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터를 보고 딱 떠오르는 영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스티븐 스필버그 작) 이다. 전쟁 영화를 말할때 빠지지 않는 것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고 스토리나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사실적인 전쟁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포스터만 봐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상당히 흡사하다. 그러나 이는 포스터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닌듯 하다. 벌써부터 관람객들 사이에서 원빈 일병 구하기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은 형제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열병으로 벙어리가 되자 진태는 어려서 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구두닦이가 된다. 예전의 가난한 집안이 그렇듯 희생자가 있으면 온 가족의 희망이 걸려 있는 인물도 존재하기 마련인데 진태네 역시 동생 진석이 그러한 존재이다. 시장에서 국수를 마는 벙어리 어머니와 구두닦이를 하는 형의 힘으로 공부를 하는 진석. 대학 진학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진태에게는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자라서 올 가을에 결혼하자고 약속한 영신이가 있다.(영신은 부모가 없이 동생 3명을 길러냈고 진태네 어머니와 같이 국수 장사를 한다.) 그러다 전쟁이 터진다. 1950년 한국 전쟁 일명 6.25가 터진 것이다. 피난을 가던 진태네. 그러나 진태가 잠시 자릴 비운동안 진석은 학도병으로 끌려가게 되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진태는 함께 징집열차에 올라탄다. 총 쏘는 훈련한번 제대로 못하고 최전방에 배치된 형제들은 그 날부터 평온했던 지난날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진태는 집안의 희망인 진석을 빼내기 위해 훈장을 타려고 하고(훈장을 타면 동생을 보내준다고 말함) 진석은 점점 변해가는 형을 견디지 못한다. 처음에는 단지 동생을 구하는 것에만 신경이 팔려있던 진태는 차차 전쟁에 맛을 들이게 된다. 둘의 골은 진태의 변한 모습으로 인해 깊어가고 어느덧 진석은 형을 미워하게 된다. 그러다 예전에 형과 함께 구두닦이를 하던 아이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형 앞에서 죽고 영신이마저 빨갱이로 몰려 죽게 되자 진석은 형 진태를 진심으로 미워하게 된다. 한편 진석이 죽었다고 믿게 되어버린 진태는 진석을 죽인것이 남한군이라 생각하고 반쯤 미친 상태에서 북한장교가 되어 남한군과 전쟁을 한다. 그 전쟁통에서 진석을 만나지만 진태는 알아보지 못한다. 우여곡절끝에 진태는 진석을 알아보고 진석을 살리려다 진태는 죽게 된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 이다. (스포일러가 있긴 하지만 이정도의 스토리를 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 될 정도는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 영화도 아니고 사상이나 이념에 관한 영화도 아니다. 아마 우리나라가 찍은 전쟁 영화 중에서 최초로 반공적인 성격을 띄지 않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진주만 공격 당시를 그린 일본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가 전쟁을 그린 영화가 아니듯 태극기 휘날리고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그 외에 그저 평범한 시민들은 전쟁 앞에서 무조건 피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전쟁을 일으킨쪽 이건 앉아서 당하게 된 쪽이건 결국 사지에 나서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사실 나는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무찌르자 공산당 같은 말도 들어봤고 초전박살이라는 반공초소도 집 근처에 있었었다. 물론 아주 어릴때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북한 괴뢰들이 빨간 눈을 가졌다더라 정도는 아니지만 빨간색에 대한 거부감 정도는 들만큼 교육을 받았다. 그런 나로서 JSA라는 영화는 아주 생소했다. 북한 사람이 우리와 똑 같다니가 아니고 영화에서 북한 사람을 멀쩡하게 그렸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 전쟁이 북괴의 침략으로 인한 전쟁이 아닌 한 형제의 비극이라는 개인적인 소재로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강제규 감독이 머리를 잘 쓴 것이다. 안그래도 선거철이 곧 다가 오고 (JSA가 아주 비슷한 상황에서 흥행에 성공했었다. 언론뿐 아니라 간접 흥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미 실미도가 한껏 분위기를 업 시켜 놓은 상황에서 이 영화의 성공은 미리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작. 일명 한국형 블랙버스터가 만들어지는 족족 일부러 짠것 처럼 줄줄이 망한 판국이라서 이 영화 역시 약간의 불안감이 있긴 했다. 허나 현재의 흥행 스코어를 봐서는 관객 1,000만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가 내 예상대로 성공한다면 그건 완성도 높은 전쟁 장면과 장동건 원빈이라는 두 배우의 힘일 것이다. 장동건은 이미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하게 보여줬었고 원빈이라는 배우는 참 의외였다. 그간 나는 원빈을 기무라 타쿠야를 벤치 마킹한 인형처럼 봤기 때문이다. (사실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가 하는 것이라고는 꽃미남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드라마나 찍어 악악거리는 여성팬이나 확보하고 그 여새를 몰아 CF찍어 돈 버는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원빈이라는 배우는 꾀 진지하다. 마냥 돌봐줘야 하고 약한 존재인 동생에서 형의 변화에 괴로워 하고 마침내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장동건에 비해서 뭍혀지지도 가려지지도 않은 것만으로도 원빈은 연기력에 있어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화두가 될 전쟁 장면. 사실 이 영화가 전쟁영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영화 내내 전쟁 장면이 등장한다. 한국 전쟁이 터질때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고 38선을 고지에 두고 마지막 전투를 벌일때가 영화의 스토리가 마감되는 시기이니 영화의 80%는 전쟁 장면이다. 사실 이 영화가 전쟁 장면을 잘 찍어내지 못했다면 라이언 일병과 비교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츄럴 시티를 블레이드 러너에 비교하지 않듯이 말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여태 내가 본 한국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잘 찍어낸 전쟁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디테일함과 하이퍼리얼리즘에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못 미치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거의 비슷하게 따라잡고 있다. 특히 폭탄이 터질때 마다 함께 카메라가 약간 흔들리는 쉐이킹 기법의 적절한 사용은 과거 양가위로 조성된 핸드헬드의 그것처럼 마구잡이로 쓰이지 않았다.

