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긴다
형도 없고 아우도 없는, 아우 ! 볼썽사나운 대결. 2012년, 지난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놓고 문재인과 안철수는 심각하게 다퉜다.
" 둘이 다투다 " 는 의미보다는 한쪽이 " 어깃장을 부리다 " 는 표현이 더 적확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설문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합의한다. 자,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이제 시작합시다. 그런데 형도 없고 아우도 없는, 볼썽사나운 대결이 또다시 지리멸렬하게 이어졌다. 시바, 계급장 떼고 덤벼 ! 안철수가 주장하는 설문 문항을 문재인 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문재인 쪽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는커녕 쓸데없이 시비를 거는 형국. 문재인, 의문의 한 패 ?! 어떤 문항이었을까.
안철수가 제시한 문항과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설문은 설문 응답자에게 두 개의 질문을 연속으로 던진다.
① A 박근혜와 B 안철수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② A 박근혜와 C 문재인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
① A 박근혜와 B 안철수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
② A 박근혜와 C 문재인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
두 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세 종류'다. 첫째, ① - B ② - A. 이 부류에 속하는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은 문재인을 지지하느니 차라리 박근혜에게 투표하겠다. 둘째, ① - A ② - C. 이 부류에 속하는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은 안철수을 지지하느니 차라리 박근혜를 지지하겠다. 셋째, ① - B ② - C. 이 부류에 속하는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은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 다음은 안철수가 제시한 계산법이다. 첫째 -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면 안철수에게 1표를 주고, 둘째 -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면 문재인에게 1표를 준다.
안철수가 제시한 설문 방식은 박근혜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 경쟁력 있는 후보 > 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 대선 후보 비호감도 > 를 묻는 방식이다. 즉, 비호감도가 높은 쪽이 지는 게임이다. 당연히 무소속이었던 안철수보다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문재인에게 불리한 문항이다. 안철수가 18대 대선에서 제시한 설문 방식을 19대 대선에도 적용하자면 10% 안팎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는 30% 중반인 문재인을 이길 수 있다. 현재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지율과 비호감도는 다음과 같다.
19대 대선에서 대세론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는 문재인도 안철수식 설문 방식을 적용하면 꼴찌가 된다. 심상정을 지지하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꿈 같은 일이겠지만 안철수식 설문 방식으로 대통령을 뽑자면 4.1%의 지지율을 얻는 심상정이 가장 유리하다. 또한, 1%에도 못 미치는 극세사 지지율을 보이는 남경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지난 18대 대선 때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 측에 제시한 설문 방식이 얼마나 비정치적이며 억지스러웠나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다. 철수에게 한 마디 하련다. 투표란 차기 대선주자의 호감도에 응답하는 행위이지 비호감에 응답하는 것은 아니란다.
흔히 투표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행위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 프레임에 1%도 동의하지 않는다. " 최고의 후보 " 가 없다는 최고보다는 낮은 단계인 " 꽤 좋은 후보 " 를 선택하면 된다. 만약에 꽤 좋은 후보도 없다면 " 그럭저럭 좋은 후보 " 를 선택하면 되고, 그렇저럭 좋은 후보마저 없다면 " 시바, 그래도 나은 구석이 있을 법한 후보 " 를 선택하면 된다 ■
덧대기 ㅣ 안희정은 안철수의 전략을 따르는 듯하다. 그러니까 진보와 보수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중도화 전략을 통해서 비호감도를 낮추는 방식을 선택한 듯하다. 잘 될까 ?! 비호감도를 낮춘다고 해서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표를 보면 호감도가 낮은 사람이 비호감도도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