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것 타령이 아니었어도 읽고 싶은 소설이었다. 가을이었고, 가끔씩 베갯머리에서 내 냄새뿐 아니라 묵은 바람 냄새가 나기도 했으니까. 후각으로까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적절했다. 책을 읽으면서 서재에 올리려고 에미와 레오의 유머를 메모하고, 책 귀퉁이를 접어놨다. 이거 정말 웃기지 않았냐며 당신도 거기서 에미의 신랄하고 예리한 재치에 웃지 않았냐고 공감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 지점에서 한참이나 빗나가버렸다.

자전거를 굴리며 산의 바람을 가득 얼굴에 품었다. 추웠지만 움츠려지지 않았고, 한달 전의 그 바람보다 배는 차가워진 바람에도 마냥 신나 있었다. 집에 가서 얼른 읽어야지, 에미가 이번엔 무슨 얘기를 할까, 레오는 어떤식으로 대응을 할까. 그러다 문득 바람처럼 맘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아버렸다. 그건 조빔의 속삭임 때문도 아니고,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에미와 레오가 곧 150페이지를 넘어서는 어딘가에서 분명 자판을 치며 이거 어떡하면 좋지라는 차마 칠 수 없는 말들을 주워삼키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건은 생각나지 않았다. 꼭 그쯤에서 얘기가 진전된다는 것도 아니다. 둘은 지금처럼 씩씩하게 아웅다웅하면서 친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제목에서, 귓가에서 씽씽대는 바람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음 속에선 작은 목소리로 해피엔딩을 바라면서도 그들이 너무 쉽게 행복해져버리면 좀 허탈할 것 같단 생각이 떠올랐다. 드라마의 다음회를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그저 책장만 펴놓고 가만히 등받이에 기대어선 읽기만하면 되는데도 마음은 벌써 다른 곳에 홀려버린 듯 홀리고 싶은 듯.

빠져든다거나 몰입하고 싶다는 수사는 너무 반복적이다. 나는 좀 재잘거리고 싶고, 좀 더 벅차오르고 싶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토록 남의 연애사를 흘끔거리며 벌써 쓸쓸함의 기운을 눈치채는 청승을 떨게 아니라 처음에 그들 이야기의 따사로운면들을 발견하고 폴짝대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길고 길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내게 있다면 좋겠단 생각도 떠올랐다.





김수영(金秀映)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비로소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어디에든 닿기만 하면 녹아버리는 눈. 그때쯤 해서 꽃눈이 깨어났겠지요.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모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08-11-0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잘재잘 벅차오르고 싶었던 마음. 완전 공감이요/

다락방 2008-11-0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목소리로 해피엔딩을 바라면서도 그들이 너무 쉽게 행복해져버리면 좀 허탈할 것 같단 생각, 이 뭔지 알것 같아요. 그리고 올려주신 [책]이란 시도 너무 좋아요.

Arch 2008-11-0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었다는(읽고있는) 이력이 이렇게 기분 좋을 때가 없었어요. 웬디양님은 아실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락방님, 우린 다 조금씩들 알고 있나봐요. 저도 봄눈이란 말마저 좋아졌는걸요.

다락방 2008-11-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새벽세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요. 알라디너가 죄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 정말 친구들에게 선물한다고 몇권을 샀는지 몰라요. 저때문에 2쇄 찍었을거예요. ㅎㅎ

Arch 2008-11-05 14: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에미같애.^^

다락방 2008-11-06 08:37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가슴 큰 금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ch 2008-11-07 09:23   좋아요 0 | URL
생긴건 생각 안 해봤는데, 뭐 그걸 원한다면야^^ 안젤리나 졸리를 괜히 좋아하는게 아니었어.ㅋㅋ

무스탕 2008-11-0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

형식보다 진행 내용이나 결말이 맘에 들은 책.
메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책에는 에미와 레오만이 등장한다. 진행을 돕기위해(?) 에미의 친구 미오와 마무리를 위해 에미의 남편이 나온다.
얼굴 한번 본적없이 사랑이 키워지고 사랑이 사그러드는 연인이 될수 없는 연인들..
우연이 이렇게 발전될수도 있겠구나 싶고..
자동응답에 남긴 서로의 짧은 목소리로 느끼는 감정은 '양들의 침묵'에서 죄수(이름이 생각 안나..)와 변호사의 찰나의 맞닿음을 연상시킨다.
둘이 만났으면 어찌 됐을까를 무한히 상상하게 만들며 마무리 지은 책은 정말 우수한 결말이라 말하겠다.
책을 알게해준 다락방님, 감사~☆