극중 형인 장동건의 감정이 너무 빨리 바뀐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전쟁을 즐기는듯 보이는 진태의 심정을 나는 알 것 같다. 진태가 있는 곳은 평범한 세상이 아니다. 그곳은 전쟁터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게 생겼고 아침밥을 같이 먹고 전쟁하러 나섰던 동료의 팔. 다리가 터져 나가 죽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오직 훈장타서 동생을 고향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 뿐인 진태로서는 당연한 변화인지도 모른다. 진석이 인간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천성이 착해서라기 보다 자신은 돌봐야 할 동생도 없고 또 교육도 받은 지식인이기에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배운 인간이야 대부분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 사상과 무관하게 시키면 시킨대로 죽지 않기 위해 전쟁을 한다고 알지만(그래서 북한군이나 남한군이나 똑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지만) 무지한 백성들이야 빨갱이 그러면 악마 바로 아랫급으로 알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나는 형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가 편지 한장에 형을 용서하고 적진으로 형을 찾아 뛰어드는 진석의 감정선에 무리가 있었다고 본다.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볼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래 라고 대답하겠다. 실미도는 아직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정말 안땡기는 영화다.) 이 영화는 극장에 가서 내 돈 주고 표를 사서 봐도 그다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내 생각에는 한 만원을 한다고 해도 볼 가치가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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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2-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서 보니까 시사회끝나고 장동건과 원빈이 엄청 울더군요. 쟤네들이 우는 이유가 자기네가 멋있게 나와서일까,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서일까 궁금했는데... 플라시보님 글 읽으니까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플라시보 2004-02-0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고생을 해서 이기도 할 것이고 대작을 끝냈다는 시원섭섭함에서 운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흥행을 위해 약간의 과장된 면도 없잖아 있으리라 봅니다만. 학창시절 아주 택도 아닌 영화 하나 찍고도 온 스탭들이 술퍼먹으며 꺼이 꺼이 울던걸 생각하면 이해가 아주 안가는건 아닙니다. (더구나 그건 학점이 달린거라 억지로 거기다 별로 열심히 찍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마태우스 2004-02-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끝부분만 읽었습니다. 극장에서 보려구요^^ 보고나서 제대로 읽어야지----

