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쫄리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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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석 신부를 알게 된 건 방송을 통해서였다. ‘KBS 스페셜’에서 부활절 특집으로 신부님의 짧았던 생애를 조명해주었다. 한마디로 신부님은 수단의 슈바이처였다. 20세기 초, 가봉의 람바레네에 슈바이처 박사가 있었다면, 21세기 초, 수단의 톤즈에는 이태석 신부가 있었다.

  지구상, 가장 키 큰 종족 딩카족이 사는 마을 톤즈에 이태석 신부가 나타났다. 스쳐 지나는 만남이 아니라 그곳의 정착민이 되기 위해. 의과대학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제대한 신부님은 물질적 풍요와 보장된 미래를 미련없이 버렸다. 그리고 사제가 되었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였다. 아랍계 북수단과 원주민 남수단은 내전 중이고, 1980년대 이래 이백 만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톤즈는 그 중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다. 그런 마을에 웃음꽃을 피운 당사자가 이태석 신부였다.

  한센병을 앓는 그들은 손발가락이 뭉툭했고, 더러 눈마저 먼 이도 있었다. 변변한 신발 하나 없고, 마땅한 옷가지조차 걸치지 못할 정도인 톤즈 사람들이었다. 보기 흉한 발모양을 손수 본떠 가죽 슬리퍼를 주문해 신기고, 지구촌 독지가들에게 도움을 청해 옷을 구해 입힌 것은 신부님이었다. 골절 입은 환자를 치료해주고, 눈먼 할아버지의 말 상대가 되어주는 것도 의사인 신부님이었다. 아이들과 힘을 합해 톤즈 강의 모래를 날라 마을 학교를 세웠다. 오염된 물 때문에 생긴 콜레라를 막고자 우물 또한 여러 곳에 팠다. 겨우 하루 한 끼로 연명하는 식량난을 극복하고자 사람들을 다독여 농경지를 일구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음악을 통한 교화였다. 웃음이 사라진 아이들에게 정감을 일깨우기 위해 35인조 브라스 밴드까지 결성했다. 학생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신부님은 손수 아이들에게 악기 연주법을 가르쳤다. 리코더와 기타를 배우는 학동들의 눈망울은 순수하고 진지했다. 유니폼을 멋들어지게 갖춰 입은 밴드 대열이 마을 중심가를 지날 때,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꽃이 펴도 절망의 열매를 기약했고, 빛살 내리쬐어도 우기만을 예견했던 그들로선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 직접 보고 듣지 않아도 신부님의 기도는 이 한마디로 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기도가 너무 빨리 하늘에 닿았을까. 신부님은 끝내 톤즈 마을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휴가차 한국에서 받은 건강 검진 결과는 말기 대장암이었다. 마흔 여덟이란 젊은 나이였다. 투병 끝에 신부님은 지난겨울 하늘로 떠나셨다. 웃음 가득한 얼굴로 봉사 활동 무대에 오른 신부님의 마지막 노래는 ‘꿈의 대화’였다. 

  방송사 취재진은 신부님 사진 몇 장과 투병 당시의 화면을 들고 톤즈로 날아갔다. 여전히 수단은 내전 중이고, 부족민들은 희생되고 있었다. 이태석 신부의 죽음을 전해들은 그들은 하나 같이 눈물을 흘렸다. 신부님 없는 톤즈는 희망 잃은 브라스 밴드 같았다. 한없이 낮아지고, 끝 간 데 없이 나누기만 했던 신부님 사진을 그들은 고이 받들었다. 누추한 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신부님 활짝 웃는 사진을 걸었다. 눈멀어 앞 보이지 않는 노인이 사진을 어루만지며 기도했다. 하염없는 눈물이 그 얼굴을 뒤덮었다.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일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라고 슈바이처 박사는 고백했다. 이태석 신부 역시 그런 행복한 길을 걸었다. 너도 나도 행복해지기를 꿈꾼다. 하지만 세속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범부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일 하기는 힘들다. 당장에 슈바이처박사처럼, 이태석 신부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 울컥한 감응이 제 영혼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신부님을 조명하는 의미가 되리라.

