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의 시월, 누구나 꿈 꿀 수 있는 산화의 시간. 

누군가는 실행하고, 누군가는 건너뛴다.


재니스 조플린은 그것을 감행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던진 악마적 외침. 

여성의 자유라는 화두를 노래를 통해 쏟아낸 마녀.


여성에게 록을 허한 혁명의 다른 이름, 재니스 조플린. 

그녀는 진짜 '진주(Pearl)'였기에 스물일곱의 시월에 자폭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쉐, 이 좆 같은 세상은 진주의 진면목을 알 턱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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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실 때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그 시절들이 떠오를 것 같았다.… 또한 커피는 단순히 하나의 음료로만 간주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수많은 사건들의 일부로서 존재했다. 

- 셰릴 더들리 


어떤 일은 느닷없이 다가오고, 바람처럼 떠난다.


당신의 전화. 그렇게 다시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한 어느 여름밤. 당신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했다. 멘붕.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신. 그 목소리는 그런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렇게, 나도 멘붕. 그렇다고 멘붕에 멘붕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

당신 목소리, 잊었다고 아니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었는데, 순간 떨리는 가슴. 

아, 맞아. 당신도 작은 방 하나를 세놓고 살았었던 게지. 

점점 줄어든 방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갑자기 커져서 내 심장을 자극하고. 


당신의 멘붕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어느 순간, 당신의 처지에 공감하고야 마는 태도. 

아무렴, 한때 당신은 내가 품고 싶은 세계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당신 이외의 세계는 없었고, 더 있다손 내겐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당신이 처한 멘붕에 그닥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

당신의 멘붕 상황을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


그래도, 순간적으로 당신이 무척 보고 싶었다.

이 얼굴을 닮았던 당신의 모습. 동티모르의 별과 함께 쏟아지던 당신.



맞아. 순전히 나의 오만이지만,

나만큼 당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줄 사람, 없을 거라는 것.

그럼에도 날 선택하지 않은 당신의 선택은 늘 옳다는 것.  


부디, 당신 아프지 않길.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와 오래도록 함께 하길.

곧 새로 여는 당신의 커피하우스가 멘붕 액땜을 통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길. 

여전히 당신의 심장을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오늘. 그러니까, 멘붕. 


여름밤 바람. 어머니는 이 계절의 밤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좋아하신다.

나도 오늘만큼은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시원했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섞인 바람. 


그렇게 바람결에 다시 날아간 당신 목소리. 안녕. 

다시 한 번, 

아파도 싸워 이기려하지 말고 다독거리며 공존하길. 

그래서 당신의 生이 그날 밤 동티모르의 별처럼 반짝거리길.


실토하건대, 

당신을 만나서, 커피를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렇게 그 시절, 당신을 사랑했었나 보다. 

당신 덕분에 행복했었다. 그때만큼은, 정말로.

당신의 커피가 먹고 싶어졌다. 그러진 못하겠지만. 

그 커피는 영원히 숙제로 남아 있을 것 같네.    


그러니까, 오늘은 멘붕 투데이. 

원전의 안전기준을 완화한다는 미친 소식부터 옛 동료의 노조활동에 따른 해고, 수원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여의도에서 옛 직장동료를 죽인 칼부림. 그리고 멘붕 멘붕 멘붕. 


MB시절의 자화상, 멘붕(MB).

커피가 없었다면 나는 이 시절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혹시 당신은 알아? 

커피는 때론 모든 것을 견디게 한다. 

사랑도, 미움도, 멘붕도, 나에겐 그랬다...


늦었지만, 

커피와 함께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당신.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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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란,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6월25일은 어쩔 수 없다. 마이클 잭슨이다.

아침 오픈할 때부터 마이클 잭슨이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 

그냥 자동이다. 내 마음보다 손이 먼저 마이클을 찾고 귀가 원한다.

3년 전 그날, 그랬었고, 작년에도 그랬더니,

올해도 마이클 잭슨을 만나기 위한 손님이 찾아오니까. 

 

아침, 그 여자 손님이 찾아왔다. 

6월25일, 특별히 휴가를 냈단다. 하긴 그녀, 작년에도 그랬다.

