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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문
렌죠 미키히코 지음, 김현희 옮김 / 더블유출판사(에이치엔비,도서출판 홍)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잠들기가 힘들었던 어느 날 새벽 무슨 영화를 돌리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TV에서 만난 영화는 “소녀” 라는 일본영화였었다. 평범한 영화는 절대 아니었다. 촌동네 퇴물경찰과 중학생의 사랑이야기였었으니까. 자극적인 소재였기에 다수의 사람이 시청이 불가능한 이 새벽에 편성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이 영화와의 첫 번째 만남은 남녀의 벌거벗은 몸을 기억하는 자극적인 이미지만이 각인되었다면 두 번째 만남에서는 내용과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원색적 이였으나, 영화의 내용은 이유가 어찌되었던 결코 흔하지 않은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속에 남자의 등에 새겨진 “비익조”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외눈에 외날개의 이 새는 자기와 처지가 똑같은 또 다른 비익조를 만나야 승천하여 저승에서 봉황이 될 수 있다는 내용 이였다. 결국 영화 속의 그 소녀는 남자를 위해 또 다른 비익조를 등에 새기고 마지막 결론에서는 저승에 가서 봉황이 되는 듯한 조금은 모호한 총성 한발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의 내용이 애절했기에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했을 때 알게 된 사실은 이 영화가 외국영화제 수상작이며, 남자 주연이 일본에선 제법 무게를 가지는 배우라는 사실, 그리고 원작자가 “렌죠 미키히코”라는 사실 이다. 남자 주연의 인터뷰 내용 또한 원작을 읽고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렌죠 미키히코”와의 만남은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에서 시작되었고, 호기심이 발동해 이곳에서 작가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의 그 낭패감.. 달랑 한권의 책만이 겨우 검색이 되었던 것. 거기다가 이 책의 리뷰 또한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망설임 끝에 이 책을 주문에 넣었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수중에 들어왔을 때 단편5편으로 묶인 연문은 의외로 더딘 속도로 읽어가고 있었다. 책 내용이 재미를 떠나 한 문장의 의미를 계속 맴맴 돌면서 읽어나길 정도로 활자 하나하나는 섬세하고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다.
단편 하나하나 남녀 간의 통속적인 사랑을 주체로 삼고 있지만, 표현하는 작가의 역량과 번역을 했을 역자의 실력이 완벽한 상승효과를 가져왔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내용 자체가 묽게 희석된 근친적인 내용과 평범하지 않은 남과 여의 적절치 못한 관계일지라도 책의 제목처럼 아름다운 “戀文(연문:러브레터)” 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유명 일본작가들 중에 “렌조 미키히코” 다른 작품들 역시 만나보고 싶은 조금은 욕심스런 소망이 앞선다. 작가의 추리소설과 이런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든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