  이태석 신부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생활성서사, 2009) - 신부님이 쓴 아프리카 이야기이다. 너무 늦게 발견한 이 책, 서점마다 묻혀만 있다. 베스트셀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 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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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2010-06-0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아마도 생전에 그렇게 사랑하셨던 톤즈 마을에서

바람이 되어 사람들의 땀을 식혀 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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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끼리도 질투하고 삐칠까? 아주 그런 맘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편견 많은 나는 남자들은 사소한 일상에서는 그런 감정이 없는 줄 알았다. 혹여 있더라도 그런 부분은 애써 무시하고 사는 부류들인 줄 알았다. 대의명분을 중요시 하는 남자들은 사소한 것에서는 의연할 것이다, 라는 왜곡된 남성관을 알게 모르게 지니게 되었음이 틀림없다.  

  오늘 그것에 관한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남자들만 참석하는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포복절도할만한 솔직담을 경험했던 것이다. 본격적인 독서 토론을 하기 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회원들끼리 자유발언 시간을 갖곤 한다. 회원 중 한 명이 다른 회원 누군가를 성토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농담이었다. 성토 대상은 평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어느 누구보다 회원들을 챙기는 전형적인 모범생인 ‘장학생’씨였다. 천성적인 밝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회원이라 누구나 좋아하고 따르는 편이었다.

  한데 성토자로 나선 회원에 의하면 그 모범회원은 ‘사람들 앞에서는 잘해주는 척하는데 둘이 있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후배들이 공부방에 들어왔는데 온통 그 후배들에게만 신경을 쓴다나. 그들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필기구를 빌려준다, 특별자료를 챙겨준다 하면서 오버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간 자신이 받아왔던 관심을 후배들에게 빼앗겨 여간 서운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성토자의 불만을 듣던 우리는 배꼽이 빠지라고 웃어젖혔다. 그러면서도 그 울분의 블랙유머를 지켜보는 것이 단순한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남자들 내면도 여자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아니 인간이란 동물은 근본적으로 남녀 구분 없이 비슷한 정서를 지녔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남자도 감성적이고, 섬세하고, 다치기 쉽다. 다만 우리는 애써 그런 면을 무시해왔던 것은 아닐까. 그런 남자, 아니 인간의 내밀한 속성에 관한 에세이가 여기 있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달, 2009)는 그걸 잘 말해주고 있다. 단순 신변잡기 에세이로도 볼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노래하듯 한소절한소절씩 음미하다보면 한 남자의 내면 깊숙이 꽂힌 칼날 같은 단상들이 여린 개나리처럼 피어오른다. 샛노란 표지와 엷은 노랑 속지마저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해준다. 내용과 형식이 이처럼 조화로운 책을 만나는 건 독자로서 행운이다. 새 책이라도 험하게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는데, 이 책을 만지는 손길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군더더기 없이 까슬까슬한 표지의 작은 의자 셋마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책 내용이 유리처럼 투명하고 감성적이고 깨지기 쉬운 것처럼 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봐도 낙서 없고, 접힌 곳 하나 없고, 평소 하던 대로 첫 속지 위에 휘갈겨 쓴 감상문 따위도 없다. 일상을 건너는 남성 작가의 예민한 성찰 앞에서 독자로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었을까?

