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특별판) 레이먼드 카버 대표 소설집 특별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ㅂ님의 이 책을 읽고, 치유받는 느낌이었다는 댓글은 내내 나를 따라다녔었다. 첫 단편 <깃털들>에서 띵!! 이 느낌, 예사롭지 않더니, 급기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 느낌이 이 느낌이었던가? 책을 덮으니 어느새 나도 치유가 되어버린 이 느낌! 식기전에 얼른 서점으로 달려가 다른 소설집을 사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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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7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어제 교보문고 갔다가 이 책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그냥 왔는데, 살까봐요.

책읽는나무 2023-03-28 10:29   좋아요 1 | URL
카버의 소설들도 넘 좋더군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읽고 감동의 물결이 일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계속 그 감동이 파도를 치더군요.^^;;;
찔끔 찔끔...루시 바턴 이후, 또 눈물을!! ㅋㅋㅋ
근데 다락방님.
문동 세계고전 시리즈에 <대성당>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전집 꽤 많이 가지고 계시던데...일단 찾아보세요^^
이 책은 리커버라,
카버의 팬이시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만^^;;;
저는 문동 책이 없어서, 이 책을 서점에서 샀었던지라...알록달록 세트를 갖추려면 아무래도 리커버 판을 갖춰볼까?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지난 번 바람돌이님께서 이렇게 쨍한 표지의 리커버 책을 보시곤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떠오릅니다. 맘에 들지 않으셨나 보더라구요.ㅋㅋㅋ

이렇든 저렇든 카버 책도 소장해서 한 번씩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바람돌이 2023-03-31 15:47   좋아요 1 | URL
넵 이 표지 마음에 안들어요. 원래 표지가 훨씬 좋아요. ㅎㅎ
저도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다가 바로 사서 소장했다는....
저는 가끔 대성당이랑 별것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이 두 글을 읽어요.
전 특히 대성당 좋아합니다.
남자가 손님의 손을 잡고 대성당을 그리는 장면은 볼때마다 너무 찡해서 뭔가 감전된 그런 느낌이에요. ^^

책읽는나무 2023-03-31 20:29   좋아요 1 | URL
표지에 진심이신 바람돌이님^^
ㅋㅋㅋ
저는 또 자꾸 보니까 진분홍이 봄이랑 어울리는 것도 같고 그러네요^^
소설을 읽고 나니 책 표지의 그림이 이제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
올 봄 이 소설을 참 잘 읽었단 생각이 듭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은 삼 일은 운 것 같아요ㅜㅜ
그래도 이번 기회에 읽어서 전 정말 좋았답니다^^

실은 카버의 소설은 잠자냥님 서재에서 잠자냥님이 신간을 두고서 그래도 카번데...란 문구가 눈에 띄었었고, 바람돌이님이 두 번째로 대성당 이 책을 읽으시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하셔서 확 땡겼었는데 마지막 세 번째는 자목련님이 카버의 소설 한 권이라도 먼저 읽어보고 카버의 소설을 살 것인지 결정하라고 하셔서....그렇다면 <대성당>부터 읽어야지!하며 읽었는데......흑!!!!!
세 분 모두 그리고 다락방님까지 네 분 모두 모두 카버의 소설을 왜 사랑하는지 알겠어요. 제가 이제 다 알아버렸어요ㅋㅋㅋ
감사해요♡
 
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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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생을 이 책으로 접하니, 울프의 우울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고, 그녀의 양성애적 사랑의 공존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역시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의 비범한 천재작가였다. 늘 써야만 했던 그녀였기에, 쓰는 삶을 동경하는 여성들의 우상이 될만하다.
이 책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울프의 삶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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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24 22:15   좋아요 2 | URL
ㅋㅋㅋ
지금 다른 책 읽기가 바빠서
긁적긁적...ㅋㅋ