이 책을 전 7월에 읽었네요. 읽고나서 적은 초간단 감상문.
언젠가 제가 웬디양님의 페이퍼에 남긴 사이트 관리자 모강지를 흔들어 둘을 만나게 하라는 감상도 본심이고 이렇게 난 결말도 본심이고요..
어떻게 결말이 났어도 훌륭했고 아쉬웠을거라 생각해요.

Arch 2008-11-05 14:28   좋아요 0 | URL
^^ 막 우리가 화제의 책으로 펌프질하게 하는건 아닐지, 언젠가 제가 한번 써보고 싶었던 형식의 책이었어요. 무스탕님 역시~

다락방 2008-11-06 08:37   좋아요 0 | URL
막 뿌듯하네요 ㅎㅎ

^^v

순오기 2008-11-0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세시, 바람이 불면 난 하마같은 남편 품으로 기어드는뎅~~~ㅎㅎㅎ 메롱!!
 
늦은 밤 술 마시고 나서

 저도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선 아침부터 매진했는데 건지는건 없고, 전~ 혀 안 어울리는 조합만 나왔어요. 그래도 걔중에 그나마 나은 몇권입니다. 그런데 이거 안 되는 창의력으로 골몰하니까 나름 재미있던데요. 그나저나 끄집어낸 책은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처음으로 만든 조합. 연결 안 되는 글씨 가리려고 애썼다.


이건 순전히 동거에만 초점을 둔 것,


49가지 찾으려다...


방점은 열정인데, 글쎄다.


원래는 삼십세나 사십세로 하려고 했건만 88만원 세대가 더 와닿았다. 물론 꿈 때문만은 아니란거 잘 안다. 언급했듯이 어거지 조합의 전형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넣고싶어 이리저리 맞추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예상을 넘어 기특하게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책정리하는셈치고 고고씽!(이런말 써보고 싶었다는)

 


댓글(8)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다락방님 따라하기
    from 자유를 찾아서 2008-11-02 23:13 
    간만에 쓰는 페이퍼입니다. 피곤에 찌들은 나날의 연속이라 밑줄긋기와 펌질만 하고 있으니 즐찾분들께는 죄송할 따름. 서재 글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데, 다락방님과 시니에님 글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서 이 오밤중에 방바닥으로부터 1미터씩 쌓여있는 열 줄 가량의 책들을 다 뒤집어까고 재밌겠다 싶은 제목들을 골라서 만들어봤어요. 책을 다 뒤집어까놓고 하려니 지쳐서 많은 조합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_- 1. 도대체 수요일엔 무슨 일이?
 
 
글샘 2008-11-0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 싸이버 쎅스 ㅋㅋ

마노아 2008-11-0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보니까 막 해보고 싶지만 사실 엄두가 안 나요^^ㅎㅎ

다락방 2008-11-0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49가지가 완전 마음에 와닿아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시니에님. 특히 사이버섹스. 네, 꼭 한번 해보겠습니다. 불끈,불끈.

그나저나 저도 어제 [나 이뻐?]이걸로 뭐 할거 없나 완전 고민했는데 시니에님은 하셨군요. 게다가 밀란 쿤데라의 [농담]도 후보작이었어요. 도저히 문장이 만들어지지않아 포기했지만.

아 사이버섹스 좋다. ㅋㅋ

Arch 2008-11-0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반가워요. 거기에 방점을 찍으실줄 몰랐는데요. 히히

마노아님, 이건 걍 해봐야해요. 중독성이 있어서 요즘 방안을 실눈으로 자꾸 샅샅히 훑어보고 있답니다.

다락방님, 정말 사이버섹스가 뭐가 그리 좋다고 참, 섹스 들어가는걸로 뭘 만들어볼까 고민 중. 흠~ 막 이런거에 막 열정이 샘솟아요.

순오기 2008-11-03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책은 네 권이군.^^

Arch 2008-11-03 11:03   좋아요 0 | URL
꾸준하신 순오기님^^

clio 2008-11-08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의 글에 달린 먼댓글을 따라 왔습니다. 살아가면서 해야할 나머지 45가지는 뭘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경 잘 하고 갑니다.

