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지독하게도 안나아 지난주말 병원에 가서 감기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중이다.
약을 안먹고 버티려고 했지만 감기를 또 너무 오래 끌고 가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것같아 병원으로 갔는데 간호사는 날더러 살이 더 빠져보인다고 그런다.
혹시 아가들에게도 영향이 있으려나? 걱정했더니 이녀석들은 또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단다.
나는 몸무게가 1키로가 더 빠졌는데 말이다.
임신을 하고서 그것도 쌍둥이를 가졌는데도 몸무게가 좀처럼 늘지 않아 서서히 고민이 된다.
임신 후반부에 들어서면 배가 갑자기 불러져 7개월때는 보통 다른 임산부들의 만삭으로 보이고 몸무게도 기하급수적으로 는다는 소리에 좀 천천히 배도 부르고 몸무게도 조금만 늘었으면? 하고 바랬었다.
몸무게가 갑자기 불어 쌍둥이 임산부는 임신중독증이나 부종이 많이 생긴다는 소리가 은근히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헌데 이젠 서서히 5개월로 들어서는데 여전히 임신하기전의 몸무게랑 별반차이가 없으니 어째 좀 이것도 슬슬 걱정스러운데...ㅡ.ㅡ;;
그래도 뭐 주수에 맞게 잘 큰다니 내가 먹는 음식은 이녀석들이 다 가져가고 있나보다.
다음달부터는 몸무게가 자꾸 자꾸 늘어나겠지 뭐~~
실은 다른게 아니라 어제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민이가 다니는 학원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민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조금 다쳤는데 몸이 안좋은지 계속 울어대어 먼저 집으로 데리고 오겠다고 하셨다. 전화기 너머로는 민이의 우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끊고 보니 얼마만큼 다쳤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별일 아니겠지~~ 그냥 그런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차를 기다리면서 차가 빨리 도착안되니 그짧은 시간에 이제서야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얼만큼 다친거지?..밖에서 자전거를 탔나?..녀석은 자전거 잘 못타는데....내년 봄에나 자전거를 사서 타는 법을 가르쳐줄까? 그생각만 했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가르쳐줄껄 그랬나? 전화상에서 계속 울어대는 걸 보니 많이 다쳐서 울었던걸까? 어디 팔이라도 부러진건 아니겠지?
에이~~ 별일 아닐꺼야! 많이 다쳤다면 선생님이 바로 업고 왔거나 나를 불렀겠지!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만약 팔이라도 부러졌다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임신중인데..어쩌지? 정말 별의 별 생각을 다하고 서 있었다.
십분쯤 뒤에 차가 도착하고 녀석은 뒤에 안전밸트를 하고 앉아 있는데 한 쪽눈이 부어 있다. 울다가 온 듯한 기색이 역력하여 얼굴모습이 울음기가 잔뜩 배어 있다...그러고 나를 보더니 또 훌쩍 울어댄다.
누굴 닮아 저리도 약한겐지?
선생님 말씀으론 실내에서 세발 자전거를 종종 탔는데 저보다 두 세 살 나이가 많은 누나가 동생이라고 챙긴답시고 뒤에서 밀어주다가 아직 서투른 자전거 솜씨에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데 누나는 기운세게 밀어주니 앞으로 고꾸라졌나보다. 그래서 민이는 눈을 바닥에 찍었나보다.
다행히 눈은 다친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눈 언저리가 벌겋게 부어서 피가 조금 맺혀 있을 정도다.
어디 부러지거나 그러질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아마도 놀라기도 했거니와 눈이 부어 쓰라리고 아팠나보다. 눈이 쓰라리고 아픈데 눈물을 자꾸 흘리니 더 쓰라리고 아프니 또 울고 그랬나보다..민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응석을 부리면서 커온지라 엄살이 좀 심한 편이다. (어쩌면 엄마,아빠를 닮아 엄살이 심한지도 모르겠지만..ㅠ.ㅠ)
선생님께서 성민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약한 것 같아 항상 눈여겨 살펴보는데 이런일이 생겼다고 죄송스러워 하셨다. 그말을 들으니 내가 더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민이는 여자아이도 아니고 남자아이인데도 약하고 여려 선생님의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째 좀 마음이 그렇다.
지난번 견학갔을때도 다리가 아프다고 그래서 선생님이 종종 업고 다니셨나보다.지또래 여자아이들은 그런소릴 안하는데 민이만 계속 다리가 아프다고 그랬다고 한다..쩝~~
일단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마음도 달래줄겸 다큰녀석을 업고 집으로 데리고 와선 괜찮다고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이제 안아플 것이라고 그리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질수도 있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더니 조금 더 울고서 한 숨 자겠다고 그런다.