  다만 내 취향대로라면 제목이 껄끄럽다. 보통의 존재라니? ‘언니네 이발관’같은 포스트모던한 밴드이름을 차용한 작가가 만든 제목치고는 평범하다. 언더그라운드에 관심 많은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저자의 밴드 언니네 이발관은 일본 비디오 제목에서 빌린 것이란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의 저자치고는 책 제목이 싱겁다. 차라리 마지막 부분의 소제목인 '손 좀 들어봐' 같은 것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언니네 이발관, 이란 후광 없이 에세이스트 이석원으로 자리매김하고픈 결벽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제 안의 혼란을 반죽으로 눙쳐 독자라는 수제비 냄비 속으로 뜯어 넣는 품새가 아프고 아리다. 일상은 무탈하지 않으므로, 독자인 나 역시 수제비 포가 되어 봄날 둥둥 뜨겁게 떠다닌다. 사랑에 대한 다음과 같은 단상도 나로서는 절대 공감이다. 어느 새 이석원의 예민한 펜끝 친구가 되려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며칠 전에 온 메일에서 누가 그래. 만약에 다시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음악이 달콤하게 변하지만 않기를 바란다고. 아니, 사랑이 달콤하디? 달콤한 사랑해본 사람 어디 손 좀 들어봐. 얼굴 좀 보게. > 347쪽 '손 좀 들어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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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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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값은 너무 비싸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를 두고 한 말이다. 혹시라도 절판될까 싶어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넣고 보니 무려 이만 이천 원. 인터넷 책방에서 산 덕에 좀 에누리했지만 그래도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재벌 신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언론사들조차 광고 싣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책이라면? 조만 간에 쥐도 새도 몰래 책이 회수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리라. 해서 절판되기 전에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샀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다는 것 말고, 책이 이토록 비싸야 할 이유는 없었다. 편집이 세련되었거나 표지가 고급스럽거나 제본이 견고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만한 가치를 지불해야 할, 독자로서의 의무 같은 것을 지게 만드는 책이다.

  씁쓸한 것은 정작 책을 내는 출판사 쪽에서도 한껏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거다. 책 앞표지에도 옆 라인에도 출판사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검은 러닝셔츠 모양의 로고를 지닌 사회평론, 이라는 출판사 명은 겨우 뒤표지 오른쪽 귀퉁이에 처박혀 있다.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출판사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 영 마뜩찮다. 재벌 앞에 좀 더 당당했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독자로서의 욕심일 게다. 출판사와 독자 양 쪽에서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싶다. 돈 가진 자에 의한 책의 회수도, 권력 가진 자에 의한 절판 사태도 아직까지는 없으니. 

  어떤 사회나 조직이든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다. 왜곡이든 조작이든 기업의 긍정적 면모에만 익숙하던 우리가, 한 대기업 일가의 뒷면을 훔쳐본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책 모든 내용이 진실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의 큰 흐름은 기업 최고 권력자의 부패에 관한 보고서이다. 기업 때문에 경영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권력자를 위해 조직이 움직인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저자의 그런 논리의 일례로, 이 책에는 반도체 기술자 위에 비자금 기술자가 있다. 최고급 기술자도 그들에겐 소모품일 뿐이다. 오로지 최고 권력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업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고급 임원도 하급 직원도 한 개별자 집안의 영달을 위해 필요한 부품일 뿐이라는 현실. 서글프지만 사실이렷다. 어디 특별히 삼성만 그럴 것인가.  왜 우리는 양심적인 글로벌 기업을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깊어진다.

  그들만의 폐쇄적인 범주를 구성하는 것은 혈육도, 정도, 공통 관심사도 아닌, 오로지 돈이라는 사실. 그 돈이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비자금 조성, 정관 법조계 로비, 직계 경영권 불법 승계가 그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경영권 불법 승계가 최후의 목표처럼 보인다. 그 목적을 위해 최고의 인재들이 ‘실’이란 썩은 내 나는 공간에 모여 돈다발이나 배달하고 있다는 사실. 회사 경영에 이바지한 사람들이 최고가 아니라, 그 일가에 충성을 맹세한 몇몇 가신들이 최고 대접을 받는다는 게 충격적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삼성 비리를 고발한 책이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삼성의 기업 이념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삼성이 우리 경제를 이만큼 이끌어 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이건희의 힘이라기보다 삼성을 구성하고 있는 그야말로 인재들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비상식적인 개별자로서의 오너와 그들에게 초대된 힘깨나 쓰는 자들을 고발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함께 하는 부패의 잔칫상을 마주하다보면 절로 소시민의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이다.  

