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토리텔링 사전 - 창작자에게 영감을 줄 트릭, 공식, 규칙 110
미스터리 사전 편집위원회 지음, 송경원 옮김, 모리세 료 감수 / 요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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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미스터리 장르의 책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과거엔 미스터리나 추리 장르 하면 일본 작가들의 책이 대세였기에 이런 추세가 굉장히 반갑게 느껴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추리 혹은 미스터리 장르의 책을 좋아했었는데, 여러 작품들 중에서 아직도 강렬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바로 애거사 크리스티 작가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이다.

고립된 섬에 갇힌 사람들. 영문도 모른 채 한 명씩 죽어나가는 상황.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씩 죽을 때마다 저택에 있던 인디언 인형도 하나씩 사라진다는 무시무시한 설정.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생각해 보니까 책 속 등장인물들 눈에도, 독자들 눈에도 전혀 보이지 않는 범인이 상황을 아주 냉철하게 통제하고 즐기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 소름 끼쳤던 것 같다.

이처럼 추리 소설 작가들은 다양한 트릭과 상황을 이용하여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준다. 여러 미스터리 책들 중에서 유달리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이 왜 재미있었는지 이유를 그동안 몰랐다면 이제 이 책 [미스터리 스토리텔링 사전]을 한번 읽어봐야 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미스터리에 대한 백과사전과도 같다. 미스터리 장르가 어떻게 독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흔들어놓을 수 있는지를 아주 꼼꼼하고 치밀하게 분석해놨다.

[미스터리 스토리텔링 사전]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스터리를 구성하는 장르, 상황, 트릭, 캐릭터, 장치 그리고 공식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니 특정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작가가 어떤 작법과 트릭을 사용했는지가 머릿속에 딱 떠올랐다. 창작자에게 영감을 줄 트릭, 공식, 규칙 110 가지 중에서 그래도 미스터리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과 트릭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는 2장 상황과 3장 트릭이 가장 흥미로웠다.

“ 클로즈드 서클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닫힌 원’이라는 뜻입니다. 미스터리에서는 범인의 공작이나 천재지변으로 외부와의 왕래나 연락수단이 끊겨 고립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 - 66쪽

책 66쪽에는 클로즈드 서클, 즉 밀실 미스터리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섬과 같이 고립된 지역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날씨는 거칠어서 도저히 배를 띄울 수 없다. 바깥으로 연락이 가능한 통신 시설은 범인에 의해서 이미 끊겨 있는 상황.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씩 죽어나가는 사람들...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차단되는 상황에서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 밀실 미스터리야말로 미스터리의 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서술 트릭은 독특한 서술 방식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어떤 부분을 빠뜨리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독자를 착각하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많은 미스터리 작품에서 트릭은 범인이 탐정을 속이기 위해 사용하지만, 서술 트릭은 작가가 독자를 직접 속일 수 있습니다. ” - 117쪽

미스터리 장르에 쓰이는 많은 트릭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서술 트릭이야말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일부러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참여시키지 않아서 독자들이 범인의 존재를 못 보게 만든다던가 나이나 성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서술법을 이용해서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서술 트릭! 이 트릭이 참 희한한 점은 서술 트릭을 파악하고 난 뒤에 소설을 다시 읽으면 머릿속에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약간의 반칙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서술 트릭은 상당히 매력적인 방법이다.

미스터리를 매우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도, 앞으로 미스터리 장르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들에게도 매우 큰 도움이 될 듯한 책 [미스터리 스토리텔링 사전] 특히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절한 가이드나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는 미스터리의 기본을 구성하는 것들 - 트릭이나 캐릭터, 공식 - 등등이 아주 꼼꼼하고 치밀하게 소개되어 있다. 책 속에는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미스터리들 - 셜록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 도 소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중들이 아직 잘 모를 것 같은 개성있는 미스터리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앞으로 글을 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희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미스터리에 대한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한 책 [미스터리 스토리텔링 사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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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 우째쓰유?! 3 - 부부일상공감툰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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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일상공감툰 : 오늘하루 우째쓰유? 에는 쌍둥이 아기를 키우는 부부의 웃픈 현실이 펼쳐진다.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엄청 힘든 일인데 부부의 mbtI 가 정반대이다. 아마도 지금이 신혼인 것 같은데 엄청 싸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까 tv에서 본 광고가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 이야기인데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제대로 씻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광고이다. 이 책 [오늘하루 우째쓰유?!] 에도 육아로 인해 괴롭지만 결국 아기로 인해 행복해하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 [욱시무스] 씨는 현재 방송국에서 광고마케팅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일과 작가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분들이 요즘 많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좋은 것 같다. 뭐랄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 이야기?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특히 쌍둥이를 육아해 본 경험이 있는 부부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은 3편인데 이야기 내용이 이어지는 장편이 아니라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실려있는 단편집 같은 느낌이라서 흐름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을 말하자면, 투박한 그림체 속에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숨어 있는 느낌이다. 전업 작가가 아니셔서 그런지 그림체가 완벽하지는 않다. 조금 단순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더욱더 현장감과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삶을 토대로 그려낸 만화라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짧디짧은 에피소드들 속에 육아를 하는 부부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이 농축되어 담겨 있다.