독서괭 2023-03-25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백자평을 보니 제 거 넘 대충 쓴 것 같아 부끄러워지네요;; 저도 그림 느낌이 좋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3-03-25 16:19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마감이라 해서 각 잡고 읽고서, 밤늦게 겨우 백자평 썼어요.
뭐든 닥쳐서 하는 인생!!!!ㅋㅋ
근데 괭님이 제가 쓰려던 말을 다 써버려...그 내용을 제외하고 쓴 겁니다.
뭘 써야할지? 한참 생각했네요.^^

근데 확실한 건 이 책 읽고 나니까, 울프의 소설들을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올 해는 울프 책 세 권은 읽자!가 목표이긴한데....과연?^^
 

이 달의 여성주의 책 <남성 특권>은 조금 읽기가 수월한 것 같다. 워낙 강도 높은? 책들을 무슨 뜻인지 채 이해하지 못하고, 날짜에 맞춰 허덕허덕 그저 따라가기 바빴었다. 그러다, 3 월의 케이트 만의 책은 술술 읽혀서, 아?! 나 독서력이 올라간 건가? 와, 어려운 책 읽기 잘했네, 잘했어! 자화자찬하고 있었더니, 모두들 읽기 쉽다고 하셨다.^^;;; 셀프 칭찬은 나에겐 금물. 자만하지 말자!

암튼, 제목부터가 의미 심장한 책!
어쩌면 오해받기도 쉬운 제목의 책!
남성 특권에 대한 이야기를 앞에서 강연하 듯 술술 풀어놓는 대화체의 문체라 더 친근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예시를 들어 주는 문장들이 실제 우리 실생활에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하게 들려주고 있으니, 더욱 몰입되어 읽히는 것 같다.
실생활에 일어나는 일들에 몰입되지 않아야 잘 사는 세상이어야 하건만, 몰입되고, 공감되고, 너무 소름끼치도록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곳곳에 만연해 있는 일들이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세상 비관론자가 되기에 딱 알맞다.에혀!

1장- 남성 특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란 첫 꼭지의 내용은 여성혐오에 대하여 그리고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특히 성차별은 여성혐오와 대조적으로 가부장제의 이론적, 이데올로기적 부산물이다. 가부장제의 규범과 기대치를 이성적으로 납득시키고,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복무하는 신념, 관념, 전제들이 전부 여기에 해당된다. 성차별에 기반한 노동 분배와 대대로 남성의 권력과 권위가 작동해온 영역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일들이 성차별의 예다.(22 쪽)‘

그리고 또 눈에 들어온 문장은 이것이다.
‘결국 내가 이전에 언급했듯,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여성혐오적 행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다른 여성을 평가절하한다든가, 남성의 여성혐오 주의적 행위를 면책하는 도덕주의에 연루되어 있으면서도 다른 여성이 그런 면모를 보이면 가차없이 비난하는 행위가 그렇다.(24쪽)‘
같은 여성끼리 여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 그 시간은 어쩌면 본인들은 여성혐오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지 못할 것이다. 본인들은 그저, 나는 그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잘못 인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쩌면 곁에 있는 남성들에게 함께 혐오적 발언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본인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다고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발 물러서서 좀 더 넓게 바라본다면, 나의 말들이 같은 여성의 비수를 찔렀고, 그렇다면 그 말을 듣게 된 여성은 상처 받은 마음을 또 다른 여성혐오 발언에 동조할지도 모를 악순환이 되는 듯하다.

늘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이긴한데, 여성혐오 발언과 나쁜 여성을 나쁘다고 말을 할 때, 어떻게 명확하게 구분지어 파악할 수 있는지 한 번씩 헷갈릴 때가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의 지인들이나 가족들 이야기가 흘러 나오곤 하는데 때론 듣기가 거북할 때가 종종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것은 여성혐오 발언인 건지? 그냥 험담인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전해듣는 말들 중 그 사람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걸까? 생각하다 보면, 내 맘같지 않은 그 말 속에 어떤 여성혐오적 뜻이 담겨져 있는 듯한데, 내가 너무 앞서나가나? 판단 오류에 빠지곤 한다.
암튼, 여성이 여성혐오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문장은 뜨끔하기도 하여, 늘 상기시켜 대화할 때 조심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앞서 모두가 조심한다면 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 더 빨리 올텐데 말이다.