파도너머 2004-02-0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못봤습니다만, 아주 기대되면서도 동시에 내심 아주 걱정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조금만 자신과 다르면 빨갱이 운운하는 기준을 들이다미는 우리 나라의 현실 상황에서 역사를 소재로 다룬다는 것, 그것도 한국전쟁같은 아직도 그 결과가 유효한 가까운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올곧은 시선이 없다면 차라리 안 만드느니 못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단순히 감동만 잔뜩주는 휴머니즘 만땅의 영화만을 기대할 수도 없는거죠. 분명히 아직 많은 사람들 속에 상처로 남아있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인데, 단순히 영화의 감동을 만들기 위한 배경으로만 이용하는 셈이 될테니까요. 하지만 이쯤이면 우리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룬 영화가 한번쯤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작업, 반드시 필요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걱정반,기대반이라는 말이죠. 플라시보님의 평을 보니 기대쪽으로 더 기울기는 하지만, 강제규 감독의 스타일로 봐서는 여전히 불안하기도 합니다...확실한 건 실미도 기록은 충분히 깰 수 있을 거 같네요. 느낌이.

biseol 2004-02-0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포스터 얘기까지만 읽고 담주에 영화본 뒤 다시 보려구 냄겨놨어요.
막내 임관식전에 같이 영화보려구 하는 건데
이눔 보낼 생각에 더 울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플라시보 2004-02-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전쟁을 제대로 다루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왜, 어떻게 전쟁이 진행되었는지의 모든 과정은 생략되어 있고 그냥 전쟁이 났습니다. 전쟁은 끔찍합니다. 정도만 다루고 있습니다. 사상이나 이념도 등장하지 않구요. 다만 당시 빨갱이로 오인되었던 사람들 중에서 거의 대부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보리쌀 준다기에 이름 적은 정도일 뿐이라고 나옵니다. 사상도 이념도 없는 전쟁 영화인 셈이지요. 저는 두 배우의 연기와 잘 찍은 전쟁 장면만 보기로 했습니다.^^
아 스미레님 그리고 많이들 웁디다. 여기서 훌쩍 저기서 훌쩍. 울 만한 장치는 충분하더군요.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2002년 5월 27일 저녁 7시 55분이었다. (이게 기억력에 의한 것이라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아쉽게도 영화표에 적혀 있는 것을 봤다.) 그 이후. 비디오로 서너 차례 보고 어제는 밤에 케이블 TV에서 해 주길래 또 봤다. 그저께던가? 암튼 또 봤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몇 번만 더 보면 저 영화를 외울것 같다.

이 영화는 주성치라는 인물을 빼 놓고서는 도저히 말 할수가 없다. 주성치가 이 영화에서 감독겸 배우를 해서가 아니라 주성치가 아니었다면 이런류의 영화는 세상에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주성치의 주성치에 의한 주성치를 위한 영화인 것이다.

내가 처음 주성치를 눈여겨 본 것은 그의 92년작 아비와 아기 때 이다.(아비와 아기는 사람 이름이다.) 장학우와 함께 나온 아비와 아기를 보면서 나는 과연 주성치식의 코메디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실로 두려웠었다. 택도 아니지만 그 택도 아님에 미치도록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주성치의 코메디는 여태까지의 코메디와는 비교가 불가능 할 만큼 차원이 달랐다. 그 이후 주성치 영화를 찾아서 보는 지경은 아니었지만 아비와 아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가 메가폰을 잡고 출연한 영화 소림축구를 향해 끌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마치 알콜 중독자가 소주 냄새를 맡았을 때 처럼 본능적인 이끌림이었다고 나는 감히 실토한다.

