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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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파워스는 절대로 쓰지않을 것이라는 이 이야기를 10년만에 다시 깰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절대로 써야만하는 책 리뷰를 4주만에 쓸 수밖에 없었다. 책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리하는 시간이 그만큼 많이 필요했다고 말할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훌륭하게 커가는 자식들을 볼때 느끼는 사랑스럽과 자랑스러운 감정. 그리고 애틋함.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가겠지만 가족이라는 끈은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다.

가족중 에 환자가 있으면 그 가족은 더 큰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아플 때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있다면 그 자체로 큰 힘이 돌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요하지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켜준다면 돌아오는 일은 더 쉽지 않을까?

이 책은 그의 가정사만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는 이 책에서 그가 파고들수 밖에 없었던 그 병, 조현병이라는 질병과 치료에 대한 역사를 통해 사회적 관심과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 사고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보도 되고 있다. 처음엔 이런 뉴스를 접할 때 그냥 정신병자의 헤프닝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않게 지나쳤었다. 하지만 점점 그런 소식들이 많아 질수록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젠 사회가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이 다시 적응할수 있도록 도와줘야하지 않겠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은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예전보다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상담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론 파워스는 말한다. 그 병이 끔찍하기는 하지만 혼자만 유일하게 겪는 일이 아니며 부끄러워하거나 숨어살아야 할 이유는 아니라고, 또 그 병을 앓는 사람들이 모두 위험하거나 부도덕한 존재가 아니며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다. 그것은 단지 병일 뿐이다. 누구나 다 걸릴 수 있고 치료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친 사람한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그러나 진실은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

한사람의 인식의 전환이라는 한걸음이 큰 움직임으로 바뀌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싸워왔고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그 움직임을 외면하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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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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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은 삼가고 삼가는 일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흠흠신서"를 편역한 이 책은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파악 할 수 있도록 임금의 판결문인 "심리록"을 참고하여 재구성 한 것이다. 요즘은 사건의 개요, 판결등을 일반일들도 알기 쉽도록 정리하고 해설해 놓은 책이나 방송도 많지만 자료가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당시의 목민관들에게는 참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사는 모습은 예전이나 오늘이나 크게 다르지않다는 생각과 동시에 또 크게 다른 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예로 '성평등'의 관점에서 본 판결을 들수 있겠다

p59

아내를 죽인 경우 처벌하는 법에는 세가지 등급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내가 간통을 했고 이를 현장에서 목격하여 찔러 죽인 경우로, 이럴 때는 죄를 묻지 않습니다.

둘째는 아내가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아서 때려죽인 경우로, 이럴 때는 형장 100대를 때립니다.

셋째는 어떤 일로 인해 부부간에 싸우다가 죽인 경우로, 이때는 살인죄로써 사형에 처합니다.

하지만 영조 임금 때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죽인 사건에서 정황을 살펴보고 고의가 아니었다는 판단하에 사형을 면해주고 석방한 일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정조가 관용으로 경외심과 복종을 이끌어내고, 범죄인을 사회내로 포용하려 했다고 포장했지만, 유교적 가치로 다스려지는 세상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던 여성들의 고난을 엿볼 수 있어 안타까웠다.

정약용은 치밀한 관찰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지만 그도 역시 시대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란 억울한 백성을 살리는 것"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잊지않는다면 법과 정의는 지켜질수 있지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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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이름, 허수아비 - 동네 컴퓨터 가게 아저씨의 촌철살인, 뼈 때리는 이야기
허수아비 지음 / 혜윰(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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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어리둥절 할 수 있어요. 어떤 분야의 책인지 알수없는 제목에 부제도 '동네 컴퓨터 가게 아저씨의 촌철살인,뼈때리는 이야기'로 되어있어 읽어보지 않고는 그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워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을 택했고 끝까지 읽은 후엔 읽기를 잘 했다고 느끼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유튜버의 성공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20대에 IMF의 직격탄을 맞고 대기업사원에서 피시방사장을 거쳐 컴퓨터가게 운영을 하며 유튜브 채널을 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작가의 두번째이름인 허수아비는 어찌보면 그의 도전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었나 봅니다.