2장-‘비자발적‘ 독신이라는 환상
2장의 ‘비자발적‘ 독신이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발견했다.
인셀(incel)이라고 스스로 선택한 독신이 아닌, 어떡하다 보니 독신이 되어버린 비자발적 독신 상태를 말을 줄여 인셀이라고 한다.
미국의 남성 인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왕성하여 알게 모르게 정신적으로 추동을 당하여 범죄를 저지른 예시가 책에 나와 있다.
엘리엇 로저라는 남성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러, 총을 들고 여성들에게 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고, 여러 명을 중상을 입혔다. 더 기가막힌 건 몇몇 일부 남성 인셀들은 로저 추종자라고 나서며 범죄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한 남성들에게 받는 열등감의 의식을 표출할 수 없으니 약한 여성들에게 이렇게 멋진? 한 남자일 수도 있는 자신을 왜 무시하느냐며 분풀이(폭력, 살인)을 하기에 이르는데, 이 모든 것이 저 찌질한 남성 조차도 상당수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그 남성적 특권을 활용한 것이다.
‘자신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앙심을 품거나 질투를 하게 될 때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다시 말해 인셀은 잠재적으로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존재이다.(39쪽)‘
책에 인용한 인셀들의 유서문을 읽다가 좀 웃다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남성들이 너무 많아졌다.
특히 젊은 층 남성들이 소리를 꽥 질러대는데, 깜짝 놀란 나는 한 번씩 뭐니? 하는 표정으로 쳐다 보곤 한다. 그러면 가족들은 그런 나를 보고 기겁을 한다. 남편은 나더러 길을 가다 너 칼 맞을까 걱정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나도 남편이 곁에 있을 때나 쳐다 보지, 혼자 있을 땐 쳐다도 안 보고 담대하게 빠른 걸음으로 도망을 친다.(정희진샘 표현 중 하나!)
도망을 치다가도 아니, 왜 맨날 나만 도망을 가야 하는 것인가?
또 여러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인셀들의 예를 든 행동들, 뉴스에 나오는 묻지마 여성 살해 사건 소식들은 담대하게 도망치는 내가 참 쪼잔스럽지만, 공포스럽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3장- 가해자 감싸기, 강간 사건과 힘패시
‘내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힘패시는 남성 가해자가 자기와 비슷한 특권을 누리거나, 그런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죄행위, 즉 성폭력, 성추행 혹은 다른 여성혐오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남성 가해자에게 쏟아지는 압도적 수준의 공감을 뜻한다.(63쪽)‘
3장은 참 답답하고, 읽으면 읽을 수록 분통이 터지는 예시들이 많다. 힘패시로 인해 피해자인 여성들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고, 가해자인 남성은 오히려 사회 활동을 버젓이 하고 있는 현실.
있는 자들은 법을 어겨도 버젓이 활개치고 다니고 있고, 힘 없는 자들은 이중의 고통과 억울함을 당하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국의 강간 피해 사건 조사 건수를 살펴보면 강간 키트의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고, 묻어두는 사건의 86%가 유색인종이라는 것이다. 성차별에 인종차별까지!!!
그리고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의 수치도 높아져 가고 있다.
특히 성폭력 가해자는 통상 청소년기에 첫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문장도 다시 읽히게 된다.
남성적 특권 의식이 어린 시절부터 학습되는 것 같다.

4장- 달갑지 않은 섹스, ‘동의‘라는 함정
이 장은 조금 이해가 될 듯 했다가, 어떤 부분에선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일단, 여성은 남성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져줄 때 보상을 받는다. 남성의 마음을 보듬지 않으면 여성은 처벌받게 되어 있다.(95쪽)
남성이 권력이 있다면, 섹스를 요구할 때, 거절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문장이 있다.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이것은 성추행의 장면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주체성이 없는 관계는 결국 여성들에게 이롭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남성의 특권 의식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읽을 수록 안타까운 장이었다.