  때론 지는 싸움도 할 필요가 있다. 잘 나가는 신문사들이 광고를 거절해도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여전하다. 광고는 막았어도 누리꾼 입소문까지 막지는 못했다. 모두가 읽을 필요는 없지만, 대기업 오너에 대한 지나친 면죄부로 그들이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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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1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0-04-25 13:40   좋아요 0 | URL
이 책으로 독서 토론 했는데, 반반으로 갈라지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네요. 내심 모두가 이 책에 공감하리라 생각했는데, 삼성(이건희)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쪽도 많다는 사실이 제겐 새로움으로 다가오더군요. 잘 계시지요?

로고 2010-05-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 근데 사회평론 출판사는 원래 출판사 이름을 뒷표지에만 넣습니다. 모든 책이 다 그렇습니다.

다크아이즈 2010-05-12 07: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사회평론 책을 처음 접해서..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혼자 쫄아서 헛짚었네요.^^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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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곤 실레의 인물들이 표지모델로 은근 인기가 있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던가 거기에서도 본 것 같고, 민음사의 또 다른 책 도둑일기(장 주네), 도 에곤 실레표 표지이다. 문득, 궁금하다. 표지모델로 쓰인 그의 그림 저작권은 누가 갖나? 공짜로 마구 써도 되나?  인간실격만큼 에곤 실레가 어울리는 표지도 없다.  

  사흘 간 집 비우고 물 건너 갔다 왔다. 한밤중에 들어왔는데, 집안이 훤하다. 마눌님, 어마마마 없는 사이에 둘 부자 살뜰히도 집안을 치워놨다.  딸내미도 지가 알아서 기숙사에 가져갈 딸기 사가지고 떠났단다. 브라보! 암만, 그래야지. 과자와 초콜릿과 필기도구를 부려 놓는데, 순정한 아들놈, 해맑은 눈빛을 마구 쏘아보내준다. 눈물난다. 이런 식구들에게 내가 해준 건 거의 없다. 

  일만 안 벌여도 다행이다. 오늘도 한 건했다. 아들녀석 학교에서 사흘 연수 떠난 사이, 학원 데려다 줘야 하는 파트너 집에 전화하는 걸 잊어버렸다. 오늘은 우리집 당번이다. 당연히 깜박했다. 오후에 그집 엄마랑 통화까지 했는데도, 픽업 당번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우라질 정신머리라니!  이 추운 밤에 십 분 이상 아이를 떨게 한 내 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부족하다.   

  내 건망증을 알기에 울집 아저씨가 잘 챙기는데, 오늘따라 늦게까지 업무에 찌드느라 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단다. 잘 나신 울 아저씨 잔소리에 무조건 내 잘못을 반성했다. 문제는 반성에서 그친다는 거다. 내일이면 또 다른 한 건이 기다리게 될 것이다. 건망증엔 약도 없다. 이 병적인 건망증은 단호하게 말하는데, 무성의에서 오는 습관이다. 식구들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는 더러븐(!) 이기주의. 지 생각 속에만 갇혀 있는 동안 사소한 주변을 챙기는 걸 깜박하는 것이다. 사소한 게 얼마나 중요한데. 제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떠나고, 기억해야 할만한 것들은 꼭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자이 오사무까지 갈 것도 없이 나야말로 인간실격이고나. 

