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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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2편에서 본격적으로 핀처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독자들은 2편을 읽으면서 두 가지 사실에 집중하게 되는데, 하나는 인공지능이 가진 가능성과 나머지 하나는 우리 뇌 속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는 그것, 바로 [최후 비밀]이다. 2편을 읽는 동안 최근 들었던 질문이 하나 생각났다. 인공지능은 과연 인간처럼 독립적인 의식 체계를 갖출 수 있을까? 나는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뇌] 2편을 읽으면서 인간만이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의 교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뇌 속 깊은 곳에 있다는 [최후 비밀]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 세상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마약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최후 비밀]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의미와 의지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 보호장치 없이 열면 안 되는 무서운 상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인류의 역사를 이끌고 문명을 이룩하게 해준 것이 바로 탐욕스러운 뇌이지만 인류의 파괴와 멸망을 이끌 수도 있는 게 바로 뇌라는게 바로 작가의 생각이었을까? 어쨌든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스릴넘치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소설 [뇌]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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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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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아침마다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나는 어떤 일에 힘을 들여 애를 쓰는 것일까?

나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 것일까?

거의 20년 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소설 [뇌]를 읽게 되었다. 당시에도 정신없이 빠져들었었는데 다시 읽은 책의 재미가 남다르다! 생각했던 것보다 주인공 이지도르와 뤼크레스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과정이 훨씬 더 흥미진진해서일까? 보이지 않는 적들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일단 부딪혀보고 나중에 생각하는 이 커플의 수사 방법이 정말 스릴 있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약간은 얼렁뚱땅에 좌충우돌 제대로인 그들의 수사에 함께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펼쳐놓은 뇌에 대한 지식의 바다에 풍덩 빠져있게 되는 소설 [뇌]

저명한 신경 정신학 분야 박사인 사뮈엘 핀처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디프 블루 Ⅳ와의 체스 경기에서 승리하여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그러나 이후 약혼녀 나타샤 아네르센과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던 중 사망하게 되는 사뮈엘 핀처. 함께 있었던 나타샤가 자신 때문에 그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슬퍼하지만, 사망 당시 사뮈엘의 얼굴에 떠오른 황홀한 표정은 과연 무엇? 한편, 뛰어난 탐정 이지도르 카첸버그는 사랑으로 인해 사람이 죽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과거 자신과 여러 조사에 함께 했던 젊고 아름다운 과학부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에게 함께 살인 사건을 조사할 것을 제안한다.

소설 [뇌] 의 1편에서는 주로 탐정 이지도르와 기자 뤼크레스가 사뮈엘 핀처의 사망 사건을 추적하며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는 현재의 상황과 과거 핀처의 환자였던 장루이 마르탱이 교통사고로 인해 사지마비 환자가 되어버린 비극적 사건이 교차되면서 등장한다. 살인범을 쫓는 와중에 최면술사를 만나고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는 이지도르와 뤼크레스 커플. 이때까지는 그냥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핀처가 일했던 생마르그리트병원에서 수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핀처 살인 사건에 숨겨져있던 비밀이 조금씩 고개를 쳐들게 되고 그들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받게 된다.

1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지도르와 뤼크레스의 얼렁뚱땅 모험도 재미있었지만 장루이 마르탱이 뇌를 이용하여 지식을 깊고 넓게 탐구해가는 부분도 좋았던 것 같다. 사지가 마비된 중증 장애인에서 지식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탐구자라는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증명해 내는 장루이 마르탱. 이 책에서는 아직 핀처의 죽음을 이끈 결정적인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색과 성찰의 존재인 인간. 이 인간의 "뇌" 가 얼마나 탐욕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탐욕적인 "뇌"를 통해 인류가 발전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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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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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몰라.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지.

가장 컴컴했던 그 시절 빛 한 조각조차 사치였던

그 무렵의 평양을.”

예전에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고 관계에 진전이 있어서 드디어 남한과 북한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웬걸 요즘 상황을 보면 전쟁이라도 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남북의 미래... 과연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후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의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듯한 책 [강철로 된 무지개]를 읽었다. 전반적 평가를 내리자면, [강철로 된 무지개]는 굉장히 흡인력이 있어서 독자들을 대번에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우선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들은 다소 기괴한 죽음을 맞이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확 일어나는데 수사에 참여하는 두 형사들이 가진 어둠과 상처 그리고 비밀이라는 부분도 굉장히 끌리는 부분이었다. 줄거리와 캐릭터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은 장르 수작! [강철로 된 무지개]로 들어가 본다.