5장- 통증을 둘러싼 불신, 몸의 기본값에 대하여
제일 놀라웠던 장이었다.
내가 몰랐던 성차별적 의료 세계였던 것이다.
같은 통증을 느껴 병원을 가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약 처방전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백인과 유색인종의 진료 절차 또한 다르다고 한다.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문제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실제로 흑인 여성인 맥밀런 코텀은 통증을 느껴 산부인과를 찾아갔으나, 몇 번이고 퇴짜를 맞고, 제대로 진료를 보질 못하여 결국엔 조산을 했고,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맥밀런 코텀은 <죽어서야 자기 결정권을 갖다>에서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여 흑인 여성을 위한 보건의료체계가 철저히 실패했음을 비판하였다.

통증 클리닉에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교적 ˝경미한 안정제, 항우울제, 비아편성 진통제를 더 많이 처방받고,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아편성 진통제를 더 많이 처방받았다˝고 밝혔다.(123쪽)
여성과 남성의 체격과 체질은 다르다. 그래서 약의 복용량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처방 자체가 달랐다는 것이다.
진통을 호소해도 여성들은 참을성이 부족하여 엄살을 부리는 격으로 폄하되어, 신임성 신경 안정제를 많이 처방받는다고 한다. 병명도 신임성이 붙는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증이란 것은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가 다 다른 것인데, 여자가 아프다고 하면 꾀병으로 오인하고, 남자가 아프다고 하면 그저 감기 몸살일지라도 진짜 많이 아플 것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남성은 어릴 때부터 약한 말을 하면 안되고, 무조건 강해야 한다고 학습되어 자랐기 때문에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내 주변을 살펴봐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많이 아프고, 여자는 덜 아플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교통사고가 나면 왜 여성들이 대부분 많이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뉴스가 자주 들리는지? 의아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이 다친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아니면 심장이나 간이 남성보다 여성이 작아서 충격을 더 크게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인가? 운동 부족으로 근력이 약해서 그런 것인가? 여러 생각이 들었었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심근경색에 이어 심장 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확률이 남성보다 높다고 한다.(141쪽)‘진료 시기를 놓쳐 사망을 하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충돌할 때 여성들은 안전벨트를 하고 있더라도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을 확률이 동일 조건의 남성보다 73퍼센트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은 최근까지도 모든 자동차 충돌 실험에 쓰이는 마네킹이 시스젠더 남성을 중심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방 분포도, 골격 구조 등에서 나타나는 시스젠더 남성과 여성의 상당한 차이를 무시하고 남성의 신체룬 기준으로 제작된 마네킹을 활용한 것이다. 결국 자동차 충돌 테스트용 ˝여성˝ 마네킹이 도입되었는데, 대부분 실제 여성보다 더 가볍고 신장이 작았다.(143쪽)‘
그동안 의문이었던 부분이 풀리면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지금은 어떻게 자동차 충돌 테스트를 하고 있을까?
그래도 조금은 개선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아들과 딸들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할 때, 차별적으로 판단을 해 왔던 것을 깨달았다.
아들은 정말 커갈 수록 아프다는 소리를 적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프다고 하면 즉각 병원 가라고 하거나, 약을 사먹이면서 많이 아픈 것인가? 걱정이 컸는데, 반면 딸들이 아프다고 하면 또 시작이구나! 참아보렴! 말을 먼저 꺼내곤 했었다. 참아서 잘 넘기면, 참을성을 키워가는구나! 판단하거나, 못 참겠다고 그러면 병원 약을 지으면서 아, 미련 떨다가 애를 잡을 뻔 했겠다! 란 상황이 자주 반복된다.
이제부터는 남녀의 생리구조를 염두에 두고, 자식들의 통증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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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21 18:53   좋아요 3 | URL
여성주의 책도 제 때 정리하거나, 기록하지 않음 시기를 놓쳐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매번 그랬던 것 같아서 놓치기 전에 두서없이 5장까지 읽은 부분만 정리했습니다.
지난 달, 책은 아예 정리도 안했었던지라...^^;;
근데 이 책도 아마 앞부분 하나 정도만 기록하고 뒷부분은 또 흐지부지 퉁치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ㅋㅋ
책을 완독 후, 다른 책을 바로 잡게 되면 기록이나 감상 적는 일은 절로 사라지는 듯 하더라구요.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는 한..ㅜ