  피곤한 몸으로 일어나, 아침부터 잡무에 시달리느라 오후 다섯시에야 책을 집어 들었다. 내일 당장 토론 수업해야 하는데, 번갯불 위 콩이 따로 없다. 책은 쉽게 읽혔다. 너무 늦게 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맘에 쏙든다.  밑줄그을 통찰이 많은 예민한 작가의 고뇌가 눈에 잡힌다. 누구나 다자이 오사무처럼 쓰면 큰일 나겠지만, 다자이 오사무라면 '인간실격'이어야만 한다. 희망을 말하는 게 작가적 소명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작가의 섬뜩한 통찰이야말로 소설가의 기능이 아니겠나. 작가는 관찰하고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부류이지, 섣부른 희망 따위로 독자의 입맛을 사탕발림화 하는 것이 다가 아니란 말이다.    

  나름 정리한 수업 자료를 덧붙여본다. 죽을만큼(은 아닌가?) 피곤하다. 

 

* 토론 도서 -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 토론 목표 - 순수함을 갈망하던 젊은이가 자신을 둘러싼(포함한)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직시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고 달랜다.      

* 형식 - 액자소설. 어린시절, 청소년시절, 성년시절, 스텐드바 마담으로부터 수기를 입수한 내가 요조 이야기를 공개하는 형식. 자서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이야기는 이런 형식으로 민망한 자의식을 포장할 수 있음. 결국 금세 들통 나더라도.

*등장인물   

 

나(요조) - 폐쇄적, 냉소적, 자기모멸, 인간 실존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 인간에 대한 공포.

다케이치 - 주인공의 인간 냉소에 대한 반항과 허위의식을 최초로 갈파한 친구   

 

호리키 - 도회적 인간의 표상. 대학친구.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 세상은 개인인 아닐까  -92, 93쪽

서로 경멸하면서 교제하고 서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가는 그런 것이 이 세상의 소위 ‘교우’라는 것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음은 틀림없습니다. (주인공의 독백)  


쓰네코 - 가마쿠라 바다 사건, 술집 여자.

넙치 - 아버지 지인, 보증인, 가마쿠라 사건 이후 칩거 때 보살핀 이

시즈코(딸 시게코)-여기자, 더부살이, 모녀의 행복을 위해 떠남.  

스텐드바 마담 - 조악하고 음란한 만화가 시절의 정부 노릇. 나중에 이 소설 원고 보관인

요시코 - 담배가게 아가씨. 단번에 결정한 결혼. 만화 편집인과 자는 요시코 보고 인간에 대한 절망 다시 되새김. 요조는 수면제 복용. 기쁨도 주지만 세상은 단번 승부 따위로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되는 손쉬운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됨.

약국 여자 - 몰핀에 빠지게 됨. 요양소 감. 결국 요조는 인간 실격.  


<밑줄긋기>

*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27쪽  


*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 41쪽  

 

*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 93쪽  


* 인간 관계의 본성 -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97쪽  


*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 134쪽  


*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 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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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미 2010-04-02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팜므님은 뭐라도 하시면서 이기적이신듯. 식구들이 요즘 저에게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안해줘도 좋으니 그저 웃음진 얼굴로 행복하게 곁에 있어 주는 거래요. 팜므님의 글 읽으니 팜므님 식구들이랑 우리 식구들 함께 놀러가면 참 좋을 것 같단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팜므님 딸있어 좀 부러워요. 전 아들만 둘.

다크아이즈 2010-04-27 00:47   좋아요 1 | URL
꼼미님 잘 계시나요? 미시건에도 봄이 왔나요? 전 복사꽃 보러 가야 하는데... 그곳에 혹 자카란타 꽃이 피나요? 보랏빛 그 꽃이 왠지 미시건에는 필 것 같은...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엘리자베스 키스 외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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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키스를 다시 꺼내 봤다. (읽은 게 아니라 그냥 봤다~) 

기어이 옛날에 쓴 리뷰를 다시 정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쉽게 쓰는 것도 이토록 어려운데, 깊게 쓰는 사람들의 고통은 어떠할까?