예를 들어서 [끝판왕]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우째는 삶에서 주어지는 미션과 고난을 마주하게 되면서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정복해 나간다. 대학 입시를 정복하고 군 생활과 취업 대란을 물리치고 의기양양해 있던 주인공 우째 앞에 복병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바로 쌍둥이들!! [2년의 약속]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약정 기간이 끝날 쯤 되면 상태가 안 좋아지는 핸드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공감이 되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오래오래 쓰고 싶은데 말이다. [육아휴가]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아내 쓰유의 허락을 받은 우째가 육아휴가를 받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모습이 나온다. 우째는 이 책에서 항상 팬티 같은 짧은 바지와 내의 차림으로 출연하는데 여행도 그런 모습으로 가는 게 너무 웃겼다.


이외에도 육아의 끝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달리기] 와 날이 갈수록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 [시간이...] 라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주인공 우째와 쓰유의 mbtI 가 서로 완전히 반대라는 사실도 웃겼다. 지금도 신혼이겠지만 성격 차이로 인해 신혼 시절 얼마나 싸웠을까? 싶기도 했다. 내 주위에 쌍둥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쌍둥이 육아의 만만찮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웃픈 현실이라는 게 제대로 느껴지는 게 쌍둥이 육아이고 그래서인지 이 책 [오늘 하루 우째쓰유?!]도 참 재미있게 다가온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을 그린 만화 [부부일상공감툰 : 오늘 하루 우째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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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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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시달리는 자,

죽음마저 거부한 그의 의지

처음에는 스토리가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하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소설가 김민규. 그리고 밤낮 할 것 없이 악몽에도 시달리는 주인공 김민규. 읽으면 읽을수록 굉장히 초현실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한창 예민했을 때 겪었던 가위눌림 현상도 떠올랐다. 잘린 닭 머리에서 구렁이가 튀어나온다던가 흘러내리는 벽지를 뚫고 남의 집을 훔쳐보는 무당의 소름 끼치는 눈동자까지...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 소설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이 소설이 내뿜는 알 수 없는 기이한 매력 탓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는데, 뭐랄까? 그야말로 진짜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정서를 한 권의 책에 다 녹여낸 느낌이다. 이 책으로 무속 신앙과 무당의 역할을 다시 보게 되기도 했다. 나에게 무속 신앙이라는 게 뭔지 잘 알려준 책, [ 사악한 무녀 ] 속으로 들어가 보자.

