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영애라는 연예인을 좋아한다. 그의 인간성이나 사생활 등등은 잘 모르지만 그냥 화면에 비춰진 그녀의 비주얼을 좋아한다. 그리고 예전에 그녀가 쓴 책을 읽어보아 적어도 머리가 텅텅 비고 얼굴만 예쁘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 나름의 판단도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녀가 사극에 출연을 한다고 해서 무척 기다렸었다.
처음부터 이영애가 나오지는 않아서 다소 실망을 했었지만 PD가 오죽 자신이 있으면 주연배우 없이 아역배우로 5회 가까이 끌고 나갈까 싶어 드라마의 완성도 면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믿음이 갔었다. 그리고 아역배우가 나온 회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거의 빠지지 않고 본다.
대장금의 성공 요인은 이영애라는 스타성에 힘입은바도 있지만 여태 다루지 않았던 궁중음식이라는 소재 역시 한몫을 했다고 본다. 웰빙족이니 뭐니 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대 화두로 떠 오른 요즘.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분명 존재했었고 또 100% 자연산으로만 만들어진 요리들은 요즘 불고있는 유기농 열풍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요즘 장금이는 음모에 의해 수랏간 나인이 아닌 의녀가 되었다. 제주에 관비로 쫒겨 갔다가 다시 궁으로 들어가기 위해 피나는 수련을 거친 끝에 장금이는 이제 칼 대신 침을 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장금이가 칼질을 하며 오색 찬란한 음식을 만들때가 더 재미났던것 같다. 비록 늦은밤 출출함을 이기지 못해 기름 뚝뚝 흘려가며 피자를 먹을 망정 장금이가 내어놓는 새로운 요리들은 내 눈과 맘을 사로잡았더랬다.
또 한가지만 더 불만을 말하자면 음식을 하던 장금이와 의술을 펼치는 장금이는 변했지만 주변 상황은 또다시 뻔하게 반복이 된다는 것이다. 한상궁 양미경의 역활은 다시 의녀 장덕인 김여진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연생이는 연생이와 외모조차 흡사한 신비가, 홍리나의 악역은 이세은이 대신 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장금이만 칼 대신 침을 들었을 뿐 주변 상황의 설정은 똑같다는 것이다. 여전히 장덕은 한상궁처럼 장금이에게 어머니처럼 커다란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고 신비는 연생이처럼 능력은 특출나지 않지만 심성이 고운 아이로 장금이의 절친한 친구가 되고 이세은은 홍리나가 그랬던 것 처럼 장금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그녀를 곤궁에 빠트리려고 한다.
거기다가 나는 쉼없이 상황이 꼬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늘 장금이는 음모와 암투에 연결이 되어 있다. 그녀의 뛰어난 실력과 노력은 복잡한 상황만을 만드는데 기여할 뿐인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장금이가 음식을 할때는 온통 음식먹고 평을 하고 또는 어선경합에 관심을 가지던 중전, 대비, 임금이 이제는 차례 차례로 아프기 시작해서 역시 의술을 펼치는 장금이를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들은 음식을 먹고 평을 하는 것만 보여주고 또 아파서 시료를 받는 것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들이 다른일을 하는 것도 좀 보여줬으면 한다.
지금도 대장금을 열심히 보고 있지만 조금만 드라마를 덜 꼬으고 인물들의 성격도 우리편 나쁜편으로 나뉘어지는 단순함을 벗어났으면 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친구가 장금이와 난정이는 동시대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난정이 역시 문정왕후를 모셨고 장금이 또한 이제 막 문정왕후에게 총애를 받기 시작했다. 또 여인천하에서 난정이가 문정왕후에게 맨날 찍어내야 한다던 조정암역시 대장금에도 등장한다. 장금과 난정은, 어쩌면 숱하게 서로 부딪쳤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