Arch 2008-11-08 20:05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제4장 기타 등등의 이야기

 멜기님을 바래다 드리고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밤은 깊어가는데 젊지도 않은 우리의 밤은 여전히 태양빛을 받고 있듯 움찔대고 있었다.

 우리는 역시 아프님의 제안으로 길쭉한 선들이 죽죽 그어진 이름을 가진 술집으로 이동했다. 딱딱하게 튀겨져나온 국수와 맥주가 다였지만 생맥주가 담겨져나온 컵에도 난 환호했다. 취했단 얘기다.

 그곳에서 우린 성적으로 개방적이란게 문란하단건지, 자신이 지닌 성적인 이해범위를 어디까지 확장시키는게 개방성의 지표가 되는건지, 상대방에겐 어떤식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했다. 물론 내가 푸하님을 쿡쿡 쑤시면 푸하님이 인자하게 웃으며(할아버지 같다. 아저씨에서!^^)대답을 했고, 아프님은 이거 참 재미있는데요란 표정으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아프님은 아마도 시니에님이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흉내내는 것 같은데 소피스트의 궤변에 더 비중을 둔 것 같단 얘기를 했고, 푸하님은 알듯 모를듯 웃어넘겨서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나 혼자 자폭해버렸다. 난 누군가를 흉내내는게 아니라 정말 궁금했다. 일테면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게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어떤 깨달음에 도달했던건지, 아니면 어떤걸까란 기타 등등의 이야기. 아무래도 내 스스로가 생각 정돈형 인간이 아닌데다 사람을 자꾸 읽어나가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사람은 읽는게 아니라 느끼고 겪는건데, 난 분별없는 소피스트처럼 여전히 설치고 있었다.



제5장 발견, 뽐뿌질 없이도 화락 가까워진 느낌.

 앉은자리의 매력이 다해가자 위속의 잔여물도 가벼워진터라 우린, 아니 난 뭔가를 먹고 싶어 두 남자를 꼬득였다. 다시 그곳에 가서 파전이든 뭐든 배 단단하게 먹어보자고. 다시 돌아간 그곳은 아쉽게도 문을 닫았고, 우린 길 잃은 어린양들처럼 혹시나 열었을 가게를 찾아 다시 골목을 걸었다. 대학로의 골목은 처음인데도 으슥한게 딱 내 취향이었다.

 찾다찾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그저 그런 맥주집이었는데 바로 좀 전에 있던 술집 옆이었다. 생맥주를 시키면 안주를 먹어야한다는 외형만 자유인스러운 아저씨가 있는 술집에서 우린 적절하게 병맥주를 들이켰다. 안주로 나온 김에선 묵은내가 팍팍 풍기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그나마 제안쟁이 아프님의 선택이 최선은 됐다는 얘기다. 사실 처음 술집은 최고였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길찾기만 훌륭했다면 공식적으로 호남형 이미지 굳어지는건데 말이다.(내가 호남에 산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이거 유먼데... 혼자만)

 암튼, 제5장의 제목처럼 화락 가까워진 순간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누군가와 가깝다고 느끼는건 완벽할 것 같은 그 사람의 허점을 발견하거나 나와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일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이런 친근한 표현이 허용된다면) 경우는 후자였다. 난 페이퍼에 여러 번 배 나온 얘기를 했고, 장차 배의 역사에 대한 페이퍼를 구상 중인지라 두분도 내 배의 존재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아프님의 최근 몇 달간의 피로로 누적된 배에 대해 무심코 '좀 나오셨군요.'란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뭐, 나도 나왔는데 반갑군요. 이런 의미였는데 아프님, 굉장히 당황해하셨다. 그리고 말그대로 병나발을 불며 앉아있던 그 술집에서 푸하님의 얘기 끝에서 빙빙돌던 내가 화장실에 갔다와 앉자마자 아프님도 스스럼없이, 혹은 복수의 칼날을 벼리듯이

-저기, 나도 배봤어요.