맞아요. 여성들의 생리통은 꾀병으로 간주되기 십상입니다. 요즘 중고등 학생들은 직장인들처럼 한 달에 한 번씩 생리휴일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생리통이 없어도 일부러 생휴를 쓴다고들 하더라구요. 저는 딸들이 혹시나 습관이 될까봐 작년엔 무지하게 옥신각신 했었거든요. 근데 막내 딸이 유독 생리통을 호소하길래, 올 해부터는 그냥 생휴를 쓰게 하고 있어요. 그러던차, 이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생리통에 대한 통증에 대한 불신도 가부장 사회에 얽매어 있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었어요. 부디 모든 아이들이 생휴를 올바르게 사용해서 정당한 권리를 찾길 바라는데, 글쎄요? 얘길 들어보면...남학생들이 오해해서 불만을 터트릴 것 같기도 하구요? 여러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생리통이 심한 고통이란 건 남자들이 절대 이해못할 통증이잖아요.ㅜㅜ
저도 생리통이 심했던 편인지라, 생리통 유발한다는 것은 생리직전에 다 삼가는 등...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네요.
그래도....ㅜㅜ
여자의 몸은 참 이래저래 힘들어요^^;;

다락방 2023-03-22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읽고 계시네요, 책나무 님.
저는 오늘 출근시간에 7장 가사노동 읽으면서 왔는데 또 너무 화딱지가 나가지고.. 하하하하하
남자들은 가사노동 조금만 ‘도와줘도‘ 되게 좋은 남편, 자상한 남편 되잖아요. 그렇다면 한 집을 살만한 공간으로 가꾸어가는 것은 여성들이 도맡아 해야하는 일인가, 더 많은 일을 여자가 하는데 왜 여자는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 되고 남자는 조금만 도와줘도 말 잘듣는 착한 남편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케이트 만도 그 얘기를 하려는 거고요.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당연히 그 노동을 받아도 되는 남성특권이요.

아무튼 다른 책들에 비해 쉽게 읽고 있고 또 그간 읽었던 책들이 언급되는 거라 잘 넘어가는데, 그렇지만 역시나 읽으면서 빡치고 있답니다 ㅠㅠ

남은 분량도 화이팅이요, 책나무 님!

책읽는나무 2023-03-22 17:22   좋아요 0 | URL
네 이번 책은 읽기가 좀 수월하네요?^^
전 처음엔 그동안 어려운 책들 많이 읽어서 독서 근력이 생긴 줄 알았어요ㅋㅋ
7장은 가사노동 이군요?
또 한숨 쉬며, 분노하며 읽어야 하는 구절이군요ㅜㅜ
전 100% 내 성에 안차지만 남편이 집안일 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는데, 주변 이웃들에게 우리 사는 모습을 이야기하면 깜짝 놀랍니다.
중소도시라지만 어쩌면 시골에 가까워서인지, 보수적인 성향에 물들어 있어 지인들의 남편들은 집안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 도와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더 웃긴 건 아내들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남편에게 말을 잘 못꺼내고, 얘길해도 안 먹힌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지금은 제 남편이 집안 일을 많이 도와줘서 부럽다?라고 얘길 하지만, 옛날엔 제가 날라리 부인? 이기적인 아내? 약간 그런 취급을 받았었네요.
우리 동네 여성들을 바라볼 적엔 여성들 생각들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체성이 없어요. 그러니 남성들은 그 특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맨날 언니들 만나면 우리도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천날만날 얘기해도 쉽게 안바뀌어요. 부부싸움 하기 싫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답답하던 차,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 이웃집 언니들 생각이 더 나게 되고, 또 더 답답해지곤 하더군요.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참 답답하네요.