주성치식 코메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 주성치를 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의 외모에 대한 분석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없이 아쉽다.) 주성치를 가만 보면 절대 못생긴 얼굴이 아니다. 잘만 꾸며놓으면 아주 잘 생긴 축에 들어간다. 하지만 더 자세하게 뜯어보면 그의 얼굴에는 잘 생김만이 존재하는건 아니다.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없어보임. 궁해보임이 바로 그의 매력이다. 잘생겼지만 좀 빈궁하게 없어 보이는 페이스. 이것이야말로 주성치의 연기를 극한의 매력까지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다. 그냥 떨어진 옷 입고 얼굴에 검댕이를 칠해서 없어 보이게 꾸민것이 아니라 그의 얼굴에는 본래부터 궁한 정서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성치식의 유치찬란하면서도 비정하면서도 강단있고 택도없는 연기에 그 이상의 얼굴은 없다. 그는 얼굴에서만 그치지 않고 몸 또한 없어 보인다. 비쩍 말랐으나 근사하게 옷걸이가 좋게 마른게 아니라 못 먹어서 마른듯 그의 몸매는 그의 궁한 얼굴과 더없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별 것 없다. 왕년에 축구 스타였으나 다리를 다치고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명봉이란 자가 어느날 절대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괴력의 소유자 씽씽(이름한번 죽인다.)을 만나 축구단을 만든다. 씽씽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과거 씽씽이 무공을 연마할때 함께했던 동료들을 그러모아서 만든다. 명봉의 다리를 병신으로 만들었던 비겁한 축구회장과의 한판승. 축구는 이제 단순히 발로 공을 차 넣기를 넘어서서 온갖 무공들의 화려한 개인기 쑈가 된다. 여기에 자기별로 돌아갔어야 할 전직 만두요리사 아매가 가세하면서 축구는 우주최강 쑈쑈쑈 가 된다.(아매가 외계인이라기 보다 그 모습이 거의 외계인틱 하다.)

이 영화는 이미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그 매력이 적날하게 파 헤쳐진바 있다. 주성치 뿐 아니라 어디가서 저런 것들을 다 모았을지 정말로 궁금해지는 궁하고도 언더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각각의 역활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한다. 핸드폰으로 주식의 가격을 말하던 2:8 가르마의 남자. 그는 궁한 얼굴의 극을 보여준다.(주성치는 궁하게 생기긴 해도 극은 아닌것이 동시에 잘생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할 말을 잃게 하는 그의 구강구조와 엄한 턱선. 선탠이 아니라 원래 그모양으로 태어난듯 거무튀튀한 피부는 어떤 특수분장도 필요없다. 그리고 출렁이는 살과 어울리지 않게 늘 눈을 감고 심각하고도 괴상한 포즈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뚱보도 대단하다. 어떻게 그 몸매로 그런 포즈를 취하는지 신기할 뿐이다. 거기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그의 배우로서의 진지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개성이 넘쳐 부담스럽기까지 한 주인공들이 수도없이 등장한다. 소림축구단 뿐 아니라 그들이 시합에서 만나는 오합지졸 상대방들(특히 키 크고 손망치인가를 바지속에 넣고 나왔던 안경잡이 청년은 단연 그랑프리 감이다.) 의 외모와 연기력 또한 이 영화의 백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소림축구로 인해 불기 시작한 무공 열풍으로 지나가던 여자가 바나나를 밟고 한바퀴 멋지게 돈 다음 착지하는 장면, 주차를 하기 위해 차를 이리저리 빼는것이 아니라 손으로 확 밀어서 주차하는 여자. 길거리에서 양복을 입고 무공을 연마하던 남자들이 버스가 그냥 지나쳐 버리자 붕 날라서 타는 장면이 진짜 끝까지 사람 배를 째 준다. 이 영화가 성공했을때 주성치는 펑펑 울었다고 한다. 정말 그럴만 하다. 그 누구라서 이 골때리는 영화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영화의 출연진들 중에서 주성치와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서 우정출연한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 수염을 붙인 장백지의 터프한 모습은. 파이란을 보며 눈시울을 적셨던 나로서는 무척 색다른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고민을 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때가 있다. 그럴때는 아비와 아기 그리고 소림축구를 연달아서 한번 봐 보길 바란다. (아비와 아기를 먼저 봐야하는 것은 아비와 아기때의 주성치의 싹수가 소림축구에서는 어떻게 그 결실을 이루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S : 아비와 아기에는 주성치가 아닌 양조위가 나왔었다고 합니다. 유진홍님께서 지적 해 주셨습니다. 리뷰를 고치지 않는 이유는... 다들 아시죠? 흐흐. 네. 짐작대로 입니다. 그래도 아비와 아기도 보시기 바랍니다. 재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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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너머 2004-02-0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성치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주성치의 팬의 입장에서 그의 매력은 사람들 내면에 있는 유치함을 끌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유치할 수 없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가며 웃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의 느낌. 그게 바로 인간이란 말이죠! 물론 주성치의 그 유치함 속에는 무언가 고난이도의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아니면 말구...이게 바로 주성치 정신이다!)