 

공교롭게도 허수아비씨와 저는 같은 나이입니다. 그래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가요...마지막 최류탄의 세대 그리고 아래아한글과 윈도우즈가 태동하던 90년대에 저 역시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PC를 조립하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실패와 도전의 길을 걸었고 저는 실패 후 안주의 길을 걸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러나 20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 여전히 작은 불꽃 하나 가슴 속에 지닌 채로 작가와 독자의 모습으로 거울 앞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이겠죠. 다만 시작할 수있는 용기가 중요할 뿐.

 

저도 어영부영하는 사이 벌써 50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만 100세시 대를 넘어 120세 시대로 가는 요즘으로 보면 아직 절반도 살아오지 않은 것입니다. 아직 늦지않았죠. 오히려 두번째 인생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두번째 이름은 어떤 걸로 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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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의 25년
피터 메일 지음, 김지연 옮김 / M31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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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회사와 은행 사이에 서점이 있었다.

갓 입사한 나는 월급을 타면 일정부분을 즉시 적금으로 입금했고 퇴근할때면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곤 했다.

 

그때 만났던 책이 바로 피터 메일의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00에서 한달 살아보기','00에서 1년살기'같은 외국생활체험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이런류의 책은 드물었을 뿐 아니라 단순한 이국체험이 아닌 도시인 시골살이로 읽어져 더욱 재미를 주었다.

자연에서 즐기는 고집세고, 순박하고, 개성있고, 유유자적한 생활이 부러워 책꽂이에 꽂아두며 언젠가는 나도 이런 생활을 누려보고 싶다고 꿈꾸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같은 직장을 다니며 책을 읽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해외에서 살아보기는 커녕 해외여행조차 한손안에 꼽을수 있을 정도로 몇번 다녀오지않았다. 달라진 점이라면 아파트에서 살다가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는 점이 뿐이랄까...

그리고 다시 피터 메일을 만났다.

그는 25년간 그의 프로방스에서 토박이가 되어 외지인을 바라보며 마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살다가 몇년전에 하늘로 돌아갔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소식에도 슬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행복한 얼굴로 바캉스를 즐기듯 떠나갔으리라.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스토리 몇줄은 가지고 있다. 나의 인생을 글로 쓴다면 읽어줄 사람 있을까? 너무나 지루하고 별볼일 없는 책이 될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고 또 여전히 살아 갈 것이기에 나의 인생책은 아직도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고 싶다. 언젠가는 내 안에 숨은 이야기를 마주 할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때 나는 더욱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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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없는 여행 - 환타 전명윤 여행 에세이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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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인도에서 일본, 중국까지 정신없이 여행한 기분이다. 그것도 뒷골목으로만^^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몇가지 있겠지만 그중 에서 가장 큰 이유는 휴식과 힐링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는 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고나면 한동안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타아저씨의 생각은 다르다. "환상타파!"를 외치며 여행지 이면의 세계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여행하는 삶이란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삶이다.

여행은 오직 이 전제 아래에서만 현실이 된다.

여행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랑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그 일상을 위해 존재한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방콕, 방카스족에 속한다.

실제로 하는 여행보다는 책이나 영화, TV로 하는 간접 경험을 더 좋아한달까...

요즘엔 특히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체험하는 류의 방송을 즐겨보고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있게 되고, 우리나라의 숨은 명소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이런 정신적인 여행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것저것 생소한 분야의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

요즘은 "00에서 한달간살아보기"와 같은 체험형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나도 전에 꿈꿔봤던 여행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브라질에 방문해서 삼바춤을 , 아르헨티나에선 탱고를 배워본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여행지에서 일상을 보내다보면 한국엔 돌아오고 싶지 않을 수 도 있을까? 아니면 한국이 너무 그리워져서 돌아오면 더욱 감사하며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바램으로는 두곳 다 좋아졌으면 좋겠다. 슬플 때 기어들어가는 작은 다락방처럼 힐링이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고향같은 장소를 찾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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