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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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를 뽑으라면 당연히 기리노 나쓰오를 뽑겠지만, 어쩐지 미로시리즈에는 정이 가지 않는다. 왜일까?
시리즈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탐정격의 주인공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기리노 나쓰오 소설의 주인공들을 좋아하게 된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사실 이렇게 얄밉고 짜증나는 캐릭터들만으로 이야기를 지어낼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기리노 나쓰오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미로 시리즈의 주인공 "무라노 미로"에게도 그랬다. 아니, 어쩌면 다른 소설속 여주인공들보다 더 감정적으로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차가운 건지 감정적인 건지 알수 없는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내게 미로의 이미지는 그런 이미지 였고, 여타 다른 기리노 나쓰오의 주인공들처럼 참으로 어이없이 바보같고 치졸한 행동을 하는 것은 미로 역시 똑같지만, 어떤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메인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정감가지 않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미로 시리즈는 읽으면서 별다른 재미를 느낀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된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는 조금 달랐다.
이전에 읽었던 미로 시리즈의 다른 소설들 <다크>나 <얼굴에 흩날리는 비>와는 약간 다르게 캐릭터의 매력도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고,(사실 이것도 무라노 미로에게 매력을 느꼈다기보다는, 미로의 옆집에 사는 우아한 게이 도모와 뭔가 모를 포스와 품격비슷한 것이 느껴지는 미로의 아버지 무라젠에게 느꼈다.) 무엇보다도 메인 스토리가 괜찮아서, 미로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아버지인 무라젠처럼 사립탐정이 되어버린 미로에게 와타나베라는 인권 활동가가 다가와 사람을 찾아달라고 한다.
찾는 사람은 잇시키 리나라는, AV 여배우. 단 한편의 포르노를 찍었을 뿐인 AV배우인데 그 단한편의 포르노가 문제였던 것이다. 다수의 남성에게 강간당하는 내용의 AV가 아무리 봐도 합의하에 찍은 것이 아닌, 실제 강간에 가깝다는 것. 인권 운동가인 와타나베는 그 영상에 충격을 받아 이런 행태를 하는 AV업계를 고발하고 인권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잇시키 리나를 찾는다.
미로는 잇시키 리나를 찾아다니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수 없다.
어렵사리 찾은 흔적은 그녀가 죽었다는 소문과 그녀가 등장한다는 괴이한 자살영상 뿐이었다.
사건은 점점 번져가고, 미로는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며, 사립탐정으로써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잇시키 리나를 찾아 나선다.
 
간혹,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탐정이 여자에게 빠져 헤롱대는 것을 본적이 있긴 하지만, 여자 탐정이 남자한테 빠져 넋놓는 것을 본적은 또 처음이었다. 이런 약간의 배신감(?) 비슷한 감정과 언뜻 언뜻 스치고 지나가는, 기리노 나쓰오 소설에서는 있을수 없다고 생각했던(!!!!) 유머까지 느낄수 있었던 책이라 참 의외였다. 그런데다가 옆집 게이청년 도로와의 관계는 심지어 달달하게 느껴질때도 있는 것이 아닌가!!!!대단한 발견이었다.;;
여러모로 기리노 나쓰오 소설이라기에는 살짝 가볍고 따뜻한 느낌도 있었던 소설이지만, 무라노 미로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재밌었다. 설명이 약간 부족한데다가, 급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나에게 있어 시리즈 도서는 "스토리<캐릭터 매력" 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불평하지 않고 볼수 있는 결말. 급하지 않게, 조금 더 치밀하게 결말까지 서서히 파고들었다면, 감정적으로 참 짠해졌을 뻔했는데, 아쉽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미로의 엄청나게 매력적인 아버지 무라노 젠조가 주인공이 <물의 꿈, 재의 잠>으로 넘어가 볼까나. 사실 이 책에서 제일 매력적인 사람은 잠깐 등장하는 무라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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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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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 엄마와 이제 갓 다섯살 된 남자아이가 살고 있다.
두모자는 이 방안에서 밥을 해먹고, 잠을 자고, 함께 논다. 아이는 종종 엄마에게 젖을 달라고 조른다.
방에는 천장에 창문이 있어서, 아이는 가끔 그 높다란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언제나 방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아이는 밖에 나가는 상상조차하지 못한다.
TV속의 세상은 모두 거짓말이고, 살아있는 사람은 엄마와 올드닉 뿐 모두 화면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토끼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이 아이에게는 허구의 존재이다..
 