 

죽어도 못 빌려 줘




  '책의 소유'에 관한 그간의 내 주장을 철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법정스님도 아니면서 나는 책 이야기가 나오면 ‘책을 소유하려고 하지 마세요. 책의 효용은 읽는 것이지 가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라고 떠들어대는 편이었다.

  무릇 책이란 우애 있게 돌려 읽고, 과감하게 놓아줘야할 때는 놓아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으니 바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책과함께, 2006)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커피얼룩 한 점 묻히지 않았고, 그 좋아하는 밑줄조차 긋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화장실 가는 남편이 이 책을 집어들 때 필사적으로 뺏기까지 했다. - 그건 화장실에서 읽을 책이 아니야! 내 절규에 눈이 휘둥그레진 (그간 이런 일은 없었다.) 남편은 얼른 책을 침대 위로 던져버린다. 혹, 화장실까지 동행한 책에 물기라도 묻으면, 그리하여 군데군데 습기를 품어 책이 부풀기라도 한다면? 이 책이 그런 허술한 대접을 받아서는 안 돼지.

  맨 뒷장 책 정보를 보니 1판 2쇄에 머물러 있다. 출간된 지 몇 년 되었는데도 매출력이 신통치 않다. 이유? 내용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책값이 비싸기 때문이리라. 이만원이란 거금을 내지른다는 것, 책벌레들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구성을 보면 절대 그 이하로 책값이 내려갈 수도 없다.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렸고, 엘스펫 키스(로버트슨 스콧)가 글을 썼다. 둘은 자매이다.  1920 ~ 1940년대에 일본에 거주하던 엘스펫 키스의 소개로 우리나라를 여행하게 된 언니 엘리자베스가 그 시절의 우리나라 산천 풍광과 인물을 섬세하게 복원시켜 놓았다. 이방인의 붓 끝에 녹아난 그림도 개성적이지만 엘스펫의 글 또한 군더더기 없이 매혹적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과 편견 없는 시선이 직조한 그녀의 글들은 내면과 상충한 흔적 없이 담백하기만 하다. 다사로운 눈길 때문에 통찰은 묻혔을 거란 예견도 버리시라. 예리한 감성과 따스한 연민이 동시에 독자들을 그러안는다. 원래 책을 더럽게 보는 나는 마구 밑줄을 그어대고 그 밑줄을 리뷰에다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만은 유리그릇 다루듯 읽다 보니 그런 수고를 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을 만나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옮긴이 송영달 선생의 노고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자료를 수집한 그분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미국에서 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그의 학문적 바탕이 미술 또는 글과 그리 가깝지 않은 분이라 더 존경스럽다. 좋아하면 미치게 되고 미치면 이루게 되나보다.   
 

 

   협상은 한참이나 끌었는데 그게 동양식 대화법이었다. 그들과 얘기하려면 용건을 빙 둘러서 해야 하므로 요점까지 도달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스케치하기 시작하니 그들은 곧 중국 고전 얘기를 나누면서 금방 내 존재를 잊어버렸다. 내가 훗날 한국을 다시 찾아왔을 때, 그때도 이런 멋진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50쪽)  


  한국 여자들은 뼈대가 작으며 얼굴 표정은 부드럽다. 인내와 복종이 제 2의 천서이 된 듯하다. 하지만 온순하기만 한 한국 여자들에게도 의외로 완고한 구석이 잇다. 가령 이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강요한다든지 오랫동안 쌓아온 그들의 생각이나 생활 신조를 바꾸려든다면, 차라리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들 허물어 옮기는 것이 더 쉬울지 모른다. 그러므로 한국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선의 방법은 오직 한국 풍습을 존경하며 끈기와 친절로 대하는 것 뿐이다. (74쪽)

