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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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시달리는 자,

죽음마저 거부한 그의 의지

처음에는 스토리가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하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소설가 김민규. 그리고 밤낮 할 것 없이 악몽에도 시달리는 주인공 김민규. 읽으면 읽을수록 굉장히 초현실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한창 예민했을 때 겪었던 가위눌림 현상도 떠올랐다. 잘린 닭 머리에서 구렁이가 튀어나온다던가 흘러내리는 벽지를 뚫고 남의 집을 훔쳐보는 무당의 소름 끼치는 눈동자까지...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 소설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이 소설이 내뿜는 알 수 없는 기이한 매력 탓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는데, 뭐랄까? 그야말로 진짜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정서를 한 권의 책에 다 녹여낸 느낌이다. 이 책으로 무속 신앙과 무당의 역할을 다시 보게 되기도 했다. 나에게 무속 신앙이라는 게 뭔지 잘 알려준 책, [ 사악한 무녀 ] 속으로 들어가 보자.

로또에 당첨되어 든든한 자산이 생긴 후 평생 꿈이었던 소설가에 도전한 청년 김민규. 그는 [떼부잣집 탐정]이라는 추리 소설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았고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영화로 만들어져 김민규는 데뷔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책으로 왕칭 벌어들인 수입으로 [코어 힐]이라는 신축 아파트까지 장만하게 된 민규. 그러나 부실 공사로 인한 층간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되고 자신의 몸이 불에 타는 악몽까지 계속 꾸게 된 민규는 정신과까지 다니게 된다. 정신과 의사의 조언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민규. 그는 동신 아파트라는, 다소 낡아 보이지만 층간 소음은 전혀 없어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사를 한 이후에도 김민규의 삶에 불길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귀신이 눈에 보이고 위층에 살고 있는, 무속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등장하는 이상한 악몽을 꾼다. 게다가 자신에게 동신 아파트를 소개해 준 공인 중개사는 민규에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지 아닌지 좀 알아봐달라는 이상한 부탁까지 한다.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추리 소설 작가의 본능에 이끌려 공인 중개사 아내의 불륜 현장까지 찾아가게 되는 민규... 도대체 그가 가는 곳마다 불길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나는 가끔 너무 피곤한 채 잠들거나 하면 이상한 꿈을 한 번씩 꾼다. 꿈에서 항상 대학교가 나오는데 강의실을 찾지 못한다던가 교과서가 없다던가 하는 이유로 학기 내내 수업을 듣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오는 꿈이다. 그리고 분명히 대학교를 졸업한 후 또 다른 대학교에 입학하는 악몽을 꾼다. 마치 남자들이 군대에 다시 끌려간 꿈이랄까? ㅋㅋ 이 소설 속 주인공 김민규도 내내 악몽에 시달린다. 자신의 몸이 불에 타는 장면을 본다던가 현실에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귀신에 의해 가위에 눌리고 위층에 사는 무속인이 꿈에 등장해서 그에게 기이한 의식을 행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결국 위층 무속인을 찾아가 상담을 받게 되는 민규. 추리 소설가이기에 항상 논리적인 인과 관계를 추구하는 그이지만 연속적인 불길한 일에는 장사가 없다. 그러나 이 무속인 뭔가 이상한데? 그를 쫓아다니는 귀신을 물리친다는 핑계를 대지만 오히려 민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의식을 행하는 것 같다. 과연 민규는 그를 감싸고 있는 불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소설 [사악한 무녀]의 끝에는 기가 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앞부분이 좀 이상하고 기괴하게 느껴지더라도 꾹 참고 읽어봐야 놀랍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결말을 맞을 수 있다. 평소에 무속 신앙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지식이 많이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무속 신앙과 결부되어 있는 모든 일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도 뼛속 깊이 한국인이 맞기는 맞나 보다 싶다. 나도 추리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구조가 논리적이지 않거나 인과 관계가 좀 약한 글은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데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뭔가 딱딱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결말이 놀랍기도 했지만 좀 슬프고 먹먹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열린 결말? 혹은 속편을 예고하는 결말? 앞으로 이 시리즈가 더 나올 거라는 생각에 신이 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새로운 형식의 무속 스릴러? 혹은 띠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토속 오컬트 스릴러인가? 하여간 굉장히 신선한 형식의 귀신이 귀신 잡는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 같다. 완전 내 타입이라서 정말 재미있었던 소설 [사악한 무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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