남북 연방수사국 평양 지부에서 경위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영훈. 얼마 전 조직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사 (라고 하고 정치적 알력 싸움이라 읽는 )에 휘말려 하마터면 조직에서 축출될 뻔했다. 가까스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벗긴 했으나 현재는 고립된 처지가 되어 상처 입은 고독한 늑대처럼 조직을 떠돌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에서 미스터리 한 여러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그 수사에 영훈이 투입된다. 그리고 얼마 전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온 세욱이 파트너로 수사에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영훈은 단번에 그가 윗선에서 그를 감시하라고 파견한 스파이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피해자들은 각각의 살인 사건에서 매우 독특하고 기괴한 상태로 사망했다. 감전사를 당한 듯한 사람도 있고, 얼굴이 짓이겨진 채 불에 타 죽은 인물도 있다.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리거나 차 안에서 약물로 사망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그들 모두 누군가에 의해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죽어갔다는 점이다. 마치 고문을 당한 것처럼.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은, 누구나 다 접속해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는 연방수사국 네트워크에서 이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서울 본청에서 그들의 신상 정보 파일을 직접 보내준다고 하는데.. 도대체 정보가 막힌 이유가 뭘까? 범인은 누구이고 피해자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소설은 연쇄 살인이 발생하고 있는 2078년 현재의 평양과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때인, 2048년이라는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데올로기는 물론 사회 시스템과 생활 방식도 남한과 완전히 다른 북한이지만 어떻게 돈과 권력 앞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다들 똑같은가?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은 정말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나의 이익 앞에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리는 인간들이 보여서 너무 답답했다. 어쨌든 소설은 두 시점을 오고 가며 아주 촘촘하고 정교하게 빌드 업을 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 빵 " 하고 터트린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건들과 상황이라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꿀잼!!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형사라는 자신의 본분을 지켜나가는 영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마치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등나무 가지 같은 정치적 암투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이 엄청 투지가 있어 보였다.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머리도 좋아야 되지만 영훈처럼 투지가 있고 끈기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이긴 하다. 나는 남북이 통일이 되거나 아니면 이 소설 속 연방제처럼 남북이 서로의 시스템을 존중하며 살아가게 될 미래를 가끔 상상하곤 하는데.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적인 남북의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강철로 된 무지개]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문제와 조직 속 돈과 권력을 향한 암투와 음모라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결국 결론은 남한과 북한이 스스로 정화작용을 하면서 멋진 미래를 조성할 수 있다를 말하고 있는 듯했다. 장르 소설답게 매우 흡인력 있고 스피디한 전개!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묵묵히 사건 해결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투지 있는 형사!! 비리와 탐욕이 시스템화되어버리는 순간 그 속에서 괴물이 되어버리는 인간들!! 여러모로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 [강철로 된 무지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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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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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라지면서 캠프에서 떠돌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 된다.