이 여자, 우리 가게의 특성을 안다.ㅎㅎ

오늘, 마이클이 흘러나올 것을 짐작한 거다. 센스쟁이!

나이를 묻지 않았지만, 나보다 약간 나이가 많은 것도 같다. 

검은 옷을 입었다. 한마디로, 멋지다. 아우라나 포스, 장난 아니다.

 

"마이클, 잘 지내고 있을까요?"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 특별한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인삿말이다.

 

"좋아하고 있을 것 같아요. 몇 달 전에 휘트니가 합류했잖아요."

 

싱긋 웃는다. 아, 그렇지. 휘트니 휴스턴. 2월11일이었지. 역시 한 시대를 접은 동시대의 슈퍼스타. 영국의 한 매체는 두 사람이 한때 결혼까지 꿈꿨던 연인이었다는, 믿거나 말거나를 보도하기도 했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세기의 두 팝스타가 천상을 아름다운 선율로 가꾸고 있을 거라는 그녀의 말. 센스 돋는다.

 

"하하, 그러게요. 하늘이 특별히 두 목소리의 앙상블을 원했나 봐요. 듣고 싶은 마이클 있어요?"  

 

"그냥, 마이클이면 돼요. 충분해요."

 

커피를 내렸다. 오늘 같은 날, 그녀는 주문이 필요없음을 안다.

내가 알아서 스페셜 커피를 내려줄 것을 안다. 단골과 주인장 사이의 신호다.

 

마침 나온 노래가 'Heal The World'.

나의 선택은, 어제 특별히 공정무역 커피들로 블렌딩한 힐링 커피. 졸졸졸. 

검은 눈물이다. 세계를 걱정하고 지구를 사랑했던 마이클의 눈물 모아. 

향이 유난히 진하다. 액은 더더욱 검다. 그녀 앞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향을 음미하는 그녀, 입을 연다.     

"아저씨~ 엑설런트." 엄지를 들어준다.  

 

아무렴, 커피 맛도 모르는 입이 입인가. 나도 그녀의 탁월한 미각에 엄지로 화답해준다.

 

 

 

 

누군가는 마이클 잭슨 코스프레를 입고선 커피를 마시러 왔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잠시 짬을 내 공연을 하겠다며, 마이클의 춤을 선보이고 갔다.

한 무리는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렇게 오늘은 마이클 잭슨으로 가득했던 이 공간.

 

밤 9시가 넘었다.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유작 앨범이 된 [This Is It]을 튼다.   

2CD 디럭스 에디션의 두 번째 디스크에 있는, 마이클이 직접 짓고 낭송한 詩 . 처음과 끝부분, 이런 말이 흐른다. 

  

"Planet Earth, my home, my place 작은 행성 지구, 나의 고향, 나의 공간 (...) Planet Earth, gentle and blue 작은 행성 지구, 온화하고 푸르다. 

With all my heart, I Love You 나의 온 마음을 담아, 사랑해."

 

마이클이 살아 있었다면,

이 무슨 손발 오글와글 거리는 낭송이자 고백이냐고 지청구를 늘어놓겠지만,

3년 전 그날 이후, 도저히, 차마, 그럴 수가 없다.

그건 마이클의 명백한 진심이라고 찰떡처럼 믿고야 만다.

With all my heart!

 

 

스캔들 혹은 독설적 가십이 난무하고,
오해와 조롱 섞인 언사들이 증식한 것도 사실이고, 

팝의 황제라는 그의 커리어가 계속 내리막을 걸은 것도 사실이지만,
느닷없는 죽음으로 인해 마이클은 여전히 슈퍼스타임을 입증했다. 

물론 그는 대중의 오해와 편견에 고통 받은 슈퍼스타였었다.

슈퍼스타의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즉, 개인의 죽음이 한 시대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도 슈퍼스타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 한 시대가 고스란히 막을 내렸던 마이클의 죽음이었다.

 

6월25일.

민족의 비극, 6·25인데,

나는 반공세대로 길들여졌음에도, 

3년 전부터, 6월25일을 슈퍼스타 마이클 잭슨이 승천한 날로 기억한다. (내 어린 날의 핀업걸, <미녀삼총사> 파라 포셋이 함께 눈을 감은. ㅠ.ㅠ)

못돼 먹은 놈이라고 욕 들어도 할 말 없다.