플라시보 2004-02-0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주성치의 마니아는 아니지만 님 처럼 팬인것 맞는것 같습니다.

행복한 파랑새 2004-02-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tv앞에 누워 있는데 케이블에서 이걸 방송해서, 시청했었는데...사실, 전 이거 어제 처음 봤거든요. ^^;;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플라시보님, 안녕하세요. (__) ^^* 자주 방문은 했는데, 이렇게 글 남기기는 처음인듯 ^^;)

플라시보 2004-02-0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파랑새님 반갑습니다. 여기서 처음 뵙네요. 여기 오실때 마다 코멘트를 남기지 않아도 님께 재밌는 시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마태우스 2004-02-0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성치의 열혈 팬으로서 기분 좋은 글이었습니다. 주성치의 작품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서유기 2부작 (월광보합 & 선리기연)과 도성입니다. 그런데, 글 도입부에 좀 사소한 에러가 발견되어서..아비와 아기는 주성치 & 장학우가 출연한 작품이 아니고, 양조위 & 장학우가 출연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진 않았을 겁니다만, 제가 나름대로 양조위의 팬이기도 했기에 챙겨본 작품입니다. (양조위가 영계시절에 나온 드라마 시리즈 '의천도룡기'를 처음 보고 반했었지요. '의천도룡기2000'과 감별을 요합니다. 유덕화와 공연한 '녹정기'도 강추입니다. 양조위가 보기완 달리 코미디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덤앤 더머의 조폭 사회 헤메기"라고 요약될 수 있는 비교적 고급 블랙코미디입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주성치의 그것과도 유사하다보니 리뷰하신 분이 잠깐 혼동하신 듯 하옵니다. 주성치의 데뷔작은 '첩혈쌍웅'으로 유명한 이수현과 공연한 '벽력선봉' 입니다. 물론 코미디는 아니지요.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마태우스 2004-02-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윗 글은 제가 쓴 게 아니라요, 영화 매니아인 다른 분(유진홍님이라고, 아직 알라딘에 서재가 없으십니다)이 쓰셨습니다. 역시나 죄송합니다.

플라시보 2004-02-0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와 아기를 아주 오래전에 봤었기에 전 여태 그 사람이 주성치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습니다만 이런...실수를 했군요. 흐흐. 죄송할게 뭐 있겠습니까? 잘 모르고 떠든 제가 창피한거지요. 허나 리뷰를 수정하진 않겠습니다. 리뷰 아래 코멘트나 하나 달아둬야겠습니다.

진/우맘 2004-02-0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마태우스님...선리기연을 좋아하시다니... 제 선배 중 최고로 재미있는 영화로 <선리기연>을 추천하고 몰매 맞은 사람이 있었는데...

미키루크 2004-02-1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벽력선봉(아마도 비겁한 역할이었던 걸로...) 보고 주성치란 친구가 뜨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웃기는 역할만 하더군요. 기억이 맞다면<정고전가>(유덕화랑 나온 거)인가를 무지 재밌게 봤는데요. <도성>도 그렇고... 아무튼 싫어하는 사람은 무지 싫어하지만 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항상 기대하면서 보죠.

플라시보 2004-02-0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전 미키루크님은 주성치 별로 안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미키루크 2004-02-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편견을 버려!

플라시보 2004-02-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고백하건데 나는 이 영화가 에로 영화인줄 알았다. 극장에 걸렸으니 에로물이 아니라면 적어도 에로틱을 표방하기는 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Sex라는 글자로 인한 선입견이자 한국에서 한 택도아닌 저 영화의 마케팅에 속은 것이었다. 영화의 제목을 조금만 더 주의깊게 보면 better then 이라는 단어도 보였을텐데 말이다.