저도 읽으면서 답답하지만, 이 책이 또 어쩌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확 깨우쳐 주는 시간들이 넘쳐나기도 합니다^^

희선 2023-03-23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는 말을 누가 먼저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그렇기는 하군요 여성이 여성 마음을 알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모르는 척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로가 조심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지요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여자나 남자나 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3-03-23 22:49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말을 누가 먼저 썼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남성들이 만들어 냈는데, 지금은 여성들이 주입되어 더 많이 쓰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만...잘 모르겠어요.
전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란 말이 너무 듣기가 싫더라구요. 서로 돕고 살아도 모자란 세상! 왜 자꾸 그런 쪽으로 이끌려 가는지 모르겠어요.
여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과연 있을 수 있을까요? 전 정말 회의적이기만 합니다.
대화를 해보면 해볼 수록 납득이 안갈 때가 많아서요. 그렇다고 대놓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지도 못하고..ㅜㅜ
그냥 속만 시끌시끌 할 때가 많네요^^
저도 어쩌면 남성 특권에 물들어 있는 한 인간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구요. 책을 읽을 수록 생각만 많아지곤 합니다^^
얼른 행동으로 옮겨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좀 한심스럽기도 하구요ㅋㅋㅋ 차차 나아지겠죠^^

공쟝쟝 2023-03-31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화자찬 책나무 🙌🏻🙌🏻

책읽는나무 2023-03-31 2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나도 곧 자화자찬의 길이 열릴지도??!!!!
지금 연습 중입니다ㅋㅋㅋ
 
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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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이 눈길을 끄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책의 표지를 먼저 확인하고, 책을 사고 싶은 구매 의혹을 느끼곤 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습관을 깨는 작가들 몇몇이 있는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의 책이 그에 속한다. 그래도 이 소설은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소설을 읽기 전엔 ‘굳이?‘ 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너무 평범하여 김이 샜다는 뜻이다.) 그러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아! 이 제목이 최선일 수밖에 없었겠구나! 라고 생각이 바뀐 소설인데,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늘 그랬던 것 같다. 특히 <오, 윌리엄!>은 더더욱 탁월한 제목이지 않을까, 싶다.


 제목처럼 소설에서는 윌리엄이 등장한다. 윌리엄은 소설 속 화자인 나(루시)의 전남편이다. 그러니까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한 부부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소설을 미리 읽어 본다면, 루시와 윌리엄의 이혼 사유를 알게 될 것이다. 앞서의 소설에서 윌리엄의 외도로 인한 이혼이었기에, 그런 윌리엄을 용서할 수 없었던 나였던지라, 굳이 전남편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소설에서 느낄만한 깊이의 폭은 전작들에 비해 내겐 그리 크지 않겠구나! 살짝 삐딱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천하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스트라우트는 스트라우트였다. 
스트라우트는 늘 스트라우트를 넘어서는 것 같다.
읽으면 읽을 수록 루시의 눈을 통해, 그런 윌리엄의 공허한 마음을 차츰 이해하게 되었고, 공감하게 되었고, 때론 결핍으로 인한 그가 마음 아프게도 느껴졌었다. 내가 느꼈다기보다 루시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받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루시는 윌리엄에게 미안한 감정도 생겼지만, 미운 감정도 다시 되살아 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 함께 살며 이해할 수 없었던 윌리엄의 행동과 생각들의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나름 깨닫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러한 심리적 변화 요인들은 아마도 현재 이혼을 해서 서로 한 발짝 물러 서서 바라보고 있기에, 가능한 시선일 수도 있겠다. 

루시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아이였다. 너무 가난하여 가족끼리 느껴야 할 유대감이란 것이 결핍된 아이였다. 부모와 형제와는 사랑과 애정이 부족했던 것이다. 궁핍한 삶이다 보니, 추운 집보다는 따뜻한 학교가 더 안전하고, 아늑하여 혼자 남아, 숙제도 하고, 잠도 자고 오기도 했다. 루시는 학교에서 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다 보니 성적이 우수하여 대도시로 대학을 가게 될 기회로 인해, 가난한 집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기도 하지만, 모종의 슬픔을 가슴에 숨겨 두고 살아간다.
그러다, 도시에서 윌리엄을 만나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윌리엄과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았다. 남들이 보았을 때는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윌리엄은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여성과 불륜을 저지렀고, 루시는 예리한 촉으로 그것을 감지하게 된다.
이 가정은 더 이상 안전하게 유지되기엔 힘들겠다라고 생각한 루시는 집을 나갔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 루시는 이혼을 했다고 해서 그리 궁상맞게 살아온 것은 아니다. 루시는 자신이 원했던 작가가 되었는데, 여기저기 싸인회를 다닐 정도로 꽤 유명한 작가가 되었고, 재혼도 했다.