  

9시 됐을 때, 문 앞에 써 붙였다. "혼자 온 손님만 받습니다."

당연히 주인장의 제멋대로 신공. 싱글 천국, 커플 지옥.

  

혼자 온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쉿, 아무말도 필요없다. 자리에만 앉으라고 권했다. 웃는 낯으로. 

따로 주문이 필요없다고 했다. 드리겠다고. 

꾸준히 들어온다.

이 도시엔, 이 마을엔 혼자인 사람도 꽤 있다. 물론 이 시간, 혼자이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들을 위해 준비한 스페셜 커피 레시피, 'You are not alone'.

말 없이 외로운 밤 9시, 오롯이 외로운 당신만을 위해 준비했다. 

당신만의 외로움을 품은 커피 한 잔, You are not alone.

다 함께 외로운 밤 9시의 커피, 그래서 당신과 나, 외롭지 않다. 

커피 한 잔이 당신과 나를 연결해 주니까. :)

 

계속 나는 커피를 내렸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6월25일 밤 9시의 커피는 그렇게 외로움을 똑똑 떨어트리고 있었다. 

 

마이클, 당신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당신이 그립거든요. ㅠ,ㅠ

마이클, 정말 최고였어요!

잘 지내나요, 당신?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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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경새재에서 '봄날은 갔'고. 굿바이, 봄.

 



오늘, 창원 대신 서울에서 아쉬움 묻은 무더위 속에서, 여름이 오는 소리.


에피톤 프로젝트가 내 무더위를 달래주다. 


 

내게 다시 다가온 여름밤의 아스라한 선율.


좋다! 계절이 스쳐가도, 노래는 스쳐가질 않아.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호우시(好雨時節). 좋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를 기다리는 마음.


때를 알고 울려퍼지는 좋은 선율, 에피톤 프로젝트.

그렇게, 호가시절(好歌時節).


그렇게 에피톤 프로젝트가 노래를 들고 찾아온 여름.

나의 2012년 여름의 시작. 굿하이, 여름. :)


곧, 이 여름 안,

당신에게 편지를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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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2년)는 마릴린 먼로 사망 50주기.

6월1일은 그녀의 86번째 생일. 그녀, 마흔이 되기도 전에 지고 말았지만, 그 향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물론 그 향기, 사람들의 오해 혹은 왜곡으로 인공향이 널리 퍼져 있지만, 그녀에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또 다른 천연의 향기가 있었다.

따라서, 아래는 지금은 없는 먼로의 생일을 축하할 겸,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한 그녀의 또 다른 향기를 살짝 뿌리는 일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로 뜬 마릴린 먼로에게 얄궂은 기자 한 놈이 물었다. "밤에 잘 때 뭘 입고 자세요?" 

먼로, 멋지게 받아친다. "샤넬 No.5요." 이후 샤넬 No.5는 급인기를 얻었다능.

먼로의 향기가 그렇다는 얘기다.ㅎㅎ    

 

아시나요? 먼로 씽킹(Monroe Thinking)!

마릴린 먼로 50주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그녀가 진짜 예쁜 이유

 

“정치적 자유를 갈망하고,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추종했던 배우, 반공을 애국적 광기로 몰아가던 매카시즘에 저항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던 용기 있는 배우, 인민주의를 이상으로 삼아 인민(people)이라는 말을 좋아했던 배우, 자신의 신체적 매력을 전략적으로 남성 판타지 속에 투사하며 가부장적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생존을 시도했던 파워 페미니스트로서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여성, 연기를 통한 자아실현의 의지를 갖춘 철학적 시인 같은 지성적 배우, 고독을 친구 삼아 철저하게 자기 준비를 했던 프로, 대중이 만들어준 스타의 공익적인 기능을 간파한 동시에 장식품이 되기를 거부했던 지성, 그러면서도 자아도취와 자기혐오라는 극단적인 인지 부조화 속에서 죽음으로 자신을 내몰 정도로 순수하게 자신을 직면했던 마릴린 먼로!” (유지나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유지나의 이 발언, 도발적(?)이다. ‘영원한 섹스 심벌’이자 ‘백치미의 대명사’인 마릴린 먼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뒤집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마릴린 먼로’라는 설명이 없다면, 저 발언에서 먼로를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유지나에 의하면, 먼로는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용기와 지성을 갖춘 배우였다. 의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는, 먼로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섹시와 관능으로만 덧씌워진 그녀의 이미지, 정당한 것일까? 마릴린 먼로가 궁금하다!