로또에 당첨되어 든든한 자산이 생긴 후 평생 꿈이었던 소설가에 도전한 청년 김민규. 그는 [떼부잣집 탐정]이라는 추리 소설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았고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영화로 만들어져 김민규는 데뷔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책으로 왕칭 벌어들인 수입으로 [코어 힐]이라는 신축 아파트까지 장만하게 된 민규. 그러나 부실 공사로 인한 층간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되고 자신의 몸이 불에 타는 악몽까지 계속 꾸게 된 민규는 정신과까지 다니게 된다. 정신과 의사의 조언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민규. 그는 동신 아파트라는, 다소 낡아 보이지만 층간 소음은 전혀 없어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사를 한 이후에도 김민규의 삶에 불길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귀신이 눈에 보이고 위층에 살고 있는, 무속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등장하는 이상한 악몽을 꾼다. 게다가 자신에게 동신 아파트를 소개해 준 공인 중개사는 민규에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지 아닌지 좀 알아봐달라는 이상한 부탁까지 한다.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추리 소설 작가의 본능에 이끌려 공인 중개사 아내의 불륜 현장까지 찾아가게 되는 민규... 도대체 그가 가는 곳마다 불길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나는 가끔 너무 피곤한 채 잠들거나 하면 이상한 꿈을 한 번씩 꾼다. 꿈에서 항상 대학교가 나오는데 강의실을 찾지 못한다던가 교과서가 없다던가 하는 이유로 학기 내내 수업을 듣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오는 꿈이다. 그리고 분명히 대학교를 졸업한 후 또 다른 대학교에 입학하는 악몽을 꾼다. 마치 남자들이 군대에 다시 끌려간 꿈이랄까? ㅋㅋ 이 소설 속 주인공 김민규도 내내 악몽에 시달린다. 자신의 몸이 불에 타는 장면을 본다던가 현실에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귀신에 의해 가위에 눌리고 위층에 사는 무속인이 꿈에 등장해서 그에게 기이한 의식을 행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결국 위층 무속인을 찾아가 상담을 받게 되는 민규. 추리 소설가이기에 항상 논리적인 인과 관계를 추구하는 그이지만 연속적인 불길한 일에는 장사가 없다. 그러나 이 무속인 뭔가 이상한데? 그를 쫓아다니는 귀신을 물리친다는 핑계를 대지만 오히려 민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의식을 행하는 것 같다. 과연 민규는 그를 감싸고 있는 불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소설 [사악한 무녀]의 끝에는 기가 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앞부분이 좀 이상하고 기괴하게 느껴지더라도 꾹 참고 읽어봐야 놀랍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결말을 맞을 수 있다. 평소에 무속 신앙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지식이 많이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무속 신앙과 결부되어 있는 모든 일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도 뼛속 깊이 한국인이 맞기는 맞나 보다 싶다. 나도 추리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구조가 논리적이지 않거나 인과 관계가 좀 약한 글은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데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뭔가 딱딱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결말이 놀랍기도 했지만 좀 슬프고 먹먹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열린 결말? 혹은 속편을 예고하는 결말? 앞으로 이 시리즈가 더 나올 거라는 생각에 신이 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새로운 형식의 무속 스릴러? 혹은 띠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토속 오컬트 스릴러인가? 하여간 굉장히 신선한 형식의 귀신이 귀신 잡는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 같다. 완전 내 타입이라서 정말 재미있었던 소설 [사악한 무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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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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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태어나면 보호자는 그때까지의 생활로부터

갑자기 뚝 잘려 나와 낯선 세계에 던져지게 됩니다.

아기와 나만 존재하며, 내가 아기의 모든 것을 해결하 고 책임져야 하는 독방의 시간이 닥치죠 "

출산과 육아라는, 인간 존재의 고유한 영역에 인공 지능이 끼어들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라는 가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듯한 단편 소설의 일부분을 읽었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받은 샘플북 New Rabbit에 실려있는 단편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는 힘든 육아 과정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다름 아닌 A.I.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언니들과 친구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겪은 출산과 육아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평소에는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그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는 거의 짐승 (?) 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 우선 아이를 먹이느라 밥을 굶고, 밤에 잠에서 깨어 불안에 떠는 아이를 달래느라 1시간 도 채 못 자고,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다가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든 것을 끊고 (?) 나와야 했다.