윌리엄과 루시는 각자의 삶을 찾아 나름 만족하며 살아 온 것이다. 
이 소설은 그로부터 한참지난, 세 번째 부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예순아홉 살의 윌리엄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당연히 루시도 나이를 먹었고, 재혼했었던 남편 데이비드는 지병으로 죽은지 몇 년이 지난 상태다.

소설은 줄곧 루시의 자기 고백적인 글이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다. 루시의 말은 아주 덤덤하게 글로 표현되어 있어, 어쩌면 쉽게 읽힐 수 있지만, 때때로 놓치면 아까울 문장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내가 당시의 남편과 그의 누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그 날밤, 그 아늑한 기억이 강하게 떠올랐던 것은 그 옛날에는 윌리엄과 내가 서로의 세상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51 쪽)

‘나도 울지만 울면서 아주 많이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윌리엄은 그걸 잘 받아주었다. 내가 정말로 서럽게 울면, 데이비드라면 겁을 먹겠지만 윌리엄은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비드와 살 때는 한 번도 첫 결혼에서처럼 그렇게 울지는 않았다. 아이처럼 서럽게 흐느끼지는 않았다.‘ (64 쪽)

‘내 안에서 튤립 줄기가 툭 꺾였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튤립은 꺾인 채로 내 안에 남았고, 결코 다시 자라지 않았다.
나는 그 후로 좀 더 진실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98 쪽)

‘이것을 깨달았다. 이 권위가 바로 내가 윌리엄을 사랑하게 된 이유임을, 우리는 권위를 갈망한다. 진실로 그렇다. 누가 뭐라고 말하건 우리는 권위라는 감각을 갈망한다. 혹은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는다.‘ (168 쪽)

˝나는 사람이 뭔가를 실제로 선택하는 건 -기껏해야- 아주 가끔이다라고 생각해. 그런 경우가 아니면 우린 그저 뭔가를 쫓아갈 뿐이야 - 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따라가, 루시. 그러니 아니야. 나는 당신이 떠나기로 선택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194~195 쪽)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 때까지 모른다는 것.‘ (257 쪽)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298 쪽)