그리고 한 숨 찐하게(?) 잤다.
자고 일어나니 눈이 벌겋게 더 붓긴 했는데 통증은 많이 가셨는지 녀석은 이젠 다나았다고 안아프다고 한다. 눈 바로 옆이라서 약을 발라주고 싶어도 바르기엔 좀 그래서 약을 발라주지 않았다.
신랑은 계란으로 비벼주라고 하는데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친 곳은 그냥 손대지 말고 저절로 아무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해서 상처가 나도 하루 이틀만 연고를 발라주고 약을 잘 안발라주는 편이다.
나자신도 어디 긁혀도 그냥 쓰라린채로 내버려두는 편이다.
암튼....내가 믿었던 만큼 많이 다치지 않고 경미하게 넘어간 것같아 다행이긴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아플때 괜찮을 것이라고 나 스스로를 달래주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되는데 나자신의 믿음이 꽤 크게 작용하는 것같다.
괜찮을 것이라고 계속 여러번 주문을 걸다보면 정말 괜찮게 넘어가는 것같다.
올여름에 또 한 번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민이가 크게 다친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손이 덜덜 떨리면서도 속으론 계속 괜찮다고, 괜찮을 것이라고 나스스로를 달랜적이 있었다. 어쩌면 좀 너무 방치하고만 있는 안일한 자세일 수도 있는데 매번 그렇게 나를 달래다보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을 할수 있게 되는 것같다.
여름에 마트에 친구네랑 같이 갔었는데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아이들을 카트기에 태우고 에스카레이타를 타고 가는 중에 회전하다가 민이가 카트기에서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세게 부딪친적이 있었다.
그마트 카트기가 많이 낮았던 것도 문제가 있었고, 성민이가 물건때문에 자리가 비좁아 카트기 끝에 앉았던 것도 문제였었고, 민이는 그시각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 있었던 것도 문제였고, 친구가 길을 잘못들어 급하게 카트기를 회전시킨 것도 문제였었다. 갑자기 쿵~ 하는 큰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 내아들이 바닥에 머리를 찍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울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민이는 뒤통수를 박은게 아니라 옆머리를 박은게 천만다행이었던 것같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는데 순간 눈앞이 캄캄하여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았더랬다. 머리는 조금씩 크게 부어오르고 아이는 놀래서 울고......ㅡ.ㅡ;;
친구는 미안해서 어쩔줄을 모르니 참 난감한 순간이었었다.
그날 무척 날이 더웠는데 아이를 안고서 옥상 주차장까지 잽싸게 뛰어가서 민이를 아빠품에 안겨주었다. 안겨주고 나중에 차에 올라타니 배와 가슴에 땀이 흥건했었다.
별일 아닐 것이라고 놀란 친구네 부부를 일단 달래어(실제로 좀 괜찮아 보였었다.) 집으로 보낸후 혹시나 해서 늦은 시각에 응급실에 데리고 가보았다. 머리를 다친 것이 영 찜찜하고 마음에 걸렸다.
의사샘도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는다고 오늘밤에 어떤 증상이 있으면 내일 다시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의사샘이 하는말이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평소와 어떻게 달라보이느냐고 묻는다.
구토를 하거나 눈동자가 희미하다거나 그렇진 않았느냐고 물어서 그렇진 않다고 답해주었더니 증상이 경미하니 오늘밤을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다행히 그날밤 민이는 괜찮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민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엄마! 성민이 이제 괜찮아~~ 이젠 안아파~~" 내가 너무 걱정을 하는 모습에 꼭 나를 위로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한 두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일을 겪을때마다 조심성은 더 많아지게 되고, 내마음도 조금씩은 강해져 가는 것같다.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더 많고, 나보다 더 큰일을 겪은 엄마들도 허다할 것이기에 나의 이러한 경미스러운 일들은 어쩌면 새발의 피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이렇게 그들과 같이 조금은 더 강한 엄마가 되어 가는 것같은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인 나도 같이 자라는 엄마가 되어감을 느꼈기에 몇 자 끄적여 본 것이다.
지금 내나이는 서른 한 살이 아니라 네 살이다.
딱 성민이 나이다. 내년이면 성민이가 다섯 살이 되니 나도 한 살을 더먹어 다섯 살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이 깨지고 넘어지고 다칠일이 더 무수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믿는다.
괜찮을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강해지는만큼 성민이도 좀 강해졌음 좋겠다.
강하게 키우고 싶어 사설기관에 좀 더 일찍 보내긴 했는데....녀석! 잘 해내고 있는지 볼때마다 불안하지만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빨리 선생님의 안쓰러운 눈길을 업그레이드 시켜드려야 할터인데....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