2012년, 마릴린 먼로 50주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6.1~1962.8.5). 2012년, 사망 50주기를 맞았다. 죽은 먼로를 향한 다양한 이벤트, 당연한 일이다. 칸영화제는 먼로를 ‘2012년의 아이콘’으로 선정, 그녀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공개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협회 매그넘 소속 작가들이 찍은 미공개 사진들이 수록된 ‘마릴린 바이 매그넘’도 출간된다. 앞서, 먼로의 전성기 중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도 만들어졌다. 먼로의 새로운 모습이 대중들에게 속속 공개되고 있다.

 


헌데 이런 움직임, 과연 먼로에 대한 전형적이고 박제된 이미지를 깰 수 있을까. 섹시하다, 관능적이다, 와 같은 수식어로부터 먼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글쎄, 아닐 것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먼로의 지성미는 어색하다. 먼로에 대한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먼로의 농염한 사진으로부터 지성과 사회적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끄집어내긴 싫다. 먼로의 지성, 한마디로 배신이다. 먼로가 섹시할 때에라야 대중은 반응하고, 소비할 뿐이다.   


먼로가 탄생시킨 고유명사에서도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먼로 효과(Monroe Effect). 그녀가 주연한 <7년만의 외출>의 한 장면에서 비롯됐다. 고층빌딩 아래 발생하는 난기류나 지하철 환기통에서 발행하는 바람 때문에 스커트가 갑자기 뒤집히는 경우를 일컫는다.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걸음걸이에는 먼로 워크(Monroe Walk)라고 이름을 붙였다. 먼로 룩(Monroe-Look)은 허리를 졸라매고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는 글래머룩을 뜻한다. 먼로 메이크업(Monroe Make-up)도 있다. 하얀 피부, 입가의 점, 새빨간 립스틱으로 메이크업할 경우, 이렇게 붙이는데 당시 여성들은 일부러 입가에 점을 찍기도 했다.

 


먼로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더욱 각인시킨 명사들이지만, 한 결 같이 진짜 먼로(의 삶)는 없다. 먼로의 (영화 속) 이미지에만 기댔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먼로의 불행이었다. 지독하게 불행했던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지독하게 애를 썼던 한 여성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그녀의 육체에만 관심을 가졌다. 조울증에 시달리면서 36세에 요절한 그녀. 의혹은 여전하지만, 그녀는 세상에 의해 타살당한 것 아닐까. ‘섹스 심벌’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다. <라이프>紙와 했던 마지막 인터뷰에 실렸다. 


“나는 ‘섹스 심벌’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의 심벌이 되었든 이 심벌은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섹스 심벌이 사물화 될 때 그렇다. 나는 물건 취급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싫다. 하지만 내가 어떤 것의 심벌이 되어야 한다면 기꺼이 섹스 심벌이 되겠다. 어떤 여자들은 스스로든 스튜디어의 유혹에 의해서든 나처럼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여자들은 전방이나 후방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 중간에서 살고 있다.”


다시 지켜보자, 먼로의 삶


먼로가 가장 좋아한 미국인은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그녀처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본명은 노마 진 모턴슨(Norma Jeane Mortenson). 아버지는 그녀와 함께 살지 않았고, 어머니는 우울증 환자였다. 그녀가 일곱 살 때,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먼로는 양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고아원을 전전했다. 그녀는 철저히 가난했고, 애정 결핍에 시달렸다.

