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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을품은삶 > 카모메 식당과 애티튜드

1. 카모메 식당

사랑하는 영화. 내가 커피를 만들게 된 것에 <카모메 식당>도 일정부분 지분이 있다. 커피 수업을 할 때마다, 나는 <카모메 식당>을 권한다. 커피를 만드는 애티튜드, 마음이 잘 나오니까. 나는 늘 그러고 싶으니까.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의 모임)에 솔깃한 것은 '카모메 식당'이라는 내 사랑 때문이었다. 책을 아직 보진 않았다. 운 좋게, 저자 황희연이 주선한 독자 만남(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고마웠다. 갑자기 추워진 가을날의 선물 같았다. 

포근하고 따뜻했던, 커피향 같은 시간. 대한민국에선 정해진 선로가 있다. 나이대에 따라 남들처럼 어련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님에도, 선로를 이탈하면 이상하거나 미친 것으로 낙인 찍히는.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은 그 선로를 자발적으로 이탈한 혹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용기라고도 일컬어지는데, 그래, 저항이 아니라면 용기라는 말도 좋다. 세상에 자신만의 인장을 찍고 있는 사람들. 멋과 용기를 지닌 여자들.

이들의 롤모델격인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는 멋있다. 멋. 좋아하는 단어다. 입에 감길 때의 느낌도 좋다. 사치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지 않는다. 내 고유의 행복과 기쁨, 즐거움을 찾는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이라는 사치에의 덤덤함에서 나는 또한 어떤 안간힘을 느꼈다. 행복은 그냥 오는 법이 없고, 한 곳에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제 멋대로인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모르긴 몰라도,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도 그럴 것이다. 저자 황희연 역시. 멋있는 사람들. 나는  이 엄하고 흉포한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카모메 식당'이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함께 한 참석자들도 그런 타이틀을 붙이고 싶은 사람들이었을 테고.

카모메 식당의 이야기가 있었던, 삼청동 인근 '사간동 9번지'는 카모메 식당인 세 여자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요리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껴 직장을 때려치고 일을 저질렀다는 나정원 대표와 그녀의 친구들은, 잘은 모르지만,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같다. 여성들의 연대가 곧 <카모메 식당>이었다. 혼자임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의지하는 것 또한 민폐가 아님을 아는 멋진 여자들. 당장이라도 그 한옥에선 "우리 내일 시나몬롤 만들어볼까요?"라는 이야기가 들릴 것 같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꼭 한 번 찾아라. 카모메 식당의 마음이 담긴 음식도 맛볼 수 있고, 한옥체험살이도 할 수 있다. 특히 여자들끼리의 옹골찬 파티장소로 딱이다. 사간동9번지, 02-735-4090, nagarden@naver.com 이다. 



황희연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여행자의 유혹>,<제불찰 씨 이야기>

저자 황희연은 어디 잡지에서 본 것 같다 했더니, 그래,  첫 책 《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을 내고 <필름 2.0>과 인터뷰를 했단다. 꽤 오래 전인데, 그 모습이 어렴풋한 걸 보니, 그때 인상깊었나보다. 사진상으론 예뻤었는데...ㅋ (뭐, 지금 혹은 실물은 아니란 얘기는 아니다, 뭐)

아니, 그런데, 총각이 어떻게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초대 받았냐고? 흠, 아직 모르나 본데, 내 안에 처녀 있다! ^^; 총녀 혹은 처각?


2. 애티튜드

나는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투수가 된 송승준의 애티튜드가 참 마음에 든다. 그는 (최)동원이 형을 생각하며 전력을 다했단다. 동원이 형과 그가 던지는 공은 다르지만, 승준이는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어떤 마음으로 공을 던지는지, 어떻게 승부를 거는지 태도를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공을 던질 때의 마음과 승부를 할 때의 태도.
 



뭣보다, 플옵 2차전 승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송)승준의 역투도 아니요, (전)준우의 홈런도 아니요, (황)재균의 명품수비도 아니었다. 공을 몸에 맞아 어떻게든 1루로 나가려던 (문)규현이가 심판의 제지로 배트박스로 돌아올 때, 양승호 감독이 어필차 나갔다가, 이내 승복하고 규현의 장비를 손수 챙겨주던 장면. 오오오, 완전 충격이었다. 