이 영화에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어찌 어찌 해서 하루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는 그냥 원나잇 스텐드 였다. 아침에 눈을 뜬 곳이 호텔이었다면 '니가 먼저 나갈래 내가 먼저 나갈까?' 했을법한 이 남녀. 허나, 마침 여자의 집에서 밤을 보낸지라 조금 더 여유가 있다. 적어도 나갈 순서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정도는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서 Sex라는 단어만 들어도 얼굴을 붉힌다던가 '그게 뭐에요'따위의 촌스러운 순진한척도 필요 없다. 그들은 서로를 만나기 전에도 즐길만큼 즐겼고 또 진지할 만큼 진지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침에 잠깐의 밍기적이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남녀가 만나고 외모에 호감을 가지고 대화를 좀 나누다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음번 만날 약속을 하고, 늘어가는 만남 속에 조금씩 사랑이 싹트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사랑을 하고 제일 마지막에는 Sex로 자신들의 사랑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한 것을 만드는 것이 보통 평범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남녀는 거꾸로 간다. 만나자 마자 Sex를 시작하고 그 이후에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말 한다. 거꾸로 간다고 해서 세상이 뒤집히진 않는다고

내 생각이지만 이 영화는 Sex에 대한 경험이 전무후무 하거나 남녀 관계에 대해 환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 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자? 만날만큼 만나봤지. 여자? 겪을만큼 겪어봤지 정도의 관록이 있어야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유쾌를 넘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이해까지 하고 나면 더욱 재밌는 영화이다.

영화는 단 하루이다. 이들이 Sex를 하고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는 기간이 좀 짧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영화의 러닝타임을 모두 단 하루에 소비해서인지 2시간만에(영화의 최대 러닝타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때로는 죽기도 하는 다른 영화들 보다는 아이러니 하게도 더 긴 시간의 무게를 지닌다. 

영화를 보면 서로의 생각이 독백으로 흘러 나온다. 그건 남녀의 차이를, 개인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맘속과 다른 얘기를 입으로 꺼내는지도 보여준다. 사실 우리가 머리속으로 하는 생각들이 전부 글이나 말로 쏟아진다면 정말 정신 없을 것이다. 온종일 여자의 집에서 둘이 뒹구는 것만 보여주는 영화임에도 단조롭지 않은 것은 바로 그들의 생각이 독백으로 바로바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내용과 상관이 없는 소릴 하나 하자면. 여자 주인공은 백인 특유의 얼룩덜룩한 피부를 가졌는데 클로즈업 할때 정말 깜짝 놀란다. 특히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 압권이다. 비디오로 보면 좀 덜한데 영화관에서는 모두 탄성을 지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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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4-02-0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연히 나이 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로군요. 플라시보님 평을 들으니 더 보고싶어 집니다. 제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을때쯤, 제가 이 영화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플라시보 2004-02-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나쁜짓 시키는거 아닌가 모르겠는데 비디오로 빌려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그냥 야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직 sex에 대해 생각할 나이가 아니다 같은건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인거니까요. 보시다가 아, 나한테 무리구나 싶음 그만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아...어쩌지 나 나쁜짓 시키는거 아니죠?^^
저는 첨으로 야한영화 본게 고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때 연인을 비디오로 빌려 본 것이었거든요. 적어도 그 영화보다는 저 영화가 꼭 봐야할 영화임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파도너머 2004-02-0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 영화군요. 비디오 고치면 꼭 빌려봐야겠습니다.

플라시보 2004-02-0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충분하게 재밌으리라 생각됩니다. 여주인공의 피부에 너무 놀라지 않도록 맘의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yasimoon 2004-02-0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eckzinski

영원한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진 그림입니다.

 

 

 

 

 

 

 

 

Better than sex, 섹스보다 나은 것, 무엇일까요. 벡진스키의 이 그림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유쾌하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욕망이 우리의 발목을 잡느냐, 사랑이 우리의 발목을 잡느냐는

달걀과 닭의 비유처럼 오래된 역설이 될런지.

쾌쾌한 욕망에 빗대지 않은 영화라 마음에 들었고, 나이가 더 들면 더 많은 것들을 하하,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영화였습니다.

 

모두에게 권유!

 

 

 


플라시보 2004-02-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그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걸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군요. 사랑과 욕망중 어떤것이 발목을 잡느냐... 글쎄요. 저는 제가 사랑과 욕망 자체를 구분이나 하는지도 의심스럽기에 아직도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더 많은 것들을 하하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게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는 이영애라는 연예인을 좋아한다. 그의 인간성이나 사생활 등등은 잘 모르지만 그냥 화면에 비춰진 그녀의 비주얼을 좋아한다. 그리고 예전에 그녀가 쓴 책을 읽어보아 적어도 머리가 텅텅 비고 얼굴만 예쁘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 나름의 판단도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녀가 사극에 출연을 한다고 해서 무척 기다렸었다.