 라고 해서 민망의 극치를 경험하고야 말았다. 알고 있다고 짐작하는 것과 상대방이 직접 봤다는 것 사이에 가로놓인 구멍 속에 쏙 박혀버리고 싶었다. 그러다 주제가 급변해선 다시 배 얘기가 나왔고, 아프님의 최근에 나온 배란 강조와 나의 중학교때부터 나온 배야. 우리의 배와는 상관없이 고고해보이던 푸하님이 나는 그렇게 배가 안 나왔어란 말을 하면서 배를 위에서부터 쓱 쓸어내리시는데 덜컥, 뭔가에 걸려버렸다. 네, 여기까지만 할게요. 향후 서재 꽃님들의 이미지에 심대한 우려가 있을걸로 예상하는바, 다만 난 우리가 꽤 가깝다고 느껴버리고야 말았다. 뭐 다 말해놓고 뒷수습치고는 어거지긴 하다.

 술자리가 파하고, 두 분이 나를 어딘가로 안전하게 데려다놓으려고 애쓰는걸 보면서 '저의 자율성도 좀'이란 좀스런 주장을 해서 돌려보내고 서울 거리를 걸었다. 바람이 좀 차가웠고 낮과 다르게 추웠다. 버스가 다니자마자 냉큼 올라선 꾸벅꾸벅 졸면서 문득, 아주 행복한 꿈을 꾼 듯 포근해서 입가에 침으로 수를 놓았다.

 이상, 더러움의 일가견 시니에의 별다른 내용없이 늘리기만 오라지게 늘린 만남 후기였습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8-11-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나도 배봤어요.

아 어떡해. 혼자 막 웃었어요. 어떡해,어떡해,배봤대, 이러면서요. 아하하하. 게다가 시니에님의 '저의 자율성도 좀'이란 멘트가 또 막 좋고. ㅎㅎ 침흘리는 것도 아주 시적으로 표현하셨구요. 이 페이퍼에 추천이 막 달리는게 전혀 이상한게 아니네요.

:)

Arch 2008-11-01 12:37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그런가요? 간만에 추천을 받으니까 이거 배가 싸하고 아픈게 아, 이 맛이구나 싶은거 있죠! 역시 꽃님들 매력이 페이퍼 곳곳에 묻어나니 제 글과 별개로 추천받을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건 웬 논평!)

순오기 2008-11-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추천으로 드디어 '5'가 돼서 메인으로 올라가겠구낭~~~ㅎㅎㅎ 그러면 보는 사람이 엄청 많아진다는 얘기.
흐흐~ 꽃님들이 배봤다로 친해진 경이로운 만남을 온 알라디너가 다 알게 될거란 말이쥐!!^^

Arch 2008-11-02 20:0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웬지 섬짓해지는데요. 으으...배삼총사 뭐 이렇게 되는거 아닐지.

Jade 2008-11-02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시니에님 아프님은 배 찔러주면 더 좋아해요 ㅋㅋㅋ

다락방 2008-11-02 16:18   좋아요 0 | URL
앗 그래요, Jade님? 저도 언젠가 한번 찔러봐야 겠어요. 불끈. ㅋㅋ

Arch 2008-11-02 20:02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아직 배를 튼 사이가 아니라서. 다락방님! 아프님이 성격이 좋은가봐요. 정말 불끈해도 될까나~히히.

마늘빵 2008-11-02 20:26   좋아요 0 | URL
헙. -_-;;;;

승주나무 2008-11-0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보다 시니에 님의 글이 백번 낫군요. ㅋㅋ
재밌게 잘 보고 이제야 댓글 남겨요^^

Arch 2008-11-02 20:03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첫댓글치고는 감개무량한 칭찬이십니다. 원래 처음엔 살짝 긁어야 맛인데^^ 앞으론 서기관 보조스러운 포스로 승주나무님의 속사포같은 말들을 제깍제깍 받아쓰겠어요.
 

 오늘 밥을 먹다가 선행상 언니가 자기가 신랑이랑 놀러갔던데가 그렇게 좋았다며 얘기를 하는데 지명이 생각이 안 나는거다.

 언니들이 뭐만난 고기처럼 비응도? 선유도? 오식도? 이러면서 웬만한 섬은 다 끄집어내고 간신히 서해안쪽으로 범위가 좁혀갔다. 다시 섬얘기가 나오고 거기 아니냐, 아닌 것 같다, 내일 알아오라 말들이 많은 가운데

고기 빼고 국물만 먹던 우리 손언니 대뜸

-거기, 플로방스 모텔 앞 말하는거야?