  문장은 평범하게 읽으면, 그냥 무난하게  읽힌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을 공감하며 읽는다면 그 느낌은 너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다 읽고 그 속에서 빠져 나온 내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그 느낌일 것이다. 때론 스트라우트의 문장 속에서 특별한 느낌을 전해 받으려면, 나는 몇 해를 더 살아야 하는 것일까? 싶은 마음도 든다. 지금은 내가 살아온 만큼의 경험을 통해 이 책의 문장을 읽고, 딱 요만큼의 감동을 받은 것 같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 본다면, 
어린시절의 가난 때문에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과 형제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우애와 애정의 결핍을 윌리엄에게서 보상받으려 했던 루시!
하지만, 실은 그런 윌리엄 자신도 어린시절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결핍을 안고 살아 온 불안한 존재에 불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루시의 부모님도 전쟁의 피해와 트라우마에 시달려 살아 왔었고, 완벽해 보였던 윌리엄의 어머니인 캐서린 조차도 어린 시절 루시보다 더 가난했었던 집에서 성장했었지만, 그 결핍을 스스로 가리고 살아왔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그 누구라도 약간의 결핍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사람과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 두 부류로 나눠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 모두가 신화이고, 신비롭고, 미스터리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루시는 매사에 신중하고 섬세하다. 그런 성격적인 요소가 사람들하고의 대화 속에서 툭툭 튀어 나오곤 하여, 상대를 외롭게 한다. 윌리엄은 그런 루시더러, ‘자기 몰두적‘ 이라고 비난한다. 루시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서 윌리엄이 받았을 섭섭함과 외로움이 이제사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윌리엄에게 당신의 어머니와 내가 어딘가 비슷했기에 나와 결혼을 한 것이라고, 당신은 당신 어머니와 결혼한 것과 다름없단 루시의 말에, 윌리엄은 조용히 말한다.
당신은 기쁨이 가득한 사람이었노라고, 어린 시절의 집을 방문하여 깜짝 놀랐지만 그럼에도 기쁨을 유지할 수 있는 루시를 사랑했었고, 당신은 특별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결혼을 한 것이란 윌리엄의 말에 루시는 행복함을 느낀다. 
루시는 윌리엄이 권위가 있는 사람이어 안전함을 느껴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된 윌리엄은 이제 그 권위가 서서히 옅어짐을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어 두 사람은 연륜이 생긴 탓에 서로를 좀 더 관대하게 바라보게 되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일까?
좀 더 젊었던 시절 이렇게 따뜻한 말들을 솔직하게 말 했더라면, 이혼은 하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하지만, 현재 이혼을 했기 때문에 상대를 더 안쓰러운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먹먹하게 읽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제목을 이해할 수 있다.
오, 윌리엄!
윌리엄을 호명하는 말 속에 수많은 감정이 묻어 있는 제목인 것이다. 
이런 소설은 나이 먹어 가면서 계속 더 읽어보고 싶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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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2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21 17:25   좋아요 0 | URL
그죠?
오, ㅇㅇ이!!!!
나이들 수록 사랑하는 사람들은 좀 저렇게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3-03-21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이름앞에 OH가 들어가면 좀 더 특별한데 두사람이 이혼했는데도 그 감탄사가 들어 있으니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데요.
스트라우트작가의 책은 한 권 읽고 멈춘 상태인데 더 읽어봐야 저의 취향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제목을 이해하려면 꼭 읽어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3-03-21 18:40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엔 이혼했는데 어떤 미련이 남았길래? 감탄사를 붙이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구요^^
근데 이 책을 읽고 이해하려면,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모든 것은 가능하다>를 다 읽고 마지막에 읽어야 흐름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 시리즈도 좋았었어요.^^
루시 바턴과 윌리엄 부부의 시리즈는 나이 든 부부간의 관계에 대한 연민들이 전해져 와서 좋았어요^^

2023-04-07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7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4-08 0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책읽는나무 님 축하합니다 책 제목 따라서 오, 를 넣어봤습니다 어느새 주말입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4-08 0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감사합니다. 희선 님^^
정말 감탄 할 일입니다.
오...🤲
 

그가 나를 그렇게 오래 쳐다본 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시선을 피했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루시, 내가당신과 결혼한 건 당신이 기쁨이 가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당신은 그냥 기쁨으로 가득찬 사람이었어.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 알게 됐을 때, 우리가 결혼한다고 말하려고 당신 가족을 만나러 당신 집에 간 그날 말이야, 루시, 나는당신이 어떤 집에서 자랐는지 알고 거의 까무러칠 뻔했어. 당신이 그런 집에서 자랐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리고 계속 생각했지. 그런데 어떻게 지금 이런 모습일 수 있지? 이런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기가 넘칠 수 있지?" 그는 아주 천천히 - P248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당신이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 모르겠어. 당신은 독특한 사람이야, 루시. 당신은 특별한 영혼이야. 그날 막사에 갔을 때 당신이 두 개의 우주인지 어딘지 사이를 오갔다고 했던 거, 나는 믿어, 루시. 당신은 특별한 영혼이니까.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은 결코 있었던 적이 없어." 잠시 뒤그가 덧붙였다. "당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 루시." - P249

나는 그 전부를 포기할 것이다. 함께인 가족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끝까지 헤어지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그런 가족을 위해서라면 작가로서 누린 모든 성공을, 그 전부를 포기할 것이다 - 한순간의 망설 - P275

임도 없이 포기할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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