엠마 도노휴의 <룸>은 19살때 올드 닉이라는 남자에게 납치당해 7년동안 감금, 성폭행 당한 결과 아이를 낳아 기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굉장히 끔찍한 일이면서도, 이 책이 서늘한 온도 뿐만이 아니라, 따뜻한 온도까지 갖는 것은 이 책의 화자가 어린아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부모의 곁에 있어야할 어린 나이에 감금당해 줄곧 세상과 단절된 채 폭행당해온 엄마에게 이 환경은 지옥일지도 모르겠지만,태어나 이 방에서만 존재한 아이에게는 이 환경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다섯살이 되고, 곧 여섯살이 될테고, 방은 점점 좁아질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엄마는 아이와 함께 탈출하기로 하고, 탈출 계획을 세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죽은 척 하며 아이 먼저 세상에 내보내 도움을 청하게 한 후, 그들은 겨우 세상을 나올수가 있었다.
 
그런데 왜 일까? 아이는 세상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다.
TV속에서 보 듯, 세상에는 강아지도 있고 차도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이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무서운 환경이었다. 엄마와 함께 한 방안의 세상보다 상상도 못할 만큼 커다란 세상과 창문틈으로 보던 하늘보다 어마무지하게 큰 하늘을 소년은 견딜수가 없다. 헷빛도, 처음보는 계단도 낯설기만 하다.
매주 일요일, 올드닉에게 선물을 부탁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돈을 가지고 있으면, 또는 그 아이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무엇이든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다.
모든 것이 이 아이 잭에게는 거대한 용기가 필요한 모험이 된다.
지옥에서 드디어 뛰쳐나온 엄마는 엄마대로 온 세상이 혼란스럽다.
병원 밖에서 그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매스컴. 성폭행 당해 낳은 아이를 재앙으로 생각하며 거들떠도 보지 않는 아버지. 몇년만에 본 가족은 저마다 새로운 가족을 꾸려 살고 있는 것 또한 힘겹다.
이상하게도, 아이가 세상에 적응되어 가고 있는 데, 엄마는 세상을 견딜수가 없어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

무섭게도 실화를 소재로 다룬 이 소설 <룸>은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따듯하고 아름답다.
다섯살 아이와 아직 젊은 엄마가 그들을 감금해 두었던 "방"에서 나와 세상으로 한발짝씩 나오는 이야기에 조금씩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그 방안의 세상이 안락한 곳이었을지, 탈출해 나온 방 밖의 세상이 안락한 곳이었을지 알수 없지만,
어느 곳에 있든, 자유란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소재에 비해 자극성은 훨씬 덜하고, 어린 아이다운 발상과 어린 아이다운 문체로 쓰여져있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는 참 무거워서, 책을 보고 난 후에 한참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 책을 보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그들의 "안녕"에 가슴이 먹먹해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가 세상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이 무섭다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더 돌아봐야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
세상에는 더욱 무서운 일들일 넘쳐나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사건은 더더욱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 책에서는 "올드닉"이라는 별명으로 불뤼우는 정체모를 남자로 묘사되어 있지만, 실제 사건에서 범인은 친아버지였다.)
사람은 극도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도망치려 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똑바로 바라봐야하는 것 아닐까.
세상의 끔찍한 일들도, 증오심에 불타오르게 하는 불의도, 모두 똑바로 바라보고 잊지 말아야하는 것 아닐까.
악행을 저지르는 것 만큼이나, 방관하거나 무시하는 것 또한 커다란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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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쇄살인 -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범죄 수사와 심리 분석
표창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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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판을 치고 있다.
대중매체속의 연쇄살인범은 언제나 섬뜩할 정도로 머리가 좋고, 사이코패스스럽게 타인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어찌보면 신비한 매력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것은 일종의 환타지 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살인범들은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일반 사람보다 지능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매체속의 연쇄살인범은 언제나 천재적이 이미지, 알수 없는 심연의 고독을 지닌 사람으로 미화되는 것일까. 마치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처럼 일반인은 결코 이해할수 없는 세계에 대한 공포심과 경외심 비슷한 감정이 작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러한 범죄자들이 우리 속에 섞여 살아가고 있는 보통사람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에게 환타지를 심어 상상하는 것이 더 편할런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괴물처럼, 외계인처럼 다루는 것이, 알수없는 시커멓고 새빨간 심연을 이해하는 것보다 간편하게 이해할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니까.


