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스치게 된 우리의

짧은 오후를 생각합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슬며시

작은 웃음이 배어나왔습니다.

 

서쪽 햇살은 희미해지는데

여름의 한복판에 들어서버린 듯

하늘 끝자락이 온통 환해졌습니다.

 

가늘게 한들거리는 노란 산수유

소담스럽게 터뜨려진 하얀 목련꽃

이토록 눈부신 봄 망울들이

한순간 내게로 다가왔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계절의 시작이 봄이라면

내 마음의 시작은 그대입니다.

그대와의 시간이 열쇠가 되어

나의 봄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봄이 좋습니다.

그대와 함께 따뜻하게 담겨져

한가득 퍼져 들어오는 봄 향기가

설레는 그대만큼이나 참 좋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사 2013-04-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대와의 시간이 열쇠가되어 좋다로
 

 

뿌연 도화지 위로 선명하게 찍힌 점처럼

한 사람만 기억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이라면

손끝이라도 내밀어볼걸

꿈속이니까

두 팔 힘껏 안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꿈에서조차 조심스러운 나는

아쉬움만 안은 채 깨어나 버립니다.

 

눈빛이라도 오래 마주쳐보지

말이라도 많이 건네어보지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그대와 함께 한 설렘의 끈만 남아

꿈밖으로 이어지며 일렁입니다.

 

꿈속의 나는 꿈밖의 나보다

더 조심스럽습니다.

그저 바보처럼

꿈에서조차 그대를 바라만봅니다.

그리움만 다시 한 가득 품은 채

꿈밖으로 돌아와 버린 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가 너무 소중해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의 봄

한 순간의 여름

가을, 마지막 겨울

 

이별의 순간은

가까워오는데

너무 짧은 하루가

지나가버립니다

붙들고 싶은 시간

보내야 할 시간

붙잡고 싶은 사람

보내야 할 사람

 

그리움이 쌓이면

슬픔이 되고

슬픔이 쌓이면

영혼은 깊어집니다

그 마음 한가운데에

그대가 고입니다

 

하루가 너무 선명해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대와 느끼는 봄

그대와 걸어갈 여름

다가올 내일, 마지막 오늘

 

그대 삶의 시간

내 삶의 시간

따로따로 움직이던

서로의 시간들이

어느 순간 함께 만나져

같은 풍경을 담은 채로

겹쳐지며 흘러왔습니다

 

우리 삶 속에서

잠시나마 있었던

공유의 순간들

벅차도록 긴 하루로 남아버릴

향기로운 추억의 조각들

 

마음이 쌓이면

기쁨이 되고

기쁨이 쌓이면

영혼은 맑아집니다

그 마음 한가운데에

그대가 비춰집니다

 

가슴 뛰는 하루 안에

그대가 자리합니다

그대 담은 하루 안에

나의 행복이 자리합니다

흘러가는 하루 안에

우리가 담겨져 기억됩니다

오래도록 소중해질 아련함이

조용히 담겨져 흘러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기가 유행이란다. 지난 주에는 미니가 내내 콜록콜록 열이 펄펄 끓더니 어제부터는 남편에게로 옮겨졌다. 방학인데도 매일 나간다며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막상 비실비실 계속 늘어져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밥맛도 없어하는 것 같아서 흰 죽을 끓여주었다. 1차 시기, 나름 정성들여한다고 작은 믹서에 새로 불린 쌀을 살짝 갈아서 끓여주었다. 흠~ 만족스러운 이 걸쭉함! 남편은 국그릇의 두 배에 해당하는 사발에 넣어준 것을 깨끗이 비웠다.
저녁 때가 되었다. 2차 시기, 이 여세를 몰아 흰 죽의 진수를 보여주리라! 아까 쌀이 좀 덜 갈아진 것 같아서 이번에는 물을 좀 덜 넣고 좀 더 갈았다. !!!!!! 분명 아까보다 쌀은 더 많았는데 그 많던 쌀이 어디로 다 숨어버렸을까? 다시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고, 은근한 불로 끓이면 걸쭉하게 된다며 희망을 걸고 가스렌지의 불을 켰다. 아무리 저어도 밀가루풀 포스가 났지만 나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면 안되었다.ㅡㅡ;
"푸하~! 엄마! 이건 죽이 아니라 국 같애. 쌀국 ㅋㅋ"
"치이~! 쌀이 너무 곱게 갈아진거야! 이게 무슨 국이야. 그냥 스프다 생각하면 되는 거야!"
저 밑에서부터 감지되는 진실을 외면하며 나는 그래도 국이 아니라 스프라고 우겼다.
"엄마! 국이 영어로 수프 아니야?"
"수프가 국보다는 좀 더 걸쭉한 거지."
나는 최대한 내가 만든 쌀죽의 묽음을 가렸다.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찾은 영어사전을 보여준다. 헉! 국을 영어로 하면 'soup'였다. 그래도 스프는 국보다 좀 더 걸쭉한거라며 다소 줄어든 목소리도 우겨보지만, 그래도 묽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걸…….

"쌀국~ 쌀국~"
아이가 낄낄 대며 놀려댄다.
그 옆에서 초췌한 남편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숟가락을 들었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떠먹는가 싶더니... 그릇을 들고 조용히 마.셨.다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되는 방식.

가족, 친구, 연인, 아는 사람, 전혀 모르는 사람들.

문서상으로 나타나 있는 관계도 있지만 보다 많은 관계들은 사실 정의하기가 어렵다.

 

'나는 너에게 무엇이니? 또는 너는 나에게 무엇일까?' 이런 종류의 질문을 받거나 상대방에게 있어 나의 존재가 무엇일까 스스로 궁금해지는 시기가 오면 마음이 어지럽다.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노래도 있지만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사이, 친구라 하기에는 다소 아쉽고 그냥 아는 사이보다는 가까운 사이, 가족이지만 친구보다도 먼 사이, 친구이지만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때는 친구같고 어느 때는 친구보다 더 멀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많은 관계들은 관계를 가리키는 정의와 정의 사이에 존재한다.

 

'나는 너에게 무엇이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사람이 무거워진다.

'음.. 지금은 친구인데 어떨 때는 그저 아는 사이이기도 해.'

솔직하게 말하면 상대방이 서운해할 답변이다.

'그저 아는 사이. 하지만 가끔 친구로 느껴질 때도 있어.'

나는 가장 극단적인 답을 하거나 관계의 끈을 놓아버린다.

그래서 그런 종류의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연인 사이라해도 서로의 마음이 자로 잰 듯이 똑같기는 힘든 일이다. 정도의 차이를 서운해해서는 안될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스스로의 바람이 될 수는 있어도 상대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지나친 욕심이다.

그냥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걸까? 어차피 세상은 나의 느낌대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이니. 일도 사람도…….

관계를 정확하게 정의한다는 것. 내게는 어렵다. 미술에서 말하는 20색상환도 그 채도를 파고들어가다보면 무수히 다양한 빛깔로 펼쳐지지 않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마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묶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기본적인 틀은 있어야지.' 혹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나는 그 틀이 싫다. 벗어나고싶다. 컵 안에 담겨지는 물처럼 모자라면 채워지기위해 노력하고, 넘치려하면 넘치지 않게 조절해야하는 그 조바심이 싫다. 그냥 마음가는 대로 느낌을 따라가고 싶다.

 

경계를 허물고 싶다. 그저 정의되지 않는 '애매한 관계'로 그저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싶다.

'그대와 난 애매한 관계야.'

이런 말을 웃으며 이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