 언니들 다들 자빠졌다.

 내가 언제 가봤냐고 추궁하니까 지나가다가 봤다고 하는데... 7층에서 하늘이 잘 보인다는건 어떻게 알았을꼬.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10-2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하하핫...
모릅니다 모텔 7층에서 정말정말 하늘만 보고 왔을지도요..^^

Arch 2008-10-28 12:39   좋아요 0 | URL
뭐, 그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이런거라면^^

2008-10-28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8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옥찌들에게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가자고 했다. 옥찌는 주사란 말을 듣자마자 싫단 소리를 하고, 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놀러가는줄 알고 따라나섰다. 지희에게 빵이랑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자 주사 한번 맞아보자고 했다. 민은 빵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당장이라도 주사 따위는 문제없단 식이였다. 그래서 민 웃긴다라고 지희에게 말했더니 옥찌 말하길

-쟤는 뭐 먹는대면 다 된대.

 옥찌도 알고 있었나보다.

 가는 길에 붕어빵 파는데가 보이자 요녀석들이 통통 뛰며 저기서 파는 저거, 오뎅 먹어봤다가 막 자랑을 했다. 언제 먹었냐니까 주말에 내가 나가느라 할아버지랑 놀때 먹어봤다는거다.

-우리가 아주 많이 먹었다. 계속 계속

민도 신나서

-계속 아주 많이 먹었어.

-그렇게 아주 많이 먹으니까 할아버지가 뭐래?

옥찌가 웃으며 말하길

-에이!(꼭 할아버지 흉내낸다고 목소리를 쫙 깐다.) 이랬어.

 보건소에 갔더니 독감주사는 아이들이 밤에 부대낄 수 있어서 오전 중에 맞아야한단다. 이번 독감 주사는 어른이 맞아도 좀 힘들다고. 나는 아이들도 안 맞으니까 다음에 맞는다며 그냥 나와버렸다. 맞는건 문제없는데 지금도 수업시간이면 잠가루를 뿌린듯 졸기만 하는데 주사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게 아니더라도 더 졸 것 같아서는 거짓말이고, 주사 맞는거 조금 무서웠다. 옥찌들 맞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볼까싶기도 했지만.

 보건소에서 나오는데 구름이 너무 예뻐서 아, 예쁘다 하고 있는데 옥찌도 구름 보면서 저거 가져다 줄까라고 물었다. 그럼 좋지라고 했더니 옥찌는 사다리 타고 내년쯤에 갖다준다고 약속했다. 구름빵에서 본건 있어가지고. 그런데 왜 내년이냐니까 6살이 사다리타기는 무리란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다시 6살이니까 까불면 안 된다고 민에게 다짐받아내는 옥찌.

 밥먹을 때 옥찌는 일등으로 밥을 깨끗이 먹고선 난 첫째니까 일번째로 밥 먹고, 민인 둘째니까 두번째로 밥먹네. 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럼 밥을 한번 더 먹고 또 일등하라니까 첫째니까 한번만 먹는거라고 했다. 해서 그럼 아주 맛있는거 먹을 때도 한번 먹어야겠네라고 하자 그건 아니라며 몇번씩 먹어도 된단다. 밥만 첫번째. 옥찌의 고무줄 논리.

 밥을 먹을때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 바이올린 선율이 저녁과 어울리게 애잔했다. 음악을 듣던 옥찌는 '슬프고 싶은 음악이네.'라고 말해줬다. 정말 이 아이도 그렇게 느끼는걸까?

자신의 느낌이 맘에 들었는지 밥을 다 먹고선 피아노를 쿵쾅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옥찌.

사람들 슬퍼하지 말아요. ♬ 그럼 나도 슬프잖아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섹시한다. 우리 엄마 엄마! 예뻐요. 아빠 우리 아빠. 사랑해요. 아빠는 멋있어요.♪ 이모 (어쩌고 어쩌고) 우리 가족 사랑해요.♩

 옥찌가 노래 부르는걸 듣고 있으니 예쁜 마음이 들어서 흐뭇하게 듣고 있는데 이모 관련 말은 알아먹을 수가 없어 다시 물었더니 옥찌 말하길

-응? 이모가 종이 빌려줬다고.(아이들이 그림 그린다고 하면 이면지를 주곤 했던걸 말하는 듯. 고작? )

-아니, 옥찌 뭐야. 엄마 아빤 예쁘고 멋진데 이모는 그게 다야?