서점에 갔다가 조금 훑어보고 바로 사와버린 이 책 <한국의 연쇄살인>은 말그대로 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 버젓이 살아갔던, 그리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는 연쇄살인범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결코 재밌게 보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보다 말고 잘수가 없어서 잠도 자지 않고 보았다.
이 책의 일부분, 몇몇 연쇄살인범들은 내가 살면서 실제로 뉴스에서 보았던 살인범들(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이라던가, 온보현, 지존파, 수원 여성 연쇄납치 살인 사건, 유영철같은 살인범들.)이라 더더욱 무서웠고, 여타 다른 범죄학서와는 다르게, 내가 알고 있는 동네, 가본적이 있는 동네, 이름있는 유명한 동네들이 줄줄히 등장해 더더욱이 무서웠다. 참 이기적이게도, 범죄가 자기 코앞에 와있다고 생각되면, 공포심이 더 증폭되나보다.
물론 연쇄살인은 세계 어디에나 있고, 어느 시대나 다 있었겠지만, 이 책에서 처음 다루는 우리나라의 연쇄살인 (욱해서 저지르는 대량살인이 아닌, 목적을 가지고 대상을 골라 연쇄적으로 저지르는 살인)은 일제시대 변태 성욕 연쇄살인이다.
이 책은 그 이야기로 부터 시작해, 1970년도 부터의 연쇄살인범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그들의 범죄 이유, 범행 수법, 그러한 범죄로 인해 얻어진 결론이나 반성등을 담고 있다. 대부분은 범인이 잡혀 완결된 사건이지만, 그중 일부는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고, 사건의 개요만 있을 뿐이라 공포심은 더더욱 크다.
현재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연쇄살인은 경기 남부 연쇄살인(통칭 "화성 연쇄살인")이라던가, 가장 최근이며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고, 여러가지 사회 현상을 불러 일으킨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될텐데, 그러한 범죄 말고도 우리 삶에 이렇게 위험한 인물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잠 못 이룰 정도로 불쾌하고 두렵기짝이 없다.
이러한 종류의 끔찍한 연쇄살인범 책에 흔히 나오듯이, 이러한 범죄자들은 반사회적인 인격과 불우한 가정환경, 주변의 멸시, 사회적인 냉대등의 모든 것이 나비효과처럼 쌓이고 또 쌓여서, 인간이 인간으로써 인간을 볼수 없는 괴물들을 탄생시킨다.

