립금이 어쩔 수 없이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는 재방송하면 입만 아프다. 그런데 어느 한 편이 사라지면 그에 호응하는 다른 한 쪽도 자연스레 뒤따라 사라지기 마련일 텐데, 이게 묘하게도 어느 한 쪽만 용케 살아 남았고, 제도가 바뀐 뒤에도 그 쪽은 아직까지 살아 남아서 계속 활발하게 꿈틀대는 듯하니 나는 그게 좀 이상하다 싶다.
어쨌든 11월 21일 이후에도 '작성자'가 받는 땡스투가 나에게 계속 발생되고 있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싶다. 아마 이런 현상도 '도서정가제'의 후폭풍 탓이 아닐까 하고 나는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혹시, 갑자기 쏟아진 폭발적인 책 주문 때문에 '뒤주 밑이 긁힐 정도로' 온갖 책들이 군데 군데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상품 발송'이 자꾸만 늦어지고, 그래서 뒤늦게 진행되는 '상품 준비 및 발송' 때문에 '작성자 땡스투'도 그에 뒤따라 발생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진실은 그게 아니고,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사라진 이후에도 예전처럼' 땡스투 단추를 꾹꾹 눌러가며 책을 주문해 주신 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시간이 내 의문점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답을 주겠지만 '모처럼 도는 입맛'을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싶기도 하다.
나도 이번 참에 느닷없이 싼 값에 나온 책들을 허겁지겁 사들이느라 뜻하지 않게 집에서 눈총을 좀 받았다. 이미 사 놓은 책들도 다 읽기 쉽지 않을텐데 어쩔 작정으로 며칠이 멀다하고 책상자가 자꾸 배달되느냐는 질책을 애초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으니 그려려니 할 수밖에. 그나마 언젠가는 꼭 읽어 보고 말리라 싶은 책들을 '미리 미리' 사 놓은 셈치니 괜한 호들갑은 아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동안 땡스투 적립금을 그냥 앉아서 넙죽넙죽 받아 먹기만 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책을 와장창 사들이면서 '땡스투 단추'를 적어도 수십 번쯤은 누른 것 같아 공짜밥 얻어먹은 기분을 조금은 덜어낸 듯하다. 아름다운 미풍양속도 서로가 아끼고 보살피며 돌볼 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싶다.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땡스투 적립금은 비록 애석하게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작성자 땡스투 적립금만이라도 오래도록 '바닥'을 박박 기더라도 기어이 굳건하게 살아 남아서 글쓰는 사람들의 떨어진(?) '입맛'을 계속 좀 돌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림으로 만들어 본 나의 서재 2014년 월별 땡스투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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