이 장면 하나로, 나는 우리 노떼가 어떻게 사상 첫 정규시즌 2위를 할 수 있었는지를 대번에 알아챘다. 양승호 감독의 이 애티튜드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양승호, 이 감독, 한마디로 굿이다. 양승호감. 거듭 말하지만, 노떼, 이번에 우승 못해도, 나는 양승호 감독을 지지한다. 이 애티튜드 하나로 모든 게 끝났다. 다 이겼던 1차전 등신 같이 지고도, 양승호는 라커룸 화이트보드에 딱 5자 적었다지. "내일이 있다." 

닥치고 본좌 양승호.
 
커피도 애티튜드. 음식도 애티튜드. 야구도 애티튜드. 세상을 대하는 애티튜드를 생각하다.


3. 아프다
그래도, 아직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나는 당신이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건, 허풍선이 남작의 슬픈 호들갑이다. 내 아픔은 오롯이 내 것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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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팅 그녀
어디선가 본 냄새가 난다. 흠, 스멜~ 이름도 왠지 들은 듯하다.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몇 년 전이었지? 5년? 6년? 7년? 그래, 소개팅했던 여인이다. 얼마 전 모 문학상을 타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소개팅을 주선했던 친구가 확인시켜준다.

녀석 왈. "마, 니 그거 아나? 그 소개팅, 내 회심의 소개팅이었다 아이가. 등신, 와 놓치가꼬. 지금이라도 전화해 보등가." 녀석의 말에 푸헐, 웃음을 터트렸다. 나, 등신인가봐~ 아놔~~


나도 속물인지라, 어? 그때 잘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주 잠깐 상상해 봤다. 그 당시 녀석이 계속 잘해보라고 푸쉬했던 기억도 난다. 아니, 그때로 돌아가도 변할 건 없다. 그게 인생이다.

역시, 인생은 살고 봐야 해. 재밌다. 소개팅 그녀, 계속 좋은 작가로 세상에 남길. 
나, 이래봬도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밥 얻어먹은 남자!!! (물론 나, '베스트셀링 男' 아님!) 



2. 기다림
노떼 자얀츠, 플레이오프 2차전 이겨주시다. 포스트시즌 홈구장(부산) 12연패 안녕~. 무려, 4378일, 즉 11년11월24일 만이란다. (마지막으로 이긴 것이 딱 12년 전, 1999년 10월17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사직5차전, 6-5로 승리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렸다니. 나도 참 오래 기다릴 줄 아는 남자로구나. 대체 그 승리가 뭐라고. 기다릴 줄 알았던 노떼팬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챔피언이요. 올해 우승 못해도 좋아! (말이 씨 될라...ㅠ.ㅠ)

신은 부산에 최고의 팬을 주셨으되, 최악의 팀도 함께 주셨도다.
그래도 좋아! 꺄아아아아아앙앙~ 가을은 가을야구와 함께다!



3. 잔반 청년
잔반으로 뭉뚱그려 지칭되기 전, 반찬 각각은 이름을 갖고 있었다. 잔반으로 전락하기 전, 해당 끼니는 생존과 식사의 즐거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잔반이 지금의 청년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회는 청년에게 미래의 희망이니, 국가의 대들보라며 잘도 붙여대지만, 결국 그들은 잔반처럼 소모되고 있다. 잔반은 곧 잉여. 뭉뚱그리고, 버려진다. 청년, 잔반의 다른 이름. 

그래서, 나는 잔반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4. 스테파네트
알퐁스 도데는 아마 계급적 질서에 의한 차별을 내면화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그래, 순결한 스테파네트 아가씨, 굿바이. 나는 그만 미끄러진 이름 없는 목동이다. 목동아, 스테파네트 아가씨 그만 지키고, 그 계급적 질서에 반항하거나 저항하거나.

나, 목동의 진짜 이름을 알고 싶어! 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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