그런데 모두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 그 와중에 가장 힘든 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입에서 곰 파내가 날 지경이었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었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어른과의 대화가 너무나도 간절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매일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상황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인공 지능이란, 어쩌면 가끔 들러서 잠시 있다가 가는 친구나 친척 의 존재보다도 훨씬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단편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의 주인공 미주는 어느 날 갑자기 거실에 모습을 드러낸 스웨덴 배우 알렉산드 스카스가드를 만나게 된다. 물론 그는 진짜가 아니라 그녀가 얼마 전에 구입한 젖병 소독기인 보틀스에 탑재된 인공 지능이었다. A.I. 알렉산더는 사용자가 업체에 제공한 여러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천사 이미지인데 미주는 도대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서 그가 탄생한 것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녀는 딸 세리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머무르는 동안 봤던 여러 영화들을 떠올린다. 그때 봤던 작품들 중에서 알렉산더가 등장하는 영화 : 레전드 오브 타잔 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충 추측한다. 하지만 그녀가 본 영화 중에 괴물 외계인이 등장하는 에일리언도 있었다 ㅋㅋ 어쨌든 푸른 눈동자와 긴 속눈썹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가진, 진짜 같은 A.I. 알렉산더는 미주를 위해 젖병 소독이 끝났다는 알림도 주지만 각종 지식을 섭렵하고 있어서 미주는 물론, 남편과도 소소한 잡담이 가능했다. 아이를 처음 키워봐서 정신없는 신혼부부의 삶에 단비 같이 찾아온 친구 인공 지능 알렉산더였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원인 불명인 오류가 제품에 발생하여 제품 전체를 리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미주와 남편은 고직 6일을 함께 보낸 인공 지능 친구 알렉산더를 그냥 이대로 보낼 수 없어서 허둥지둥하게 되는데.... 과연 이 신혼부부와 인공 지능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단편 소설의 일부라 아주 짧았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 인공 지능이 더 발전하게 되면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인간을 대하는 A.I.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 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 [Her] 도 생각나고 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정말 아이의 출산과 양육에 기계와 인공 지능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조금 두렵기도 했다.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신선한 재미도 있었던 단편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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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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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과 쾌락의 근원은 같은데 너는 어디로 가려는 거지? "

인간의 삶은 고통의 바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인류가 굉장히 고통에 취약한 신체나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스스로 고통을 일으키는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뉴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족을 학대한 가장이나 부모에게서 학대받은 아이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신체적인 고통이든 아니면 심리적 고통이든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는 과연 어떨까? 이 책 [고통에 관하여]는 인간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이 "고통 " 문제를 근원적으로 다루고 있다.

보통 장르 소설로 분류되는 책을 읽을 때, 대부분은 소설 속 내용과 내 삶을 분리시키는 게 가능했다. 소설 속에서 누가 어떤 범죄를 당하든 어떤 고통을 당하든 그건 내 문제가 아니고 가상 현실 속 " 그들 " 문제이니까. 그냥 재미가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조금 달랐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뇌와 고통이 그야말로 온몸으로 체감되었다. 물론 사이비 교단이나 제약회사의 음모 등등 현실적으로 나와 전혀 관련 없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고독 그리고 외로움 등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고 할까?

생각해 보니까 내가 더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설에 나왔던 등장인물과 조금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모의 학대로 인해서 배우자 현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인간다운 삶을 경험하지 못했던 주인공 경. 평생 치유되지 않는 질환으로 시달렸는데 그걸 공감하지 못하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로 인해서 진한 고독을 겪어야 했던 등장인물 욱. 특히 이들의 심리적 상태가 내게 절절하게 다가왔다. 나의 경우, 한때 몸이 많이 아파서 아무 일도 못해서 그냥 집에서 쉬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힘들었던 이유는 몸도 몸이지만 내가 겪는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었다. 내가 아파할 때마다 더 냉정해졌던 가족들을 보면서 진짜 진한 외로움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이 책 [고통에 관하여]가 단순 장르물이라 여겼기에 처음엔 그저 가벼운 재미만을 찾아보려 했었다. 스토리라인은 장르물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긴 했다. 교인들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어서 통제하려는 사이비 교단의 사람들.. 겉으로 보기엔 고통을 줄이려는 목적의 약을 개발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이후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약을 생산한 ( 것처럼 보이는 ) 제약회사... 마치 제약회사와 사이비 교단이 합심하여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려는 음모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다. 사건 위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고 할까? 그것보다는 고통을 직, 간접적으로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적 상태에 더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재미라기보다는 명상이나 성찰 그리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그런 깊이 있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의 스토리라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조금 힘들다. 한 소설 안에서 작가가 독자들과 많은 생각을 나눠보려 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전체 스토리라인보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이 갔다. 특히 인생이 주는 고통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려고 애썼고 끝내 탈출했던 주인공 경과 인생의 모순을 끌어안고 살면서도 여유가 있어 보이는 주인공 륜 형사의 삶에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이들 두 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뚜렷이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불교 교리와 언뜻 맞닿아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인간과 인간이 겪는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에 자비가 스며들어 있다고 할까? 인류에게 폭력을 자행하고 고통을 일으키는 모든 것들에 온몸으로 반대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종류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책이라서 정말 좋았다. 굉장히 색달랐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소설 [고통에 관하여]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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