처음부터 이영애가 나오지는 않아서 다소 실망을 했었지만 PD가 오죽 자신이 있으면 주연배우 없이 아역배우로 5회 가까이 끌고 나갈까 싶어 드라마의 완성도 면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믿음이 갔었다. 그리고 아역배우가 나온 회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거의 빠지지 않고 본다.

대장금의 성공 요인은 이영애라는 스타성에 힘입은바도 있지만 여태 다루지 않았던 궁중음식이라는 소재 역시 한몫을 했다고 본다. 웰빙족이니 뭐니 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대 화두로 떠 오른 요즘.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분명 존재했었고 또 100% 자연산으로만 만들어진 요리들은 요즘 불고있는 유기농 열풍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요즘 장금이는 음모에 의해 수랏간 나인이 아닌 의녀가 되었다. 제주에 관비로 쫒겨 갔다가 다시 궁으로 들어가기 위해 피나는 수련을 거친 끝에 장금이는 이제 칼 대신 침을 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장금이가 칼질을 하며 오색 찬란한 음식을 만들때가 더 재미났던것 같다. 비록 늦은밤 출출함을 이기지 못해 기름 뚝뚝 흘려가며 피자를 먹을 망정 장금이가 내어놓는 새로운 요리들은 내 눈과 맘을 사로잡았더랬다.

또 한가지만 더 불만을 말하자면 음식을 하던 장금이와 의술을 펼치는 장금이는 변했지만 주변 상황은 또다시 뻔하게 반복이 된다는 것이다. 한상궁 양미경의 역활은 다시 의녀 장덕인 김여진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연생이는 연생이와 외모조차 흡사한 신비가, 홍리나의 악역은 이세은이 대신 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장금이만 칼 대신 침을 들었을 뿐 주변 상황의 설정은 똑같다는 것이다. 여전히 장덕은 한상궁처럼 장금이에게 어머니처럼 커다란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고 신비는 연생이처럼 능력은 특출나지 않지만 심성이 고운 아이로 장금이의 절친한 친구가 되고 이세은은 홍리나가 그랬던 것 처럼 장금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그녀를 곤궁에 빠트리려고 한다.

거기다가 나는 쉼없이 상황이 꼬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늘 장금이는 음모와 암투에 연결이 되어 있다. 그녀의 뛰어난 실력과 노력은 복잡한 상황만을 만드는데 기여할 뿐인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장금이가 음식을 할때는 온통 음식먹고 평을 하고 또는 어선경합에 관심을 가지던 중전, 대비, 임금이 이제는 차례 차례로 아프기 시작해서 역시 의술을 펼치는 장금이를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들은 음식을 먹고 평을 하는 것만 보여주고 또 아파서 시료를 받는 것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들이 다른일을 하는 것도 좀 보여줬으면 한다.

지금도 대장금을 열심히 보고 있지만 조금만 드라마를 덜 꼬으고 인물들의 성격도 우리편 나쁜편으로 나뉘어지는 단순함을 벗어났으면 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친구가 장금이와 난정이는 동시대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난정이 역시 문정왕후를 모셨고 장금이 또한 이제 막 문정왕후에게 총애를 받기 시작했다. 또 여인천하에서 난정이가 문정왕후에게 맨날 찍어내야 한다던 조정암역시 대장금에도 등장한다. 장금과 난정은, 어쩌면 숱하게 서로 부딪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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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30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중종시대하면 가장 먼저 임꺽정이 떠오릅니다. 홍명희의 임꺽정을 먼저 읽었던 탓이겠지요. 무얼 가장 먼저 보느냐, 무얼 가장 먼저 느끼느냐가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홍명희의 임꺽정에서도 문정왕후는 나쁜 X로 그려져 있죠. 아무래도 전 문정왕후가 나쁜 X같답니다.

생각나서 중얼거려봤더랬습니다.
 