 옥찌가 나의 반론이 그럴듯했는지 한참 생각하고 있자니 그틈을 타 옆에서 락을 부르듯 소리막 꽥꽥 질러대던 민이

-이모는 터져요. 터져.

-그게 뭐야?

 마저 밥 먹는 나를 보고 배가 터질거라나~ 아, 아찔하군. 많이 먹는게 아니라 오래 먹는거라고 말하려다 말하면 뭐하나 싶어 잠자코 있었다. 지희는 뭐 이모가 이쁘다 어쩐다 얘기를 하며 노래를 다시 부르긴 했지만 처음에 들은게 잊혀져야 말이지. 그렇다고 그게 아주 서운했던건 아니고, 더 노력해서 옥찌의 맘을 사로잡아야겠단 생각 정도?

 일전에 옥찌들이 서로 싸워서 다치거나 울면 미안해? 괜찮아? 라고 물어보라고 말해준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도 꾸준히 그런 상황에서 얘기를 하곤 했는데 이게 과용되다보니 가끔씩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한다. 오늘은 옥찌랑 민이랑 싸우다 옥찌가 울었다. 민은 건성으로 '미안해, 괜찮아?' 이러고, 어쨌든 말은 해줬으니 다른걸로 트집잡을게 없던 옥찌는 '말만 하면 다야? 안아줘야지.'한다.  이게 스킨십을 유도하고 우애를 두텁게할런지 진정성을 해치는 습관일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밥을 먹고 8시까지 한시간 동안 둘이 놀라고 하고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 밖에서 둘이 노는걸 보자니 웃겨선.

옥찌- 자 봐봐. ㄱ,ㄴ,ㄷ,ㄹ,ㅁ 있잖아. 거기에서 하나 골라봐. 누나가 말을 만들게.

민- 파워레인저.

옥찌-그게 아니고. 옥지민. 선생님 말 잘 안 들어?

민-누나잖아.

옥찌- 지금은 선생님이야. 백점 맞으려면 잘해야겠네.

 옥찌를 기다리는 동안 위층 여자가 애기들 아빠가 직장에서 받아온거라며 크레파스를 전해주며 애들이 너무 시끄러울까 매번 미안했다는 말을 전했다. 저희도 아이들 키우는걸요. 그런데 예전 집보다 시끄럽지 않아요. 등등의 서로 부담되지 않을 말을 펼쳐놨다. 언젠가는 주려고 별렸다던 크레파스를 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뻤다. (뭐 줘서 그런건 아니고)

 하늘이 날이 갈수록 더 예뻐지겠지? 옥찌들 기다리며 아이들과 보건소를 다녀오며 내가 본 하늘은 그 시작에 불과할지도. 구름이 옅게 그늘을 드리우고 푸른 하늘은 눈이 시다. 두서없이 옥찌들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8시, 나가서 신나게 놀아야지. 고구마도 먹고. 그럼요, 겨울이 다가오고 따끈한 고구마를 저녁 늦게 먹어야 한다구요. 약간 새콤한 김치에다. 이건 '겨울을 신나게 보내는 우리의 먹거리' 65p에 나온 얘기인걸요. 그런 책이 없다구요? 그럼요. 방금 지어낸건데^^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8-10-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민이편애모드이지만, 옥찌의 외모에는 감탄이 절로 나오긴 해요. 참 이쁘게 생겼어.
그죠 터지는 시니에 이모? ㅎㅎㅎㅎㅎㅎㅎ

Arch 2008-10-27 22:25   좋아요 0 | URL
이모 닮았단 소리 많이 들어요. 정말? ^^ 역시 no war의 웬디양님. 은근 얄미운데요. 아냐, 막 얄미워. 어흑!! 최강희 먹는 모습 닮은 것 이후로 또 굴욕인가요?

다락방 2008-10-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너무 예뻐요. 예뻐예뻐예뻐요! >.<

Arch 2008-10-28 12:5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 브리핑 보고선 뭐, 제가 좀 생겼죠. 이러면서 자만했는데^^ 옥찌에게 전해줄게요. 으쓱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