 

16세, 첫 결혼을 했고, 먹고 살기 위해 방위산업체에서 위장도색 페인트칠을 했다. 우연하게 사진 모델 일을 하게 됐고, 단역배우로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의 일과 꿈을 하찮게 여겼다. 결혼한 지 4년,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후 먼로는 단역배우를 거쳐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마릴린 먼로는 이 과정에서 얻은 이름이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로 섹시스타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1953), <7년만의 외출>(1955), <버스 정류장>(1956), <왕자와 쇼걸>(1957), <뜨거운 것이 좋아>(1959), <부적합자>(1961) 등에 출연,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연기자로서의 그녀는 결코 다른 배우에 뒤지지 않았다. 섹시와 관능의 이미지에 매몰돼 연기력이 저평가 받았을 뿐이다. 섹스 심벌은 다분히, 남성판타지가 만든 산물이었다.

 


아울러 먼로를 ‘하찮게 여기게’ 만든, 사생활에 대한 편견도 따랐다. 그녀는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 극작가 아서 밀러 등과 결혼과 이혼을 했고, 아인슈타인, 프랭크 시네트라, 이브 몽탕, 존 F 케네디 등과 염문설을 뿌렸다. 이런 것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바람둥이 이미지를 그녀에게 각인했다. 그것은 동서고금 대중들의 악취미다. 셀러브리티의 연애담을 멋대로 각색한다. 그리고 주홍글씨를 새긴다.

 

《세상을 유혹한 여자 마릴린 먼로》에 의하면, 먼로는 진정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은 여인이었다. 조 디마지오와 혼인했을 때, 남편 가족의 종교인 가톨릭을 믿으려 애썼고, 아서 밀러와 혼인하고선 그를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다. 그녀는 온몸과 마음을 다해 자신의 남자를 사랑했다.

 

성격차이에 의해 헤어졌지만, 디마지오와 다시 재결합을 추진했다. 재결합을 목전에 두고 그녀는 세상을 떠남으로써, 사랑은 더욱 아파해야했지만. 실제로 디마지오는 20여 년 이상 매주 그녀의 무덤을 찾아 장미꽃을 바쳤다. 1999년, 그가 숨을 거두기 전 했던 말에서 우린 그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젠 먼로를 다시 볼 수 있겠구나.”

 

 

마릴린 먼로, 자신의 가난만을 극복하려고 애쓰진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언론인이자 작가, 링컨 스테펀스 등의 작품을 탐독했다. 그녀 지인 중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로 분류되는 자들이 상당수 있었고, 그녀 또한 FBI에 의해 그렇게 분류돼 감시를 당하기도 했다. 그녀는 가난한 이의 편에 서서 모순된 사회구조에 맞서고자 했다. 가난이 개인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금발의 백치가 아니었다.


그녀가 떠난 지 50년이 흘렀지만, 많은 우리는 먼로를 섹스 심벌과 백치미에 가둔 채 오해(!)하고 있다. 금발의 반쯤 풀린 눈과 도발적인 입술로 교태를 부리는 몸짓, 풍만한 가슴과 큼지막한 엉덩이로 발산하는 관능,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여인. 《마릴린 먼로: : The Secret Life》의 저자, J.랜디 타라보렐리는 말한다. “마릴린 먼로는 단순한 유명 영화배우, 훨씬 그 이상이다. 그녀는 연약한 정신이자 관대한 영혼 그리고 그녀 자신의 마음과 황폐한 싸움을 한 용감한 투사였다.”

 

모순과 비겁의 사회, 정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백치미라며 우습게 여겼던 마릴린 먼로만큼의 사회 인식을 품고 있을까? 먼로의 50주기.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다가올 먼로의 모습을 지켜보자. 그 속에서 진짜 그녀의 모습을 찾자. 그리고 지금 우리의 모습도 함께 지켜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 먼로의 또 다른 고유명사, 먼로 씽킹(Monroe Thinking).   



참고자료 : 위키백과, <네이버 [인물 세계사] : 세기의 스타 마릴린 먼로>, 《마릴린 먼로: : The Secret Life》(J. 랜디 타라보렐리 지음/성수아 옮김|체온365 펴냄), 《세상을 유혹한 여자 마릴린 먼로》(칼 롤리슨 지음/이지선 옮김|예담 펴냄)    

 

- <뷰즈> 기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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