캠프를 둘러싼 비밀과 사라진 아이들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부잣집 아이들만 가는 나이팅게일 캠프에서 3명의 아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후로 15년간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고통을 받았지만 특히 그 아이들과 같은 오두막을 썼던 주인공 " 에마 "는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이후 화가로서 성공을 거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나이팅게일 캠프를 주최했던 프래니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다. 15년 만에 다시 캠프를 열기로 했고 에마가 지도교사로서 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실종이라는 큰 비극을 겪었던 프래니가 다시 캠프를 주최하는 이유는? 그리고 에마는 과연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소설 [마지막 거짓말]은 청소년들이 모인 한 여름 캠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에겐 거대한 수수께끼가 주어진 셈. 15년 전 비비언, 크리스털 그리고 앨리슨이 사리진 이유는 뭘까? 캠프 안팎으로 여자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자가 있었고 그들은 결국 그의 손에 처단된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 전설, 즉 캠프장 근처에 있는 미드나이트 호수와 연관된 각종 흉흉한 소문과 관련된 것일까? 독자들은 책을 읽는 순간 주인공 에마와 함께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살인범이 있다면 과연 누구일지, 아니면 오래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유령의 짓인지, 이야기는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사실 1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종된 아이들을 포기한 상황. 그러나 에마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다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었고 실종 아이들에 대한 큰 죄책감과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에마는 사라진 아이들의 환영을 보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 속에 아이들의 모습을 몰래 그려두기도 한다. 에마가 프래니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딱 하나! 15년 전 실종된 아이들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진실을 알아내는 것. 그러나 캠프에 머무르는 사이 여러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되는 에마. 샤워를 하는 동안 누군가가 그녀를 훔쳐보고 숙소 안에 까마귀를 풀어놓는 등 이상한 일이 연속으로 벌어진다. 그리고 제일 소름 끼치는 것은,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비언의 환영이 계속 그녀를 따라다닌다는 것. 나이팅게일 캠프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소설 [마지막 거짓말]은 아이들의 실종이라는, 마지 늪과 같은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숲과 호수라는,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세계. 그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아이들. 수상해 보이는 프래니 가족들과 지도 교사 그리고 캠프 관리인. 오두막에 감시 카메라를 달고 비밀스러운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 등 그들의 행보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비비언이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에마에게 자꾸만 훼방을 놓는 사람들이 바로 프래니 가족들?? 과연 실종의 진실이 무엇일까? 하며 소설을 읽어가던 그때, 책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한 반전을 터트린다. 다른 독자들은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결말이 펼쳐질 줄 도저히 생각지도 못했다. 엄청난 반전에 소름이 돋을 뿐.... 15년 전 캠프의 아이들은 "두 가지 진실, 한 가지 거짓말"이라는 게임을 즐겨 했고 결국엔 이런 식으로 마지막 거짓말이 등장했던 것... 마지막 몇 페이지를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니 내가 놓쳤던 여러 떡밥들이 보이긴 했다.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에마의 행보도 물론 흥미진진했지만 끝에 드러나는 거대한 반전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소설 [마지막 거짓말]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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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리플리 리플리 5부작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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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소망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우리는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부러워하지만 " 나 "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살아가기에 그럭저럭 결핍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머리가 좋고 대담하기까지 한다면 인간 사회에서 금지하는 짓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정상인 듯 정상 아닌, 광기로 가득 찬 남자 " Mr. 리플리 " 가 그러했다.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평소에 세금과 관련된 소소한 사기를 쳐가며 아슬아슬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거의 대부분이 넘어간다. 그러나 재능이 아무리 있다 한들, 톰은 매일 자신을 짓누르는 가난과 삶에 대한 불안 탓에 숨 막힌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년의 남자로부터 추적을 당하는 톰 리플리. 자신의 범죄를 알고 쫓아오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그는 디키 그린리프라는 청년의 아버지였고, 유럽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톰을 찾아왔던 것이었다.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건실한 청년이라는 이미지메이킹에 성공한 리플리. 자신의 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부유한 그린리프 씨에게서 든든한 자금 지원을 받아서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다. 유럽에서 디키를 만난 리플리는 자신의 매력으로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다고 생각했으나 유럽을 떠날 생각이 없는 디키 탓에 그가 꿈꾸고 계획했던 안락한 생활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막다른 골목에 놓이게 되면서 견딜 수 없는 초조함에 시달리게 된 리플리... 디키를 죽이고 자신이 디키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재능 많은 청년 리플리를 생각하면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1인 연극을 완벽하게 해내는 배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나"라는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리플리는 관계 맺기를 꺼려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야 하는 관객에 불과한 것. 실제로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리플리는 디키를 연기하다가 디키가 되는 꿈을 꾼 뒤 실제로 디키가 되어버린다.

또 하나의 이미지는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다니는 마술사.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극도로 꺼리는데 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 후 그들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리플리. 어떤 상황이 와도 그는 품 속에서 가면만 꺼내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원하는 가면을 그때그때 써가며 살아가는 리플리.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인물이 생각났다. 재벌 혼외자에 여자와 남자라는 성을 그때그때 갈아탈 수 있는 사람. 리플리와 그녀 혹은 그는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이다.

살인을 하고, 그 살인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리플리. 그리고 거짓말과 임기응변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처해가는 리플리. 그의 삶은 영원히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창조한 연극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 불안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자신의 매력발산으로 넘기고 나면 내일 또다른 태양이 뜰 거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리플리를 보며 내가 불안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매력적인 사이코패스 리플리의 완전 범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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