필립 K 딕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스필버그는 원작에선 다소 뚱뚱하고 볼품없던 주인공 존 앤더튼을 미끈한 톰 크루즈로 바꾸었고 미래 사회 역시 별 무리 없이 잘 표현하였다. 하지만 이런 비주얼만으로 그쳤다면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비주얼 만큼이나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탄력있는 전개로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그렇다면 필립 K딕과 오우삼의 만남은 어떨까? 결과부터 말 하자면 스필버그쪽이 훨씬 더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등으로 아시아를 평정한 오우삼은 브로큰 애로우로 마침내 할리우드도 접수했고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 등으로 잘나가는 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오우삼은 딱 영웅본색 까지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인 특유의 뻥이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만나면 페이스 오프같은 택도아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오우삼은 비둘기 날리기와 슬로우 모션 액션의 남발로 느닷없이 촌발 휘날리는 장면을 집어넣기로 유명하다. (설마 했는데 이번에도 비둘기가 난다. 단 떼거지가 아닌 한 마리만 날리는데 비둘기 날리지 말라고 한소리 들은 듯 전작들과 달리 약간 주춤하는 비둘기 날기가 등장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계발자인 밴 에플렉은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하고 나서 보안이 이유인지 뭔지는 몰라도 단발적으로 기억을 지운다. 즉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쓴 시간이 2주이면 2주간의 시간을 지우고 3주이면 3주간의 시간을 지우는 것이다. 하루는 그에게 거액의 제안이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기억을 지울 단위가 주 단위가 아닌 년 단위이다. 그리하여 밴 에플랙은 3년간 기억을 지우고 뭔가를 개발한다. 3년이 끝나고 프로젝트 계발비로 받은 돈을 은행에 찾으러 갔는데 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전에 자신이 와서 돈을 다 없앴다는 은행원의 증언만 듣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 참여를 하기 전에 자기가 맡긴 시계와 선글라스대신 엉뚱한 스무개의 물건이 든 봉투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이 봉투에 들어있는 물건들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이 3년간 계발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게 되고 마침내 그 물건을 파괴하게 된다.

이 영화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보다 결정적으로 약한 이유는 훨 뒤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비주얼을 반도 못 따라 간다는 것에 있다. 이미 톰크루즈가 나와서 충분히 써 먹었던 손으로 화면 휘돌리기 쑈를 밴 에플렉도 하지만 톰크루즈처럼 드라마틱 하지 않다. 또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인공비와 인공천둥 번계(이게 실외라면 모르겠지만 실내에서 약간 꽈광 하면서 비 뿌리는 정도야 지금도 가능할듯 보인다.) 어설픈 미래 디자인 등등 곳곳이 헛점 투성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몇 년을 공들여서 아주 잘 만든 3D게임같다면 페이첵은 그 게임을 흉내내어 단 몇 주만에 후딱 만들어 치운 2D게임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우들이 충분하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배우였던 벤 에플렉은 여기서 적당하게 연기하기로 작정이나 한 듯이 돈주니 어쩔 수 없이 연기한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킬빌같은 영화를 혼자서 이끌어 나가기에 충분한 기력을 가졌던 우마서먼 역시 여기서는 쭉빵스럽지 못한 본드걸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스토리의 엉성한 배열이다. 오우삼은 싸나이 우정을 그린 영화의 기승전결은 기가 막히게 잡아 내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외의 영화들은 전부 막 찍어놓고 우루루 쏟아놓은 듯한 전개를 보여준다. 충분하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할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그냥 넘겨야 할 부분에서는 폼을 잡느라 한참을 허비한다. 그래서 영화는 지루했다가 바빠졌다가를 반복하며 혼자 북과 장구를 열심히 쳐 댄다.

사실 오우삼 영화 치고는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오우삼은 페이첵의 메가폰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차곡차곡 자신만의 비주얼 노하우와 연출력을 지닌 스필버그와 달리 그는 너무 급조되었고 날조되었다는 느낌이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다. 차라리 페이첵 다음에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나왔다면 믿을 정도로 형만한 아우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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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1-2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 영화에는 삼성마크가 꾀 오랫동안 두둥 하고 등장한다. 영화속에 우리나라 물건이나 글자 혹은 말이 등장하면 왜 그렇게 반가운지... 예전에 고질라 때문에 모 참치회사가 신나하면서 이벤트를 하더만 삼성은 노트북 싸게 팔 생각 없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