그들 중 일부는 영화나 뉴스등에서 등장하는 타 범죄를 모방하여 흉내낸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잔혹성을 다루는 매체들이 비난 받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그것은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상당수의 연쇄살인범들은 이미 잔혹한 매체를 보기전에 싹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물론 잔혹성을 다루는 매체가 촉발제는 될수 있으나, 그런 사람들이 혹여 그런 매체를 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 폭팔하게 되어버린다고,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당구는 치다가 사소한 싸움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나 그것이 촉발제가 되어버릴 수 도 있고,
"정두영 사건"처럼 사랑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상식적으로 삐뚤어진 감정이 촉발제가 될수도 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더라도, 그렇게 자신의 폭력성을 폭팔시킬 계기를 언젠가는 맞딱뜨리게 되는 것이지, 그것이 잔혹한 매체를 접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결코 살인범을 미화시키는 것도 안되지만, 그 살인범들의 잘못만을 탓할 만한 사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없었으면 하는 사건이지만, 설사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사건을 통해 반드시 우리가 배워야하는 것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연쇄살인마들은 대부분 사회에 대한 심각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냉대받는 입장이며, 그렇기 때문에 또 범죄에 발들일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되어가는 것이다. 점점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감성이 사라져 가는 시대를 살아가다보니, 옛날보다 연쇄살인의 숫자도, 극악범죄의 숫자도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불우하다고, 학대받았다고 반드시 삐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극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히 잘 살아가고 평범한 행복을 얻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다.
그런데도 이러한 범죄자들에게는 꼭히 부모가 아니래도 자신을 지탱해줄 사람, 올바른 어른으로써 존경할수 있는 롤모델이나, 다정한 친구 하나,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바른 가치관이나 이상향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감정만 되풀이 하다가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보고 죄도 밉고 사람도 미웠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계속 만들어갈 이 사회가 안타까웠다.
 
세상을 밝게 보고싶은 사람들에게는 참 불편한 책이 될 것이다.
여타 다른 외국의 범죄학서와는 다르게,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더더욱 처참하고 무섭다.
그렇지만, 무섭다고 도망가는 것만이 올바른 일일까 싶다.
어쩔수 없이 존재할 수 밖에없는 시궁창같은 현실을 직시해 볼줄도 알아야, 다시 그런 괴물들을 만들 확률을 줄일수도 있으며, 언제 내게 닥쳐올지 모르는 무서운 범죄를 피할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권 국가들 중에 연쇄살인이 가장 많이 일어난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이라던데, 다른 아시아권 나라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생각해 볼만 하다.
끔찍하지만, 이것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가 주위를 돌아보고, 뒤를 돌아볼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나씩 줄여갈수 있지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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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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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최근 우타노 쇼고의 책들이 속속들이 발간되고 있는 가운데, 근작중 가장 장편인 <밀실 살인 게임>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내내 고민했던 한가지.
이걸 어디까지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이책의 다섯명의 주인공은 추리게임을 위해 인터넷 채팅방에 모여있다.
다쓰베이더 가면을 쓴 두광인, 얼굴이 흐릿해서 이목구비를 알아볼수 없는 044APD, 제이슨 가면을 쓰고 작은 장난감 도끼를 든 aXe, 카메라에 사람은 없고 거북이만 비추는 잔갸 군, 펑크머리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반도젠 교수.
여자인지 남자인지, 젊은이인지 노인인지 중학생인지 알수 없는 이 다섯명의 주인공들은 채팅방에 모여서 "써보고싶은 트릭"을 이용한 살인 게임을 하고 있다.
누군가 한명이 사람을 죽이고 기묘한 트릭을 써서 살인자인 자신의 정체를 은폐한다.
살인자의 정체를 아는 것은 이 다섯명 뿐.
따라서 이들의 게임은 살인자를 맞추는 것에 있지 않고, 이 살인에 어떠한 트릭이 쓰였나 하는 점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이걸 어디까지 게임으로 받아들여야하고, 어디까지 도덕적으로 봐야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쉴세 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추리소설에서 도덕성을 찾는 것이 이상하다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추리소설을 그야말로 소설로써 즐길수 있는 것은 소설 중 어디에선가 정의나 진실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거나, 또는 주인공의 기이한 살인을 이해할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는 그 어느 것도 없다.
정의도 없고, 진실도 없으며, 감정없는 살인이기 때문에 왜 살인을 하는지 이해할수도 없다.이들은 그냥 나와는 다른 인종처럼 보일 뿐이었다. 오로지 이게 이 소설의 존재이유라면 상당히 무서운 생각 아닐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딱 우타노 쇼고의 소설처럼 적당히 박진감도 재기도 넘치고, 술술 잘 읽히는데다가 트릭들도 흥미롭다.
간간히 나오는 농담들이나 말싸움도 즐겁다. 그리고 마지막에 돌연히 등장한 트릭 또한 소설에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지게 한다.
다만, 도덕적으로 거북한 면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재밌다고 느낄수 만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현실적으로 도덕성을 가지고 봐야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추리게임 해볼래?라는 느낌으로 살짝 가볍게 받아들여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그 어느 쪽이라고 하더라도, 감정없는 살인들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인터넷이라는 밀실에 갖혀서, 밀실 살인을 이야기하는 자신들에게 특권의식을 부여하고,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그저 실행해보고 싶은 트릭을 실행하기 위해 아무 감정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이 사람들에게 나는 어떠한 감정을 가져야하는건지....
심지어 읽다보면 주인공들이 내가 인터넷에서 만난 누군가처럼 친근하게 느껴저서 더더욱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지.
그럼에도 나는 2권을 또 집어들고 말았지만, 여러모로 알수 없는 소설이다.
3권까지 있다는데, 딱히 암흑계 작가는 아닌 우타노 쇼고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계속 읽어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 도덕성이든, 작품성이든 얘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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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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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맞고 사는 두여자가 교환살인을 얘기한다. 각자의 남편들을 번갈아가며 죽이는 것으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자고-그렇게 약속했는데, 우연히 그 기회를 얻게된 지에코는 친구의 남편을 죽이게 되고, 바로 붙잡히게 된다.
그리고 또 우연한 기회로 지에코는 구류생활에서 벗어나 도망치게 된다.
공소시효는 15년. 15년을 도망치며 살아가기로 한 지에코는 경찰에게서, 그리고 자신을 죽이러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남편 요지로부터 그리고 도모다케 지에코를 아는 세상으로 부터, 지에코는 도망치게 된다.