  한번은 동대문 병원에 사타구니에 심한 염즈이 생긴 여자가 찾아왔다. 같이 따라온 친구의 말에 의하면, 지난 번 해산할 때 그 부분이 심하게 찢어졌는데, 동네 한의사가 집안 사람들에게 그 부분을 불로 지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 아물지 않아 더 불로 지졌더니 상처가 몹시 악화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무닫응 불렀는데, 무당은 호랑이 이빨과 발톱을 넣어 끓인 물을 환자에게 먹이고, 악귀야 나가거라라고 소리치며 요란스러운 굿을 했지만 별로 신통한 효과는 얻지 못했다.   병원에서 몇 주일을 정성껏 치료한 결과, 그 여자와 갓난아기는 둘 다 건강한 몸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76쪽)

 어느 날 이 노인 영감이 자기 집 앞의 벽에 엄숙한 표정으로 기대앉아 잇는 것을 보고서 스케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의상, 모델을 서주면 돈 1원을 지불하겠다고 말을 건넸다. 모델을 선다고 하지만 그 영감은 평소하던 것처럼 그냥 앉아 잇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노인 영감은 갑자기 자기가 중요한 존재라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머리를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그러고는 계속 움직이고 불평하면서 통역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더 앉아 있어야 하느냐, 자기를 1원씩이나 주면서 그림을 그리니 저 그림 값은 외국에 나가면 훨씬 더 비쌀 것이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급기야는 저 서양화가가 자기 모습을 그려가 미국에서 무려 백 원이나 받을 것 아니겠냐는 말까지 했다.   한국에서는 노인들을 지나치게 공겨하기 때문에 가끔 노인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78쪽)

 

  이방인 자매의 그림과 글로 남겨진, 일제 강점기 시절의 우리 산하와 생활의 단면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의는 충분하다. 개화기 이후 서방인이 본 한국을 다룬 책은 많지만,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진 책은 드물다. 이런 책이 세상 빛을 볼 수 있도록 애쓴 송영달 선생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이 책을 조심스레 다루게 된다.

  누군가 이 책을 빌려달라고 하면 되돌아올 때까지 노심초사하게 될까봐 차라리 한 권 따로 선물해줄지언정 선뜻 빌려주지 않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그림과 차진 활자를 기억하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 사도 그리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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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절대 안 빌려주는 책,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25 00:42 
    팜므느와르 님의 서재에서  <죽어도 못 빌려줘 - 다시 정리하는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페이퍼를 읽었다. 바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를 아무도 못 빌려준다는 것.^^  이 책은 아직 못 봤지만, 얼마 전 KBS스페셜에서 방송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방송일자 : 2010.02.21(일) 8시  
 
 
2010-03-2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4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4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KBS스페셜에서 어떤 신부님(이름 생각 안나요ㅜㅜ) 다룰 때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그림도 소개됐던 거 같아요. 이런 기억력하고는...
제가 아무도 절대 안 빌려주는 책은 이세 히데코의 그림책이랍니다.ㅋㅋ

다크아이즈 2010-03-24 22:08   좋아요 0 | URL
이세 히데코의 모든 그림책이요? 검색해볼게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은 문외한... 님 덕에 이세 히데코를 알게 됐네요.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0-03-25 01:02   좋아요 0 | URL
제가 소장한 이세 히테코 그림책은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와 나의 형 빈센트 뿐이에요.
일본 서점에서 <1000의 바람 1000의 첼로>란 그림책을 봤는데
일본어를 모르니 사올 생각을 못했던 걸 후회하고 있어요.
전쟁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였는데, 번역본이 나오길 염원하고 있어요.

blanca 2010-03-2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반가워요. 이 책이 정말 소중하게 꽂혀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소장가치 이백프로의 책이지요.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순오기 2010-03-24 23:54   좋아요 0 | URL
엇~ 블랑카님까지 가세하시니 4월 도서구입 때 장바구니에 담길 확률이 99.99% ^^

다크아이즈 2010-03-25 18: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런 책은 무소유가 아니라 소유할수록 좋은데... 소문이 덜 난 상태에서 시들해져버렸어요. 못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