오리하라 이치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도망자>는 어떠한 꼼수도 부리지 않는 단도직입적인 도입부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시종일관 누군가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살인자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그 상황을 가장 거짓없이 정확하게 전달한다.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은 언제나 비밀을 안고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은 유독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후반부의 트릭들은 존재하지만 말이다.)

물론 살인은 나쁜것이지만,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지에코의 도주행각에 공감하며 읽을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발견한 오리하라 이치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 그 어떤 주인공들에게도 공감할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여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들고 악인을 증오하게 만들고, 그녀의 도주를 응원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리하라 이치 소설의 주인공 치고는 상당히 매력적인 여자주인공이 만들어졌다.
나약한 여자의 몸, 한때 화류계와 보험계에 몸담고 있어 언변에 능하고, 어디가나 볼수 있는 평범한 얼굴은 화장이나 스타일에 따라서 어떻게든 변신할 수 있다.
도주생활이 힘들어 울고 병이 나기도 하지만, 자신을 놓거나, 자신이 해야할 것을 잊지 않는 강인한 여자가 도모다케 지에코.
운명에 자신을 맡기면서도 결코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때로 울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그녀는 묘하게 강해서 강렬했다.
겉으로는 사람 좋은 남자이지만 집에 들어오면 한없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남편 요지에게 증오를 품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여자주인공이 매력적인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오리하라 이치에게서 새로운 면모를 볼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동선을 직접적으로 화면으로 만들어 보여주지 않는데도, 이 책은 분명히 손에 땀을 쥐도록 만든다.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얼핏 사라지는 추격자와 짐을 싸들고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여자.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도모다케 지에코의 느낌들과 추격생활의 고단함과 두고온 가족들과 스치듯 만나는 장면들 같은 것들은 가히 아련하기도 해서, 때로는 먹먹했었다.  

후반부가 조금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서 아쉽긴 하지만, 대신 주인공 지에코에게 매력을 느낄수 있었고, 그녀의 도주에 정신없이 빨려들어갈만큼 흡인력있어서 아쉬운 후반부는 그야말로 아쉬운 정도랄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트릭이 없이 지에코의 도주 자체만 그렸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것 같은 느김이 든다.
<-자>시리즈만 놓고 본다면, <원죄자>가 제일 완성도 있다 볼수 있겠지만, 어쩐지 내게는 <도망자>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력적이다. 이런 이 책의 느낌 자체가 이 책의 히로인 지에코와 닮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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